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69)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69화(169/172)
169화. 각자의 역할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패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서부지구의 절대강자 LA 다저스, 그런 두 팀의 마운드를 책임지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 이반 데이비스와 에반 브라운.
만약 두 투수 중 하나가 아메리칸 리그에 속해 있었다면 아마 메이저리그의 사이 영은 그 둘만의 독무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내셔널리그에 속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상을 양분해야 했다.
102마일 포심과 94마일 고속슬라이더, 투 피치로 리그를 씹어먹는 이반 데이비스, 그리고 100마일이 넘는 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에반 브라운.
사이 영 위너, 월드시리즈 챔피언 트로피, 투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린 당대 최고의 두 투수, 과연 둘 중 누가 더 나은 선수인가?
쉽게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다. 겉으로 보이는 지표는 이반 데이비스 쪽이 앞서지만 투수로서의 완성도는 에반 쪽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전문가들 중 몇은 도준우가 좀 더 경험을 쌓으면 이 둘을 제치고 최고의 투수가 될 거라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빅리그 1년차 시즌을 맞은 루키를 말이다.
어쨌든 결론은 이거다.
오늘 경기 양 팀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이반 데이비스와 도준우가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을 만한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는 것. 현 시점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최고 투수들이라는 것.
뻐어어엉
“스트라이크! 아웃!”
– 아, 대단합니다! 이반 데이비스가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냅니다! 스코어는 여전히 1대 0, 자이언츠의 한 점 차 리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엄청난 투수전이네요. 1회 말 도준우의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제대로 맞은 타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5이닝 동안 도준우가 볼넷 2개, 피안타 0, 삼진 7개를 잡아내는 동안 이반 데이비스는 볼넷 1개, 피안타 1개, 삼진 6개를 기록했습니다. 숨 막히는 접전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똑바로 해! 이 개자식들아! 똑바로 하라고!”
한동안 야구장에서 화낼 일이 없던 자이언츠 팬들이 오랜만에 분노했다.
3타자 연속 삼진을 당한 자이언츠 타자들에게 야유가 쏟아졌다.
물론 오늘 경기가 답답한 건 타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양 팀 투수들이 너무나 압도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준우의 솔로 홈런 한 방 외에는 유효타가 전혀 없었던 경기, 거기에 실책조차 하나 없는 명품 투수전.
누군가 말했다.
타격전은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지만 투수전은 팬들의 머리를 뜨겁게 만든다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압도적인 투수전에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른 팬들이 아무 말 잔치를 시작했다.
“차라리 눈 감고 휘둘러! 그 멍청한 눈깔 믿지 말고 눈 감고 휘두르라고!”
“젠장, 이럴 줄 알았어. 1위는 무슨 1위, 결국 역전당하고 말 거야.”
“아버지! 왜 저에게 자이언츠 야구를 가르쳐주신 겁니까!”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선수들이나 감독,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팔짱을 낀 채 묵묵히 경기를 지켜보던 도널드 포포비치 감독이 비상용으로 가져다놓은 산소 호흡기를 몰래 끼는가 하면 코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선수들이 정신줄을 놓지 않도록 관리했다.
“방금 전 삼진은 잊어, 잭.”
“…그렇게 치욕스러운 자세로 삼진을 당했으니 벌써 어딘가에 박제됐겠죠?”
“괜찮아. 처음에는 웃겠지만 다들 금세 잊을 거야. 얼마나 신경 쓸 게 많은 세상인데.”
그런 가운데 경기가 중반부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양 팀 마운드에서는 에이스들이 버티고 있었고, 타자들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첫 타석 홈런을 때려냈던 도준우 역시 이후 두 번의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고,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던 호세는 세 타석 연속 삼진을 당한 후 자신의 손으로 배트를 부러뜨려버렸다.
그렇게 경기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8회 말, 1대 0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자이언츠의 공격.
뻐어엉!
“스윙! 아웃!”
– 오 마이 갓! 101마일! 벌써 100개 가까운 공을 던진 이반 데이비스가 또다시 101마일을 기록합니다! 삼진을 당한 도준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반을 바라봅니다! 아, 도준우의 저런 표정은 정말 처음 보는 것 같군요
–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가슴이 타들어가겠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이런 경기를 보게 된 게 행운이라 느낄 정도로 수준 높은 투수전입니다. 방금 공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시선을 아래로 묶어놓고 눈높이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네요. 도준우가 완전히 당했습니다
– 자신의 임무를 마친 카디널스의 에이스가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자이언츠 팬들 중 일부가 상대 선수에게 기립박스를 보내줍니다. 자, 자이언츠가 한 점 앞선 가운데 9회 초 카디널스의 마지막 공격만이 남았습니다. 제프, 어떨까요? 도널드 감독이 도준우를 계속 올릴까요? 아니면 특급 마무리 오스카 윌슨을 등판시킬까요?
– 글쎄요, 투구 수만 놓고 보면 101개를 던졌습니다. 바꿔줄 타이밍은 됐죠. 하지만… 이런 팽팽한 경기의 흐름을 다른 투수가 들어와 이어받을 수 있을까요? 저 같으면 안 바꿉니다. 사실 이런 경기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요. 이미 관리의 영역을 넘어선 문제니까요. 에이스를 믿어야 합니다
– 그렇군요. 좋습니다. 말씀하신 대로군요. 9회 초 한 점 앞선 자이언츠의 마지막 수비 이닝, 도준우가 다시 걸어 나옵니다. 투수 교체는 없습니다. 자이언츠의 에이스가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
“숨이 잘 안 쉬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경기, 디에고를 대신해 선발 출전해 잔 실수 없이 홈플레이트를 잘 지켜낸 마크 롱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꺼냈다.
만약 내가 진짜 열아홉 애송이라면 화를 냈을 지도 모르겠다. 왜 투수를 불안하게 만드냐고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기에 나는 너무 오래 이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마크.”
“응.”
“한국에 두고 온 내 친구도 너랑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
“그래? 뭐라고 말해줬어?”
“나만 보라고 했지. 시선을 다른 데 두지 말고 투수만 보라고. 그러다가 숨이 좀 쉬어지면 다시 내야수들에게로, 외야수들에게로, 마지막에 관중들에게로 시야를 확대하라고.”
“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난 공을 던질 거고 넌 잡을 거야. 사인? 내가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넌 피치컴으로 야수들에게 전달만 잘 하면 돼. 오케이?”
약간이나마 안색이 돌아온 마크를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투구를 준비했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섰다. 예전에야 선발투수가 100개를 넘어 120개쯤 던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고, 시계를 좀 더 앞으로 돌리면 150개가 넘는 공을 던지던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는 한 투수에게 많은 투구 수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여러 투수가 이닝을 나누어 책임지는 쪽으로 변화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감독은 오스카와의 교체를 권했다.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오스카를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오늘 같은 경기의 마무리를 다른 투수에게 넘기면 왠지 분해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이반 데이비스, 육체적 정신적으로 절정에 달해 있는 그와의 맞대결,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를 이 경기를 끝내기 위해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3번 타자 라이트필더 더글라스 피터슨>
지난 시즌 2할 7푼대의 타율에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마흔 두 개의 홈런을 때려낸 좌타자다.
솔직히 말하면 40홈런 타자 세 명이 연속으로 나오는 카디널스의 타선은 사기에 가깝다. 특히나 다저스나 양키스 같은 팀들과 달리 자체 팜에서 만들어낸 전력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크지 않은 마켓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괜히 양키스에 이어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게 아니다. 확실히 선수들을 스카웃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대단하다.
“플레이!”
어쨌든 몸 쪽 공에 대해 엄청난 강점을 가진 타자다. 조금이라도 공이 몰리면 큰 걸 허용할 수 있다. 투구 수가 늘어난 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공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근육에 쌓인 피로를 온 몸으로 체감하며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뻐엉
“볼.”
99마일,
구속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괜찮다. 바깥쪽으로 빼느라 살짝 힘을 빼고 던진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마음먹고 던진 유인구에 타자의 배트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도어 슬라이더’
마크에게 사인을 보내고 다음 투구를 준비했다. 몸 쪽 공이 아니면 절대 안 치겠다고 결의를 다진 타자를 유혹하려면 종이 아닌 횡으로 변하는 구종이 필요하다.
하지만,
슈웅
공에서 손이 떠나는 순간 아차했다. 살짝 그립이 미끄러지며 공이 존 한가운데로 몰렸다. 타자의 배트가 망설임없이 돌았다.
따아악!
배트에 맞은 타구가 우중간을 향해 힘차게 날았다. 잘만 하면 잡힐 수도 있을 것 같은 타구, 바비가 전력을 다해 공을 따라갔다. 그리고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퉁
“아앜! 안 돼!”
“바비! 일어나! 이 자식아! 일어나라고!”
인생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모든 건 결과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이빙 캐치를 시도한 바비의 판단은 분명 옳았다. 충분히 해볼 만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글러브 끝을 스친 타구가 펜스 앞까지 굴러가며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파앙
“세이프!”
– 카디널스가 벼랑 끝에서 기어 올라옵니다! 오늘 경기 내내 끌려 다니던 카디널스가 9회 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무사 3루 찬스를 만들어냅니다! 다이빙캐치에 실패한 바비 와그너가 고개를 떨굽니다. 안타까운 광경입니다
“타임!”
조금 허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경기,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은 게 몇 번이던가. 잘 하려 했지만 결과가 안 좋았던 것뿐이다.
심각한 표정의 코치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직 괜찮습니다. 적어도 20개 이상은 충분합니다.”
“그래?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덕아웃에서 어느 정도 방침을 정하고 온 것인지 코치는 별 말 없이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 다시 마운드를 내려갔다.
– 네, 이번에도 교체는 없었습니다! 자이언츠의 마무리 오스카 윌슨은 이미 불펜에서 몸을 다 풀어둔 상태, 하지만 도널드 감독은 도준우를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경기가 재개되었다.
노아웃 3루,
외야 플라이, 혹은 깊은 내야 땅볼 하나면 바로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스퀴즈에 대비해야 할까, 이번 타자를 거르고 다음 타자와 승부해야 할까, 병살타를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감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감독은 단단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누군가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부담이 아니라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래, 나를 믿자. 그러고도 만약 믿음이 부족하다면 나를 믿는 저 사람들을 믿자.
정면승부다.
스륵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공이 빠르고, 배팅파워가 좋고,
그런 건 그냥 기본 조건 같은 거다. 진짜 야구선수로서 완성되기 위해서는 최고 레벨에서 계속 경쟁하며 정상에 오르는 법, 그곳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오늘 이 경험이 나를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3루 주자를 눈으로 묶어두고 천천히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앞선 타자들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어지간한 팀이라면 무조건 중심에 설 수 있는 타자가 두 눈을 번뜩이며 타격자세를 취했다.
그런 타자를 향해 지금 내가 던져야 할 최선의 공을 뿌렸다.
오늘 경기의 운명을 결정지을 94마일 포크볼이 타자를 향해 날아갔다.
실밥이 채이는 거끌거끌한 느낌, 그 촉감을 느끼며 확신했다. 이공을 쳐낼 수 있는 타자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텅
–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인가요! 빠졌습니다! 도준우가 던진 포크볼을 마크 롱이 뒤로 흘렸습니다! 그 사이 3루 주자 홈으로, 홈으로, 홈인! 1대 1! 경기 내내 끌려가던 카디널스가 마침내 동점을 만들어냅니다! 9회 초,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아, 이건 전혀 생각도 못한 전개군요!
– 이래서 야구가 어려운 겁니다. 오늘 하루 카디널스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던 도준우였지만 우익수인 바비 와그너의 선택과 포수의 실책이 더해지며 허무하게 동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 만약이라는 말이 정말 의미 없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차라리 바비 와그너 선수가 안전하게 2루타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야구란 게 그렇게 계산대로 되는 게 아니죠. 다이빙 캐치가 없었다면, 포수 실책이 없었다면, 이런 건 정말 아무 쓸데없는 가정이죠. 어쨌든 동점이 됐으니 도준우를 빼줘야겠죠. 그럼 다음에 나올 투수가… 아, 도널드 감독의 생각은 다른 듯하군요. 그대로 도준우를 밀고 갑니다. 에이스에 대한 믿음이 엄청납니다
동점을 내주며 잠시 찾아왔던 허무함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크의 실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올 시즌 내 백업포수로 제한된 이닝만 소화했던 녀석에게 오늘 경기는 너무나 가혹했다.
내 승리가 날아간 것보다는 이제 막 꽃을 피기 시작한 저 녀석이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뻐어엉!
“스트라이크! 아웃!”
–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에이스라는 걸 도준우가 보여줍니다! 동료들의 실수로 동점을 내준 도준우가 다음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오늘 등판을 마무리 짓습니다! 총 투구 수 115개, 볼넷 3개, 삼진 12개, 피안타는 단 1개, 그럼에도 승리를 결정짓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오는 도준우를 향해 기립박수가 쏟아집니다!
덕아웃으로 들어가려는데 마크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발길을 틀어 녀석 쪽으로 향했다.
“뭐해, 안 들어가고? 공격 준비해야지.”
“…젠장, 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겠는데, 그만. 경기 전에 말했잖아.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기죽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라고. 그리고 아직 경기 안 끝났어. 그러니 고개 숙이지 마. 팬들이 보고 있잖아.”
내 말에 축 쳐져 있던 마크의 어깨가 아주 조금 제 자리로 돌아왔다.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동료들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나 자신의 선택으로 3루타를 내준 바비의 표정은 꽤나 볼만 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내가 승리투수가 되는 게 꼴 보기 싫다던지.”
나도 모르게 농담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괜히 한 것 같다. 바비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려버렸다.
“무, 무, 무슨 소리야? 설마, 내가, 하아, 진짜…”
일단 언더웨어부터 갈아입어야겠다.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바람이 불 때마다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다.
바비의 등을 두드려주고 덕아웃 뒤편으로 걸어 나갔다.
“이제 난 몰라. 너희들이 알아서 해. 난 할 만큼 했으니까. 샤워하고 돌아올 테니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어줘. 꼭 이기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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