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7)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7화(17/172)
17화. 해체하라고!
전 세계 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지난 2010년 9월 24일, 105.8마일, 그러니까 170.26km/h를 기록한 전 신시내티 레즈 소속의 투수 아롤리스 채프먼이다.
그의 기록이 정말 대단한 건 2010년은 아직 투수의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과 트레이닝 방법이 완성되지 않은, 그렇기에 과도기라 불러야 마땅할 그런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그게 채프먼의 한계였다는 점이다. 2010년, 22살의 나이로 105.8마일을 기록한 그는 이후 단 한 차례도 그보다 빠른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의미 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그가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트레이닝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한 후 야구를 시작했다면, 어쩌면 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110마일을 돌파한 투수를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난 2022년 105.5마일을 던지는 벤 조이스라는 대학생 투수가 등장했을 때 전 세계 야구팬들은 이제야말로 110마일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벤 조이스의 등장과 함께 100마일 이상을 던지는 루키들이 대거 빅리그 무대를 밟으며 110마일 시대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듯 했지만…
2027년 현재, 여전히 전 세계 최고 구속은 17년 전 아롤리스 채프먼이 기록한 105.8마일이며, 한때 그 기록을 깰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벤 조이스는 두 번의 어깨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마운드를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 최고 구속 110마일 시대에 도전할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도준우의 투구 데이터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있다.
“으음…”
“보스, 생각이 많으신가보군요.”
“그럴 수밖에. 아무래도 시즌 구상을 다시 해야 할 것 같군.”
어제 연습경기에서 도준우가 던진 두 번째 공이 164.5km/h를 기록한 순간, 알버트 킹 감독은 아무 미련 없이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양 팀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 그리고 연습경기를 구경 중이던 빅 리그 관계자들이 웅성거렸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다.
분명 주의를 줬건만, 잘 보이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말고 최대한 편하게 던지라고 했건만,
당사자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아무래도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 모아 전력투구를 하려는 심산인 듯했다.
투구 중 교체당한 도준우가 절대 무리한 게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그 말을 믿기에는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너무 대단했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데리고 있는 투수가 정말 103마일을 던질 수 있는 녀석이라는 거군.”
“좋으신가보군요.”
“그럼, 당연히 좋지. 흐흐, 심지어 그 녀석이 오늘 경기에서 3개의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지.”
“역시나 야구의 신은 불공평하군요. 한 녀석에게 두 가지 재능을 모두 내려준 걸 보니 말이죠.”
“원래 이 세상이 그런 법이지. 어쨌든 구속도 구속이지만 회전수를 봐.”
휴대용 측정시스템인 랩소도를 통해 측정된 도준우의 두 번째 공에 대한 데이터를 놓고 감독과 코치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아직 투수들이 몸도 풀리지 않은 2월에, 그것도 몇 달 동안 공 한 번 안 잡은 녀석이 102마일을 기록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2,805RPM… 괴물이군요.”
“맞아, 이것 때문에 포수가 공을 놓칠 뻔했지. 아마 그 녀석 눈에는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을 거야.”
“저도 도준우의 예전 데이터를 확인했는데 포심 평균 회전수가 2천 초반 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맞아, 그랬지. 그래서 내가 더 미치고 팔짝 뛰겠는 거야. 아니, 아무리 어린 선수라 해도 어떻게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을 할 수가 있지?”
“뭐… 이유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리고 갑자기 포텐이 터지는 선수가 한 둘도 아니고요. 성장판이 열리고 닫히고, 체중과 근육이 늘고, 팔꿈치 수술을 하고, 뭐 그러면서 구속이나 구위가 확 올라오는 걸 많이 봐왔잖습니까.”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지. 중요한 건 이 녀석을 어떻게 써먹는냐는 거니까. 일단…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으니 마운드 등판 일정은 녀석 뜻에 따라주자고. 자기 입으로 준비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걸로.”
“옳은 생각입니다. 사실 타자 도준우만 해도 엄청난 선물이니까요.”
“맞는 말이야. 젠장, 아까 스카우터 놈들 표정 봤나? 자신들이 놓친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타자였는지 이제야 깨달은 그 표정 말이야. 아쉽군, 양키스 그 얼간이들이 여기 있었어야 했는데.”
“저도 그게 제일 아쉽네요. 흐흐.”
“좋아, 어쨌든 이제야 조금 야구 할 맛이 나는군.”
**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나이를 먹음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에이스였던 투수가 한 단계 한 단계 내려가 중간계투를 거쳐 결국 패전처리로 전락하기도 하고, 한때 팀의 중심타자였던 선수가 말년에는 대타, 혹은 대수비로 밀려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다.
다만 이것은 지극히 긍정적이고 상식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타이탄스는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시즌까지의 타이탄스는.
실력이 아닌 라인과 파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팀에서는 성적, 몸 상태 등 뭐 하나 나을 게 없는 나이 든 고참들이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팬들의 원성에 귀를 닫아버린 감독과 코치들은 무능력한 고참들을 계속 라인업에 올렸고, 그들과 한통속인 프런트는 고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해버리는 엽기적인 짓도 서슴지 않았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팀의 주류들은 호의를 넘어 특권에 가까운 권리를 너무 오랜 시간 누렸다. 그렇기에 그들은 새 감독이 추구하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야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들 모였지?”
“네, 형님. 다 모였습니다.”
도준우의 활용을 놓고 코칭스태프들이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세미나실 용도로 준비된 공간에 지난 시간 이 팀의 주류였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
“시발, 내가 가만 있나봐라. 개새끼들. 우리한테 그런 망신을 줘?”
“형님, 진정하세요.”
“어디 근본도 없는 외국인 새끼들이 한국에서 설쳐? 내가 팀 분위기도 그렇고 어지간하면 가만있으려고 했는데 역시 안 되겠어.”
“어쩌시려고요? 코치들도 다 날라갔고, 구단주도 도끼눈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시발, 코치나 직원들이야 없으면 없는 대로 돌아가겠지만 우리는 선수야. 시범경기가 코앞인데 우리가 다 태업해버리면? 뭐 어쩔 건데? 다 임탈이라도 시킬 거야? 누구 데리고 야구하려고?”
“그건 그런데… 혹시나 구단이 진짜 미쳐서 야구 안한다고 해버리면…”
“못해. 이유가 뭐든 간에 정상적인 시즌 진행이 어려워지면 그 욕은 전부 구단이 먹게 되어 있어. 팬들이 가만있을 거 같아? 우리는 그냥 하던 대로 친한 기자들하고 원로들 도움 받아서 여론만 우리 편으로 만들면 돼.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무리한 시도가 선수단 내에 분열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음, 어쩔 수 없네요. 형님이 그렇게 결심하셨다면 저는 따르겠습니다.”
“저희도요.”
“좋아.”
오경식이 이끄는 진산고와 이재석을 중심으로 한 경서고 라인이 힘을 합쳤다.
알버트 킹 감독은 지난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그들을 대신해 기존 백업 멤버였던, 혹은 트레이드 되어온, 그도 아니면 올해 입단한 신인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그 상황을 참지 못한 주류 세력들이 반기를 들기로 결정했다. 설마 구단에서 자신들 모두를 어쩌진 못할 거라 확신하며.
“잘 들어, 일단 뭐부터 해야 하냐 하면…”
“네, 형님.”
그때였다.
맨 뒤에서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던 놈 하나가 손을 들고 얘기했다.
“저기, 선배님. 저 죄송한데 화장실 좀 가도 될까요? 뒤가 너무 급해서…”
“뭐? 시발, 넌 이 중요한 순간에. 쯧, 후딱 다녀와.”
“앗, 그럼 저도… 너무 오래 참아서…”
“전 부모님한테 전화가 와서 좀 받고 오겠습니다.”
“저도 메시지가 왔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하네요. 잠시 통화 좀…”
“뭐야, 이거 다들 왜 이래? 야? 니들 장난해?”
“죄송합니다.”
이상한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작당모의를 하던 놈들이 갑자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 모임을 주도했던 오경식과 이재석, 진산고와 경서고 라인의 우두머리들만 남아 있었다.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든 오경식이 스마트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했다.
그리고 욕설과 함께 폰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이런 씨발 개새끼들이!”
“왜요? 왜요? 형님?”
당황한 이재석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난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금이 쩍쩍 간 액정화면에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뉴스들이 떠올라 있었다.
<부산 타이탄스 – 서울 파이터즈 대형 트레이드 성사, 타이탄스 오경식+이재석+현금 25억 ◀▶ 파이터즈 신현석+강정우>
<베테랑 타자와 투수, 그리고 현금까지 얹어주고 젊은 선수를 받아온 타이탄스… 성역 없는 트레이드는 진심이었나?>
<갑작스런 트레이드 소식에 타이탄스 팬들 환호 “십 년 묵은 체증이 훅 내려가는 것 같다”>
<타이탄스 원로회 “야구에는 성적 외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평생을 타이탄스에 헌신해온 선수들을 저렇게 쫓아내듯 내보내면 누가 구단에 충성할 것인가?” 우려섞인 목소리>
<그 소식을 들은 타이탄스 팬들 “은퇴했으면 헛소리 하지 말고 자기 앞가림이나 하길” 원로 의견에 반발>
**
“조금 아쉬운 소식을 전해야겠다. 너희들과 함께 이 팀을 위해 뛴 선수 둘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급하게 짐을 꾸려 오키나와로 떠나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어차피 시즌 중에 만나게 될 테니 인사는 그때 하도록 하고…”
입으로는 아쉽다고 말하면서 표정은 활짝 웃고 있는 알버트 킹 감독이 계속 말을 이었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는 법. 그 둘을 대신해 우리와 함께 뛰게 될 선수들이 오늘 저녁 캠프에 합류할 것이다. 신…현…썩… 그리고 강…정…우… 좋아, 발음하기 좀 어렵긴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자, 그리고 계약 문제로 캠프 합류가 늦어졌던 투수 두 명도 어제 밤 합류했다. 라이언, 저스틴, 인사는 나중에 따로 하는 걸로 하고, 어쨌든 이로서 시즌 준비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봐도 좋겠지. 식사 맛있게 하고 오후에 다시 보도록 하자. 해산.”
“네! 보스!”
이건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다.
트레이드가 진행 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오경식과 이재석을 한 방에 처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조건 타이탄스가 이득인 트레이드다.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로 연명해야 하는 파이터즈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선수 둘을 내주고 베테랑 선수와 현금 25억을 얻었다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 사람들은 알려나.
자신들이 내준 강정우와 신현석이 앞으로 몇 년 후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와 투수로 성장할 거라는 걸.
“야, 단장이 마음 단단히 먹었나보다. 에이 씨, 우리도 괜히 진산고 출신이라고 한 세트로 묶이는 거 아냐?”
“헛소리 말고 넌 가서 포구 연습이나 해. 지금 널 위협하는 건 팀 분위기가 아니라 허접하기 짝이 없는 네 수비실력이니까.”
“이 새끼가 근데…”
“뭐.”
“재수 없게 맞는 말만 한다고.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런 건 우리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지. 가서 밥이나 먹고 바로 연습 시작해야겠다. 넌?”
“전화 한통만 하고 금방 갈 테니까 먼저 먹어.”
“그래? 그럼 나도 화장실 좀 갔다가 같이 먹지 뭐. 식당 앞에서 보자.”
“그러든지.”
전화를 걸러 사람이 없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새로 합류한 용병 투수 두 명이 슬쩍 눈짓을 하며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간 왜 이렇게 외국인 투수 계약이 미뤄지나 했는데 저 얼굴들을 보니 바로 납득이 간다.
라이언 에반스, 저스틴 파커라…
저 녀석들이 왜 타이탄스에?
원래대로라면 라이언은 내년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 콜업되어 중간계투로서 상당한 커리어를 쌓아올릴 그런 투수다. 그리고 저스틴은 타이탄스가 아닌 코디악스에 입단해 오랜 시간 에이스로 활약할 선수고 말이다.
저런 투수들을 어떻게 데려온 걸까? 대체 얼마를 퍼준 걸까?
이쯤 되니 살짝 욕심이 난다.
3할 30홈런이 보장된 1루수 그레고리 라미레스에 이어 망할 걱정 없는 확실한 용병 투수 두 명…
거기에 성실한 FA 이적생 박태민 선배나 진산고 출신이면서도 파벌싸움에는 전혀 끼지 않고 야구만 생각하는 강재호 선배, 트레이드로 데려온 신현석, 강정우 선배까지 생각하면…
우승까지는 몰라도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지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오, 아들! 몸은 아픈데 없고? 밥은 먹었고?
“네, 아버지. 아무 이상 없이 훈련 잘 받고 있습니다. 밥은 이제 막 먹으러 갈 생각이고요.”
– 다행이구나. 아, 그리고 뉴스는 봤다. 지금 팀 분위기 장난 아니지?
“네, 폭풍전야네요.”
–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우리도 진산고 출신이지만 진짜… 아니, 이 얘기는 그만두고, 계약금 말이다. 네 말대로 처리했다. 솔직히 긴가민가하지만 어차피 네 돈이니 투자도 네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해야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 오냐. 아무튼 잡다한 문제는 우리나 에이전트한테 맡기고 넌 야구만 신경 쓰면 돼. 식사시간이라고 했지? 빨리 가서 밥부터 챙겨먹어. 운동선수는 뭐니 뭐니 해도 제때 밥을 먹어야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제가 또 전화드릴게요.”
– 오냐
어차피 앞으로 야구를 하다 보면 돈이야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지만,
그렇다고 알고 있는 정보를 그냥 묵혀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는 구단으로 받은 계약금 중 약간의 여유자금을 뺀 돈을 주식 하나에 몰빵해버렸다. 얼마 후 닥쳐올 경제위기를 뚫고 나 홀로 날아오를 종목에 말이다.
“휴, 시원하다. 쌌으니 이제 먹어야지. 도준우, 통화 다 했냐?”
“어, 밥 먹으러 가자.”
“그래, 가자.”
뒤뚱뒤뚱 식당을 향해 걸어가는 호석이 놈의 뒤통수를 보니 갑자기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은퇴 후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작은 가게라도 해보라고 내밀던 그 낡은 통장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과거, 혹은 미래의 기억이 내 입술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호석아.”
“어? 왜? 야, 오늘 햄버거 스테이크인가보다. 냄새 죽이네.”
“너 계약금 받은 거 어디 쓸 생각이냐.”
“계약금? 야, 그거 그래봐야 5천만 원 밖에 안 돼.”
“너 그거 아냐? 네가 1군에서 8시즌을 주전으로 버텨서 FA자격을 따내지 않는 이상 그 돈이 네가 받을 처음이자 마지막 목돈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이 새끼가 악담을 해도. 야! 나도 FA 대박 낼 거야. 딱 봐라. 절대 25억 이하로는 도장 안 찍을 거다.”
“됐고, 그 돈 다른 데 쓸 데 없으면 내가 알려주는데 묻어놔. 최소 5년 이상 생각하고.”
“너 설마… 어디 다단계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지? 아니면 주식사기? 야야, 혹시 스폰서 같은 거 붙은 거야? 큰 일 나! 아버지가 그러셨어. 프로야구 선수한테 붙어서 돈 벌겠다고 해주는 사람들 그거 다 사기꾼들이라고. 그러니까 너도…”
“헛소리 말고, 나도 계약금 받은 거 거기 다 넣었으니까 너도 그냥… 하, 내가 진짜 그때 그 일만 아니었으면.”
“그때 그 일? 그게 뭔데?”
“아무튼 자세한 건 따로 알려줄 테니까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거기 묻어둬. 그럼 너 은퇴할 때쯤에는 꽤 불어 있을 테니까.”
“진짜…?”
“그래,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피트니스 센터는 정말 아니다.”
“그놈의 피트니스 센터 타령은… 알았다고, 네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내가 그것만큼은 절대 안 한다. 아무튼 어디서 정보라도 얻은 거야? 야, 출처가 어딘데?”
그렇게 누군가 떠나고, 또 그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가 팀에 합류하며 스프링캠프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7시즌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300만 부산 야구팬들의 절규와 함께.
“시발! 벌써 봄이야!”
“집어 쳐! 안 봐도 또 병신짓 하겠지! 멍청한 놈들!”
“사람 뒷목 잡게 할 거면 그냥 야구하지 마! 해체 해! 해체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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