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71)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71화(171/172)
171화. 트레이드
엄밀히 따지면 그저 1승에 불과했다. 162경기 중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에이스와 에이스가 맞붙은 경기에서 거둔 1승은 그것보다 훨씬 큰 값어치를 갖고 있었다.
도준우와 이반 데이스의 대결이 끝난 후 인터넷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이고 극적이었던 명승부, 자이언츠와 카디널스 간의 시즌 5차전, 자이언츠 3대 1 끝내기 승리>
<1회 도준우의 선제 솔로 홈런, 9회 카디널스의 극적인 동점, 그리고 경기를 끝낸 자이언츠 백업포수의 거대한 홈런>
<에반 브라운에 이어 이반 데이비스까지, 리그 최고의 에이스들과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2년차 루키 도준우>
<8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팀에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이반 데이비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또한 동료들도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다만 자이언츠의 마지막 타자를 막지 못했다. 그것뿐이다.”>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승리 투수가 된 도준우 “마크에게 만약 실수하면 홈런 하나 쳐달라고 했는데 정말 해냈다. 그는 정말 좋은 포수다.”>
<역전 장외홈런을 때린 27세 루키 마크 롱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들과 함께 야구를 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노력하겠다”>
└ 정말 멋진 경기였어. 야구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게임이었지
└ 젠장, 작년까지만 해도 이반 데이비스와 정면대결을 할 투수가 우리 팀에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 한 가지는 확실해. 부상만 아니라면 도준우는 몇 년 후 이 리그를 지배하게 될 거야. 당대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그걸 증명해냈으니까
└ 마크 롱을 왜 교체 안 하냐고 소리쳤던 내가 멍청이였어. 빌어먹을, 거기서 끝내기 장외홈런을 치다니!
다만 좋은 소식만 있던 건 아니었다.
그 치열했던 승부의 끝에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이 자이언츠 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리 후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기습번트를 대고 전력 질주한 자이언츠의 캡틴 로베르토 보니야, 발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 올라>
<최소 10일 이상 결장이 예상되는 팀의 주장이자 주전 1루수, 과연 자이언츠는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젠장,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군. 고작 전력질주 한 번 했다고 고장이 나다니.”
“캡틴, 기브스까지 하고 뭐 하러 경기장에 나왔어요? 그냥 집에서 얌전히 쉬지.”
“너 감시하려고, 너. 호세, 나이 들어 나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몸 관리 잘 해야 해. 젊음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고.”
“네, 맘. 안 그래도 마크 따라서 열심히 몸 관리 하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10일짜리 DL 명단에 오른 로베르토가 발목 기브스를 한 채 라커룸으로 출근했다.
어차피 구장에 나와 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지만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카디널스와 경기를 치러야 할 동료들이 걱정된 것이다.
그렇게 라커룸을 한 바퀴 둘러본 로베르토가 이번에는 감독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쓰는 목발이 조금 어색했지만 천천히 익숙해지고 있었다.
“보스.”
“음, 캡틴. 왔나?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야?”
“네, 어차피 운전이야 차가 알아서 해주는 거고, 집에 있어봐야 답답하기만 하고, 여기서 경기를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아니, 상관해도 돼. 편하게 말해 봐.”
로베르토 본인도 알고, 감독도 알고, 프런트도 안다. 평생을 자이언츠에 바친 이 노장의 선수생명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그라운드를 떠나게 된 그가 다시 코치로 이 구단에 합류하게 될 거라는 걸.
언제부턴가 도널드 감독은 그를 반쯤 코치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가 로베르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카일을 1루로 세우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닐 거 같습니다. 그 친구, 강습 타구, 정확히는 그 강습타구를 놓치는 것에 트라우마 같은 게 있거든요. 원래대로 지명으로 돌리고, 차라리 잭슨을 1루로 보내는 게 나을 겁니다. 아니면 제이슨이 1루 연습을 한 적이 있으니 그쪽도 나쁘지 않겠죠.”
“음, 그렇군. 좋아, 참고하지.”
아무리 감독 코치라 해도 선수들에 대한 모든 걸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들과 함께 뛰고 있는 동료들의 눈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로베르토의 의견에 감독이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이런 말이 자네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편하게 말씀하세요. 내일 당장 은퇴하라는 것만 아니면 말이죠.”
“젠장, 그럴 리가 있나. 지금 자네가 은퇴하면 우리 팀은 끝이야. 그게 아니고 말이야. 프런트에서는 마크를 1루로 컨버젼하는 걸 고려중이더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마크를요?”
어제 경기에서 끝내기 장외홈런을 때려낸, 포수로서 수비력은 미흡하지만 일발 장타를 가진 늦깎이 루키.
그가 1루에 서는 모습을 상상해본 로베르토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프런트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군요. 다만… 이게 너무 복잡한 문제라…”
“알아. 디에고와의 재계약 문제부터 시작해서 많은 게 걸려 있지.”
“네, 마크의 나이가 적지 않긴 하지만 포수라는 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꽤 오래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니까요. 장기적으로는 녀석이 체중을 조금 줄이고, 음, 일단 과도한 웨이트부터 줄여야겠죠. 어쨌든 그렇게 포수로 자리를 잡는 게 이 팀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흠, 단장이 들으면 뭐라 생각할지 모르겠군. 아, 자네 의견이라고 하고 프런트에 전달해도 되겠나?”
“물론이죠. 여하튼 제 뒤를 받칠, 정확히는 물려받을 1루수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젠장, 그냥 로베르토 자네가 딱 3년만 그 자리를 더 지켜. 싱글A에 꽤 쓸 만 한 놈이 자라고 있거든.”
“3년이요? 글쎄요,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 흐흐.”
“쯧, 대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흐른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보스.”
백업 1루수, 정확히는 로베르토의 뒤를 이을 차기 1루수 자리를 놓고 고민 중인 건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스트레스는 오히려 이쪽이 더 심했다. 단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지구 1위 자리에 도전 중인 마이크 스캇 단장이 점점 넓어지는 거울 속 자신의 이마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탈모에 대한 것인지, 혹은 팀 사정에 대한 것인지 모를 짧은 탄식.
혀를 끌끌 찬 단장이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자이언츠의 최대 약점이 부족한 백업 뎁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내야 쪽은 사정이 심각하다. 유격수 자리에 생긴 문제를 간신히 해결했더니 이번에는 1루에서 문제가 터졌다.
생각해보면 꽤 오랜 시간 자이언츠는 1루수에 대한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지난 18년 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온 로베르토 덕분에 말이다.
올해를 포함 아직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았지만 이미 그는 한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40세를 넘어서도 펄펄 날아다니는 선수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로베르토는 거기에 속하지 못했다.
“매리너스 단장 연결해줘.”
– 알겠습니다
비서에게 지시를 내린 후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트레이드, 단기적으로는 로베르토와 함께 듀얼 체제로 1루를 맡아줄 수 있는, 장기적으로는 차기 주전 1루수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를 구하는 것.
“피라냐들이 잔뜩 꼬여들겠군, 젠장.”
바비와 제이슨, 잭, 외야 3인방에 호세까지, 애지중지하던 루키 4인방을 모두 빅리그로 올리며 마이너의 팜이 많이 황폐해졌지만 아직 쓸 만한 카드들이 몇 장 남아 있다. 특히 다른 팀에서 계속 침을 흘리는 유망주 투수 카드를 사용하면 괜찮은 1루수를 받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팀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상위 순번 투수들을 내주고 백업 1루수를 받아왔다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다. 그러면 자신의 자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 연결됐습니다
“좋아, 3번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니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졌다. 알 수 없는 용기가 샘솟았다.
마이크 스캇 단장의 머릿속에서 도준우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결심을 마친 건가? 아놀드를 내주기로?
“젠장,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안 되겠어.”
– 그럼 더 말해봐야 시간 낭비겠군. 나 바빠. 이만 끊자고
“잠깐!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해? 짧게 말할 테니 들어봐. 필리스에서 우익수 구하고 있는 거 알지? 자네가 제안한 그 친구, 우리 말고 필리스로 보낼 생각 있나?”
– 뭐야? 삼각 트레이드를 하자고? 흠, 좋아. 일단 한 번 들어보지
**
로베르토가 부상으로 빠진 카디널스와의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우리는 5대 2로 패배했다. 내가 볼넷 두 개를 얻어내고 안타 역시 하나를 추가했지만 중심 타선에서 자꾸 막히는 통에 점수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시작된 3차전,
생각지도 못한 손님, 아니, 새 식구를 맞게 되었다.
“…성종이 형?”
“아하하, 반갑다. 준우야.”
내가 이곳 그라운드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합하면 무려 20년이다. 물론 회귀 전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냈기에 이제 이곳이 집처럼 익숙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는 가끔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다은이와 가족의 부재 때문이려니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그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부재 때문이었다. 향수병까지는 아니고, 그냥 뭐랄까, 고향에 대한 약간의 그리움과 허전함이랄까.
그런데 그 허전함이 이런 식으로 해결될 줄은 몰랐다.
“내가 준우랑 같이 야구를 하게 될 줄이야! 이야… 인생 참 모르는 거야. 그렇지?”
“그건 그렇죠.”
카디널스와의 3차전이 열리는 날 아침, 구단으로 출근해보니 KBO 출신으로 필리스의 주전 1루수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 박성종 선배가 우리 팀으로 트레이드되어 있었다.
“자, 다들 주목. 이미 뉴스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우리 팀에서 함께 뛰게 된 Park이다. 오늘 곧바로 1루수로 투입되게 되었으니 다들 도와주도록 하고, 특히 준, 고향 사람을 만나서 반갑겠군. 팀 선배로서 잘 돌봐주도록, 흐흐, 이상.”
감독이 말을 하는 동안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던 박성종 선배가 로베르트를 시작으로 선수들과 차례차례 인사를 나눴다. 예전 WBC 때부터 느꼈지만 붙임성 하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모든 선수들과 인사를 마친 박성종 선배가 내 옆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 근데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트레이드라뇨?”
“주전 자리 좀 잡나 싶었는데 마이너에서 올라온 놈한테 밀렸어.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 빅리그 막 올라온 놈이 일곱 경기에서 홈런을 여섯 개나 때렸으니 단장 눈이 확 뒤집힌 거지, 뭐.”
스마트폰을 꺼내 스포츠 뉴스 쪽을 검색했다. 우리 팀과 필리스, 매리너스가 얽힌 삼각 트레이드에 대한 뉴스들이 올라와 있었다.
세 팀 간에 주고받은 것들이 꽤나 복잡했지만 결론은 이거다. 우리 팀에서는 마이너리그 킵해두었던 유망주 투수와 현금을 내주고 꽤 쓸 만한, 준 주전급이라 할 수 있는 1루수를 데려왔다.
“집은요? 어디에 구하셨어요?”
“집은 무슨, 오늘 경기부터 바로 뛰어야 한다고 해서 아침 비행기 타고 바로 날아온 거야. 휴… 필라델피아에 집 안 사놓은 게 천만다행이다. 그나저나, 여기 샌프란시스코 집값 장난 아니라며? 넌 월세야? 아니면 설마 매매?”
“구단에서 구해줬어요.”
“오오… 역시. 야, 그럼 미안한데 내가 부탁 하나만…”
“아뇨,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할 거 같아요. 선배님. 부모님이 자주 왔다 갔다 하셔서요.”
반가운 건 반가운 거고 그건 안 될 말이지. 언제 다은이가 올지 모르는데 시커먼 남정네를 집 안에 들여놓을 수는 없다.
아, 그러고 보니 다은이 보고 싶다.
“그래? 하, 그럼 일단 호텔에서 며칠 묵으면서 고민해봐야겠네. 아무튼 준우야, 아니, 선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왜 이러세요.”
“왜 이러긴, 내가 다 알고 왔는데. 너가 여기 라커룸 실세라며? 짜식, 역시 대단해? 응? 야, 필리스에서는 나이 든 마초맨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기를 못 폈잖아. 여기서는 좀 편하게 지내보자. 잘 부탁해요, 후배님.”
흠, 오랜만에 뺀질거리는 한국 야구선수를 보니 뭔가 굉장히 친숙하고 타이탄스 때 생각도 나고, 좋긴 한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안락한 전원생활을 즐기러 온 욜로 야구선수가 아니라, 주전을 먹기 위해 치열하게 싸울 용맹한 백업 1루수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음, 그럼 일단 선배님. 몸도 풀겸, 여기 없는 선수들하고 인사도 할 겸 웨이트실로 가실래요?”
“응? 아직 경기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쇠질을 하자고?”
“원래 같이 땀 흘리면서 운동하는 게 친해지는 데는 최고잖아요. 다들 운동 중일 거예요. 일단 가시죠.”
“흠, 그래? 그럼 한 번 가볼까?”
마크부터 소개시켜줘야겠다. 덤벨을 무슨 스마트폰처럼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그 헬창하고 붙여놓으면 몸도 만들고, 그 김에 정신도 좀 번쩍 들겠지.
“아, 그나저나 준우야. 너 한국 소식 들었냐? 요즘 경기가 많이 안 좋아진 거 같더라. 다들 죽겠다, 죽겠다 난리더라고.”
“그런가요? 음, 큰일이네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잘 해야 해. 야구 잘해서 국민들도 즐겁게 해주고, 돈 많이 벌어서 외화벌이도 하고, 응? 애국자가 별 건가? 안 그래? 아참, 그러고 보니까 너 동준이 소식 들었냐? 그놈 프랜차이즈 갈비집 차린다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모양인데…”
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갑시다, 선배.
에너지는 입이 아니라 몸으로 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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