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72)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72화(172/172)
171화. 스텝 업
“…준우야? 동생?”
“네, 선배님. 아니, 형.”
“너희 팀은 원래 이런 분위기야? 왜 하루 종일 웨이트만 하는데? 경기 전에는 가볍게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간식 먹고 쉬는 게 국룰 아냐? 아니, 물론 필리스에도 웨이트에 미친놈이 있긴 했지만… 이건 좀 과한데? 왜 다들 여기서 안 나가는 건데?”
그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당장 보디빌더로 데뷔해도 좋을 거란 평가를 받고 있는 마크 롱을 필두로 외야 3인방과 호세, 거기에 최근 들어 웨이트 행렬에 합류한 베테랑들까지, 자이언츠 선수들로 꽉 찬 오라클파크 웨이트룸.
마크의 시선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박성종 선배가 숨을 헐떡이며 나를 돌아보았다.
“별 거 아니에요. 금방 익숙해지실 거예요.”
‘…그 말, 훈련소 입소할 때 들어본 거 같은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며칠 지내다보면 적응될 거다, 하, 그러고 보니 군대 시절이 생각나네. 준우야, 이 형 때는 말이야.“
그래봐야 아시안 게임 금메달 대체복무로 훈련소만 간신히 다녀온 사람이 무슨.
입이 살아 있는 걸 보니 아직 힘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대충 들어주는 척하며 계속 덤벨을 들어올렸다.
내 회귀로 인해 운명이 바뀐 사람들이 꽤 많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지만, 아니,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나로 인해 그들이 본래 운명보다 못한 삶을 사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지금 내 옆에서 허풍이 잔뜩 섞인 군대 이야기를 하는 이 사람 역시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빅리그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 친정팀으로부터 큰돈을 받으며 편안하게 말년을 즐겼을 사람이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이렇게 빅리그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것,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한 말년을 보내는 것, 어느 것이 박성종이라는 인간에게 나은 삶인지 나는 모른다. 판단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할 뿐이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때 조교한데…”
“헤이, 브로! 뭐해, 두 세트 끝낸 거야? 그럼 다음 코스로 가야지.”
“자, 잠시만. 아직 근육의 피로가…”
“아니, 그건 내가 알아서 체크해줄 테니 잔 말 말고 따라오기만 해. 웨이트에 익숙치않은 것 같은데 내가 기초를 확실히 잡아주지.”
“아니, 굳이 그렇게 안 해줘도… 준우야, 우리 할 말 남지 않았나? 그치? 맞지?”
“다녀오십쇼, 형님.”
“잠깐, 잠까안!”
그라운드에서는 주눅 든 순한 양 같지만 웨이트룸에만 들어서면 해병대 조교처럼 변하는 마크가 박성종 선배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선배, 아니, 성종이 형.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약속할게요.
이전 삶보다 조금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손에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도 하나쯤 낄 수 있게 말이죠.
그러려면 일단 그 뱃살부터 좀 빼야 할 거 같아요. 그게 어딜 봐서 야구주머니입니까, 그냥 지방 덩어리지.
우리 같이 고생 좀 합시다.
마음속으로 뱉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며 웨이트를 마쳤다.
이제 경기를 시작할 시간이다.
**
– 지난 4월 치른 4연전 2승 2패, 그리고 이번 3연전에서 1승 1패, 올 시즌 3승 3패로 팽팽히 맞선 두 팀이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프, 경기에 앞서 오늘 오전에 자이언츠 로스터에 변화가 좀 있었죠?
– 네, 부상자 때문에 고민이 많던 자이언츠인데요. 주전 포수 디에고에 이어 캡틴 로베르토까지 DL 명단에 오르며 라인업이 많이 헐거워졌습니다. 이에 마이너에서 애지중지하던 투수와 현금을 매리너스에 내주고, 대신 매리너스의 우익수가 필리스로, 그리고 필리스의 1루수 박성종이 자이언츠로 팀을 옮기는 삼각 트레이드가 진행되었습니다
–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이언츠는 또 한 번 윈나우 선언을 한 거나 마찬가지군요. 올 시즌 들어 유망주 투수 둘을 내주고 카일 뱅크스와 박성종, 두 명의 즉전감 야수를 데려왔으니 말이죠
– 맞습니다. 내준 투수들이 좀 아깝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달릴 수 있을 때 일단 달려야죠. 어쨌든 헐겁기만 하던 야수진 뎁스가 이번 트레이드로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추게 됐죠
– 새롭게 팀에 합류한 박성종, 어떤 선수인지 자이언츠 팬들에게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 덩치만 보면 장타에 올인 한 선수같이 보이지만 의외로 장타보다는 선구안과 컨택 능력이 뛰어난 우투좌타 1루수입니다. 홈런타자를 선호하는 필리스에서는 그 특성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최근 마이너에서 올린 유망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도준우 선수와 같은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 네, 팀 내 유일한 아시아 선수였던 도준우 선수로서는 좋은 동료가 생겼네요. 그럼 잠시 후 양 팀 간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이곳은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입니다
**
‘어디 함 두고봅시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 히죽이죽 웃고 있지만 사실 박성종의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KBO에서 컨택 능력과 장타력을 동시에 갖춘 타자란 평가를 받으며 빅리그에 진출했지만 직전년도 45개던 홈런이 15개로 줄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45km/h짜리 공만 보다가 160km/h 공을 상대하자니 도무지 정타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그렇게 한 시즌을 보낸 후, 박성종은 깨달았다. 이곳에서 자신은 홈런타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절대 슈퍼스타가 될 수 없다는 걸.
자존심을 버리고 선구안과 컨택을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 결과, 타격지표는 한결 나아졌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못마땅해 했다. 덩치도 큰 놈이 계집애처럼 스윙한다며 게이라고 부르는 미친놈들도 있었다. 세상에 홈런 좀 못 친다고 자기 팀 선수에게 게이라니.
야구에 미친 필리건들에게 시달리며 어렵게 버텼지만 결국 이 꼴이다. 트레이드 매물이 되어 낯선 도시로 팔려왔다.
하지만,
“자! 가자! 자이언츠!”
“고! 고! 고!”
막상 와보니 나쁘지 않다. 아니, 생각보다 훨씬 좋다.
거칠기만 한 필리스 라커룸과 달리 선수단의 분위기가 한결 자유롭게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열심이다.
세상에, 경기 시작 전에 거의 전 선수들이 2시간이 넘게 웨이트를 하다니, 필리스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다.
무엇보다 저 녀석,
“선배님, 파이팅!”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아, 맞다. 성종이 형! 파이팅입니다!”
“오냐!”
저 멀리 덕아웃에서 박성종을 응원하는 기특한 후배, 현 시점 리그 최고의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슈퍼스타, 프로 2년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 괴물 중의 괴물,
도준우.
저 녀석과 한 팀이 되었다는 사실이 꽤나 즐겁다.
박성종의 머릿속에는 지난 해 WBC에서 도준우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그 쾌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1차 예선 통과조차 불투명했던 약팀을 이끌고 우승까지 내달린 녀석이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존 생태계를 박살내고 있는 놈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박성종은 결심했다. 저 녀석의 뒤를 졸졸 따르기로. 이 열차가 향하는 곳 끝에 놓인 종착역의 이름이 희망과 영광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묵묵한 승무원 중 하나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플레이!”
경기가 시작되었다. 카디널스의 리드오프 코리 넬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힘껏 잡아당겨 우측 방향 강한타구를 만들어내는 걸 즐기는 좌타자다.
동료 수비수들을 믿고 베이스라인 쪽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오늘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는 3선발 루이스 디아스, 구속과 구위로 타자를 누르기보다는 싱커볼을 주 무기로 땅볼을 양산해내는 투수다.
몸의 중심을 낮추고 타자의 배트 끝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따악!
강한 타격음과 함께 총알같은 땅볼타구가 1루 베이스 라인을 타고 날아왔다. 나이를 먹어 유연성과 스피드가 떨어진 로베르토였다면 잡아내기 힘들었을 타구,
하지만 박성종은 이제 서른에 불과한, 야구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타자이며, 좋은 수비수다. 둔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1루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KBO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턱
글러브를 힘껏 뻗어 공을 걷어내고, 곧바로 한 바퀴 몸을 돌려 달려오는 투수에게 토스.
“아웃!”
“좋아! 저 뚱보 녀석! 잘 잡는데?”
“수비는 일단 합격!”
“단장이 좋은 녀석을 데려왔군!”
미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저렇게 비속어가 마구 섞인 말을 알아듣는 건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이언츠 팬들이 자신을 환영하고 있다는 걸.
기분이 좋아진 박성종이 모자를 벗고 1루 응원석 쪽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베리베리 땡큐!”
**
루이스의 호투와 박성종 선배의 멋진 수비로 1회 초를 무사히 넘겼다.
이어진 1회 말 우리 팀의 공격, 선두 타자 바비가 친 타구가 유격수 글러브로 빨려들어 갔지만,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 내 타구는 유격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1사 주자 1루, 평소 같으면 뒤 타자들을 믿고 좀 더 여유 있게 상황을 지켜봤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선발 매치업에서 카디널스가 앞서는데다가 로베르토와 디에고가 동시에 빠지며 타선이 많이 헐거워졌다. 지금은 보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필요한 때다.
그럼 일단,
“이름 때문에 고민이 많겠어.”
“…뭔 소리야?”
내 말이 뜬금없었는지 카디널스 1루수 제임스 맥과이어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야. 내 생각에는 팬들이 예전 그 선수랑 자꾸 비교할 것 같은데, 아닌가?”
“젠장, 맞아. 어떻게 안 거지?”
그야 뭐, 같은 1루수에, 성도 똑같고, 생긴 것까지 비슷하니 당연한 것 아닌가?
자이언츠 팬들에게 배리 본즈라는 이름이 과거의 영광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듯 카디널스 팬들에게 마크 맥과이어는 조금 껄끄럽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는 추억의 이름이다.
“그 양반은 요즘 뭐한데? 타격코치 일은 완전히 그만둔 건가?”
“빌어먹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입단하기도 전에 팀을 떠난 사람을.”
역시나 비교하는 사람이 많나 보다. 별 것 아닌 질문에 날선 대답이 돌아왔다.
3할 40홈런 타자가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가진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교대상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70홈런 시대를 연, 약물이 아니었다면 20세기 후반 최고의 타자로 기억되었을 선수이니 말이다.
어쨌든 1루수의 심기를 흐트러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
탓
“젠장! 2루!”
“막아!”
미국에 온 후 도루를 많이 시도 안 해서 그런지 확실히 KBO 때보다는 견제가 덜하다. 저 멀리 있는 투수와 포수를 1루 주자가 어쩔 방법은 없지만 지금처럼 견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1루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어쨌든 2루에 무사히 도착, 이제는 적시타를 기대할 차례다.
<3번 타자 서드베이스맨 호세 마르티네스>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호세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크 맥과이어 얘기가 나온 김에 생각해보면 호세 저 녀석은 과거 전성기의 그를 많이 닮았다.
전 세계 최초 70홈런 타자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어 그렇지, 사실 마크 맥과이어는 통산 타율 대비 출루율이 1할 3푼이나 높은, 좋은 선구안과 상황에 따른 유동적인 스윙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타자다. 쉽게 말해 바깥쪽 공은 결대로 밀어치고, 몸 쪽 공은 강하게 잡아당겨 장타를 만드는 그런 타자였다.
다른 약쟁이들과 달리 마크 맥과이어가 은퇴 후에 타격코치로도 제법 명성을 날린 건 그런 이유다. 그는 타격의 본질이 뭔지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대 홈런 시대의 시작과 함께 그가 가진 타격이론의 가치가 한없이 추락하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어쨌든 호세 저 녀석은 지금 같은 대 홈런 시대에는 조금 안 어울릴지 몰라도 구종과 코스에 따라 자기 스윙을 바꿀 줄 아는, 말하자면 2할 5푼에 40홈런을 치기보다는 3할에 25홈런을 칠 수 있는 그런 타자다. 어느 쪽이 더 생산성 높은 타자냐는 둘째 치고 스타일이 그렇다는 거다.
다만 지금처럼 선취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는 선풍기보다는 호세 쪽이 훨씬 믿음직한 타자임에 분명하다.
딱!
바깥쪽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를 호세가 깔끔하게 밀어쳤다. 유격수가 몸을 날려 타구를 막아낸 탓에 홈까지 뛰어들기에는 무리었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연속 안타.
1사 2루가 1, 3루가 되고 우리 팀의 4번 타자 카일 뱅크스의 차례가 돌아왔다.
얼마 전에 선수들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카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젠장, 준.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이 자리가 좀 부담스러워’
‘왜?’
‘휴스턴에서 네 번째 외야수 옵션이던 놈이 지구 우승을 노리는 팀의 4번 타자로 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든’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예전에 비해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4번 타자 자리에는 상징성이 있다. 현 시점 각 지구 1위 자리를 달리는 팀들의 4번 타자 중 단순 성적만 놓고 보면 카일보다 낮은 지표를 기록 중인 선수는 없다.
뭐라 대답해줄 말이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그건 그저 위로로 들릴 테니까.
다만 카일이 스스로 깨우쳤으면 좋겠다. 지금 자이언츠에 필요한 건 카일 뱅크스라는 걸, 단 한 경기 결장도 없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타점을 먹어주고 있는 베테랑 지명타자라는 걸.
3루 베이스에 발을 올린 채 타자와 투수의 승부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따아악!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WRC+, 모든 지표에서 리그를 대표할 만한 타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타점 부문 3위에 당당히 랭크되어 있는 카일 뱅크스가 큼지막한 우측 플라이를 만들어냈다.
거의 펜스 앞까지 날아간 타구를 지켜본 후 가볍게 태그 업해서 득점.
“카일, 난 네 스윙이 정말 좋아. 볼 때마다 가슴이 시원해지거든.”
“젠장, 뭔 소리야. 너 같으면 펜스를 넘겼을 텐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해, 이 자식아. 그게 넘어가느냐 마냐에 따라 연봉 앞자리가 달라지니까!”
“아, 그런가?”
“흐흐, 됐어. 들어가자고. 덕아웃에 앉아서 음료수나 마시면서 네 고향친구가 어떤 타자인지 구경 하자고.”
카일과 함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지난 이닝 호수비로 이적 신고를 마친 박성종 선배가 특유의 타격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수의 초구에 곧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설사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백업 1루수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운 깔끔한 스윙이었다.
따아악!
그가 친 타구가 우중간을 꿰뚫고, 1루에 있던 호세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며 홈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우리 팀이 또 한 번 강해졌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