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9)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9화(19/172)
19화. 두 번째 기회
“왜 방송 늦게 켰냐고요? 망할 놈의 그래픽카드가 말썽을 부려서요. 하마터면 오늘 공칠 뻔 했네요. 정말 어렵게 방송 켰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구독과 추천, 잊지 말고 부탁드립니다. 네? 그딴 건 모르겠고 꼴 보기 싫은 헤어밴드나 벗으라고요? 알았어요, 혹시나 좋아하실 줄 알고 써봤지. 당장 벗을게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타이탄스의 초청을 받아 청백전 및 캠프현황 등을 중계했던 전직 타이탄스 2군 선수 출신, 현 KBC 객원 해설위원이자 개인방송인 김상식이 토끼 헤어밴드를 벗으며 방긋 웃었다.
“방송국 해설은 왜 안 하냐고요? 에이, 거기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돈도 안 되고, 무엇보다… 불러줘야 나가든 말든 하죠. 안 그렇습니까?”
└ 이 아저씨는 KBO하고 중계 플랫폼 쪽으로 엎드려 절부터 박아야 함. 저화질 경기영상 개인방송에 쓸 수 있게 허용 안 했으면 벌써 굶어죽었음
└ 김 씨 아저씨,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은퇴하고 코치는 안 한 거예요?
“시켜줘야 하든지 말든지 하죠. 저 타이탄스에서 은퇴할 때 1군 통산 성적이 110타수 15안타였어요. 저 같아도 그런 놈한테 선수 안 맡겨요. 그나마 입 터는 데는 좀 재주가 있어서 이거라도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던 거죠.”
└ 1할 따리 타자였던 건 몰랐네. 근데 아저씨 전에 포털에 컬럼도 연재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거요? 지금도 가끔 하죠. 입 터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글은 좀 쓴다고 자부하니까요. 근데 결정적으로 그것도 돈이 안 돼요. 제 글 자주 보고 싶으면 후원이라도 좀 박아주던지요… 아이고! 타이탄스해체해 님! 후원 만 원 감사합니다! 딱 이 타이밍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걸로 치킨이라도 시켜놓고 방송할 수 있겠네요!”
만 원 후원에 이리저리 주접을 떨던 김상식이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와 방송을 이어갔다.
그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그리고 뉴스를 통해 공개된 여러 정보들을 하나로 묶어 입을 털기 시작했다.
“자, 타이탄스 팬 여러분. 결론은 이겁니다. 우리는 지난 시즌 주전 3루수이자 3번 타자였던 선수와 50경기를 소화한 백업포수를 방출시켰어요. 그리고 토종 선발 중에 이닝소화가 제일 많았던 베테랑 투수도 FA로 내보냈죠. 그뿐인가요? 주전 우익수랑 5선발도 트레이드시켜버렸습니다. 기존 용병 3명도 모두 내보냈고요.”
└ 모아놓고 보니 어마어마하네…
└ 거기에 감독, 코치, 프런트 조직까지 다 갈아엎었음
└ 내보낸 놈들 이름 직접 언급 안 해줘서 감사… 아직도 그 새끼들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남
“음, 어쨌든 나간 사람이 있으면 들어온 사람도 있겠죠. 간단하게 한 번 볼까요? 오늘 1번 좌익수로 나온 신현석… 이 선수 괜찮아요. 컨택이 좀 문제이긴 한데 선구안이랑 장타력이 좋아서 OPS는 잘 나오거든요. 파이터즈에서는 팀 구성상 좀 계륵 같았지만 우리 팀에서는 잘 써먹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새로 데려온 용병 3명도 작년에 비하면 확실히 업그레이드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 도준우
└ ㄴㄴㄴ 도주누
└ ㅋㅋㅋ 킹 감독이 도주누라고 발음할 때마다 존나 웃김
“그렇죠! 바로 그거죠. 도준우. 다들 아시다시피 동양인 역대 최고구속 기록을 가진 투수에요. 그런데 타자로 시작한다고 해서 말들 많았죠? 하지만 요즘 투수 유망주보다 거포 유망주 구하는 게 더 힘든 거 아시죠?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타자로 쭉 밀고 나가도 괜찮을 거 같아요.”
└ 그 정도임? 스캠 영상 보긴 했는데
└ 일단 장타력이 장난 아님. 타구 뻗어나가는 게 미친 수준임
“맞아요.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일단 힘이 엄청납니다. 제대로 맞으면 장외홈런이고, 빗맞은 타구도 담장을 넘어가요. 실전에서 한 번 테스트해봐야겠지만 장타 포텐만 놓고 보면 타이탄스, 아니 KBO 역대 신인타자 중 최고입니다.”
└ 설레발 ㄴㄴㄴ 일단 보고 얘기합시다
└ 괜히 기대만 했다가 박살나면 내상만 더 커질 테니 일단 경기 중계 ㄱㄱ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오늘 경기 중계 시작해볼까요? 추천, 구독, 좋아요, 잊지 마시고, 그럼 한 번 달려 봅시다!”
**
외야에서 바라보는 야구장의 전경은 꽤나 특별하다.
나는 야구 선수가 되기 전, 그러니까 꼬맹이 야구팬이던 시절부터 내야가 아닌 외야 관중석에 앉는 것을 좋아했다.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타자가 친 하얀 야구공이 총알 같은 속도로 외야를 향해 날아올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나 홈런볼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그리고 지금,
내 가슴은 조금 다른 이유로 두근거리고 있다.
저 멀리 좌익수 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타구 때문이다.
따아아악!
오늘 우리 팀의 선발 좌익수는 신현석이다. 맞다. 오경식과 이재석을 내주고 파이터즈에서 데려온 올해 24세의 좌타자다.
컨택에 약간 문제가 있지만 좋은 선구안을 타고났고, 일단 맞추기만 하면 멀리 보낼 수 있는 장타력도 갖고 있기에 타격 생산력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어어어?”
“야이 시발! 뭐하냐! 뭐하냐고!”
“이 미친놈아! 그걸 못 잡는다고? 너 프로선수 맞아?”
저 사람이 지난 시즌까지는 1루수였다는 거다. 원래대로라면 1루에 섰어야 할 선수가 용병 타자에 밀려 외야수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랩터스의 1번 타자가 친 타구는 너무나도 평범했다. 정상적인 외야수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정상적’이라면 말이다.
처음 낙구 지점을 잘못 판단한 신현석이 좌우로 휘청거리더니 결국 공의 방향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좌익수 바로 뒤 관중석에서 엄청난 욕설과 함께 누군가 씹던 닭다리와 햄버거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 랩터스의 타자는 여유 있게 2루까지 진출했다.
<관중 여러분, 질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어린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음식물이나 기타 이물질들을 그라운드 안으로 던지시는 행위는 처벌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음,
나는 이 팀의 개혁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또한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선수로서도 그렇고, 어린 시절부터 이 팀의 야구를 보아온 부산시민으로서도 그렇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이 팀이 성적을 내야 내 포스팅 일정이 앞당겨지니 그렇다.
그런데,
“괜찮아! 현석! 얼어붙지 마! 시범경기일 뿐이야! 보스,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거 같습니다.”
“음…”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고 있는 신현석을 보고 있자니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가 조금 꺾이려고 한다.
이거 애초에 승산 없는 게임이었나? 내가 타이탄스를 너무 높게 평가했나?
“플레이!”
경기가 재개되고 랩터스의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갑자기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엄청난 야유와 욕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타석에 선 랩터스의 2번 타자 이철상이 2년 전 FA를 통해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겨간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라면 야유까지 보낼 필요는 없겠지만 이적 후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지낸 시간은 너무나 끔찍했다고 말해 팬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저 선배 말이 맞을 확률이 높다. 주류 라인이 아닌 저 선배가 이곳에서 어떤 취급을 당했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
어쨌든, 무사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자와 투수 간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파앙
“볼.”
“Fuck!”
오늘 우리 팀의 선발인 라이언 에반스는 98마일에 달하는 강력한 포심을 갖고 있는, 구속과 구위만 놓고 보면 대체 왜 KBO까지 흘러왔는지 알 수 없는 그런 투수다.
다만 강력한 포심과 변형패스트볼인 투심, 커터를 뒷받침해줄 오프스피드 피치가 조금 부족하다. 거기에 평상시에는 괜찮은데 흥분하기 시작하면 제구가 마구 흔들린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파앙
“볼.”
“Fuck! Fuck!”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시작하자마자 에러가 터지고, 거기에 연속으로 볼 두 개가 선언되자 라이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쓸데없는 짓이다. 어차피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이 도입된 판국에 저런 태도는 자신에게도, 팀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수비수들의 어깨가 잔뜩 굳은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야구란 게 이렇게 어렵다. 누군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어딘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그것을 방치해두면 그 균열이 팀 전체를 붕괴시키기도 한다.
어쨌든, 에러로 만들어진 무사 2루 상황이면 투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자신의 공을 믿고 승부를 거는 것, 한 점을 주더라도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는 것.
표정이 잔뜩 굳은 라이언이 투구동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따악!
FA로 이적한 후 타이탄스를 향해서는 오줌도 안 싸겠다 선언한 이철상이 그 공을 향해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배트 밑단에 맞은 땅볼 타구가 유격수 쪽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갔다.
“휴…”
안심한 관중들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던 그 순간,
오늘 경기 타이탄스의 두 번째 실책, 아니 실수가 터져 나왔다.
“이 미친놈들아! 장난해? 장난 하냐고?”
“리틀야구 선수들만도 못한 새끼들아! 그냥 다 집어쳐! 우리 집 개한테 야구를 시켜도 너희들보다는 잘 할 테니까!”
“아앜! 좃같아! 좃같다고!”
평범한 땅볼 타구가 유정혁의 글러브에 맞고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다행이 커버를 들어온 2루수가 그 공을 잡아 타자 주자를 잡아내긴 했지만 그 사이 2루 주자가 3루까지 진출하고 말았다.
그렇게 안타 하나 없이 1사 3루 득점찬스가 만들어졌다. 유격수 데뷔전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른 유정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좌익수에 이어 유격수까지 패닉에 빠졌고 투수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타올랐다.
“진짜… 장난 아니네. 이 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다행이 흥분한 관중들의 욕설로 인해 아무도 내 말을 듣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 이미 충분히 각오하긴 했지만…
음,
“플레이!”
장내로 날아든 닭다리와 햄버거, 피자를 치우기 위해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다.
그 틈을 타 강재호 선배가 나와 좌익수 신현석을 중견수 쪽으로 불러 모았다.
“다들 쫄지 마. 흥분하지도 말고. 이 팀에서 뛰려면 이 정도 야유는 웃어넘길 수 있어야해. 그리고 아직 시범경기일 뿐이야. 움츠러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여기서 실책한다고 해서 바로 2군으로 쫓겨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희가 어떤 선수인지만 보여주면 되는 거야.”
“네, 선배님.”
“알겠습니다.”
“좋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그리고 좌중간, 우중간으로 오는 공은 그냥 나한테 맡겨. 잡든 못 잡든 어쨌든 내가 처리해볼 테니까. 너희는 정면 타구만 잘 처리하면 돼. 오케이?”
“넵!”
예전부터 느꼈지만 강재호 선배는 진산고 출신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른 사나이다. 이전 삶에서도 막장 중의 막장인 타이탄스 덕아웃에서 홀로 고고함을 지키며 야구에만 전념한, 진짜 수도승 같은 사람이다.
선배의 격려가 도움이 된 것인지 신현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나 역시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남들이 보기에 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기는커녕 그 조언을 받아야 할 위치에 있는 풋내기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격려가 아닌 조금 다른 무언가다.
2시즌 연속 랩터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거구의 용병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모든 공을 잡아당기는, 힘 하나만 놓고 보면 KBO 최상급 레벨의 좌타자다.
덕아웃의 지시는 없었지만 파울라인 쪽으로 살짝 수비위치를 조정했다.
이윽고 라이언의 손끝에서 초구가 발사되었고 강렬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따아아아악!
나이 들어 피지컬이 떨어진 외야수에게 남는 건 딱 하나, 낙구지점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피치컴을 통해 전달되는 우리 팀 투수의 구종과 코스, 그리고 타자의 타격자세, 맞는 순간의 타격음. 이런 것들을 종합해 순간적으로 타구의 낙하점을 잡아내는 능력을 기르려면 꽤 오랜 시간 외야수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난 그 충분한 경험을 가진 외야수다.
타자로 뛰는 8년 동안 나는 좌우 코너 외야수로 주로 활동했다. 물론 내 외야수비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경험이 쌓이며 낙구 지점을 예측하고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계속 늘어났지만 고장 난 육체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
“시이이이이발!”
“잡아! 제발 잡으라고!”
나는 내가 그토록 꿈꾸던 아프지 않은 몸, 어디 하나 고장 난 곳 없는 완벽한 육체를 가진 열여덟 풋내기다.
생각보다 먼저 반응한 육체가 타구가 날아오는 곳을 향해 힘차게 튀어나갔다. 스타트를 끊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공이 떨어질 지점과 주자의 움직임, 그리고 다음 플레이 상황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보통의 외야수였다면 그냥 펜스 플레이로 처리했을 타구,
하지만 난 저 타구를 그냥 포기할 생각이 없다.
전속력으로 달리다보니 어느새 펜스 앞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설치한 푹신한 펜스를 믿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턱
“우아아아아아! 잡았다”
“잡았어! 잡았다고!”
성공이다. 등이 약간 욱신하긴 했지만 쭉 뻗은 글러브 안으로 공이 들어왔다.
내가 진짜 풋내기였다면 어려운 타구를 잡았다는 것에 취해 다음 플레이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각조각 파편 난 몸을 이끌고 프로에서 12년을 버틴 사람이다.
펜스를 쿠션삼아 튕겨지듯 앞쪽으로 몸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몇 발자국 도움닫기를 한 후 홈플레이트를 향해 전력으로 공을 뿌렸다.
쐐에에에에엑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3루 주자가 허둥지둥 태그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파아아앙!
“아웃!”
“와! 시발! 방금 봤나? 봤냐고?”
“마! 이게 바로 도준우다! 도준우!”
“오경식 데려오라고 한 새끼 어딨어? 어? 타이탄스의 우익수는 누구라고?”
“도준우! 도준우! 도준우!”
주자의 발보다 내가 던진 공이 먼저 홈플레이트에 도착했다.
아웃당한 3루 주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커버플레이를 위해 달려온 강재호 선배가 내 머리를 마구 헝크러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실책으로 내보낸 주자가 홈을 밟지 못한 것에 감격한 신현석이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그 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도준우! 괜찮아? 안 아파? 괜찮은 거냐고!”
모르겠다. 분명 1루 측에 앉아 있을 다은이의 목소리가 왜 여기까지 들리는 걸까.
어쩌면 난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엉망진창 망가진 인생이 너무 버거운 나머지 어딘가에 쓰러져 말도 안 되는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잘했어! 이 새끼야! 잘 했다고!”
“멋진 플레이였어! 퍼킹! 그레이트!”
하지만 아니었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날 반겨주는 동료들의 목소리, 그들의 거친 손길을 느끼며 나는 내가 꿈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내게 이 두 번째 삶의 기회를 허락한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했다.
아프지 않은 몸으로 다시 한 번 이곳에 설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나 자신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고.
“자, 가자! 타이탄스! 이제 우리 차례다!”
“네! 감독님!”
잠깐 찾아왔던 상념은 여기까지,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