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27)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27화(27/172)
27화. 개막전
야구를 보지 않는 일반 사람들, 혹은 다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야구팬들은 왜 항상 화가 나 있는가?
이것은 1845년 뉴욕에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닉커보커스가 만들어지고, 이어 1876년 내셔널리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이저리그가 설립된 후부터 쭉 이어진 풀 수 없는 난제와도 같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KBO리그의 경우 열 개 팀이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경기를 갖는다.
그렇다는 건 매일 다섯 개 팀씩은 승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모든 한국 야구팬들은 항상 화가 나있는 것일까?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기면 좀 나눠서 치지 그걸 왜 몰아 치냐고 화를 내고,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면 그렇게밖에 못 이기냐고 또 화를 내고,
큰 점수 차로 패배하면 그냥 나가 죽으라고 화를 내고, 작은 점수 차로 지면 정신상태가 썩어서 그렇다고 화를 내는,
그렇기에 야구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야구팬들.
누군가는 말한다.
야구팬들이 원하는 건 당장 눈앞의 결과가 아닌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팜을 꽉 채우고 있는 유망한 신인들, 그들을 키워낼 유능한 코칭스태프,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 등.
지난 시즌까지 타이탄스에는 그 셋 중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능한 스카우터들이 데려온 애매한 신인들이 훈련장 대신 서면 밤거리를 헤맸고, 코치들은 제각각 무리를 이뤄 정치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그로 인해 투자 의욕을 잃은 구단주는 이 팀을 팔아버릴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이탄스 팬들의 가슴 속에 희망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이뤄진 개혁의 효과를 보기엔 아직 일렀지만,
전체적인 선수단 뎁스로 놓고 보면 오히려 더 얇아진 상황이지만,
선수들의 표정에 독기가 어렸다. 이기고 싶다는 욕망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탄스에는 그가 있었다.
<타이탄스의 괴물신인 도준우, LA다저스의 간판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워>
<한 점차,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한 도준우, 167km/h 강속구로 경기를 마무리 짓다>
<타자로 시즌을 시작하는 도준우, 마운드 복귀 시기는?>
<타이탄스 임달수 단장 ”모두가 지켜봤듯 도준우의 포심은 세계최고다. 그 최고의 포심을 뒷받침할 세컨 피치와 투구 폼 정비를 거쳐 정식으로 투수로 데뷔하게 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생각지도 못한 패배에 할 말을 잃은 다저스 선수단, 경기 후 행사 일정 취소하고 호텔로 직행>
<유일하게 인터뷰에 응한 미구엘 로드리게스 “멋진 투수다. 다저스로 꼭 오라고 했더니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라” 웃음>
<타석에서는 2홈런 5타점, 마운드에 올라서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 전 세계로 생중계된 도준우의 투타 맹활약, 미국 야구팬들 “도준우가 대체 누구?”>
도준우,
LA 다저스와의 평가전에서 홈런 2개 5타점을 기록한 타자이며, 동시에 9회 마운드에 등판해 다저스의 간판타자 미구엘 로드리게스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운 투수.
자신들이 구입한 복권이 1등 복권이었다는 걸 알게 된 부산 야구팬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 자, 이번 시즌 우승후보 1순위는 어디지?
└ 진짜 시발 ㅋㅋㅋ 개 지린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어어어 했는데 메이저리거들까지 박살내니 이제야 실감이 나네
└ 역대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 메이저리그 팀 이긴 건 타이탄스가 유일함. 이래도 우리가 꼴찌 후보냐?
└ 홈런 2개도 쩔었지만 진짜 마지막 그 공 세 개… 캬, 167! 시바 167이라고!
└ 이쯤 되면 우리도 윈나우 선언해야 한다. 신인들 팔아서 즉전감 데려오고. 올해 우승에 도전해야지
└ ㅋㅋㅋ 미친 꼴빠 새끼들 진짜 다 돌아버렸나. 눈팅만 할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네. 신인이 한 번 반짝한 거 가지고 아주 염병들을 하네
└ 반짝 같은 소리한다. 이 새끼 아이디 보니까 대전 놈 같은데 너희 신인 150도 안 나오는 공으로 투타 겸업한다고 단장하고 싸웠다며? 잘 논다 ㅋㅋㅋ
부산 타이탄스와 서울 매지션스, 25세 이하 국가대표팀 등을 상대로 네 차례 평가전을 치른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하루 휴식 후 곧바로 개막 2연전을 가졌고 두 경기 모두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양 팀 선수단이 미국으로 떠났다.
전날 경기에서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역전 홈런을 때려낸 다저스 간판타자 미구엘 로드리게스는 공항에서 만난 한국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준우 그 친구에게 전해주세요. 미국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두 번째 서울시리즈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틀 후 야구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2027 KBO 정규시즌이 개막했다.
**
미식축구에는 완전히 밀리고, 이제는 농구에게까지 따라잡히며 국기(國技)로서의 명성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그럼에도 미국인들에게 야구는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이었다.
일주일에 한 두 경기를 치르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규시즌 내내 매일,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합을 갖는다. 미국인들이 야구를 데일리 스포츠라 부르는 이유다.
그곳과는 조금 사정이 다르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에서도 야구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특별하다.
비록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화가 날 게 불 보듯 뻔했지만, 경기를 보고 나면 내가 대체 왜 이딴 쓰레기 같은 걸 보느라 시간을 버렸을까 후회할 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야구팬들은 매일 경기 시간이 되면 TV를 틀거나, 혹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2027년 4월 2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온도 18.7도, 체감온도 19.5도, 습도 41%, 남서풍 7.9m/s, 미세먼지 보통, 초미세먼지 좋음, 자외선 보통,
야구하기 아주 좋은 날.
겨울 내내 야구에 대한 욕망을 꾹꾹 참아 누르던 부산 시민 22,000명이 사직구장으로 몰려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최악의 대전 상대가 되어버린 낙동강 라이벌 창원 랩터스와의 개막전을 지켜보기 위해.
“창원, 그 멍청한 놈들이 구장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게 전화위복이 됐네.”
“맞아, 홈 개막전이 대체 얼마만이야?”
“오늘 우리가 이기겠지? 아직 봄이 안 끝났잖아?”
“승기 잡았다 싶으면 계투진 다 때려박아서라도 막아내야 돼.”
“그치,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창원 놈들은 무조건 잡고 봐야지.”
지난 2013년, 경상남도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새로운 야구단이 창단될 때만 해도 사실 부산 야구팬들은 그 팀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냥 가까운 곳에 구단이 하나 생기는구나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신생구단이 지역 내 유망주들을 하나 둘 빼앗아가더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타이탄스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특히 2016년, 상대전적 1승 15패로 완벽하게 박살난 후 창원 랩터스는 부산 타이탄스의 최대 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원래대로라면 창원에서 열렸을 개막 3연전이 구장 개보수 공사로 인해 부산에서 열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홈구장에서 낙동강 라이벌전을 치르게 된 타이탄스 팬들이 미쳐 날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똑바로 못하면 마! 진짜 불 질러버릴끼다!”
“똑바로 하라고! 똑바로!”
“이겨! 무슨 수를 쓰던 무조건 이기라고!”
부산 타이탄스가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둔지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른 팀이 개막전 위닝시리즈를 목표로 할 때 타이탄스 팬들의 소망은 그저 개막전 한 경기만이라도 완벽하게 잡아내는 것이었다.
개장한지 42년이 된 낡고 허름한 야구장에 몰려든 열혈 부산 팬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제발,
제발 개막전만이라도 잡아달라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게 해달라고.
그런 팬들의 염원을 담은 라인업 용지가 타이탄스 라커룸 벽에 나붙었다.
1번 좌익수 신현석
2번 중견수 강재호
3번 우익수 도준우
4번 1루수 그레고리 라미레스
5번 지명타자 권재욱
6번 유격수 유정혁
7번 3루수 문승우
8번 포수 김종배
9번 2루수 강영수
선발투수 라이언 에반스
“몇 번이고 말했듯 나는 라인업을 자주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이 라인업을 고수할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 이름이 올라와 있다고 해서 안심을 하거나, 혹은 이름이 빠졌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쓸데없이 라인업을 만지는 걸 싫어하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니까.”
“네, 감독님!”
“좋아, 그럼 다들 눈을 감아봐라.”
“네?”
“눈을 감으라고. 내 말이 어렵나?”
“아닙니다!”
감독의 말에 타이탄스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들의 귓가로 감독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인간은 나약하다. 패배의 기운은 학습되고 금세 익숙해진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하위권에 머문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우리 팀은 지난겨울 많은 변화를 가졌다. 공과와 상관없이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이들이 구단에 합류했다.”
“지금 너희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도 잘 안다. 이미 말했듯 나 역시 승리보다는 패배에 더 익숙한 사람이니까. 그렇기에 너희가 갖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공감한다.”
“두렵나?”
감독의 질문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알버트 킹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두렵나?”
“아뇨, 아닙니다! 감독님!”
“아니, 두려울 거다. 지금 아니라고 한 놈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 그 누구보다 극성인 팬들 2만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또 한 번 개막전 패배를 당할 생각을 하면 손발이 벌벌 떨릴 것이다.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내 잘못으로 또 팀이 패하면? 팬들이 몰려와 내 SNS를 엉망으로 만들진 않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것이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너희는 바로 며칠 전 세계 최강팀을 꺾었다. 그것도 개막전을 앞에 두고 경기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린, 베스트 라인업이 총출동한 LA 다저스라는 거인을 말이다.”
“……!”
“누군가는 평가전의 승리일 뿐이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봐라. 한국에서 치른 네 번의 평가전에서 건방진 미국 놈들, 젠장,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니 조금 이상하군. 어쨌든 그 놈들의 콧대를 꺾어버린 건 우리 팀이 유일하다. 내 말이 틀렸나?”
“아뇨! 아닙니다!”
“다저스 라인업을 채우고 있던 녀석들의 이름을 떠올려봐라. 미구엘 로드리게스, 애덤 콜린스, 연봉만 3천만 달러 이상을 받는 놈들이다. 너희는 그런 녀석들을 꺾었다. 그걸 잊으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자, 이제 창원 놈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려봐라. 아직도 그 놈들이 두렵나?”
“아닙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멋지군. 이제야 싸울 준비가 끝났어. 자, 지난겨울 동안 우리가 어떤 준비를 했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팬들에게 보여줄 시간이다. 항상 생각하고 움직이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미 벌어진 실수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머릿속에 담지 마라. 쉬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그러면 우리는 오늘 경기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나가자. 가서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팬들에게 보여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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