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30)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30화(30/172)
30화. 하늘을 날다
“준우야.”
“네, 재호 선배님.”
“고맙다.”
“네?”
“창원 애들 이겨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네 덕분에 이긴 거 같아서.”
“아뇨, 저 혼자 경기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작년에도 2번은 이기지 않았나요?”
“응, 그랬지. 근데 그때는 내가 부상으로 빠져 있었거든. 개인적으로는 랩터스 전 15연패 중이었어. 연패 끊어줘서 고맙다.”
“아…”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오늘 혹시나 치섭 선배나 랩터스 선수들이 시비 걸면 내가 막아줄게. 싸움나면 그냥 내 뒤로 도망 와.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선배님.”
“그래, 그럼… 기왕 연패도 끊은 김에 2연승에 도전해볼까? 가만… 오늘 만약 이기면 4년, 아니 5년만인가, 창원에 연승 거두는 게. 아, 생각만 해도 울컥하네.”
“……”
회환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한 강재호 선배가 배팅 게이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말도 별로 없고, 야구 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도 잘 하고, 나한테도 꽤 잘해준다.
확실히 지난 삶에서 저 선배가 입 닥치고 야구만 한 건, 그리고 FA를 얻자마자 미련 없이 이 팀을 떠난 건 그 망할 놈의 진산고, 경서고 패거리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음…
“이봐, 준. 어제 그 집 피자 맛은 어땠지? 괜찮지 않나?”
“네, 감독님. 입에 잘 맞았습니다.”
“좋아, 실력만큼이나 식성도 아주 마음에 드는군. 그럼 오늘도 큰 거 한 방 기대해도 되겠지?”
“물론이죠.”
어제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하려던 난 감독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해야 했다.
사직 구장 바로 맞은 편 골목 안에 위치한 허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는데, 피자와 스테이크 맛이 꽤 그럴 듯한 집이었다.
감독이 사주는 저녁을 먹으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선수 시절 이야기, 지도자로서의 철학, 그리고 한국에 와서 겪은 이런 저런 경험들…
그런 이야기를 왜 1년 차 신인을 앉혀두고 하는지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젠장, 나도 알아.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웃기다는 거. 그냥 준 자네를 보면 뭔가 신인 같지가 않거든. 한국 선수들 중에 유일하게 말도 통하고 말이야. 어쨌든 내일도 부탁해. 내가 실업자가 될지 말지는 자네에게 달린 것 같으니까. 집이 바로 코앞이라고 했지? 그럼 이만 가봐. 난 여기서 한 잔 더 하고 갈 생각이니까’
모르겠다.
누가 봐도 저울추가 창원 쪽으로 기우는 경기를 잡아낸 것 때문일까.
유난히 들떠 보이는 감독은 그렇게 내가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술잔을 기울인 듯했다.
어떻게 아냐고?
SNS가 우리 감독 목격담으로 도배가 됐으니까.
└ ㅋㅋㅋ 알버트 킹 감독 경기장 근처에서 맥주 들이 붓는 중
└ ㅅㅂ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뭔지 제대로 실감했겠지. 끝에 도준우 다이빙 캐치 아니었으면 무조건 뒤집혔다
└ 신인이 그렇게 훨훨 날아다니고 용병 투수가 미친 듯이 잘 던졌는데도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어버리는 타이탄스 클라스…
└ 어쨌든 모른 척 놔둬라. 7년 만에 개막전 잡아낸 감독인데 맥주 정도는 뭐
└ 우와, 근데 진짜 인종이 다르긴 다르네. 맥주를 무슨 물 마시듯, 아니지, 물도 저렇게는 못 마실 텐데
└ 암튼 오늘 경기 보니까 가을야구는 확실하고 잘 하면 우승도 가능할 듯
└ 쉿 부정탄다 이 새끼야 꼴레발 ㄴㄴㄴ
따아악!
따아아아악!
잠시 어제 일을 생각하는 사이 내 차례가 돌아왔다.
헬멧을 다시 고쳐 쓰고 배팅 게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간다.”
“네, 선배님. 부탁드립니다.”
보통 코치나 트레이너, 혹은 당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과 달리 타이탄스에서는 오른손과 왼손, 각 한 명씩의 전문 배팅볼 투수를 고용해 운영하는 중이었다.
오늘 랩터스에서는 좌완 용병 투수인 에드워드 사무엘이 선발로 나올 예정이다.
이에 맞춰 타이탄스 은퇴선수 출신의 좌완 불펜투수가 배팅볼을 던져주었다.
따아아아아악!
따아아아아아악!
따아아아아악!
“오오, 시발, 진짜 멀리 날라가네!”
“준우, 점마 힘 하나는 진짜 와…”
음, 오늘도 감 하나는 진짜 최고다.
어제 치열한 경기를 치른 뒤로 몸에 피로감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마치 삼 일 정도 푹 잠만 자고 나온 것처럼 몸이 가볍다.
자, 배팅감 조율은 이정도면 됐고…
이젠 저 놈을 좀 어떻게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준우야, 나 떨고 있나?”
“그래, 누가 봐도 떨고 있으니까 그만하고 이리 와봐.”
“미치겠다… 야, 나도 그냥 아프다고 할까?”
“정신 나간 놈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되겠지?”
“설사 된다고 해도 진짜 그러고 싶어?”
“…아니.”
지난겨울 이 팀은 토종 3선발과 5선발, 주전 3루수 겸 4번 타자, 주전 우익수, 그리고 백업포수를 차례로 잃었다.
그냥 보기에는 선발투수와 중심타자를 잃은 게 클 것 같지만, 내 생각에 진짜 문제는 포수 쪽이다.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전체 경기의 절반 밖에 소화하지 못한 38살의 주전포수, 그리고 아직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관절 통증과 치질이 도지며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든 35세의 백업포수.
거기에 오랜 시간 삽질을 거듭하며 완전히 박살나버린 2군 포수 팜.
그런 포수진을 이끌고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결국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문제가 터졌다.
<부산 타이탄스 주전포수 김종배, 손가락 부상으로 1군 엔트리 제외>
<4타수 무안타 2병살타 1에러, 거기에 부상까지… 최악의 하루를 보낸 김종배>
<타이탄스 알버트 킹 감독 “부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잘 준비된 백업 선수들이 있다. 오늘 랩터스와의 2차전에서는 민종훈이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될 것>
어제 경기에서 유난히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던 우리 팀 주전포수 김종배가 타석에서의 삽질과 수비만으로도 모자라 부상까지 당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감독이 아침 일찍부터 호석이를 감독실로 불러들인 이유다.
‘젠장, 호석’
‘네, 감독님’
‘어쩌면 자네 데뷔전이 좀 앞당겨질 지도 모르겠군. 조금 더 시간을 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네?’
‘시작은 벤치에서 하겠지만 언제든지 교체 투입이 가능하도록 대기해줘야겠어. 할 수 있겠지?’
그간 자신의 고질병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음을 숨겨왔던 백업포수 민종훈은 선발 포수 출전이 확정된 후에야 감독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경실색한 감독이 호석이를 불러 출전준비를 지시했다.
치질과 고관절 통증으로 인해 언제 퍼져버릴지 모를 백업 포수, 몇 달 전까지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세 번째 포수.
어쩌면 오늘 경기의 승패는 저 두 포수에게 달려 있을 지도 몰랐다.
민종훈 쪽이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또 그럴 생각도 없지만,
하지만 호석이 이놈만큼은 어떻게든 준비를 시켜야겠지.
“야, 청룡기 결승전 9회 말 기억 나냐?”
“어? 그 경기? 그럼, 기억나지.”
“이제 와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나 싶었지만 진짜 그 마지막 공은 죽을힘을 짜내 던진 거거든?”
“알아. 9회 말 던진 공이 165.2km/h 찍는 거 보고 나도 욕 나왔으니까.”
“맞아. 솔직히 구속은 그렇게 나왔어도 무브먼트나 제구는 개판이었지. 타자가 배트 안 휘둘렀으면 무조건 밀어내기였을걸.”
“흐흐, 그때 생각하니까 또 짜릿하네.”
“최호석.”
“응?”
“그때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는 게 너 아니었으면 나 그 공 못 던졌다.”
“으응?”
“사람들이 네 포구나 블러킹, 송구 갖고 아무리 뭐라 해도 나한테는 네가 제일 듬직한 배터리라고 이 새끼야.”
“갑자기?”
“그래, 그러니까 그만 겁먹고, 심호흡 크게 하고, 옳지, 잘 한다, 저스틴 점마 공 그래봐야 150도 안 나와. 넌 165를 잡는 포수라고, 그러니까 어깨 쫙 펴고, 그렇지! 자, 그럼 나를 따라 말해봐. 난 최고다!”
“…난 최고다.”
“바로 앞에 있는 나도 안 들린다. 좀만 더 크게.”
“난 최고다! 시발!”
“오케이, 자, 그럼 불펜으로 가봐. 가서 공 하나라도 더 받아.”
“좋아, 우오오! 내가 간다!”
덜덜 떠는 녀석을 간신히 달래 불펜 쪽으로 보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감독과 코치, 선배들이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음.
뭔가 좀 쑥쓰러운데 이거.
**
삼십년 정도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대충이나마 깨닫게 된다.
안 좋은 일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자주 일어난다는 걸 말이다.
양 팀 용병 투수들의 호투로 1회와 2회가 무사히 지나간 가운데,
3회 초 창원 랩터스의 공격, 2아웃 주자 2루 상황,
타이탄스의 포수 민종훈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다.
긴급 출동한 의료진이 그의 유니폼 엉덩이 부분이 벌겋게 물든 걸 발견하고 덕아웃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치질 악화로 인한 선수교체,
아직 19세가 되기까지 2달을 앞둔 18세 풋내기 최호석의 차례가 돌아왔다.
“젠장, 종훈, 괜찮은 건가? 피가 너무 많이 나는데?”
“끄으읍… 감독님…”
“안되겠군.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그리고 호석.”
“네? 네, 감독님.”
“준비해. 이제 자네가 활약할 시간이야.”
“꿀꺽.”
감독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호석이 놈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답답하다.
내가 내야수였다면 하다못해 눈빛으로라도 저 놈을 좀 진정시킬 수 있었을 텐데.
외야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야 저기까지 들릴 리 만무하다.
누군가는 말한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 거라고, 아무리 어리다 해도 일단 프로가 됐으면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하는 거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직업이 무엇인지를 떠나 열여덟 살짜리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딘 어린 아이가 곧바로 척척 자신의 일을 해내길 기대하는 건 너무 양심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가진 거라고는 젊음 밖에 없는 풋내기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최호석 파이팅!”
“괜찮아!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호석이가 잔뜩 얼어버렸다는 걸 눈치 챈 선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며 녀석을 독려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닥 효과가 없어 보인다. 이 멀리서도 녀석의 몸이 잔뜩 굳은 게 확연히 보인다.
경기장 가득 불안감이 감도는 가운데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플레이!”
2아웃 주자 2루 상황에 창원의 4번 타자 닉 해리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좋지 않다.
오늘 우리 팀 선발투수인 저스틴 파커는 구속이나 구위보다는 제구력과 머리싸움으로 타자를 잡아내는 피네스 피처에 가깝다.
문제는 지금 포수가 풋내기라는 거다. 아무리 투수가 직접 사인을 내고 경기를 리드해간다 해도 평소처럼 마음 놓고 공을 던지진 못할 거다.
그 와중에 만난 닉 해리스는 지난 시즌 0.320, 0.426, 0.678의 미친 슬래시라인에 39홈런 120타점, wRC+160, WAR 5.99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최강의 용병타자다.
걸러야 한다. 그게 아니면 최대한 유인구 승부를 해야 한다.
파앙
“볼.”
다행이 정신을 차린 저스틴이 존 안팎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공으로 타자를 유인했다.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
승부의 순간이 도래했음을 깨달은 관중들이 숨을 죽이고 경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저스틴의 손끝에서 닉 해리스를 잡아낼 회심의 일구가 발사되었다.
슈웅
우타자의 가장 먼 바깥쪽 코스로 들어오다 역회전하며 가라앉는 싱커.
닉 해리스의 배트가 그 공을 따라 나왔고, 모두의 머릿속에 삼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딱
유난히 긴 닉 해리스의 배트가 그 공을 건드렸다. 다행이 정타는 아니었다.
배트 윗부분에 맞고 홈플레이트 위로 높게 떠오른 공.
호석이가 마스크를 벗어들고 마이 볼을 외쳤고, 외야에 있던 수비수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덕아웃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그때,
“어어어!”
“야! 뭐야! 그걸 왜 놓치는데!”
“이런 미친!”
“암만 신인이라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장난해? 장난하냐고!”
조금 높게 뜨긴 했지만 평범한 파울플라이에 불과한 타구를 호석이가 놓쳐버렸다.
관중들이 들고 있던 족발과 닭다리가 그라운드로 날아들었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닉 해리스가 씨익 웃으며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호석이가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다.
최후의 승부에서 승리하고도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한 투수,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풋내기 포수.
이런 상황을 놓칠 리 없는 닉 해리스였다.
따아아아악!
거대한 타격음과 함께 그가 때려낸 타구가 좌측 펜스를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2루에 있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1타점 2루타.
선취타점을 만들어낸 최강의 용병타자가 2루 베이스 위에서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또 한 명의 수준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창원 랩터스의 주전 3루수이자 리그 탑 수준의 좌타자 이성현.
흥분한 저스틴의 초구가 한 가운데로 말려들어갔고,
따아아아악!
이성현의 배트가 그 공을 제대로 받아쳤다.
“안 돼애애애애애!”
“제발! 제발!”
잘 맞은 타구가 우중간을 향해 힘차게 날아왔다.
중견수가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먼 코스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처리해야 한다.
탓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타구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타구의 궤적을 감안하면 아마도 펜스를 살짝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사직 구장의 외야 펜스는 10개 구단 홈구장 중 가장 높다.
6M에 달하는 거대한 벽이 홈런을 막아줄 거라 기대하며 타구를 쫓아갔다.
눈앞에 펜스가 보인다. 그와 동시에 타구의 낙구 지점을 포착할 수 있었다. 안전쿠션 상단, 혹은 그 바로 위 콘크리트 벽 어딘가를 향해 낙하하는 타구.
망설일 시간이 없다. 달려가던 힘을 이용해 그대로 펜스를 밟으며 몸을 날렸다.
내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뜬금없게도 기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봄꽃 향기가 불어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게, 이렇게 마음대로 몸을 날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건지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날아오는 타구를 향해, 랩터스 팬들의 희망이 가득 담긴 타구를 향해 글러브를 쭉 뻗었다. 이제 나머지 일은 하늘이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턱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날았어! 날았다고! 진짜 날았어!”
“미친! 내가 뭘 본 거야! 진짜 미친 거 아냐?”
“도준우! 준우야! 도준우! 야 임마!”
그라운드에 착지한 후 글러브 속에 들어온 공을 힘껏 치켜들었다.
사직 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지고, 강재호 선배가 활짝 웃으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경기를 날려버릴 뻔한, 벼랑 끝에서 간신히 구원받은 내 오래된 친구가 저 멀리서 울먹거리고 있었다.
자식, 이 정도로 울긴.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구나, 친구.
“도준우! 도준우! 도준우! 도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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