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45)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45화(45/172)
45화. 나만 그런 거냐
“우우우우우!”
“죽여! 저 개놈을 죽이라고!”
쏟아지는 야유와 비명, 함성이 사직구장을 뒤덮는다.
오경식 저 미친놈이 저따위 스윙을 해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귀 전부터 저놈의 막장스러운 팔로스로우에 맞아 부상을 당한 포수와 심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무리 헬멧을 쓰고 있다 해도 휘둘러진 배트의 끝에 가격 당하는 건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관련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을 거라는 이유로 심판들은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고, 규정의 빈틈을 알게 된 저놈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 행동을 되풀이해왔다.
그간 놈이 해온 그 수많은 짓거리들이 정말 실수였냐, 고의였냐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오늘, 내 눈앞에서 또 그 짓을 저질렀다는 거다. 그것도 내 친구를 상대로.
그리고 이번 일이 실수가 아닌 고의라는 것에 난 모든 걸 걸 수 있다.
놈의 입가에 맺힌 저 웃음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으니까.
“이 개자식아!”
그 비릿한 미소를 보는 순간 나를 붙잡고 있던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놈을 향해 달려갔다. 마치 실수인 것처럼 뻔뻔하게 서 있던 오경식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운동선수는 운동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저놈이 내 고등학교 대선배라고?
그런 건 말이 통하는 인간들 끼리나 통용되는 것이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건 저 쓰레기같은 자식을 찢어 죽여 버리는 것뿐이다.
“이리 와! 오경식! 이 개새끼야!”
내가 달려감과 동시에 양 팀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당황한 오경식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그런데 그때,
“이 새파란 놈 새끼가 어디 하늘같은 선배한테!”
파이터즈 덕아웃에서 튀어나온 놈 하나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재석이다. 오늘 경기 선발투수였던, 나와 강재호 선배의 몸에 빈 볼을 던졌던,
그래, 너 잘 만났다. 개새끼야.
“어디 스무 살도 안 된 새끼가 선배한테 막 말을… 컥!”
K-벤치 클리어링을 하고 싶은 걸까.
이런 상황에 뒷짐을 지고 배를 내미는 병신같은 놈의 턱에 주먹을 갈겨버렸다. 주먹에 맞은 놈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더니 그대로 철푸덕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배팅 파워 향상이 펀치 파워에도 적용되는 걸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도망가지 마! 오경식 이 개새끼야!”
“막아! 막으라고! 저 새끼 막아!”
내가 이재석을 한 방에 눕히자 기가 질려버린 오경식이 뒤로 도망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 순간 양 팀 선수들이 나와 오경식 주변을 에워쌌다.
상황이 진정되는 듯하자 얼굴이 퍼렇게 질렸던 오경식이 갑자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넌 이 시발 새끼야. 이제 뒤졌어! 이 짓을 하고도 부산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개자식이 내뱉는 쓰레기 같은 말이 또 한 번 나를 자극했다.
팔을 크게 휘둘렀다.
“어엌?”
내 팔에 매달려 있던 신현석 선배가 휙 날아갔다.
반대 쪽 팔도 휘둘렀다. 누군지 모를 파이터즈 선수 하나가 컥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내 몸이 다시 자유로워졌다.
“이리 와! 이 개새끼야!”
“막아! 막으라니까!”
파이터즈 선수들이 만든 인의 장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컥!”
“엌!”
“으읔!”
오경식과 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파이터즈 선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차례로 튕겨져 나갔다. 나를 말리려 달려온 선배들이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쓰레기와 마주할 수 있었다.
“시, 시발, 오지 마! 이 새끼야!”
“오경식, 넌 그따위로 살면 안 됐어. 이 세상에 해만 끼치는 벌레 새끼야.”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내 친구의 뒤통수에 야구배트를 휘두른 쓰레기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그 순간, 그 쓰레기가 바닥에 던져두었던 배트를 집어 들었다. 궁지에 몰린 놈의 눈가에 오기와 악의가 철철 흘러넘쳤다.
“이잌!”
“야! 안 돼! 오경식! 배트는 안 된다고!”
무기를 쓰시겠다? 부상방지 감소가 벤치 클리어링에도 적용될까? 지금은 과연 경기 중인 걸까, 아닌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놈이 뭘 하든 난 저놈을 절대 가만 안 둘 생각이니까.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놈에 손에 들린 배트가 어설픈 궤적을 그리며 휘둘려졌다.
그 틈을 파고 들어가 배트를 든 손을 낚아챘다.
“아앜! 아아앜!”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배트가 땅에 떨어지고, 놈이 비명을 꽥꽥 질러댔다.
귀청을 때리는 비명을 무시하고 놈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놔! 아앜! 아파! 놓으라고! 아아앜!”
“놔 달라고? 그래, 놔 주지. 개자식아.”
덜렁거리는 오른 팔을 놓아주고 대신 멱살을 잡아챘다.
멱살이 잡힌 오경식이 숨을 헐떡이며 뭔가를 웅얼거린다.
듣고 싶지 않다. 어차피 쓰레기 같은 말일 거다.
“이 쓰레기 새끼야. 병원에 누워서 생각해봐. 니가 뭘 잘못한 건지.”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 일단 놈의 옆구리에 한 방.
뻐어억!
“컥…!”
그리고 턱에 한 방.
뻐어어어억!
“끄륵…”
옥수수 몇 알이 튀어 나오며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겨우 이정도인가? 펀치 몇 방도 못 버틸 놈이 이 지랄을 떤 건가?
의식을 잃은 놈을 옆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 순간,
“죽여! 시발! 다 죽여! 감히 도준우를 건드려?”
“이 좆같은 놈들아! 오늘 같이 죽어보자!”
1, 3루를 막고 있던 내야 안전망이 무너져 내리고, 분노한 부산 팬들이 우르르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내야에서, 외야에서, 마치 영화 속 좀비 떼 같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44년 묵은 꼴찌 팀 팬들의 울분이 일거에 폭발하며 경기장을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눈에 살기를 가득 품은 사람들이 파이터즈 선수들을 쫓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라운드에 선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부산 타이탄스와 서울 파이터즈 간의 시즌 3차전, 15대 1 타이탄스의 대승으로 끝나>
<8회 초 오경식의 타석에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 도준우에게 얻어맞아 실려나간 파이터즈 이재석과 오경식>
<사건의 발단은? 이재석의 빈볼 두 개, 그리고 최호석의 헬멧을 가격한 오경식의 배트>
<벤치클리어링 도중 야구배트까지 집어든 오경식, 하악골 복합골절, 징계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시즌 아웃 확정>
<도준우와 오경식의 모교인 진산고 동문회 관계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빠른 시일 안에 후배인 도준우가 선배들에게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도준우 “할 말 있으면 내 에이전트를 통해 연락하라”>
딸깍
– 임 단장님
“네, 실장님.”
– 도준우 선수의 징계를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됩니다. 회장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사안입니다
“꿀꺽, 뭐든요? 네, 잘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실장님.”
<부산 타이탄스 공식 입장 “이재석과 오경식의 플레이는 모두 명백한 고의였다. 도준우의 행동은 동료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수생명을 노린 오경식의 악질적인 플레이에 엄벌을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즌 보이콧까지 검토할 것”>
<익명을 요구한 A구단 포수 “나를 포함 그동안 오경식의 팔로우스로우에 맞은 포수나 심판이 한둘이 아니다. 설마 고의는 아니겠지 하며 참았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 그 스윙은… 내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고의라고 생각한다. 분명 노렸다”>
<배트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타이탄스 포수 최호석, 헬멧이 보호해 다행히 큰 이상은 없어, 선수보호 차원에서 라인업에서 제외한 후 정밀검진 실시할 예정>
<방금 전 시작된 KBO 상벌위원회, 과연 징계수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야구계와 팬들의 관심 집중>
“하아…”
“저기, 위원님들? 뭐라고 말들 좀 해보시죠?”
“음, 국장님. 일단 말이죠.”
“네, 허 위원님.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선수 둘이 주먹에 얻어맞고 실려나간 게 쇼킹하긴 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그 전 플레이가 맞는 거 같습니다. 타이탄스 쪽 주장에 일리가 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니 시간순서대로 하나하나 되짚어보죠. 일단 두 번의 빈볼, 이건 확실히 징계를 내려야합니다. 주심이 너무 관대했어요. 경고를 줄 게 아니라 퇴장을 줬어야죠. 물론 현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네, 빈볼에 대한 징계… 일단 알겠습니다. 이재석도 징계 명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시군요. 좋습니다. 그럼 오경식은…”
“그 자식… 그 놈은 진짜 하… 그래요. 그동안 오경식 배트에 맞아 부상당한 포수가 몇 명입니까. 관련 규정이 없다고 설렁설렁 넘어간 게 문제였어요. 이 기회에 확실하게 기준을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이번 건 누가 봐도 고의성이 있었어요. 최호석이 쓰러지고 그 놈이 씨익 웃는 게 카메라에 잡혔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아니, 그래도 그 친구가 일부러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오 위원님. 설마 이런 상황에 같은 진산고 출신이라고 편 드시려는 거 아니겠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감이 잘 안 오시나 보네요?”
“편 들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신중하게…”
“지난번에도 징계 내리려다가 오 위원님하고, 그래, 박 위원님, 두 분이 반대하셔서 일단 넘어간 거 아닙니까? 징계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규정을 만들어서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만들자고 제가 말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크흠, 크흐흠…”
“자자, 위원님들, 잠시만, 일단 진정하시고, 예전 일은 일단 넘어갑시다. 지금 눈앞에 닥친 이 일을 처리하는 것만도 충분히 벅차니까요.”
“아무튼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오경식 그놈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가 설마 실수겠지 하고 넘어간 걸 아주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거예요. 당연한 말이지만 정황증거까지 나왔으니 예전 케이스까지 다 감안해서 가중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거기에 막판에 야구배트를 들고 설친 것까지 포함시켜야 하고요. 어디, 제 말 반대하는 분 있으면 어디 말 해보세요.”
“어흠, 어흐흐흠.”
길어질 줄 알았던 오경식에 대한 징계 논의가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자 사무국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정리했다.
“네,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재석, 오경식, 둘에 대한 징계는 당연한 거겠죠. 처벌 수위는 잠시 후 논의하는 걸로 하고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도준우는…”
“크흠.”
“흠…”
서울 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박살내며 일개 구단 소속 유망주에서 전국구로 신분이 급상승한 최고의 유망주, 나아가 오는 7월 개최될 202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승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현 시점 KBO 최고 스타 중 하나인 도준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회의실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 누구도 자신의 손으로 현 시점 야구계 최고 스타의 목에 족쇄를 걸고 싶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엄밀히 따지면 이번에 도준우가 한 행동은 정당방위 아닌가.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위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사무국장이 상황을 정리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본인이 먼저 빈볼을 맞은 데다 동료 선수가 쓰러지는 걸 보고 흥분을 했으니, 네, 상대가 배트를 들고 설치는데 주먹만 쓴 것도 감안해야겠죠. 좋습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세 선수에 대한 징계수위는 위원 분들끼리 공유하지 않고 거기 앞에 용지에 적어서 저에게 직접 제출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후 나머지 일은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커허허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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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파이터즈 “억울하다. 고의가 아닌 실수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즉각 항소할 것”>
<부산 타이탄스 임달수 단장 “KBO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 여전히 성에 안 차긴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징계를 받아들이겠다”>
<알버트 킹 감독 “내 최고의 선수가 4경기 동안 뛸 수 없다고? 아쉽긴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도준우의 마운드 복귀를 위해 최종점검이 필요했으니까. 무슨 말이냐고? 징계가 끝난 후 도준우는 이 팀의 클로저가 될 것이다”>
<고교 시절 최고의 투수였던 도준우, 데뷔 한 달여 만에 마운드 복귀>
<슈퍼루키 도준우의 투타 겸업 선언, 타이탄스의 상위권 싸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듯>
<라이언-저스틴-최도윤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 수준급 셋업맨 박태민, 그 뒤를 받칠 169km/h의 사나이 도준우>
<전문가들 “투타 겸업이 위험한 건 오타니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위력만 놓고 생각하면… 엄청날 것 같다. 올 시즌 타이탄스의 성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
└ 169km/h를 던지는 투수이면서 두 경기당 하나씩 홈런을 치는 타자이며, 동시에 주먹질 한 방에 한 놈씩 골로 보내는 펀치까지… 도준우 그는 신인가?
└ 그날 이재석하고 오경식 죽빵 날라가는데 진짜 속이 다 뻥 뚫리는 줄 알았다. 미친 새끼들 세상 무서운 거 모르고 설치더니 드디어 임자 만났네
└ 야, 너희들 중에 후배가 선배 때린 거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후배가 참았어야지
└ 너 오경식이냐? 아님 이재석? 아니지, 그 새끼들 지금 턱 박살나서 스마트폰도 못 만질 텐데? ㅋㅋㅋ
└ 그나저나 난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다. 4년 만에 1위에 이름이 걸렸는데 거기에 며칠 있으면 169km/h 던지는 마무리 투수까지 생긴다고?
└ 이러다 시발 역대 최고 승률 찍고 정규시즌 우승하는 거 아냐?
└ 이 정도면 진지하게 우승… 노려봐도 되겠지?
└ 저기… 근데 말이지. 행복회로 돌리는 건 좋은데… 이거 지금 나만 불안한 거냐?
└ 뭐가?
└ 걔 없이 네 경기 치룰 생각하니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나만 그런 거냐고
└ 눈치 없는 새끼, 그냥 즐겨. 그딴 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즐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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