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56)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56화(56/172)
56화. 도준우의 목표
“다은아.”
“응?”
“우리 결혼하자.”
“켁! 콜록콜록! 그,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겨, 결혼이라니? 미쳤어? 우리 아직 열여덟이야…”
“그래? 그럼 열여덟 아니고 스물여덟이었으면 해줄 건가?”
“뭐, 뭐라는 거야. 농담 좀 그만해! 어우, 더워, 여기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일단 창문부터 좀 열자.”
인천 레인저스와의 홈경기를 앞둔 금요일 아침, 수업이 없는 날이면 꼭 샌드위치를 만들어오는 다은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침대에 기대 어제 있었던 트레이드 기사를 살펴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
물론 우리는 아직 어리다. 만 18세 이상이면 일단 결혼이 가능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프로 1년차 운동선수와 대학 1학년생이 결혼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그렇다 치고 다은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냥,
그냥 한 번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회귀 전에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래서 결국 다은이가 먼저 해야만 했던 그 말을 내가 먼저 해보고 싶었다.
“휴, 이제야 좀 숨이 쉬어지네. 아무래도 이상기온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나봐. 이게 어디 5월이야, 한 여름이지.”
“다은아.”
“으응?”
“혹시 미국에서 지내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미국? 미국은 왜?”
“왜긴 왜야. 남편이 미국 가면 부인도 가야지. 안 그래?”
“야! 결혼 농담은 그만하라니까!”
“아! 알았어! 때리지 말고 말로 해, 말로! 이러다 나 부상당하면 어쩌려고!”
정말 천운이 따르면 이번 시즌이 끝난 후, 혹은 내년 시즌, 아무리 운이 없다 해도 3년 뒤면 나는 미국으로 떠나게 될 거다. 야구선수로서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빅리거가 되기 위해 말이다.
나는 이 애와 떨어져서 생활할 수 있을까.
“그냥 대답부터 해주면 안 될까? 다 떠나서 미국에서 사는 거 말이야.”
“하아, 이게 대체 다 무슨 말인지… 아무튼 미국, 미국이라 이거지. 음… 뭐,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가고는 싶지.”
“그래?”
“응, 아무래도 해양생물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미국만한 데가 없으니까. 듀크 대학도 괜찮고…”
흠, 듀크 대학이라… 거기 위치가 어디더라. 뉴욕이랑, 필라델피아, 워싱턴이 가깝던가. 양키스는… 좀 꼰대스럽고, 워싱턴은… 팀이 좀 마음에 안 들고, 필리스는… 음…
“아니면 보스턴 대학교도 좋고…”
보스턴, 빨간양말… 걔들이 지난번에 나한테 뭘 제안했더라.
“캘리포니아 대학도 나쁘지 않지.”
LA? 다저스는 싫은데. 하긴, 에인절스라는 선택지도 있긴 하지.
“근데 그건 다 내 희망사항이고, 그쪽 학교 가려면 공부도 다시 해야 하고, 돈도 엄청 필요할 거고, 에이, 괜히 생각했네.”
“다은아.”
“응?”
“그런 문제만 해결되면 미국 가고 싶긴 한 거야?”
“응, 원래 나 미국 유학가고 싶다고 엄청 졸랐었잖아. 이래저래 포기하긴 했지만.”
회귀 전, 취업을 위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던 다은이는 이번 삶에서는 자신이 원래 공부하고 싶었던 해양생물학을 선택한 상태다.
어릴 적부터 다은이는 바다를, 그리고 바다생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인가, 제주도에 놀러가 돌고래를 본 후부터 줄곧 그랬다는데, 어쨌든 저 애의 꿈은 줄곧 해양생물학자였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오케이, 일단 접수.”
“응? 뭐가 접수야? 어? 끝까지 말을 해봐.”
“아냐, 그나저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슬슬 출근 준비해야겠다.”
“뭐야… 말을 하다 말고. 아, 그나저나 이번에 너희 팀 트레이드 때문에 엄청 얘기 많은 거 같던데 이득 본 거 맞지?”
“트레이드? 아아, 그럼, 당연히 이득이지.”
“다행이네. 알았어. 그럼 우리 준비하고 슬슬 나가보자. 나도 수업 들어가야 할 시간 다 되간다.”
**
“어서 오세요, 선배님. 환영합니다. 기혁아, 너도 잘 왔다.”
트레이드가 있을 거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스케일이 큰 트레이드였다.
현 시점 리그 2위를 달리는 팀과 3위 팀 간의 맞트레이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오고 간 선수들의 이름이 꽤나 충격적이다.
먼저 부산에서 FA계약이 아직 2년 남은 주전포수 김종배와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1순위로 뽑은 투수 장인수, 거기에 그 전 해인 2024년 2라운드로 뽑은 좌완투수 조문기를 인천으로 보냈다. 그리고 인천으로부터 베테랑 외야수 유승택과 수준급 계투요원 최기혁을 받아왔다.
지난 몇 년간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해도 1라운드 1순위 지명 신인을 보낸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이 선수들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임달수 단장의 수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아무리 상위지명이면 뭐하나. 회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야구보다는 술, 훈련보다는 SNS를 더 좋아하는 놈들인데.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저렇게 계속 2군에서 허송세월하다가 은퇴할 게 뻔하다.
김종배? 그 사람을 인천으로 보냄으로써 이제 우리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포수가 최호석이 된 게 문제이긴 하지만… 솔직히 하나도 아까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인간의 기량을 떠나 인성이라든지 덕아웃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말이다.
“잘 지내보자. 도준우.”
“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반면 인천으로부터 받아온 카드는 우리 팀에 아주 필요한 자원들이다.
올해 33세가 된 외야수 유승택은 지난 3년 평균 OPS가 0.810에 달하는 수준급 외야수다. 또한 현역 선수 중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클러치히터이기도 하다. 국가대표급 외야라인을 보유한 인천 사정상 주로 지명타자로 뛰긴 했지만 우리 팀에서는 곧바로 주전 좌익수를 맡을 수 있는 자원이다.
함께 넘어 온 최기혁은 프로 데뷔 후 8년 간 중간계투로만 뛴, 지난 시즌 전체 홀드 순위 4위를 차지했던 사이드암이다.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궤멸 상태였던 우리 팀 중간계투진에 숨통을 틔워줄 존재다.
흠, 진짜 장사 잘 했네, 이거.
인천이 포수가 급하긴 했나보다.
“좋아, 제군들, 새로운 동료들도 들어왔고 이제 우리 팀은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라인업에 조금 변동이 있으니 잘 확인하고. 이봐, 유.”
“네, 감독님.”
“이적하자마자 친정팀을 상대하게 됐는데,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
“전혀요. 아무 문제없습니다.”
“멋지군. 그럼 조금 있다가 그라운드에서 보자고.”
1번 지명타자 신현석
2번 우익수 도준우
3번 중견수 강재호
4번 1루수 그레고리 라미레스
5번 좌익수 유승택
6번 포수 최호석
7번 유격수 유정혁
8번 3루수 문승우
9번 2루수 강영수
선발 저스틴 파커
라커룸 벽에 붙여진 오늘의 선발 라인업.
인천에서 건너온 유승택이 5번 좌익수로 들어오면서 호석이 놈이 다시 6번으로 내려갔다. 중심타선을 맡은 후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했던 녀석에게는 잘 된 일이다.
최근 괜찮은 타격감을 보이던 오진철 선배가 라인업에서 밀려난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경쟁이 계속 되어야 팀 전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거니까.
어쨌든 우리 팀은 2군에 박혀 있던 전력 외 포수와 워크에식에 문제가 있는 신인급 투수 두 명을 내주고 30대의 즉전감 타자와 투수를 데려온 셈이 되었다.
누군가는 우리가 미래를 내주고 현재를 얻었다고 폄하하는 거 같던데.
글쎄, 쓰레기들을 내주고 현재를 얻었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
– 오늘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1위 서울 매지션스에 이어 2, 3위를 달리고 있는 인천과 부산의 경기가 잠시 후 시작됩니다. 오늘도 제 옆에는 김상식 위원님 나와 계십니다. 위원님, 먼저 어제 오후 이뤄진 양 팀 간의 트레이드에 대해 간략하게 한 말씀 해주시죠
– 네, 요즘에 제가 말이 너무 많다고 항의하시는 시청자분들이 계시는 거 같으니 최대한 짧게 줄이자면 부산 타이탄스는 본래 주전포수였던 김종배 선수를 내보냄으로써 신인 최호석을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평가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팀의 최대 취약점인 중심타선과 계투진을 보강했고 말이죠
– 인천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 현재 전력만 놓고 보면 약간 손해라고 보일 수 있지만 유망주 투수 두 명을 얻었잖아요? 그 선수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인천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주전 포수인 정대우 선수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확실한 주전포수가 필요했고, 시장에 나온 주전급 포수가 김종배 외에는 없었으니까요.
– 알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건 해당 선수들이 등장했을 때 다시 얘기 나누는 걸로 하고, 오늘 2, 3위 간의 순위 경쟁 외에도 또 주목할 만한 일이 하나 더 있죠?
– 맞습니다.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제출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KBO에서는 조만간 최종 회의를 거친 후 엔트리를 확정한다는 입장입니다. 이걸 위해 지금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 인원들이 각 구장에 나가있는데요. 여기 사직구장에는 대표팀 고영배 감독이 직접 나와있습니다
– 역시… 도준우 선수를 보러 온 거겠죠
– 그렇겠죠. 얼마 전에 고영배 감독을 만났는데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도준우 선수를 뽑는 것도 뽑는 거지만 어떤 포지션에서 활용해야 할지 그게 진짜 고민이라고요
– 아아, 투수를 시키느냐, 타자를 시키느냐…
– 혹은 둘 다 시킬 수도 있겠죠. 만약 도준우 선수가 대표팀에서도 투타겸업을 하게 된다면 전체 엔트리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투수를 하나 줄이고 야수를 더 넣는 식으로 말이죠. 이번 대표팀 구성의 상당 부분이 도준우 선수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겁니다.
– 네, 1년차 신인의 영향력이 이 정도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자, 그 사이 애국가 제창이 끝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됩니다. 인천 레인저스의 1번 타자 강지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
“도준우! 잘 해라! 잘 해서 꼭 WBC 가야 한다!”
“부산의 자존심! 도준우!”
많고 많은 야구 포지션 중 외야수, 특히 우익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바로 뒤 외야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격려를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홈경기 한정이긴 하지만.
WBC 대표팀 엔트리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우리 팬들의 관심사 역시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미국과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캐나다 등 빅리거들이 즐비한 야구 강국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일 202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회귀 전 타이탄스 2군 숙소에 모여 앉아 WBC 경기를 지켜본 기억이 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첫 경기인 중국전에서 시종일관 끌려 다니다가 11대 8로 간신히 역전승을 거둔 후 일본에게 11대 2, 대만에게 5대 4, 도미니카 공화국에 4대 1로 지며 1승 3패로 예선 탈락을 했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거품론이 나오고, 열 받은 야구팬들이 공항으로 뛰쳐나가 달걀을 던지고, 인터넷에서는 한국 야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넘쳐나곤 했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몇 달이 흐르자 여론은 잠잠해졌고, 여전히 선수들은 현실에 안주해 나태하고 게을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몸값과 콧대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결국 한국야구는 끝없는 침체기로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좀 다를까? 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글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그렇게 대충대충 야구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내 목표는 야구로 성공하는 것이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소망들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내게 그 힘은 다름 아닌 야구다.
전 세계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WBC는 그런 내 힘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따아악!
“아웃!”
머리 위로 날아오는 플라이를 잡아내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왔다. 망가진 몸으로 억지로 버텨내고, 결국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잡지 못한 채 타의에 의해 유니폼을 벗어야했다. 내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걸 지켜봐야 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야구선수로서 성공, 타이탄스의 우승, 국제대회에서의 명성,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 없다. 나는 탐욕스럽게 모든 걸 먹어치울 거다.
그것이 앞으로 내가 나아갈, 야구 선수 도준우의 목표이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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