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87)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09화(87/172)
109화. 혹시 그 팀 팬이신가요?
지금까지 만난 8개 구단 실무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함께 우승에 도전하자고,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가 되어보자고.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만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월드시리즈 8회 우승 기록을 보유중이며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빅 마켓 샌프란시스코를 연고지로 하는 팀 자이언츠의 단장은 조금 달랐다.
“여기 오기 전 구단주님에게 불려갔습니다. 그분께서 이렇게 전해달라더군요.”
“뭐라고요?”
“다저스 그 재수 없는 놈들을 박살내달라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다 들어주겠다고.”
“네?”
“아, 하나 더 있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홈런 30개만 넘겨달라고 하시더군요. 필요하면 외야 펜스를 당겨주겠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하하, 아하하하.”
뜬금없는 말에 도준우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미팅 내내 감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그만큼 뜬금없는 발언이었다.
입단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 난데없이 다저스를 박살내 달라니.
하긴,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라이벌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건 도준우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라이벌이라는 건 사실 굉장히 순화된 표현이다. 두 팀 다 뉴욕에서 창단되었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캘리포니아로 연고지를 옮겼다. 여기에 같은 지구에 속해 있다 보니 계속 만날 수밖에 없고, 자꾸만 서로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팬들 사이에,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 난투극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말 그대로 아주 오래 묵은 원수 그 자체인 셈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자이언츠의 성적이 조금씩 추락하며 두 팀이 정말 라이벌인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1년 한 해를 제외하면 2010년대 중반 이후 자이언츠의 성적은 암울하기만 하다.
어쨌든, 도준우의 웃음에 고무된 자이언츠 단장이 신이 난듯 계속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저희 구단주님이 자이언츠를 인수한 게 3년 전입니다. 그 3년의 시간 동안 우리 팀은 다저스를 상대로 0.230의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6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한 지난해에도 다저스를 상대로는 2승 11패로 개박… 많이 밀렸죠.”
“저런…”
“구단주님의 발언은 그런 취지에서 비롯된 거다…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샤이닝보너스, 그러니까 계약금으로는 500만 달러를 준비했습니다.”
“잠시만요.”
“네, 마이클.”
“자이언츠 보너스풀에 그렇게 여유가 없을 텐데요?”
“트레이드로 받아왔습니다.”
“네?”
“마이너에서 밥만 축내는 머저리 몇 놈… 죄송합니다.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아무튼 선수 몇을 내주고 보너스풀 금액을 보충해왔습니다.”
“왜요?”
“그야 도준우 선수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전 인터뷰 지에 기입한 대로 개인훈련에 필요한 모든 인력과 경비는 저희가 부담합니다. 도준우 선수는 그저 다저스 놈들을 박살내기 위해, 아니, 훈련을 위해 누가, 혹은 뭐가 필요한지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흠.”
“도준우 선수 앞으로 들어온 스폰서 계약이 상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 의류, 화장품, 운동용품, 역시 한국 프로리그의 최고 스타답더군요. 다만, 몇 가지 빠진 게 눈에 띄더군요.”
“빠진 거요?”
“저희 구단주님에 대해 얼마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서부 지역에서 가장 많은 기업을 보유한 잡… 그게 아니라 넓은 사업영역을 보유한 기업가이십니다. 그 중에는 부동산 개발 사업도 포함되어있죠. 원하시는 지역만 말씀하시죠. 도준우 선수에 품격에 맞는 저택과 사용인이 무상으로 제공될 겁니다.”
“호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구단주 님께서는 의료재단도 갖고 계십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즉시 도준우 선수를 포함한 직계 가족들은 구단주님이 소유한 병원에서 평생 무료 진료를 받으실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한국 역시 의료 선진국이지만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파격적이네요.”
“그렇죠? 그 외에도 저희가 준비한 것들이 많습니다. 자이언츠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도준우 선수의 후원에 나서게 될 겁니다. 아주 약간의 실적만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죠.”
“좋네요. 그럼 자이언츠에서 절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까요?”
“타도 다저스를 위한 최종병기?”
“네?”
“농담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희가 묻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뛰고 싶으신가요?”
“음… 일단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 그리고 포지션은 사실 크게 상관없습니다. 외야수도 괜찮고, 내야수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음?”
“안 그래도 기존 선수단을 정리해야 하니 도준우 선수에게 맞춰 전면적인 개편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모든 건 구단주 님의 지시입니다. 그분이 원하는 건 단 하나, 도준우 선수를 영입해 다저스를 박살내는 겁니다. 그 일에 저를 포함 프런트 전 직원의 목숨 줄이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야구만 잘 하시면 됩니다.”
“에… 그러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제안 드린 건 그저 초안에 불과합니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에이전트를 통해 얼마든지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돈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그게 뭐든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제 돈은 아니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도준우 선수가 WBC 때 플레이하는 걸 보고 저희 구단주 님이 완전히 꽂히셨거든요. 그러니 도준우 선수.”
“네.”
“우리 팀으로 와주십쇼, 부탁입니다.”
“……”
“도게자라도 박을까요? 아, 그건 일본 문화인가요?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무지하군요.”
“일단… 돌아가 계시죠. 에이전트와 상의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도준우 선수만 믿고 사무실로 복귀하겠습니다. 퇴근길에 작은 인형 하나를 사서 딸아이에게 가져다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죠. 사랑하는 딸아, 아시아에서 나타난 슈퍼히어로를 우리 구단으로 모셔올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러면 이 아빠가 네 학비를 댈 수 있겠지? 부디 행운을 빌어주렴.”
“……”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서 전화기 앞에 무릎 꿇고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나오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자이언츠의 단장을 포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직원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을 배웅하고 온 마이클 버렛이 진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말이 참 많은 친구입니다. 선수 때는 안 그랬는데.”
“선수 출신인가요?”
“네, 빅리그 경력은 몇 경기 안 되는데 어쨌든 나름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입니다. 싸움도 잘 못하는 주제에 트래쉬토크를 시도하다가 자주 얻어맞곤 했네요. 어쨌든 도준우 선수.”
“네.”
“자이언츠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셨나보군요.”
“다 떠나서… 그 구단주라는 사람, 보통이 아니군요.”
“맞습니다. 본래 아버지 대부터 자이언츠의 팬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이언츠가 휘청거리자 총대를 메고 구단을 인수했는데 다저스에게 계속 밀리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죠. 단장의 말이 맞을 겁니다. 다저스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사람입니다. 결과가 안 좋아서 그렇지 지금까지도 줄곧 그래왔고요.”
“흐음…”
“아무래도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어떻게, 그쪽 팀을 담당하는 직원을 호출해 브리핑을 시켜볼까요.”
“네, 슬슬 배도 고픈 참이니 샌드위치라도 하나 먹으면서 듣죠.”
“알겠습니다. 곧바로 준비하도록 하죠.”
**
“현재 그 팀의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총체적 난국입니다.”
“음…”
“절대적인 전력이 약하다거나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거면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도 따내지 못했겠죠.”
“그럼 뭐가 문제죠?”
“이걸 어디부터… 네, 거기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이 팀이 암흑기에 빠져든 건 201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다저스에게 본격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죠. 그러다가 2021년에 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반짝했는데, 바로 다음 해부터 다시 중하위권으로 떨어졌죠.”
“그 시점에 현재 구단주가 팀을 넘겨받았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구단을 인수한 현 구단주가 가장 먼저 한 건 기존 고액 연봉자들 중 몸값을 못하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다 쳐낸 겁니다. 대신 오랜 시간 마이너에 묵혀뒀던 신인들을 대거 콜업했죠.”
“그건 잘 한 거 아닌가요? 얘기만 들어도 리빌딩이 필요했던 상황 같은데?”
“잘 했죠. 꽤 큰 손해를 보긴 했지만 어쨌든 골치덩어리들을 대부분 처리했고, 그 대신 올린 선수들이 선수단의 중심에 자리 잡았으니까요. 딱 거기까지였으면 정말 칭찬받아야 마땅할 구단운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요?”
두 번의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도준우의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 삶에서는 부상 후 메이저리그에 대해 신경을 거의 끊다시피 했고, 회귀 후에도 크게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 생각했기에.
그런 도준우가 JIB 직원의 설명에 흥미롭다는 듯 귀를 기울였다.
“자이언츠 팜에는 네 명의 슈퍼 루키가 있었습니다. 세 명은 외야수, 한 명은 3루수였는데 네 선수 모두 장타 포텐이 넘쳤습니다. 실제 콜업 초기에 엄청난 페이스로 장타를 쏘아 올렸고요.”
“음.”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던 구단주가 그 선수들의 장타력에 완전히 꽂혔습니다. 그들이 장래 자이언츠의 코어가 될 거라 생각한 거죠. 실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그렇게 예상했고요. 결국 자이언츠 구단주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전례가 없는 계약을 추진했습니다. 이제 2년차밖에 안 된 루키 3명과 동시에 장기계약을 맺은 거죠.”
“그런데 폭망했나보군요.”
“네, 장래 팀의 중심이 될 거라 촉망받았던 외야 3인방에게 최대 13년 1.6억, 12년 1.3억, 14년 1.7억 달러라는 돈을 안겨줬는데 세 선수 모두 말 그대로 망했습니다. 수비와 주루는 괜찮았지만 타격이 문제였죠. 셋이 때린 홈런의 합계가 10개도 안 되고 OPS 역시 각각 0.624, 0.700, 0.595에 그쳤으니까요.”
“악성계약이 된 거네요.”
“운이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장기계약을 반대했던 사람들도 그 선수들이 그 정도로 망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거든요. 각자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부상도 있었고, 심리적인 문제, 네,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죠. 하지만 단언컨대 저 정도로 망할 선수들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운이 없었던 거죠.”
도준우의 머릿속에 회귀 전 스쳐 본듯한 메이저리그 뉴스가 떠올랐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샌스란시스코의 젊은 외야 3인방이 최악의 먹튀가 되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아마도 그 역사가 또 한 번 반복되고 있는 듯했다.
“계속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쨌든 그 외야 3인방은 무슨 수를 써서든 살려내야 할 선수들입니다. 잔여계약이 10년 이상 남은 골치 덩어리를 데려갈 팀은 없을 테니까요.”
“다른 선수들은 어떤가요?”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선수들도 있습니다. 자이언츠 최대 유망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호세 마르티네스는 지난 시즌 OPS 0.804에 17홈런 88타점, wRC+ 115를 기록한 24세의 젊은 3루수입니다.”
들어본 이름이다. 아니, 상당히 유명한 이름이다. 회귀 전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3루수 중 하나로 꼽힌 선수이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다만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자이언츠가 아닌 양키스 선수였다.
“혹시 그 선수도 장기계약으로 묶었나요? 그럼 꽤 쓸 만한…”
“아뇨, 불행이도 이 선수는 최대 15년 2억 달러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루키 4인방 중에 망한 세 명과 계약을 맺고, 정작 성공한 선수와는 계약에 실패했으니 말이죠.”
“음…”
내 기억이 맞았다. 역시나 그렇게 해서 양키스로 가게 된 모양이다.
“사실 호세 마르티네스의 문제는 계약이 아닙니다. 팀 고참급 선수들과 사이가 안 좋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호세 마르티네스와 외야 3인방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선수들과 유격수 등 고참급 선수들이 두 패로 나뉘어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계속 설명해주시죠.”
“네, 구단을 인수한 후 선수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앙금이 생겼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설상가상 현재 자이언츠에는 확실한 덕아웃 리더가 없습니다.”
“팀 주장이 1루수 로베르토 보니야… 이 선수는 커리어가 꽤 되지 않나요? 저도 예전에 이 선수 플레이를 많이 봤는데.”
“좋은 선수죠. 하지만 이제 나이를 먹었습니다. 지난 시즌 19개의 홈런을 치긴 했지만 OPS가 0.636에 머물렀습니다. 은퇴 얘기도 나오고, 무엇보다 의욕을 많이 잃은 상태입니다.”
“음, 그나저나 자이언츠 사정을 꽤 잘 아시는군요.”
“당연하죠. 아, 말씀 안 드렸군요? 로베트로 선수도 저희 JIB 소속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여기서 의문 하나. 대체 저런 선수단을 데리고 어떻게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를 따낸 거죠?
도준우의 질문에 직원이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좋은 질문이군요. 지금까지는 단점이었고, 이제 자이언츠의 장점을 말씀드리죠. 일단 수비가 아주 단단합니다. 타격에서는 먹튀였지만 자이언츠의 외야 수비는 30개 구단 중 최고입니다. 거기에 유격수와 2루수, 키스톤 콤비는 지난 시즌 나란히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습니다. 공수겸장 포수 디에고 마르케스의 존재도 크고, 호세 마리티네스가 버티는 핫코너도 탄탄합니다.”
“흠.”
“그리고 투수진도 좋습니다. 확실한 에이스는 없지만 선발 투수 3명이 나란히 3점대 평균자책점에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했죠. 세 선수 모두 9이닝 당 볼넷 개수가 2,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입니다. 중간계투진도 강하고, 무엇보다 마무리 투수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아시죠? 지난 WBC에서 상대했던 오스카 윌슨 선수.”
“알죠. 102마일 싱커를 던지던 그 투수.”
“기억하시는군요. 결론적으로 그런 겁니다. 장타력은 매우 부족하지만 대신 발 빠르고 센스있는 타자들이 많고, 확실한 에이스는 없어도 전반적으로 마운드가 단단합니다. 특히 뒷문이요. 힘 싸움에서 밀리면 도리가 없지만 접전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든 점수를 짜내서 승수를 쌓아간 거죠.”
“음.”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팀에서 30홈런 타자가 마지막으로 나온 게 벌써 23년 전입니다. 네, 2004년 배리 본즈가 45홈런을 친 후 단 한 번도 30홈런 타자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자이언츠가 이 꼴이 된 건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홈구장 특성에 맞추겠다고 중장거리 타자 육성에 힘을 쏟았는데 메이저리그 트렌드가 홈런으로 가면서 시대에 뒤처지게 된 거죠.”
“으음…”
“자이언츠에서 도준우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건 아마 그 이유일 겁니다. 꿈에서도 그리던 4번 타자, 거기에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에이스, 자이언츠에 필요한 모든 걸 도준우 선수가 갖고 있으니까요.”
“으으음… 저기 질문이 하나 있는데.”
“네, 말씀하시죠.”
“혹시 자이언츠 팬이신가요?”
“…샌프란시스코가 제 고향입니다.”
“그렇군요. 네, 감사합니다. 설명 정말 잘 들었습니다.”
“도준우 선수.”
“네?”
“자이언츠는 멋진 팀입니다. 다저스 그 파랑 머저리들하고는 격이 다…”
선을 넘으려는 직원을 마이클 버렛이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는 멋쩍은 얼굴로 돌아와 도준우에게 말했다.
“하하, 죄송합니다. 보기엔 저래도 저희 회사에 저 녀석만큼 자이언츠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은 없어서… 혹시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아뇨, 흥미롭네요. 어쨌든 저 분이 한 말은 모두 사실이겠죠?”
“네, 만약 틀린 점이 있었다면 제가 끊었을 겁니다. 모두 사실입니다. 젊은 선수와 베테랑으로 나뉘어 세력 싸움을 벌이고 있고, 오랜 시간 장타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준수한 수비와 주루, 마운드에 힘입어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것.”
“그렇군요.”
“뭐랄까, 자이언츠 그 팀이 홈런타자와 에이스에 목말랐던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마지막 30홈런 타자가 23년 전 배리 본즈라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다가 범가너와 린스컴 이후 10년 넘게 에이스다운 에이스를 가져보지 못했죠. 애런 저지나 오타니 같은 초대형 FA계약 때도 매번 다저스와 양키스에 밀려 체면을 구겼죠. 네, 그러니 방금 전 그 팀 단장이 한 말은 진심일 겁니다. 도준우 선수가 원한다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 그 말 말이죠.”
“홈런타자, 에이스…”
“혹시 자이언츠에게 관심이 생기셨나요?”
마이클 버렛에 말해 도준우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추가 요구조건 몇 가지를 보내보죠. 그 대답 여하에 따라 2차 미팅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당초 양키스와 다저스, 레드삭스에 밀려 도준우의 관심 밖에 있던 자이언츠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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