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93)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15화(93/172)
115화. 베테랑 대 루키
“제이슨, 네가 제이슨 맞지?”
“…아니, 난 바비야. 아무리 유니폼을 안 입었다고 해도.”
“아, 미안. 너희 셋 다 너무 똑같이 생겨서.”
“됐고, 그보다 왜?”
“그냥, 지나가길래 한 번 불러봤어. 저기 하늘 좀 봐. 정말 멋지지 않아?”
“하늘? 여기 하늘이야 뭐 항상…”
바비의 대답이 채 나오기도 전에 도준우가 다른 선수 쪽으로 걸어갔다.
“헤이, 오스카!”
“준.”
“나중에 싱커 그립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해서 말이야.”
“얼마든지. 오늘 오후에라도 시간을 내보지.”
“좋아, 아 정말 멋진 날이야.”
캠프 첫째 날과 둘째 날, 뚱한 표정으로 자기 할 일만 하던 도준우가 무슨 일인지 신이 난 얼굴로 선수들에게 말을 걸었다.
심지어 자신과 멱살잡이를 했던 호세에게조차도.
“이봐.”
“……”
“이런 좋은 날에 왜 그렇게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건데? 뭐 집안에 우환이라도 있는 거야?”
그건 캠프 첫날부터 네놈한테 멱살을 잡히고 망신을 당한데다가 이제는 3루수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어서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면 다행이고, 난 또 뭔 일 있나 했지. 좋은 오후 되라고, 친구.”
“……”
차마 그 말을 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날 전신을 압박했던 엄청난 완력의 기억이 그의 입을 막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준우가 콧노래를 부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호세와 바비, 잭, 제이슨, 루키 4인방이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놈 대체 왜 저래?”
그들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년으로 밀릴 거라던 이다은의 편입시기가 다시 9월로 당겨졌다는 걸.
그 소식에 도준우의 기분이 하늘에 닿을 듯 솟구쳐 올랐다는 걸.
**
“좋아, 첫 번째 청백전이다. 고르게 기회를 줄 생각이니 다들 몸 풀어두고, 가볍게 손발을 맞춘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네! 보스!”
“A팀, B팀 선발라인업이다. 최대한 균형을 맞춰 배분했으니 확인하고, 자, 그럼 시작해보지.”
라인업 용지를 본 선수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어떤 기준으로 팀을 배분한 건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A팀에는 주전 유격수 타일러 아담스와 2루수 마리오 러셀, 포수 디에고 마르케스 등 베테랑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반면 B팀 명단에는 호세 마르티네스, 바비 와그너, 잭 캠프, 제이슨 오닐, 그리고 도준우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베테랑 선수 대 젊은 선수들,
선수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 건 그동안 억지로나마 양 측을 화합시키려던 감독이 마치 대놓고 한 판 붙어보라는 듯 팀을 나눴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공은 베테랑들이 주축이 된 A팀이었다. 3루 수비에 나선 호세 마르티네스가 도준우를 향해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난 수비범위가 아주 넓어.”
“멋진데?”
“……”
역시나 이상하다. 첫날, 별것 아닌 말 한 마디에, 물론 받아들이는 쪽은 어땠는지 몰라도 어쨌든 정말 별것 아닌 일에 바로 멱살을 잡던 놈이 세상 환한 얼굴로 대답해온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진 호세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3-유간으로 타구가 오면 내가 처리하겠다는 뜻이야.”
“그래?”
마냥 싱글거리던 도준우가 갑자기 안색을 굳혔다.
그리고 첫날, 그때 그 모습을 연상시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년 네 수비 데이터와 플레이 영상을 봤는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굴 상황이 아니던데?”
“뭔 소리야?”
“너, 땅볼타구 처리 때 자꾸 밸런스가 무너지던데 그건 고쳤나?”
“……”
“그거 하나 자신 있게 대답 못할 정도면 닥치고 네 할 일이나 잘 해.”
“…빌어먹을.”
도준우가 묘한 표정으로 호세를 주시했다.
조금씩 알 것 같다. 이 호세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왜 베테랑 유격수랑 사이가 안 좋았는지.
저놈은 그러니까… 그냥 덩치 큰 어린애다. 자기가 야구를 잘 하는 걸 알고, 그걸 인정받고 싶어 하는, 그리고 아직 제대로 된 선배를 가져보지 못한, 길이 덜 든 망나니다.
세상 자기만 잘난 줄 아는 루키 3루수와 그런 루키를 포용해줄 생각이 전혀 없는 베테랑 유격수의 조합, 지난 시즌 자이언츠의 3-유 사이에서, 그리고 라커룸에서 자꾸 문제가 생긴 건 바로 그 때문일 거다.
회귀 전 프로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도준우는 알고 있었다.
이런 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거나,
“불만 있으면 실력으로 입증해봐. 그게 아니면 주먹도 좋고.”
“…..”
힘과 실력으로 찍어 누르거나.
물론 회귀 전에는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그때 도준우에게는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커리어나 실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도준우에게는 그 실력이 있었다.
“그래, 그렇게 얌전하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안 그래?”
“…빌어먹을 자식.”
“항상 입 조심은 하고, 내가 언제 폭발할지 나도 모르거든.”
“……”
호세 마르티네스의 침묵 속에 연습경기가 시작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캠프에 초대받은 마이너리그 투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초구를 뿌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마이너에서 올라온 루키들이 대부분 그렇듯 구속 자체는 괜찮았다.
2월임에도 불구하고 97마일을 넘긴 공이 미트 한복판에 틀어박혔고 A팀의 리드오프로 나선 마리오 러셀이 입맛을 쩝 다시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따악!
타격음이 들리는 순간 호세는 생각했다. 이건 백 프로 2루 베이스 위를 통과하는 안타가 될 거라고.
하지만,
척
“아웃!”
방금 전까지 옆에 붙어 있던 도준우가 언제 그쪽으로 간 것인지 다이빙 캐치로 공을 걷어냈다.
“오… 빌어먹을.”
“진짜 끝내주는데?”
“저 체격으로 저 날렵함이라.”
“그것보다 타구 예측이 대단해. 지금도 공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그쪽으로 움직였잖아?”
코치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감독의 입이 쭉 째졌다.
주전 유격수 타일러 아담스의 미간이 찡그러지고, 호세 마르티네스가…
‘뭐야, 대체 뭐지?’
공격과 주루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수비는 재능의 영역이며 동시에 훈련과 경험의 영역이다. 아무리 재능을 타고 났다 해도 그에 합당한 훈련과 경험이 없으면 절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지난 시즌 호세 마르티네스는 이 팀의 3루수로서 나름 괜찮은 수비지표를 보였다. 그럼에도 훌륭한 3루수라 불리지 못한 건 그가 빅리그 주전으로 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호세는 더욱 노력했다. 골드글러버인 유격수의 영역을 침범하면서까지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려 애썼다. 물론 그 결과 둘의 사이만 더 나빠졌지만.
어쨌든 방금 그건 무조건 안타가 되었어야 할 타구다. 그런데 저 건방진 루키가 그걸 범타로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주 포지션이 외야라는 놈이 말이다.
“어때? 꽤 멋졌지?”
“……”
“흠, 아니면 말고.”
기분 나쁜 건 저 스무 살도 안 된 루키가 자신이 잘한다는 걸 안다는 거다. 이 그라운드 위 어떤 선수보다 빛나고 있다는 걸 안다는 거다. 그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냥 아무 말이나 내뱉…
‘음’
왠지 거울을 보고 욕하는 기분이 든 호세가 침음을 삼키며 다시 수비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타일러 아담스의 타석이었다. 호세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어쩌면 평생 화해할 일이 없을 지도 모를 이 팀의 주전 유격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저 늙은이는 얼마나 똥줄이 탈까? 도준우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뺏기지 않을까, 얼마나 걱정이 들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호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가자! 자이언츠!”
“오오!”
신인급 선수들의 리더라 할 수 있는 호세의 외침에 B팀 선수들이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리고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떠났다.
파앙
“볼.”
“Fuck!”
몸 쪽으로 바싹 붙은 공에 타일러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욕설을 뱉은 걸로도 모자라 당장이라도 마운드로 뛰어올라갈 것처럼 굴었다. 마이너에서 갓 올라온 애송이 투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호세가 인상을 찡그렸다. 저 늙은이는 항상 저랬다. 루키를 배려하기는커녕 힘으로 뭉개고 그 위에 올라타려고 한다.
자신과 친구들이 처음 빅리그에 올라왔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하나를 배워가던 그때,
저 놈이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머저리들이니 내 말만 따르면 된다고, 반항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뿐만이 아니었다. 놈은 정말 루키들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것처럼 오만하게 굴었다.
물론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놈이 빌빌거리는 사이 호세와 친구들은 팀의 주축이 되었고, 먹튀라는 오명을 쓰긴 했지만 어쨌든 천만 달러가 넘는 고액연봉자가 되었으니까.
그 뒤로는 계속 이 상태다. 저놈은 계속 시비를 걸어오고, 호세는 거기에 맞서 성질을 부린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외부 사람들은 호세를 존중을 모르는 건방진 놈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까짓 평판, 야구만 잘하면 다 뒤집을 수 있을 테니까.
파앙
“스트라이크!”
“Fuck!”
미쳐도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다. 타일러 아담스, 저놈은 진짜 쓰레기다.
아까는 몸에 맞을 거 같다고 성질을 내더니, 이번에는 스트라이크를 잡았다고 성질을 낸다. 대체 뭘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놈은 정말 존중받을 자격이라고는 전혀 없는 폐기물이라는 것.
호세 마르티네스가 불쾌함을 떨쳐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던 그때,
따악!
잘 맞은 타구가 3루 베이스 쪽을 향해 날았다. 호세가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다른 놈은 몰라도 타일러 저놈만큼은 절대 살려 내보내기 싫었다.
툭
하지만 늦었다. 글러브 안으로 공이 들어오긴 했지만 일어나서 송구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걸 깨달은 호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런데 그때,
“나한테 줘!”
도준우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글러브를 튕겨 공을 토스했다.
턱
공중으로 떠오른 공을 도준우가 한 손으로 낚아챘다. 그리고는 1루를 향해 총알 같은 송구를 뿌렸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뻐엉!
“아웃!”
공을 잡은 1루수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하고 빠른 송구였다. 완벽한 아웃이었다.
“이런 미친…”
“뭐야, 저 두 놈 호흡이 척척 맞는데?”
사람들의 환호에 모자를 한 번 벗어 보인 도준우가 호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진짜 끝내주지? 안 그래?”
이번에는 호세도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도준우의 손을 잡으며 소리치듯 대답했다.
“빌어먹을! 그래! 끝내줬다, 이 자식아.”
**
1회 초, A팀의 공격이 득점 없이 끝나고 이제 B팀의 공격차례가 돌아왔다.
지난 시즌 0.259, 0.326, 0.374의 슬래시라인에 4홈런 38타점 15도루를 기록한 우익수 바비 와그너가 타석에 들어섰다.
2년차 성적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절망스러운 성과는 아니다. 그가 최대 12년 1억3천만 달러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고액 연봉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파앙
“스트라이크!”
A팀의 선발투수는 알렉산드로 힐, 지난 시즌 13승 3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한 자이언츠의 1선발이다. 다른 팀의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포스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안전성 하나는 확실한 투수다.
그의 성향상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겁 없이 야구를 하던, 빅리그 데뷔 시즌의 자신이라면 망설임 없이 배트를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실패는 바비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친구들과 함께 마이너리그를 폭파하며 장래 자이언츠의 코어4가 될 거란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데뷔 첫 시즌에는 그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며 고액 연봉자가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 시즌이었다.
부상이 찾아왔다.
바비의 체구는 그다지 크지 않다. 데뷔 첫 시즌 그가 장타력을 뽐낼 수 있었던 건 순수 파워가 아닌 타고난 배트 스피드와 다소 극단적인 타격폼 덕분이었다.
그런데 부상이 찾아오며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자 바비가 갖고 있는 순수 피지컬적인 약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잘 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계속 잡히며 슬럼프가 찾아왔다. 마음이 급해지니 나쁜 공에 계속 손이 나가면서 컨택과 선구안까지 무너졌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건 자신과 가장 친한, 팀의 장기계약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친구 두 명도 함께 멸망했다는 것이다. 부상, 스윙 폼 교정, 심리적인 요인,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거액의 계약을 맺은 루키 3인방이 악성재고가 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자이언츠의 미래가 될 거라 기대 받았던 외야 3인방은 최악의 먹튀 3인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인 호세는 인성이 망가진 선수로 소문나버렸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대체 어디부터.
파앙
“볼.”
고개를 돌려 대기타석에 선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자이언츠의 코어4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하지만 그 대가로 인성이 망가진 선수라 불리고 있는 친구 호세.
그 뒤로 또 한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호세와 멱살잡이를 했던, 그리고 방금 전 수비에서 멋진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던 동양인 루키였다.
열아홉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단단한 체구.
뜬금없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세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개소리 말라고 한 소리 듣겠지?
딱!
“좋았어!”
“잘했어! 바비!”
생각이 살짝 다른 곳으로 향해있었지만 다행이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받아친 공이 좌전 안타가 됐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자신에게는 타구를 멀리 날릴 수 있는 파워가 없다. 오히려 부드러운 스윙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장타가 나오는 스타일이다. .
하지만 이 팀이 원하는 건 확실한 홈런 타자, 지난 23년 간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30홈런 타자다. 그걸 위해 자신과 친구들에게 그 큰 연봉이 주어진 거다.
그 사실이 바비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 순간,
따아악!
구단의 숙원인 30홈런 타자, 현재로서는 그에 가장 근접한 타자로 꼽히는 호세가 큰 타구를 쳐냈다. 그가 때려낸 타구가 펜스 앞까지 굴러갔다.
“세이프!”
호세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좋은 친구고, 그보다 더 좋은 타자다. 지난 시즌 호세가 17홈런에 머문 건 그 앞뒤를 받쳐줄 타자들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도와준다면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녀석이다.
그리고 바비는 지금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신입생에게서 그 희망을 엿보았다.
도준우의 차례가 돌아왔다.
“이봐, 준! 하나 날려보라고!”
“에이스라고 봐주지 마!”
도준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기대감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럴 만도 하다. 프리배팅에서 나온 도준우의 타구들은 정말 엄청났으니까.
하지만 실전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곧 알게 되겠지.
그라운드 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도준우에게로 향했다.
시작하자마자 연타를 맞은 자이언츠의 에이스가 이를 악물고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승부욕 가득한 그의 손끝에서 초구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따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타구가 애리조나 상공을 비행했다.
35도 각도로 솟구쳐 오른 타구가 파란 하늘을 가르며 끝없이 나아갔다.
그건 바비 와그너가 그토록 바라던, 언젠가 꼭 만들고 싶었던 가장 이상적인 홈런의 궤적이었다. 꿈에서조차 그리던 초대형 홈런이었다.
터엉
펜스를 넘어 어디론가 사라진 야구공,
도준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1루를 향해 출발했다.
바비 와그너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젠장! 진짜 끝내주잖아, 이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