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그 자리 가져간다 (3)
그들은 순간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성신이 없다니!”
“건이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애초에 13번째 신좌가 나타났다고 세상이 떠들썩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성신이 없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이건이 저런 말을 하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확실히 건이가 성신과 알현하는 광경은 본 적도 없지.’
휴고는 땀을 삐질 흘렸다.
그랬다. 사실 성인은 성역의 가장 성스러운 공간. 즉 신의 침소라 불리는 신전에서 성신과 직접 만나 대담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각 신좌마다 다르지만, 자신의 경우엔 하루에 한 번 성신과 알현을 해야 했다.
거기서 성신에게 공물을 바치고, 신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성신에겐 인간의 육체가 없기 때문에 직접 만난다고 해도 인간의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건의 경우 성신과 알현은 개뿔.
‘매일 게임하고 드라마 보고 소파에서 뒹굴거렸지.’
누가 보면 지가 무슨 성도들을 부리는 왕이며 성신인 줄 알 정도였다.
아무튼 그땐 단지 성역조차 없는 신생신좌라 규율이 없는 거라 생각했는데.
‘하긴 우리 성역에 권속신을 풀어 놓은 것도 이상하긴 했지.’
생각해보면 그딴 걸 13번째 성신이 허락할 리가 없었는데 말이다.
실제로 성신은 제 성도들이 다른 성신의 성역에 가는 것만으로도 펄펄 날 뛰었다.
자신의 계약자가 왜 딴 놈의 집에 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나 빈대를 붙어 있었으니.
‘성신이 나타났었더라면 절대 허락했을 리가 없지.’
그러니 겁도 없이 다른 성신의 성역을 헤집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리라.
놀란 케빈이 물었다.
“그럼 여태 한 번도 성신과 만난 적이 없단 말이야? 그 몸도 당연히 성신이 고쳐준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자 이건이 혐오스럽게 보았다.
“뭐래, 병신이. 나 혼자 회복한 건데.”
“?!”
케빈은 어이없게 보았다. 하지만 휴고는 이마를 짚었다.
그래, 자신도 저 말을 듣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성신과 계약은 했지만, 스스로 인지 못하는 경우라고 생각했다.
‘건이는 경험이 없으니까.’
자신들이야 처음부터 성신과 함께했다.
하지만 이건은 뒤늦게 13번째 성인이 된 것이 아닌가.
자신들과 달리 성신과 조우하는 방법을 모르는 걸지도 몰랐다.
그래서 말했다.
“건아. 넌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성신이 나타난 적이 있을 거야. 가령 꿈에서라든가, 아니면 동물이 말을 걸어왔다거… 컥!”
이건은 못 마땅하게 제 친구를 보았다.
“없다니까. 새끼야. 맞을래?”
이미 때렸으면서!
휴고는 뭐라 하려 했지만, 이건의 눈빛에 살짝 쫄았다.
“그, 그래. 곧 성신이 나타날 거야. 걱정하지 마.”
성신 중엔 인간에게 관심이 많은 신이 있고, 아닌 신이 있었으니까.
그 말에 이건도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자신도 제 힘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 아니었다.
확실한 건 탑에서 어떤 조건을 계기로 힘을 얻었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게 13번째 성신의 힘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힘의 주인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정작 눈치 빠른 케빈 쪽은 생각이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저거 그냥 지가 성신이 된 거 아냐?”
이건은 원래도 성신 없이 스스로 힘을 내는 별종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것도 만약 성신이었기 때문이라면? 하지만 20년 전엔 애매하게 각성한 탓에 반쪽 상태였던 거라면?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이건을 노려보던 케빈이 휴고를 불렀다.
“이봐 신궁. 이건은 분명 권속신을 다룰 수 있다고 했지.”
“그게 뭐.”
“그럼 혹시 이건은 탑에서 나왔을 때 성신으로 각성한 거 아니야? 가능성은 크….”
하지만 질문을 하던 케빈은 되려 화들짝 놀랐다. 그 말을 들은 휴고의 표정 탓이었다.
“뭐? 서어어어어엉시이이인인?”
“……!”
어디서 그딴 멍멍이 같은 소리를 지껄이느냐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절친이기에 그런 걸까. 되려 침이라도 뱉을 듯한 기세였다.
“저딴 성격 파탄이 신이면 난 우주신이야! 진짜라면 내가 저 자식 발 닦개를 하고 말지.”
케빈은 긴가민가했지만 수긍했다.
하긴, 저딴 놈이 신이면 인류는 진작 망했겠지.
“아무튼 그러면 지젤을 찾자.”
근방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 조종을 위해 가까이에 온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쿠구궁!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
놀란 그들이 밖을 보자 낯익은 면상들이 보였다.
“저것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건이 아까 쓰러트린 거대 지렁이들.
“급소를 찔린 놈들이 어떻게…!”
신궁좌 성도들이 당황했지만, 성인들은 되려 눈살을 찌푸렸다.
“죽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예?”
저놈들은 다름 아닌 이었다.
‘드라크마에도 나타났던 놈들.’
이건의 뼈다귀를 노리고 나타났던 바로 그놈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된 미지문명의 종은 총 12종. 하지만 희귀종은 그 12종에 들지 않는 13번째 종을 의미했고 말이다.
‘무엇보다 놈들은 공격이 전혀 안 통한다.’
제 아내와 부하를 먹었던 두꺼비도 같은 희귀종일지 몰랐다.
그리고 희귀종의 공통된 특징은 몸 어딘가에 특이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상처는 마치 뱀.
“저놈들, 설마 아레나에 있는 사자 성도들이랑 시민들을 죄다 죽일 셈인가!”
거기에 다른 신좌들의 수장인 자신들까지 처리할 생각이 틀림없었다.
어쨌거나 저건 성인급들도 건들지 못하는 곤란한 종이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그런 걸 쓰러뜨렸던 이건은 불만을 터트렸다.
“치명타는 못됐나 보네.”
그 투덜거림에 케빈은 기가 막힌 듯했다.
“장난해? 저놈들은 어떤 공격도 안 먹힌다고! 공격이 통했다는 것만으로 어떤 의미인데…!”
휴고가 보란 듯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아무리 잘난 희귀종이라도 역시 건이의 마력만큼은 먹히는 걸 거야.”
반면 아까 이건이 날린 창은 사자좌의 무기였다.
“그나마 아까 공격도 건이의 마력이 실려서 먹혔던 거….”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고가 비명을 질렀다.
쿵!
엄청난 굉음과 함께 이건이 사라진 것이다.
“건아!”
그 엄청난 굉음은 이건이 제 천공의 단죄를 부르는 소리였다.
그리고 주인의 부름에 도끼가 순식간에 이건의 손으로 날아오고.
도끼를 잡은 이건이 뚫린 벽 쪽으로 뛰어내렸다.
“이건 님!”
그 높이는 무려 4층!
부유스킬이 없는 이건은 바로 제 스킬을 사용했다.
[권속 소환]동시에 소환된 건 다름 아닌 거대 짐승 피슈!
[돼지저금통을 소환했습니다] [소환되어 성도1을 잡아먹는데 실패했습니다]쿵!
일부러 소환한 것일까. 건물만한 크기의 피슈는 소환되자마자 성질을 냈다.
때마침 성재를 잡아먹으려 했는데, 어떤 새끼가 제 식사를 방해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환자가 주인이라는 걸 깨닫고 깨갱 기겁하는 것도 잠시.
콰직!
“!!”
이건이 피슈의 머리통을 짓밟고 점프했다.
도움닫기였다.
콰직!
하지만 그 힘이 엄청나서 밟히는 순간 피슈가 뒤로 넘어갔다.
쿵!
아무도 없는 공터에 넘어진 피슈가 아픈 듯 울부짖었다.
덕분에 성인들과 공포에 떨던 성도들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저, 저거 지금 권속신을 발판으로 쓴 거야?”
권속신은 성신의 직속 부하.
물론 전투신이 아니면 성인보다 전투력이 딸리는 권속신도 많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신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딴 취급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지렁이의 머리에 착지했다.
쿵!
동시에 그가 제 무기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피를 먹고 발동한 천공의 단죄가 빛을 냈다.
번쩍!
엄청난 빛이었다.
그 빛에 경기장에서 대피하던 관중들이 깜짝 놀랐다.
“뭐야, 이 빛은!”
“저기야! 누가 괴수머리에 올라타고 있어!”
“머리? 야, 머리에 총 맞았어? 어떤 또라이가 그런 곳에 올라탄다고!”
“맞아, 초근접인 사자좌랑 황소좌도 그딴 짓은 안 해!”
그러나 통유리 쪽으로 다가간 사람들이 기겁했다.
“뭐야. 진짜 머리 위에 올라탔잖아?!”
“누구야 저거?”
“이건이야! 이건!”
“뭐?!”
발동된 도끼는 형체에 빛의 글씨가 새겨지고, 칼날 같은 마력을 띄면서 거칠게 포효했다.
고오오오오!
사실 천공의 단죄는 장작 하나 패지 못하는 무딘 도끼였다. 하지만 발동 후에는 180도 완전히 달라진다.
팟!
마치 노인 같은 숨소리도 젊은 악마의 포효로 바뀌었고, 녹이 슨 듯한 구릿빛도 허물이 벗기듯 빛을 되찾았다.
둥!
마치 천지가 울리는 듯한 울림이었다. 대지의 심장고동과 같은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둥!
그 광경에 대피하던 사람들과 취재진들이 깜짝 놀라 멈췄다.
“저, 저거…!”
“맞아! 3단 변신하는 그 전설의 무기!”
“세상에, 저걸 실물로 보게 되다니…!”
지금껏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모두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마침내 포효하는 도끼에 뱀의 마력이 실리고.
고오오오오!
포효하는 도끼날이 거대한 섬광을 뿜으며 지렁이의 머리로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의 섬광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요틴의 칼날!
콰직!
머리를 파고 든 빛의 섬광은 순식간에 지렁이의 몸을 두 동강 냈다.
머리서부터, 꼬리까지 한순간이었다.
쾅!
사람들은 괴수가 한 방에 무너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의 노련한 솜씨는 적들이 사람들에게 접근하지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하하하! 휘장 만들 재료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이건은 신이 나서 살과 뼈를 발라댔다. 그리고 맨손으로 내장을 마구 뜯어내는 광경에 비위 약한 휴고와 고트는 입부터 틀어막았다.
물론 이재원만큼은 생글생글 웃으며 감탄했지만.
“역시 이건님. 변함없으시군요.”
역시 짐꾼 시절 때부터 존경하던 사람다웠다.
하지만 그 시절을 함께 했던 휴고는 질색했다.
“넌 저게 변함이 없어 보이니? 저거 완전 또라이가 되어서 돌아왔잖아!”
“예?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님은 원래부터 또라이셨는걸요.”
“…….”
부정할 수 없는 휴고는 새삼 울고 싶어졌다.
아무래야 좋았다.
“성주님! 저길 보십시오!”
“!”
고트가 가리킨 방향에 케빈도 휴고도 놀랐다.
이건이 토막 낸 괴수의 몸에서 낯익은 결정이 떨어졌다.
그건 다름 아닌 전갈좌의 표식.
이에 두 성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괴수는 전갈좌가 불러낸 거다.’
“역시 그 여자는 한패야.”
뭐, 그렇다기엔 이건이 이 녀석을 쉽게 잡은 게 마음에 걸린다만.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대다수가 이건의 괴수 퇴치에 환호를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는 이를 갈며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저게! 어떻게 저걸 저렇게 쉽게 잡는 거지?”
아주 아름다운 절세미녀였다.
그리고 그는 바로 괴수를 풀어낸 장본인.
전갈좌 성인이었다.
물론 전갈좌 성인 본인은 아니다.
“젠장,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는데.”
그랬다.
전갈좌 성인으로 보이지만, 그녀는 사실 물고기좌의 SS급.
중 하나인 셀비아였다.
물고기좌는 변신이 특기이자 쌍아좌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마법신좌였다.
그리고 그녀는 전갈좌 성인으로 변신해 이 스타디움을 찾은 것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랬다.
그녀는 이건을 살해할 목적으로 온 것이었다.
왜?
[미국에서 이건을 처리해]바로 자신들의 성주, 물고기좌 성인의 명령 탓이었다.
덕분에 셀비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2년이나 연락두절이셨으면서 갑자기 이 무슨…!’
하지만 셀비아가 속이 썩어가거나 말거나 전화 상대가 탄식했다.
– 아쉽군. 성인을 죽이면 분명 신앙 파괴자 이상의 스킬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
전화 상대가 말을 이었다.
– 지금 천성재를 죽이면 백프로 그 SS급 스킬이 나와. 하지만 성인급이면 분명 SSS급이 나올 테지. 천성재를 사냥하러 가기 전에 사자좌랑 이건을 처리하면 좋았잖아.
그러자 통화 중이던 셀비아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기껏 여기까지 이건을 유인해주셨는데….”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건 알았지만, 빠르게 치고 빠지면 상관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이를 빠득 갈았다.
‘이게 전부 전갈좌 때문이다.’
2년 만에 날아온 성주의 막무가내 명령에 당황한 그녀였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이건을 죽이느냐 물었더니, 100통 만에 대답이 온 것이 이것이었다.
[전갈. 한편. 말해둠]결국 그게 ‘전갈좌는 한편이니 협력을 요청’을 하란 의미라는 걸 해석하고 난 후.
셀비아는 전갈좌를 찾아가 부탁했다.
그러자 같은 여자조차도 한눈에 반하게 할 것 같은 절세미녀는 오묘하게 웃었다.
‘그래. 이건을 처리하고 싶다고.’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거기에 그 눈빛, 손짓, 위압감.
엄청난 카리스마였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래. 대가는 이미 받았다.’
칠흑의 긴 머리에 칠흑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울리는 놈을 주마. 이거면 이건도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 테지.’
그렇게 받아온 것이 이 괴수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하면 괴수들도 말을 들을 거라고 하여 전갈좌로 변신해 경기장에 갔다.
그런데 이 무슨…!
‘그 여자, 제대로 준 거 맞아?’
저거면 확실하게 이건을 처리할 수 있다며!
그런데 말이 전혀 다르잖아!
그야 자신들이 괴물을 달라고 했지만, 이정도면 이건에게 일부러 저 괴수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래서야 자신들만 물 먹은 셈이 아닌가.
전화 상대가 말했다.
– 이건. 어떻게 되먹은 놈인지 수준이 낮아. 방해하는 꼴하고는.
셀비아가 눈을 반짝였다.
“걱정 마십시오. 이건은 13번째 성인이라 해도 성도가 한 명 밖에 없어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건만큼은 오늘 반드시 처리를….”
그런데 그때였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
누군가가 살벌하게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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