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17)
제117화. 전갈좌의 공주 (3)
“처녀좌…!”
문 쪽엔 금발의 케빈이 서 있었다.
“하여간 저 여자가 괴수하고 대화를 나눌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휴고도 경계하듯 침을 삼키고 활시위를 겨눌 때, 케빈도 날을 세웠다.
“뭐? 미지문명? 그래서 이건을 죽이려고 한 거군? 이건이 살아 있으면 너희들이 위험해질 것 같으니까.”
그러자 당황한 헤일리의 충신들이 외쳤다.
[아닙니다! 공주님은 이미 인류의 편입니다! 그쪽은 20년도 전에 배신하셨어요! 이건 님 때문에!]“!?”
충신들의 외침에 케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건도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물론 헤일리는 경악하듯 제 충신들을 보았다.
왜 거기서 그 말을 꺼내냐는 것이다.
그러나 전갈 외계인의 모습을 한 충신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쳤다.
[공주님께서는 저쪽을 저버리신 지 오래다!] [그렇습니다! 20년도 전! 공주님께서는 이건 님에게 반ㅎ….]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충신들이 비명을 질렀다.
[허억!]헤일리의 살벌한 검이 날아와 등에 꽂혔기 때문이다.
콰직!
동시에 등의 검은 딱지가 날아간 충신들이 억울한 듯 울부짖었다.
[아니 공주님! 왜 이러십니까!] [정녕 저희를 죽일 생각이십니까!]“오냐. 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소원대로 해주마.”
헤일리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부하들을 노려보았다.
마치 거기서 더 입을 벙긋거리면 정말 죽이겠다는 눈빛.
새빨갛게 물든 얼굴은 덤이었다. 그녀는 이건이 행여 들었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눈치였다.
“알았으면 너희는 물러가라.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러자 충신들은 억울한 듯했다.
[안 되옵니다! 저 고까운 처녀좌가 이상한 오해를 하며 공주님을 음해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저희는 공주님의 결백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동시에 충신들이 항복하듯 두 팔을 번쩍 들고 이건에게 외쳤다.
[알았으면 처녀좌는 닥치고! 이건 님은 들어라! 공주님은 인류의 편이다! 그도 그럴게 공주님은 그대를… 아악!]살벌한 일격이 날아와 부하들에게 꽂혔다.
헤일리는 새빨간 얼굴로 부하들의 목을 치려했다.
“닥쳐야 할 것은 바로 너희들이다…!! 정말 그 목이 날아가고 싶은 게냐…!”
헤일리가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와들와들 떨렸다. 목소리엔 분노와 당혹감이 어려 있었다.
결국 그 광경에 휴고도 탄식했다. 동시에 그는 살벌하게 쳐들어왔던 케빈을 보았다.
이쯤 되면 너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느냐는 시선.
실제로 케빈도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케빈이 남의 말은 개똥으로 듣는다 한들,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증거로 전갈좌를 보자마자 죽이려 했던 칼이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케빈은 어이가 없던 모양이었다.
그건 당연했다.
“나더러 지금 괴수 부하들의 말을 믿으라는 거냐? 어처구니가 없군. 이건의 도시락에도 그렇게 독을 타더니.”
뭐? 독?
성도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휴고는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케빈의 파란 눈이 번득였다.
“이건의 음식에 몰래 뭘 넣는 걸 내가 못 봤을 거라 생각하나. 전갈좌는 게와 맞먹는 어둠의 신좌니, 초인 하나 죽일 정도의 독을 만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케빈의 모함에 헤일리는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독을 탄 건 내가 아니라 그대 쪽 아닌가!”
“뭣이?”
“그대야말로 이건의 도시락에 매번 이상한 걸 넣지 않았나! 그걸 전부 보약으로 바꿨으니 망정이지!”
케빈은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 여자가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독약을 탔기 때문에 이 몸이 그걸 빼고 보약으로 바꿔 넣은 건데!”
“독을 타다니! 그건 너겠지!”
서로가 이건에게 독약을 탄 게 아니냐 옥신각신 싸우자 성도들은 기가 찬 기색이었다.
‘그럼 결국 서로가 이건 님한테 보약을 먹였다는 소리 아닌가?’
결국 멱살을 잡고 싸울 기세의 두 성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헛소리 말아라! 케빈, 그대가 언제나 이건을 못 죽여서 안달 났다는 것 정도는 안다! 이 만년 2위가!”
“뭐가 어째? 너야말로 이건을 암살하기 위해 항상 음침하게 이건을 훔쳐보지 않았나! 이 음험한 여자가!”
“음험? 지금 음험이라고 했나?”
결국 그들이 각자 칼을 뽑아 서로를 죽이려고 하자, 휴고는 피곤한 듯 탄식했다.
어쩌면 이건이 그딴 몸으로 그나마 악마의 탑으로 갈 수 있었던 건 저 둘 덕분인가.
뭐 아무래야 좋았다.
“축하한다. 육아는 케빈한테 맡겨도 되겠네.”
휴고는 또 이건에게 걷어차였다.
동시에 이건은 미간을 좁혔다.
“야. 지금 중요한 건 누가 내 도시락에 보약을 탔냐가 아니야.”
“그래. 중요한 건 전갈좌가 자기문명을 저버리면서까지 성인으로 있었던 이유지. 설마 했지만 이유가 꽤 충격적이군.”
이 정도면 거의 고백급이 아닌가.
그렇게 휴고가 슬쩍 바라보자, 이건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설마 성신이 인간도 아닌 자를 성인으로 선택할 줄은 몰랐는데.”
음?
휴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이건을 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성신이 희한하게 머리를 굴리네.”
야 이 새끼야, 그게 아니지.
“건아. 쟤 너 때문에 미지문명을 배신한 거야. 그래서 성인으로 활동한 거고.”
“그래 알아. 나도 들었어. 나한테 뒤지기 싫었겠지.”
“???”
휴고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래서 속삭였다.
“야. 쟤 너 좋아한 거야. 그때부터 쭉!”
“?”
그러자 이건은 뭔 개소리를 하느냐는 시선을 보냈다.
“바보냐? 그 얼굴을 좋아할 여자가 세상에 어딨어.”
“?!”
케빈도 한소리 했다.
“순진하구나, 이건. 아무리 그래도 인류의 편일 성신이 미지문명의 괴수를 성인으로 간택했을 것 같나?”
휴고는 어이가 없어 케빈을 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케빈이 눈을 번득였다.
“뻔해. 저 여자는 진짜 전갈좌 성인을 죽여서 그 자리를 꿰찬 거야. 그동안 스파이 짓을 한 거지.”
“!”
휴고는 기가 막혔지만 결국 듣다 못한 헤일리의 충신들이 분노해서 외쳤다.
[이런 쳐 죽일 처녀좌 놈!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전갈좌 성신이 정말 공주님을 택한 것이다!]“!”
케빈은 놀란 듯했다.
“그럼 네 성역에서 우르르 나왔던 그 검은 뭔데? 분명 이건을 찌른 검과 같은 문양이었는데.”
“그건 미지문명 군주의 문양이다.”
“!”
모두가 놀랐다. 군주는 미지문명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곧 헤일리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
“군주의 각인. 그 문양 자체만으로 지독한 저주와 독기를 뿜어내지. 인간들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거라 보이는 족족 회수했던 것뿐이다. 군주의 힘이 담겨 있기에 없앨 수도 없는 특별한 각인이기에.”
“……!”
그들은 놀랐다.
아무래도 헤일리는 괴수들 틈에 섞여 돌아다니는 그 불길한 각인들을 눈치채고 회수했던 것이리라.
그건 인간에겐 치명적인 저주의 씨앗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대부분은 낮은 힘을 가진 각인이라 괜찮았지만, 종종 치명적인 각인이 새겨진 무기들이 있었다. 천칭좌의 성도들에게도 발견됐었지.”
“!”
동시에 이건이 품속에서 칼을 꺼냈다.
“그럼 이것도? 그날 날 찔렀던 검인데.”
헤일리는 이건이 던진 검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희미하지만, 널 찌른 검엔 분명 치명적인 각인이 새겨져 있었겠지. 상대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고, 치명상으로 이끄는 각인이다.”
이건은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그때 아무것도 못 느끼고 그대로 당했던 거군.’
아무리 자신이 붉은 눈을 잡고 지쳐 있던 때였다지만, 찌르는 순간까지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건 좀 이상했으니까.
물론 지금까지는 그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던 걸까 싶었지만.
‘각인이라.’
동시에 옆에서 그걸 보는 천성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치 빠른 그의 시선은 이건의 주머니에서 울부짖는 만년필에 향해 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저 각인. 모양은 살짝 다르지만 삼촌의 만년필에 새겨진 각인 같아.’
이건이 이번에 처음 사용한 각인 스킬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양이 조금 비슷했다. 물론 이건의 각인 쪽이 군주의 각인 쪽을 집어삼킬 것 같이 생겼지만.
‘어쨌거나 삼촌의 죽음엔 군주급까지 연관되어 있는 건가?’
도대체 왜?
그러나 천성재는 곧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군주의 각인이 이렇게 쓰인다면, 이건의 각인도 특수하게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곧 헤일리가 말했다.
“그것과 비슷한 검을 조사했다가 죽었다는 감정사는 널 해한 범인에게 살해당했을지도.”
“그럼 그게 설마 성인 중 한 명일 것이라는…!”
천성재의 말에 이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땡큐.”
“!”
이건이 헤일리가 건넨 검을 받으며 웃었다.
“덕분에 궁금증이 풀렸다.”
“……!!”
순간 이건과 손이 스쳤다.
동시에 헤일리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공주님!!]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방금 힘이…!]주저앉은 헤일리는 심장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았다.
‘이, 이건이 웃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 이건과 스킨십을!’
도저히 스킨십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때였다.
그런 헤일리를 보던 휴고가 불안한 듯 이건에게 속삭였다.
“그럼 헤일리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냐니?”
“아, 안 죽여?”
“내가 왜?”
휴고는 심장이 터져 죽으려는 헤일리를 보며 끙,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니, 네게 해를 끼칠 것 같진 않지만, 저 사람은…”
“괴수 아니냐고?”
“!”
찔린 듯한 표정에 이건이 킥 웃었다.
그도 그럴게 휴고는 자신이 얼마나 괴수를 증오하는지 잘 알았다.
그러니 이러는 것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휴고한테 있어 헤일리는 은인이긴 은인일 테니.
자신의 뜻에 거스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별 탈 없이 넘어가길 바라는 거겠지.
그래서 이건이 말했다.
“말했잖아. 괴수하고는 다르다고.”
“!”
“혼혈이든 뭐든, 인간의 냄새가 나긴 해.”
“……!!!”
애초에 자신이 없는 동안, 제 단짝을 두꺼비로부터 구해주고, 그 와이프를 돌봐줄 장소를 제공해준 사람이었다.
그걸 무시하고 도끼를 휘두를 정도로 무식하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쟤, 유하 팔에서 느껴지는 미지문명의 기운이랑 비슷한 기운이 느껴져.”
“!”
이건의 속삭임에 휴고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가 말한 사실도 사실이지만, 어떻게 유하의 팔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시선.
이건은 씨익 웃었다.
유하의 팔에 이상한 것이 빙의해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각성하던 날 얽혔던 군주 놈하고 비슷한 냄새가 났거든.’
“아무튼 그 해결책이 될지도 몰라.”
더 나아가 미지문명 쪽과 연관이 있으면 오히려 이쪽엔 이득이었다.
약점을 캐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애초에 내가 무서워서 제 문명도 배신했는데 뭐. 귀엽잖아.”
휴고의 표정이 볼만했다.
아니. 이 자식아.
그건 널 무서워해서 배신한 게 아니라니까?
‘젠장. 도대체 이 자식 착각을 어떻게 바로 잡아주지?’
아니, 무서워하는 건 맞는 것 같지만 말이다.
‘다른 의미로 말이지.’
실제로 헤일리는 이건과 감히 눈도 마주할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보다 말해줄 것이 있다…!”
“!”
일어서는데 가까스로 성공한 헤일리는 급하게 이건을 불러세웠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뜻밖에도 휴고를 향했다.
“휴고, 네 아내에 대해서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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