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25)
제125화. 침공 30시간 전 (3)
[천칭 쪽이랑 다른 애들은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아. 부탁이야, 네가 아니면 성역이!]그 말에 이건이 한마디 했다.
“그럼 바다로 뛰어내려 죽든가.”
[……!]전화 상대는 상당히 당황한 듯했다. 그래서인지 말문까지 막힌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의미전달이 안 되었나 싶었던지, 상대가 말을 바꿨다.
[여기 성역엔 1억의 시민들이 있어. 네가 아니면 전부 죽을지도 몰….]“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다 같이 물고기 밥이나 되든가.”
상대는 말문이 막힌 듯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건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헤픈 호구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지만, 일반인이 다치는 건 의외로 꺼리는 성격이었다.
오죽하면 자신들이 오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적들을 처리해버렸겠는가.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인질을 구해오는 건 둘째쳤다.
그만큼 사람들의 위험을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 생각을 읽은 건지, 이건이 웃었다.
“그때는 니들이 사람 목숨가지고 장사질 하는 꼴 보기 싫어서 그랬던거고.”
[……!]“네 성역은 네가 지켜야지. 왜 남한테 부탁하나. 이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양아치 새끼네.”
[아, 아니…!]“그리고 다짜고짜 전화해서 자기네 식구들부터 살려달라고 하는 게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네.”
이에 상대가 움찔한 듯했다. 바로 목소리가 기었다.
[건아. 정말 미안해. 지금 너무 급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건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건아? 꺼져. 누구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 내가 니 친구야?”
살벌한 목소리에 상대가 놀란 듯했다.
생각해보니 이건은 남들이 건이라 부르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친한 척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상대는 바로 납작 엎드렸다.
[…이건, 아니 이건 님. 부탁드립니다. 진작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동시에 이건이 가증스럽다는 듯 웃었다.
어차피 전화로 오래 끌 생각도 없었다.
“대가로 뭘 줄 건데?”
[원하는 것은 전부 줄게. 말만 하면….]“네 목숨.”
순간 전화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의 눈빛이 번득였다.
“나 늘 궁금했어. 성인들도 무기 재료로 쓸 수 있는지.”
[?!]“그럼 접수된 거다?”
[아, 아니 잠깐…!]뚝.
전화는 사정없이 끊겼다.
마침내 성인을 무기로 갈아버린다는 살벌한 통화가 끝나고. 얼어붙은 방에서 한마디 꺼낸 것은 휴고였다.
“난 그 무기 안 쓴다.”
“주지도 않아 새끼야.”
“……!”
동시에 아들의 새로운 방에 들어왔던 휴고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방금 그 목소리 쌍어좌 성인 맞지?”
쌍어좌.
물고기자리는 쌍둥이자리인 쌍아좌와 버금가는 2대 마법 신좌였다.
그리고 쌍둥이좌가 학문적인 공학 마법사 느낌이라면, 물고기좌는 드루이드 느낌의 자연인 느낌이었다.
덕분에 마법계의 이과와 문과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성향이 정 반대라 무지하게 사이가 안 좋긴 했다.
두 얼굴을 상징하는 쌍둥이좌는 기본적으로 원소의 지배와 파괴 성향, 반면 물고기좌는 물이 없으면 죽는 물고기처럼 원소 친화 성향.
사이가 좋은 게 비정상이었다.
아무튼 그 물고기좌의 성인은 지독한 귀차니즘 환자에 히키코모리.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조차 없었다.
심지어 최근엔 5년이나 잠수를 타버리는 바람에 그 밑에 있는 십성이 온갖 고생 중이라나 뭐라나.
“그런데 걔가 너한테 직접 전화를 해? 말도 안 돼!”
“그 정도로 급한 상황인가 보지.”
물론 의외긴 했다.
물고기좌는 변신 신좌로 유명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력한 봉인과 테이밍의 신좌로도 유명했다.
강력한 길들이기 마법과 변신마법으로 괴수들을 일시적으로 아군으로 삼기도 했다.
때문에 어지간해서 피해를 입을 신좌도 아니었다.
그런데 고작 괴수의 침입에 자신을 급하게 호출할 정도라니.
아무래야 좋았다.
“좋네. 모가지도 따고 성역도 얻고.”
그 말에 휴고가 혀를 찼다.
“괜찮겠어? 그 옆은 황소좌의 영역이야. 너 황소좌하고 성향 안 맞잖아.”
그러자 이건이 뭐라는 거냐는 듯 비웃었다.
“전혀 상관없어.”
“뭐? 그게 무슨….”
하지만 이건은 대답 대신 제 스킬을 사용했다.
[포교스킬을 사용합니다] [2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 [일반포교를 선택하셨습니다]그 목소리와 함께 녹색 빛이 방 안에 터져 나왔다.
동시에 비명소리가 나온 건 새로운 성역의 부엌 쪽이었다.
[천지우가 뱀주인좌의 성도가 되었습니다] [천지우: A+] [천지우의 가치만큼 경험치가 올라갔습니다]이에 놀란 휴고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빛은 뱀주인좌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사견궁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전으로 쓰는 공간을 지나 부엌 쪽.
거기엔 이건의 대장간을 보러 잠시 병원에서 빠져나왔던 천지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빛나자 함께 있던 신궁좌 성도들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러는 것도 잠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세례가 완료되었습니다] [세례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천지우에게 뱀주인좌 스킬과 개인스킬이 생겨났습니다]그리고 그게 각성이라는 걸 깨달은 휴고가 화를 냈다.
“야! 너 이렇게 갑자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웃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Lv.13]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역시 괴수를 잡는 것도 좋지만, 성도를 영입할 때가 가장 경험치가 잘 올랐다.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70%까지도 오르는군.’
서기관은 정상적인 포교가 아니라 경험치가 오르지 않았지만, A급이었던 천성재와 천지우가 이 정도였다.
S급을 성도로 받아들이면 경험치 100%도 가능하지 않을까.
‘레벨이 올라갈수록 스킬 올리는데 필요한 포인트 개수도 점점 올라가니.’
게다가 1차 각성이라 한 지난번 시련 이후로 경험치가 올라가는 속도가 줄었다.
뭐 레벨이 오를수록 올리기 힘든 건 당연한 것이지만.
그때였다.
[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지금부터 허락한 자들에게 특정한 대가를 받고 뱀주인좌의 권능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대가로 공물, 스킬포인트, 신위, 식품, 경험치 등 다양한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동시에 이건의 눈앞에 뭔가가 떨어졌다.
두루마기였다.
[스킬 대여 현황 : 0]이건은 흥미로운 듯 웃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자신의 인벤토리 책을 꺼냈다.
그리고 중간 페이지를 펼치자 선물박스가 나타났다.
이건은 그걸 천지우에게 내밀었다.
“성도가 된 선물이에요.”
이에 천지우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세상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건 님한테 선물을 받다니…!”
휴고가 입을 삐죽이며 제 아내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지우가 받은 선물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년필…?”
아무래도 서기관인 만큼 특별히 무기도 될 수 있는 성물을 준 것이리라.
동시에 이건이 웃었다.
“앞으로 이걸로 신궁좌의 바이블을 채우시면 됩니다.”
“어머. 정말 그래도 되나요?”
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기관은 포교, 전투, 지원, 교육, 청소 등등 다양한 역할을 가진 성도들 중 특성의 성도.
“슬슬 저 녀석도 커야죠.”
그 말에 천지우는 역시 이건 님이 마음도 넓으시다며 감격했지만, 정작 휴고는 버럭 화를 냈다.
“너 지금 속으로 비웃고 있지. 꼴지 주제에 버프라도 받아야 겨우 널 따라간다고 까고 있지! 어?!”
이건은 용케도 알았다며 무시했다.
“이걸로 택수네 바이블도 키워주세요. 없는 말도 막 지어 써도 되고요. 예로 들면 신궁좌 전원이 뱀주인좌에 굴복했다든가.”
“야!!!!!”
그리고 그 말에 듣고 있던 서기관이 비웃었다.
“그딴 능력을 쓰면 그 사람의 몸이 남아나지 않을걸. 서기관 능력은 큰 거짓을 쓰면 쓸수록 내상을 입는다고.”
그게 서기관 능력의 리스크인 거냐는 듯 이건이 비웃었다.
뭐 서기관의 몸 상태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신의 주시안(D)이 발동 중입니다] [D랭크에서는 상대의 손상정보가 보입니다]F랭크에서 기본정보가 보였고, E랭크에서는 신앙정보가 보였다.
D랭크에서는 생물이나 도구의 손상정보가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서기관의 몸 상태는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필시 리스크 탓이리라.
하지만 리스크 따위, 아무래야 좋았다.
뱀주인좌의 성도가 된 탓인지, 몸이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이건은 천지우에게 준 만년필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만년필만 쓰세요. 그러면 모든 외부, 내부 피해는 이 녀석한테 돌아갈 테니.”
“?!!”
지목당한 서기관의 표정이 볼만했다.
“아, 아니 무슨 만년필인데 그런…!”
“특별히 네 데이터 때려 박았으니 감사해라.”
“데이터라니, 무슨 데이터?!”
“지우 씨 데미지 잘 받아내고. 지우 씨를 납치하려고 했던 대가야.”
이에 당황한 서기관이 황급히 이건을 보았다.
“야! 나 너희 성도야!!”
성도를 이렇게 막 다뤄도 되냐는 시선에 이건은 전혀 문제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뱀주인좌 성도는 아무리 다쳐도 재생이 가능합니다.”
저 새끼가!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사자좌 본궁.
사자좌 성인 스티븐은 제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심지어 그는 들고 있던 펜마저 떨어트렸다.
그의 시선은 눈앞에 있는 천유하에게 향해 있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하지만 당황하는 스티븐을 향해 천유하가 말했다.
“계약기간 끝났으니까, 성단 탈퇴하겠습니다.”
“뭐? 탈퇴?”
“네, 탈퇴.”
그 말에 스티븐은 앓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었다.
그랬다.
천유하가 사자좌를 나가겠다는 말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스티븐은 골치가 아팠다.
‘어쩐 일로 밀린 임무까지 모두 다 처리하고 왔나 싶었더니.’
하필 사자좌에서도 핵심 전력이 나가겠다고 하다니.
그도 그럴 게, 천유하는 십성이었다. 신좌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신좌가 바로 휘청거릴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를 보이고 있는 천유하를 향해 스티븐은 할 말이 없었다.
딱히 나가겠다고 하는 걸 말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사자좌를 나가겠다고?”
“!”
비웃은 건 다름 아닌 올리버였다.
사자좌의 SS급. 그리고 성신에게 간택받지 못해 천유하에게 십성의 자리를 빼앗긴 남자.
그리고 스티븐의 방에 들어오던 올리버는 가증스럽다는 듯 천유하를 보고 있었다.
“왜. 사자좌를 떠나서 이건의 신좌에라도 가시려고?”
“!”
이번엔 천유하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 말에 스티븐이 깜짝 놀랐다.
“이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가 웃었다.
“가려면 가. 사자좌에 계집은 필요 없으니.”
스티븐이 올리버를 노려보았다.
“야!”
“이건이 얼마나 대단한 성인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구성원도 없는 신좌야. 13번째 신좌라 한들, 사자좌가 손을 빌리게 될 일도 없는 허접한 신좌….”
그런데 바로 그럴 때였다.
쿠구구궁!
갑자기 그들이 있던 본궁의 바닥이 갈라지고 천장이 무너졌다.
“아악!”
엄청난 지진이었다.
심지어 어전이 있는 본궁이 이토록 뒤흔들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밖을 본 그들이 경악했다.
“괴수…!!”
괴수의 군단이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백 마리의 상급 괴수들이 사자좌 성역에 들어오고 있었다.
동시에 스티븐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망할 여자가.’
틀림없었다.
침공이었다.
가까운 시일에 미지문명 쪽의 침공이 올 것이라는 추측이 있기는 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이곳에 들어오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싶을 때 보고가 들어왔다.
[성주님! 큰일입니다! 사자좌의 결계가 사라졌습니다!]벽에 붙은 액자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스티븐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 미친년이.’
천칭의 수작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스티븐은 상관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쾅!
동시에 금빛이 천장을 뚫고 치솟았다.
“저런 놈들 따위…!”
마침내 스티븐이 지붕에 착지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몰려오는 괴수들을 본 스티븐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
괴수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던 탓이다.
[고오오오!]그 울부짖음에 스티븐의 몸이 얼어붙었다.
동시에 같은 곳을 보는 성도들도 술렁거렸다.
“마, 말도 안 돼.”
20년 전의 악몽.
붉은 눈이 거기에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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