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이거 누가 만들었냐? (2)
아니, 방금 이놈이 뭐라고 했나.
뭐?
이건은 나인데, 뭐라고?
기억에도 없는 제자는 또 언제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 제자 사칭범은 의기양양했다.
“이건 님은 숱한 제자들 중에서도 나를 가장 아끼셨지.”
아니, 이런 제자 키운 적 없다니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감정사는 이건을 칭찬했다.
“나이를 보면 나처럼 이건 님의 직속제자일리는 없고. 솜씨가 제법이네. 나조차도 속을 뻔했어.”
이거 콱 사기꾼으로 고소할까?
결국 주먹으로 쳐서 끌고 갈까, 발로 까서 데리고 갈까 고민하던 그 순간이었다.
“감정사님, 큰일입니다!”
방 안으로 직원이 들어오자 감정사가 화를 냈다.
“지금 중요한 이야기 중인 거 안 보여?”
“그게 아니라, 밖에 그분이…!”
“안 나가? 지금 중요한 손님이랑 이야기 중이라고.”
결국 직원까지 쫓겨났다.
그 사이 이건은 몸을 풀고 있었다.
‘SS급 감정사라니까 얘도 때리면 괜찮은 데이터가 나오겠지?’
그렇게 이건이 뭔가를 찾는 감정사의 뒤로 다가가는 순간.
감정사가 뜻밖의 물건을 꺼냈다.
“자, 이게 이건 님한테 제자로 인정받은 물건이라네.”
“!!”
이건은 낯익은 물건에 깜짝 놀랐다.
수첩.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이 쓰던 물건이었다.
단지.
‘옛날에 잃어버린 건데.’
동시에 이건은 이 감정사를 어디에서 만났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이새끼, 여자한테 차이고 질질 짜던 그.’
의뢰 때문에 중국 쪽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 만났을 것이다.
자신을 귀찮게 쫓아다니던 풋내기였다.
“물건 보는 눈이 정말 뛰어난 분이셨지. 고맙게도 몸소 노하우까지 알려주시고.”
아니, 개허접에 귀찮게 쫓아다니길래 되레 욕설하고 괴롭혔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내 숙소에 이걸 놓고 홀연히 사라지셨다네.”
잃어버렸다 싶었더니 이자식이 훔쳐갔었나?
“아무튼 글씨는 읽을 수 없었지만, 필시 그분의 아이디어 노트였겠지. 그런 귀한 걸 받다니.”
그냥 나중에 쳐죽일 놈들 목록을 적었던 것 이지만.
그리고 그 안에 이놈의 이름도 적혀 있었던 것 같지만 굳이 말하지는 말자.
어쨌거나 모르는 놈도 아니고. 그때 만났던 풋내기가 SS급 감정사가 되었다는 것도 축하할 일이지만 사칭은 사절이었다.
‘이자식이 감히 내 물건을.’
그렇게 이건이 손을 뻗을 때였다.
“자네가 마음에 드니 이것과 함께 특별히 가게의 물건도 공짜로 주겠네.”
뻗어나갔던 손이 우뚝 멈췄다.
“생산계지? 원하는 재료가 있으면 전부 가져가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건이 웃었다.
“스승님이 그렇게 멋지신 분이셨어요?”
그래 그깟 사칭, 살다 보면 좀 할 수도 있는 거지. 정체야 말해주고 응징하면 그만이고.
이건은 흐뭇하게 감정사의 어깨를 토닥였다. 감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건은 때마침 잘됐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수첩엔 제 살생부 목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숨겨둔 도안들이 있었던 것이다.
성물을 만드는 부역 권속신들을 두들겨 패 얻어낸 것들이었다.
‘덕분에 성물을 처음 만들 때 많이 참고했지.’
지금은 기억하기 힘든 세세한 재료양이 적혀있던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첫 교본 같은 게 사라져서 상당히 아쉬웠었는데.
‘마침 잘됐네.’
뭐, 사칭을 한 대가는 다음번에 치르도록 하자.
그런데 그때였다. 이건이 수첩을 돌려받는 그 순간.
번쩍!
“!”
수첩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낡은 갈색 가죽 수첩의 형태가 바뀌었다.
[잠들어 있던 수첩이 주인의 마력에 반응합니다] [수첩이 뱀주인좌 마력의 영향을 받아 성물로 진화했습니다]검은색으로 변한 수첩엔 낯익은 문양의 빛이 떠올랐다.
뱀의 문양이었다.
그리고 마치 불에 지지듯, 수첩에 각인이 생겼다.
동시에 안경을 세우던 감정사가 놀라워했다.
“메모리 계열 성물이야. 이건 님이 살아생전 걸어두셨던 스킬이라도 있었나보군.”
그는 이건 님의 의지라며 더더욱 흥분했다. 그래서 이건이 은근슬쩍 작업을 걸었다.
“좋아, 그럼 이건 님의 의지니까 이 목각 인형도 5배로 쳐주라.”
“째째한 소리 마, 10배로 쳐주지.”
그리고 둘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밖에 있는 직원은 발을 동동 굴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감정사님, 제 말 안 들리세요?”
“왜 또! 오늘은 손님 안 받는다니까!”
“그게 아니라 밖에 성녀님이 오셨다고요!”
“!”
* * *
탁탁탁.
시계를 보는 성녀의 손가락이 초 간격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세상에, 성녀님이야.”
“정말로 소피 님이잖아.”
작은 전당포 안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소피 마르디.
그녀는 유럽 쪽에 세워진 신 국가, 유럽연맹이 내세우는 성녀였다.
그리고 그녀를 본 천성재와 호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는 반응이었다.
“지, 진짜 실물이다.”
“와, 저 성녀 실물은 처음 봐요…!”
그들의 시선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꽂혔다.
밝은 금발도, 태양을 한 번도 보지 않았을 것 같은 하얀 살결도 모두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아우라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였다.
물론 12성인들은 전부 그랬지만 말이다. 특히 성신이 강한 성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피에게 시선을 빼앗기면서도 천성재는 굉장히 의아해했다.
“성녀는 공식적인 일 아니면 성역 밖으로 안 나오지 않나? 국교회에서도 외출에 까다롭게 군다고 알고 있는데.”
납치에 대한 우려였다. 치유의 힘을 노리는 자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위는 이상할 것도 없다고 했다.
“사실 이건의 성물 경매 정도면 성녀가 출타할 만도 하죠.”
그러자 천성재가 눈을 반짝였다. 어쩐 일로 이건에 대해 좋게 평가하느냐는 눈빛이었지만, 호위가 혀를 찼다.
“님은 제가 왜 따라왔는지도 모르죠? 님은 그냥 덕심이겠지만, 사실 네임드들도 이건의 성물을 노리고 있거든요? 덕분에 경매가 자칫 성단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천성재는 역시 위대하신 이건 님의 물건이라며 찬양했지만, 호위는 혀를 찼다.
뭐, 확실히 이건의 인기는 높은 편이었지만….
“그래봐야 다른 성인한테 받은 물건이죠. 이건은 버프도 아이템도 다른 성인들한테 전부 빌려 썼다잖아요. 저도 그 정도로 지원 받으면 SS급… 이봐요, 듣고 있어요?”
이건을 찬양 중인 빠돌이에게는 이미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호위는 내심 안절부절 못했다. 바로 아까 만난 이건 때문이었다.
‘뭐 그 사람이 진짜 이건일 리는 없겠지만….’
만약 맞다면 천성재가 성단을 나가버릴 지도 모른다.
천성재 본인은 모르지만, 입단테스트 당시 그의 잠재능력은 SS급이었다.
거기에 실적왕. A급이면 성단을 탈퇴하는 것만으로도 성신에게 타격인데, 천성재 정도면 말 다했다.
하지만 지금 그딴 사실은 아무래야 좋았다.
“성녀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따라오기 백번 잘했다. 역시 이 시대의 테레사 수녀.”
호위는 성녀의 자애로운 미소에 녹아내렸다. 물론 성녀 쪽은 달랐지만.
‘천한 것들이 누굴 쳐다봐.’
정작 시선을 받고 있는 성녀의 기분은 매우 좋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밖에만 나오면 이 모양이지.’
소피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건을 높게 평가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럴 만한 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수십 년 전.
한때 재액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 몇 나라를 봉쇄하려 할 때가 있었다.
생매장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성인들은 거짓말로 모른 척했던 사건이다.
그리고 작은 나라보다 대국의 손을 들어주는 게 훨씬 이득이었으니까.
그런데.
[뭐라고요? 이건이 혼자 거기에 들어갔다고요?]당시 정치적 이유로 매장을 지시했던 미국. 그들이 총기를 들고 입구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이건은 협박에 굴하기는커녕,
[니 새끼들부터 쳐넣기 전에 열라고 했지!] [커헉!]이건은 미국 장군의 면전에 드롭킥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 탑 10 뷰어 영상이다.
아무튼 그 후, 그 겁대가리를 상실한 이건 놈은 전 세계가 포기한 그 재액 소굴을 홀로 쓸어버렸던 것이다.
물론 당시 신궁좌의 서포트가 있었다지만 성인들은 전부 알았다.
[사실 난 잡몹만 처리했어.] [……!]결국 아무것도 못한 11명이 바보가 되었던 순간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건 그 놈은 자신들의 장사를 망쳐놓는 꽉 막힌 놈이었다.
이를테면 사람들을 애태우며 아무리 보수를 더 높게 받아내려고 하면 뭘 하나.
[병신 새끼들. 하도 느려 터져서 그냥 다 처리하고 간다.]매일 보게 되는 건 쪽지 한 장뿐.
놈은 대표적으로 모든 의뢰를 스틸해갔다. 기다려달란 말은 통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자신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강한 실력.
하물며 소피에겐 개인적인 원한도 있다.
‘죽고 싶지, 너?’
그 무서운 저음.
그 괴물 같은 얼굴.
사실 이건이란 이름만 들어도 독이 퍼진 것 마냥, 지금도 칠색 팔색하는 그녀였다.
‘그 지지리도 못생긴 오크가…!’
결국 얼굴이 굳어가는 성녀에게 호위가 말했다.
“성녀님,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색이 안 좋으시….”
“아니요.”
성녀가 말을 잘랐다.
‘금사자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없지.’
이번 역시 사자좌가 기를 쓰고 이건의 성물을 가져가려 할 것이었다.
물론 양보를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그게 어떤 물건인데.’
그런데 이 무슨.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겠어요.”
“성녀님!”
‘감히 우리 성단의 물건을 1달러 취급해?’
다른 신좌의 SS급 성도라 좋게좋게 봐줬더니.
때에 따라서는 없애버리리라.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감정소의 직원은 성녀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저, 손님이 계셔서요. 아무리 성녀님이라도 지금은 안 만나주실 거 같은데….”
그러자 성녀와 호위는 어이없어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손님이길래? 감히 이 나를?’
세계 정상들조차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귀한 얼굴인 자신을?
묘한 모멸감이 올라왔다.
“성녀님.”
“열어요.”
목소리에서 살의가 느껴졌다.
결국 직원이 조용히 문을 열어주자, 열 받은 성녀가 눈을 치켜떴다.
‘도대체 누가….’
그런데 그때였다.
안으로 들어가던 성녀가 돌연 멈춰섰다.
‘!’
거기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굉장한 미남이 있었다. 좀 멀긴 하지만, 바로 시선을 뺏길 정도였다.
그래서 소피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
다가가던 돌연 성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서, 성녀님?”
갑자기 소피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감정사가 있는 곳까지도 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정사와 함께 있는 젊은 남자 때문이었다.
‘뭐지. 저 마력은…?’
무서울 정도로 흉악한 마력이었다.
마력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녀에게는 똑똑히 보였다.
남자의 넓은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악한 마력.
마치 뱀과 같았다.
흉악한 녹청의 마력은 꿈틀거리는 뱀의 형상을 그렸고, 금방이라도 놈이 기어와 자신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
지옥으로 가는 문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느낌인 걸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소피는 이 이상 가까이 가면 죽을 것 같다는 오싹함이 들었다.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지만, 소피의 몸이 자동적으로 접근을 거부했다.
본능이었다.
그래서일까.
“나, 나가야겠어요.”
“네, 네?”
창백해진 소피가 뒷걸음질을 쳤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요.”
호위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당장이라도 감정사의 목을 날릴 것처럼 들어와서 왜?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소피는 입을 틀어막았다.
“소, 속이 좋지 않아요.”
그런데 그때였다.
“속이 안 좋으면 약이라도 줄까?”
“!”
그 목소리에 소피가 흠칫 놀랐다.
이건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건이 일어섰다.
덜컹!
“성녀님!”
놀란 소피가 급히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 * *
한편 그 무렵.
소피가 뛰쳐나가자 감정사는 황당해했다.
“뭐야. 쟨 왜 들어오다가 말아? 자기 휘장까지 떨어트리고.”
그러나 이건은 미묘한 눈길로 성녀가 사라진 쪽을 보고 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현재 사용가능한 권속 (1)
(하급 부역신 / 배고픔)
– 능력: 포식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재물, 힘 무엇이든 먹는다)
[권속을 내보내시겠습니까?]방어를 위한 것인지, 뱀주인좌의 마력이 찌르르하게 움직였다.
심지어 억누르고 있지만 낯익은 기운.
그래서 조사하려는 검을 꺼내려던 이건이 물었다.
“방금 들어오려 한 애가 성녀야?”
“세상에 성녀라고 불릴 애가 걔 밖에 더 있겠냐?”
그러자 묘한 표정을 짓던 이건이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성녀는 미인이라고 했지?”
“뭐야, 생긴 것도 모르냐? 12성인들 찬양 칼럼만 봐도 종종 돌아다니는데?”
“그쪽은 전혀 안 봐서.”
뭐가 좋아서 놈들을 찬양하는 기사를 보고 앉아 있겠는가.
하물며 자신의 20년 전 사진도 부담스러워서 그쪽은 일부러 안 보는데.
“그런데 성인들 칼럼? 성녀가 그쪽 사람이었어?”
그러자 감정사는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12성인 중 하나잖아!”
“!”
이건은 핸드폰을 꺼냈다.
평소하고는 다른 검색어였다. 공식 용어는 아닌지, 검색할 때는 잘 보지 못했던 용어.
-성녀
물론 지금까지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 검색해볼 생각도 없었지만….
팟!
마침내 뜬 사진 검색에 이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건이 같잖다는 듯 웃었다.
아.
성녀란 게 이거였어?
(다음 편에서 계속)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