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1)
제31화. 이름만으로도 두려운 남자 (2)
비오는 날 먼지 나게 쳐맞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소피는 정말로 그렇게 맞아 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화창한 날이었다. 화장도 잘 먹었고, 입은 옷도 마음에 들고, 예약한 헤어샵도 마음에 든 날.
그렇게 모든 게 좋았던 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날, 놈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꺄악, 이렇게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여긴 신성한 금남구역…!”
“죽기 싫으면 비켜.”
“꺄악!”
쾅!
소피는 난데없이 박살난 문에 놀랐다. 그리고 문을 부수고 들어온 스킨헤드 남자를 보고 더욱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여기가 어디라고 막 들어오는…!”
그러나 이건은 문을 걷어찼다.
쾅!
닫으려는 노력도 소용없었다.
“당장 병원으로 튀어 가랬지.”
이건은 뭔가에 단단히 열 받은 듯, 소피에게 성큼 다가왔다.
소피는 바로 뜨거운 찻잔을 들어올렸다.
“이런 무례한, 당장 나ㄱ…!”
나가라는 말을 할 틈도 없었다. 이건은 단숨에 소피의 머리카락을 낚아챘다.
“꺄악!”
쨍그랑!
그리고 소피를 붙잡은 이건이 말했다.
“이게 돌았나. 널 구해준 사람들을 진짜로 죽이라고 지시해? 그것도 병상에 있는 사람들을?”
소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뭔 일로 들이닥쳤나 싶었더니, 자신을 귀찮게 한 진상 남녀 병사의 일로 온 것인가!
“그 일이라면 자업자득이죠!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아니, 이것부터 놔요! 비싼 머리 망가지니까 좀!”
“그 사람들이 다리를 잘라내게 생겼어. 널 구해주고 다친 상처 때문에. 그리고 네 입으로 직접 치료해주겠다고 씨불였으면서, 뭐?”
이건은 폭발한 듯 소피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었다.
“꺄악!”
소피는 쥐어뜯길 것 같은 머리를 잡으며 외쳤다.
“놓으라고! 지금부터 예약한 헤어샵에 가야 한다고! 어떻게 잡은 건데… 이 오크 새끼야!”
그 히스테릭한 외침에 이건이 마스크를 벗어냈다.
동시에 소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보는 것조차 힘든 흉측한 피부들.
오크 괴물처럼 뭉개진 얼굴에 소피가 거품을 무는 것도 잠시, 이건의 얼굴이 눈앞까지 와 있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와라.”
니 얼굴도 이렇게 뭉개버린다는 협박이었다.
결국 반항하던 소피는 그날, 정말로 비오는 날 먼지 날 만큼 얻어터졌다.
머리채를 잡힌 채 병원까지 질질 끌려간 건 덤이었다.
울어도 봐주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이건의 숱한 일화 중 하나를 떠올린 성녀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지. 왜 하필 지금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정체모를 남자에게서 도망쳐 외곽의 고급 라운지까지 도망친 것은 좋은데.
‘마력을 빼앗기고 있어…!’
방법은 모르겠지만, 제 성신의 힘이 누군가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양고기를 먹은 뱀이 목이 말라 항아리의 물이라도 신나게 들이켜는 것 같기도 했다.
[ 의 성신, 성배의 주인의 힘을 빼앗아갑니다]-신위 상태 40% (충전 중)
[돼지저금통의 활약으로 성배자리주인의 힘을 빼앗고 있습니다] [신위(神威 신의 위엄) 상태 45%] [신위가 올라갈수록 뱀주인좌에 소속된 이들 모두가 강해집니다] [신위 상태가 70%가 되면 사용가능한 스킬이 있습니다]소피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이건은 소피의 힘을 쭉쭉 빼앗아갔다.
마치 직접 만나기 전에 제 힘부터 채워놓으려는 듯, 거침없이 물어뜯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휘장 승인 소피 마르디 님 16:24 젤라또 $38]자신의 휘장은 또 언제 사라졌던 걸까. 누군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제 휘장을 쓰고 있었다.
모든 성도들의 신분증이나 다름없는 휘장엔 대여스킬뿐만 아니라, 카드 기능도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도들이 주 고객인 통합거래소에서는 흔한 화폐수단이었다.
그리고 상대도 그걸 파악한 건지, 신나서 휘장을 써댔다.
[휘장 승인 소피 마르디 님 16:25 젤라또 $88] [휘장 승인 소피 마르디 님 16:26 젤라또 $478] [휘장 승인 소피 마르디 님 16:28 젤라또 $1089] [휘장 승인 소피 마르디 님 16:30 젤라또 $13880]아니 도대체 아이스크림으로 얼마까지 써댈 건지!
소피는 제 핸드폰으로 날아오는 문자를 보면서 손을 떨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휘장을 찾으러 가자니 두려웠다.
왜?
‘분명 그 감정소에서 흘렸을 거야.’
그리고 만약 자신의 휘장을 가지고 있는 게 감정소에서 본 그 남자라면?
그뿐이 아니었다.
이렇게 삥을 뜯어가는 수법까지. 낯익어도 너무 낯익었다.
그래 이를 테면…
[카드 떨어져 있길래 잘 썼다. 한도 제한 걸렸으니까 이제 돌려줄게. 너무 고마워하진 마. 지난번에 네 목숨 살려준 대가야.]이건.
하지만 곧 소피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럴 리 없어.’
감정소의 남자에게 이건의 그림자를 봤지만, 그 사람은 굉장히 젊고 미남이었다.
‘하물며 처음 보는 마력.’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야, 너 왜 그래?”
“!”
소피는 옆에서 들려오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제 옆에 앉아 있는 건 스티븐 마커. 사자좌의 성인이었다.
사자좌 성인은 황당하다는 듯 소피를 보았다.
“왜 덜덜 떨면서 내 옆에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얌전히 있든가 화장실로 꺼지든가.”
그 말에 소피는 이를 갈았다.
언제 봐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물론 소피도 이딴 남자의 옆에 계속 있을 생각은 없었다.
만난 것도 우연히 텔레포트 존 앞에서 마주쳤을 뿐이니까.
하지만.
‘참아야 해.’
지금은 이 남자 옆에 붙어 있는 게 최고의 한수였다.
그도 그럴게 이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했으니까.
‘최소 이건하고 비슷하거나, 어쩌면 이건보다도 더.’
전당포에서 본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건의 그림자를 느낀 상황에서 소피에겐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하지만 손을 파르르 떠는 소피의 모습에 사자좌는 웃음을 흘렸다.
격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성인주제에 또 뭘 보고 쫄았는지.’
도대체 누굴 만나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이건 성물은 감히 넘볼 생각도 마라.”
“!”
사자좌는 그렇게 제 말만 하고 일어났다. 심지어 문 쪽으로 향했다.
“……!”
그 광경에 놀란 소피가 외쳤다.
“어디에 가는 거죠?”
“경매 시작 전엔 올 거야.”
그러자 경악한 소피가 주변을 살폈다.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운 눈치여서 사자좌가 비웃었다.
“어째 꼬락서니가 이건이라도 본 얼굴이다?”
“네?!”
“뭘 그리 놀래? 너 엊그제 악마의 탑이 부서진 것 때문에 쫀 거 맞지?”
“그, 그건…!”
“왜 그렇게 쫄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차피 여긴 VIP 라운지라 아무도 못 들어와.”
마지막까지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사자좌였다.
그렇게 소피는 혼자가 되었다. 무서웠지만 괜찮을 것이었다.
스티븐이 말한 대로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VIP 라운지.
그리고 경매 시작 전에 온다면, 그래 봐야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고작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까.
그런데.
‘!’
안도하던 소피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 * *
“예? VIP 라운지에 들어가요? 얘가요?”
그 무렵, 휴고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휘장을 훔치겠다는 당당한 선전포고를 들은 직후. 급하게 성물거래소로 달려왔던 그였다.
물론 이건을 추적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는 추적의 신좌였으니까. 그래서 이건의 옷을 들고 쫓아온 건 좋은데.
하필 제 친구가 들어간 곳이 하필 통합거래소 텔레포트 존의 라니!
돈을 쳐발라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엔 또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찾아야 한다.’
결국 직원들 중 제 팬들을 매수(?)한 휴고가 급히 VIP 라운지에 들어갔다.
하지만 겨우 들어온 라운지에 이건은 없었다. 하필이면 다른 쪽으로 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여기서 뭐 해?”
“!”
하필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휴고 본인이 아주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랜만이네요.”
가톨릭과는 다른 형태지만 교황에게만 허락된다는 흰색의 수도복.
물병좌.
성배주인자리의 성녀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 같은 인상의 미녀는 휴고를 보고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한때 12성인을 대표하던 미남 테리우스도 세월은 못 이기네. 성도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사실 늙어 보이지도 않건만, 명백한 조롱이었다.
“어쩐 일로 신궁좌의 기운이 느껴지길래 와봤는데, 세상에 이런 아저씨가 되어버렸다니.”
소피는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며 휴고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게 내 말이나 듣지, 죽은 놈 의리는 왜 챙겨요. 괜히 싸구려 의리나 지키다가 와이프나 죽고.”
그 말에 욱한 휴고가 성녀를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피어오르는 작열사주인의 힘에 성녀가 웃었다.
“참 맞다. 아직 죽진 않았죠? 미안해요. 옛날 일은 잘 기억이 안 나서.”
“…….”
“하지만 그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지.”
휴고의 핏대 선 손이 소피의 어깨까지 올라갔다. 그대로 성녀의 목을 비틀고 싶었지만 그만뒀다.
10년 전. 어떤 사건 계기로 놈들과 싸우다 패한 뒤로 더 이상 건들지 않겠다는 협정을 한 탓이다.
결국 분노를 가까스로 삭인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성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내 용건은 그게 아니에요.”
소피가 굳이 온 건 옛날이야기나 하자는 게 아니었다.
“질문이 있어요. 당신이 아니면 솔직히 11명 모두 모를 질문이에요.”
“허.”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휴고가 차갑게 일어나자, 소피가 날카롭게 외쳤다.
“기다려요!”
그리고 외친 말은 천하의 휴고조차도 멈춰세울 정도였다.
“혹시 이건한테 아들이 있었나요?”
“!”
순간 돌아선 휴고의 얼굴이 볼 만했다. 그리고 제 귀를 의심했다.
지금 저게 뭐랬나?
그러나 소피는 진심이었다.
이건이 살아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감정소에서 느꼈던 그 느낌.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이건 트라우마까지.
시선을 받은 소피는 초조한 듯 손톱으로 탁탁탁, 의자의 손잡이를 쳤다.
“호, 혹시 이건한테 자식이 있었느냐고 묻잖아요…! 어서 답해요!”
“…….”
그딴 게 있었을 리가.
그리고 그 표정을 뭐라 읽은 건지. 눈을 동그랗게 뜬 소피가 돌연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본인이 생각해도 웃긴 질문이었다는 것이다.
“하긴 나 좀 봐. 미안해요. 실언이니까 방금 질문은 잊어주세요.”
“뭐?”
“생각해보니 그 얼굴로 자식이라니. 좋다는 여자가 있었을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자식이 있었어도 제 아버지를 닮아 지독히도 못생긴 괴물이겠죠.”
“……!”
“안 그래요? 만약 나였으면 애비를 원망하며 진작 명줄을 끊었을 걸요? 애초에 그 얼굴로는 애를 안 만드는 게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길이지.”
휴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계였다.
휴고가 주먹을 쥐었다.
자신의 험담은 참아도 친구의 험담은 못 참았다.
그러나 소피는 개의치 않는 듯, 꺄르르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아무튼 그 대머리 오크랑 관계없다는 걸 알았으면 됐네요.”
방금 전까지 뭔가를 두려워하던 소피가 그제야 안도한 듯 등을 기댔다.
“하하, 이제야 마음이 놓….”
그런데 그때였다.
결국 빡친 휴고가 소피의 멱살을 잡으려는 그 순간.
“야.”
“!”
순간 들린 낯익은 목소리에 소피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쾅!
누군가가 소피의 의자 등받이를 걷어찼다.
“……!”
바로 뒤였다.
상대를 본 휴고가 깜짝 놀랐다.
소피는 도대체 누군가 싶었지만, 바로 뒷좌석의 남자가 이죽였다.
“듣자듣자 하니까, 이게 잘도 씨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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