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26)
제325화. 돌아와라 (1)
“괜찮아. 금방 12영웅들이 우리들을 구하러 와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자.”
아마 그 말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이건과 연우는 서로를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와라]짧지만 강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마치 등대 같았다.
아무리 어둡고 깊은 심해에 있어도, 이쪽으로 오면 된다며 끌어당겨주는 빛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순간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마치 하늘로 붕 뜨는 감각과 함께 거대한 섬광에 휩싸인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눈을 뜨면, 다른 세계로 이동해 있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연우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어떤 감정, 감각도 느낄 수 없던 허무한 세계에서. 기쁨도 슬픔도 느낄 수 있는 거룩한 생명의 세계로.
그리고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건아…!”
결국 그 낯익은 목소리에 이건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는 그 목소리가 맞았다.
“…연우야.”
몇 년, 몇 십 년.
아니, 탑에 있던 시간까지 합치면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도대체 얼마 만에 불러보는 이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건은 순간 목이 메었다.
그리고 그건 연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건아…!!”
연우는 이건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살아있는 이건을 보고 엉엉 울었다.
이건도 그런 연우를 안아주며 토닥였다.
“미안해, 너무 늦었지.”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내가 말려들게 해서…!”
아무래도 연우는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당시 이건은 뱀주인좌하고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그러나 이건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네 덕분에 살 수 있었어.”
비록 끔찍한 악몽이 기다리긴 했지만, 각성자가 된 일을 후회하진 않았다.
그 덕분에 만날 수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광경에 13번째는 흐뭇하게 웃었다.
‘저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우를 살리려 한 거군?’
아닌 척 하지만, 목이 메는지 헛기침을 하는 아들의 모습이 꽤 신선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아무튼 괜찮아? 소리는 잘 들리고?”
“!”
이건의 말에 연우가 새삼 놀란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소리가….”
“뭐, 원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육신을 보강했으니까.”
“!”
연우는 원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건의 목소리를 완전히 들을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봉인되긴 했지만, 성신의 힘 덕분에 이건과 동생의 목소리는 텔레파시처럼 들을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 과거에서 불러온 육신을 좀 개조했어. 뭐, 절반은 훼손되어 있어서 그 부분은 내가 땜질하긴 했는데….”
이건은 볼을 긁었다.
“아무튼 잘 살펴봐. 물건은 잘 만들 수 있는데, 생물은 좀 불안해서. 괜찮아?”
“응, 괜찮긴 한데….”
“괜찮긴 한데?”
자신의 몸을 더듬던 연우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가슴이 커진 것 같은….”
“콜록!!!”
이건은 사래에 걸린 듯 기침을 해댔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이렇게까지는 안 컸는데….”
“아니!! 쿨럭! 내가, 거기는 정확한 사이즈를 모르니까…!! 콜록!!”
그리고 그런 아들의 모습에 13번째가 음흉하게 비웃었다.
뭐,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냥 자기 취향이 반영된 거 아냐?]“죽을래!!!!!”
[그래그래. 우리 아들 취향 잘 알았어. 다음에 네게 반영해줄게.]“반영하긴 뭘 반영해!!!!”
[난 딸이 좋더라~]“뒤진다, 진짜!!!!”
결국 13번째가 깔깔 웃을 때였다. 그제야 13번째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 연우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13번째가 쓰게 웃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다행이구나.]낯익은 얼굴에 연우는 눈물을 흘릴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버릇대로 고개를 숙이려고 했다.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 앗!”
엎드리려던 연우는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손이 날아와 그녀의 이마를 탁 막은 것이다.
그리고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이건.
“됐어. 저딴 새끼한테 고개 숙일 거 없어.”
“!”
13번째도 웃었다.
[그래, 이미 네 주인은 내가 아니라 저쪽이다.]동시에 13번째는 흐뭇한 듯 연우를 보았다.
그도 그럴게 연우와 준우는 죽어가는 걸 자신이 주워다가 길렀던 애기 뱀들.
물론 자신이 죽더라도 동생인 준우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건과도 만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 했지만….
‘설마 힘까지 넘겼을 줄이야.’
이건과 만난 것도 우연치고는 놀라운데, 하물며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아들을 구해줄 줄은 몰랐다.
뭐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들이 뱀주인 성신으로서 성장하게끔 방향을 바꿔버린 것이지만….
‘저런 아빠도 모르는 놈이 될 줄 알았으면, 도와주지 말 걸 그랬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연우의 팔을 잡았다.
“아무튼 돌아가자.”
그는 13번째의 얼굴이 보기 싫은 모양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격의 폭주도 멈췄어. 지금이면 밖으로 나가도 괜찮을 거야.”
[저거는 아빠가 폭주를 막아준 거라곤 1도 생각 안하지?]이건은 대답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펼쳤다.
그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던 13번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가 뱀주인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했습니다] []-폭주하는 신격을 봉인, 일시적으로 5단계로 낮출 수 있다
-를 외치면 상태가 되어 6단계를 쓸 수 있다
“!”
갑작스러운 일에 이건이 놀라 13번째를 보았다.
13번째는 입꼬리를 올렸다.
[6단계는 네 수명과 몸을 깎아 쓰는 단계다. 계속 6단계로 살게 되면 아무리 신이라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겠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거 진짜 개민폐니까 쓰지 말거라.]그 말에 이건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이건의 표정에 13번째가 히죽 웃었다.
[왜.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냐? 네 6단계 때문에 지구는 멸망할 뻔했지, 인류는 고통에 멸종할 뻔했지. 아들한테 분수에 맞지도 않는 잘난 성인들이 있었으니까, 전부 무사했다고 생각하….]이건은 빡친 듯 손짓했다.
“스킬 명칭 변경. 에서 로.”
[그쪽이 불만이었던 거니?!!]“당연한 거 아냐? 아무튼 스킬은 공짜로 준다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아, 스킬명도 에서 으로.”
[저 도둑놈!! 능력 창조도 얼마나 힘든 건데! 그 정도도…!]13번째는 핏대를 세웠지만, 곧 됐다는 듯 말했다.
[나가면 며늘 아가한테도 안부 전해주렴. 시아버지가 보고 싶어 한다고.]그 말에 이건은 개무시를 했지만, 정작 연우의 눈에는 격렬한 지진이 일어났다.
‘며, 며늘 아가?’
그게 도대체 누구지?
하지만 그때였다.
[아가야.]“!”
13번째의 부름에 연우가 고개를 돌렸다.
[혹시 내가 죽고 난 뒤, 내가 남긴 편지 못 받았니?]“아뇨, 그런 건 없었어요…! 단지 비통에 찬 메시지뿐…!”
[메시지?]“예. 다른 권속들에게 곧 살해당할 거라며 분노하시는 주인님의 자필 메시지가….”
“지연우, 저 신한테 주인님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알았다. 건이를 잘 부탁한다.]연우는 슬픈 듯, 그리고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예. 최선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이제는 신격을 잃어 아무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그 말에 13번째는 웃었다.
[아니. 너희는 원래 신격이 있었다.]“!”
[내가 너와 준우에게 준 과 은 너희를 살리려고 준 임시 힘이었거든. 그리고 너도 준우처럼 새 신격을 깨울 수 있겠지. 새로운 뱀주인의 가호에 의해서.]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연우는 화들짝 놀랐다.
“설마 동생이 살아 있나요?!”
“아 글쎄, 저 양반하고 그만 이야기하라니까? 자꾸 반응해주니까 우리한테 더 들러붙잖아.”
이건은 바로 아신계의 문을 열었다.
쿠구궁!
의 능력으로 아신계에 출구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13번째가 둘이 빠져나가는 광경을 흐뭇하게 보던 바로 그때였다.
[다 알고 있으니까, 몰래 힐끔 힐끔 훔쳐보지 마시고 나오시죠.] [!]아들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르게 냉랭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런 13번째의 말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말머리 탈을 쓰고 있는 성신, 작열사자리의 주인이었다.
* * *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하. 그거 진짜 괜찮은 거냐.”
“진짜 괜찮은 거 맞겠지?”
“괘, 괜찮겠죠!”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사자좌, 처녀좌, 물병좌, 전갈좌, 물고기좌, 그리고 각 대리 성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앞에 뉘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휴고.
일찌감치 슬라임이 소환해둔 휴고의 육신이었다.
그리고 성인들과 신궁좌 성도들은 그런 휴고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같은 성인으로서의 예의이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육신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이 올 때까지.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
“정말 이건이 신앙심 안 지우고 휴고를 과거로 보낸 거 맞아요?”
“그래. 내가 똑똑히 들었다니까.”
“젠장. 안 그래도 중증이었는데 거기서 신앙심까지 그 모양이면…!”
“이러다가 진짜 미래 바뀌는 거 아니야?!”
그리고 바로 그럴 때였다.
“허, 바뀌면 바뀌는 거지.”
“!!”
낯익은 목소리에 그들이 놀랐다.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이건이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연우의 얼굴에 성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어? 이 미인은 누구….”
“아. 설마 이 사람이냐! 네 애인이라는 게!”
케빈의 말에 헤일리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때였다.
연우가 휴고의 상태를 살폈다.
“건아. 상대가 권속신이면 아까 그 방법으로는 살려낼 수 없어. 권속신들의 영혼은 신계의 신이 담당하거든.”
전직 의 신이었기에 전문 분야인 모양이었다.
“아마 저승의 신들이 다스리는 명계 중 하나에 휘말려 들어갔을 거야. 규정상 거기서 승인을 받고 데려와야 해.”
물론 상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선대 주인께서 이분의 영혼을 명계에 보내셨다면, 분명 친구인 하데스. 이겠지.”
그 말에 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의 주인과 연결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과 연결되었습니다] [가 권속의 영혼 회수를 요청합니다]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수수료를 일부 떼어갔습니다 (1달란트)] [의 영혼을 불러옵니다]동시에 이건이 자신의 스킬을 발동했다.
[돌아와라]그 순간이었다.
번쩍!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휴고가 마치 물에서 건져진 사람처럼 숨을 내쉬었다.
“컥! 콜록! 콜록!”
그 광경에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아빠!!!”
“휴고!”
“휴고 님!!”
성인들도, 신궁좌 성도들도 모두 기뻐했다.
천 남매는 울면서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아!!”
“그래, 컥. 콜록. 너희도 무사했구나. 별일 없어서 다행이ㄷ….”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빠각!!!
“커헉!!”
휴고가 난데없이 이건의 발차기에 맞고 날아갔다.
그 광경에 모두가 기겁했다.
“야! 이 자식아! 무슨 짓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러나 휴고를 걷어찬 이건이 핏대를 세웠다.
“누구냐.”
“뭐, 뭐?”
“너 누구냐고, 새끼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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