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33)
외전 6화. 첫사랑 (1)
아마도 4년 전이었을까.
이건은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었다.
검은색에 파란 눈을 가진 새끼 고양이였다.
그리고 그 죽어가는 검은 고양이를 겨우겨우 살린 후. 이건은 그 고양이를 굉장히 아끼며 키웠다.
“우리 고양이, 그렇게 오빠가 좋아요? 그럼 나중에 커서 오빠한테 시집올래요?”
수줍음이 굉장히 많은 고양이였다. 그리고 생긴 것도 묘하게 일반 고양이랑 달랐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친한 친구가 좋지 않은 일로 죽고, 연우와 준우에게 내색조차 못했던 가장 힘들었던 시기.
그때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었던 소중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 소중한 고양이마저도 죽었는지 피만 남기고 사라지고….
결국 그 다음으로 사랑하는 동생 준우가 죽었다.
“형… 울지 마…. 나 괜찮아. 형 잘못 아냐.”
“미안해, 내가 좀만 일찍 데리러 갔었어도…!”
“…아냐, 나는 형이 안 울었으면 좋겠어.”
준우는 괴수에게 살해당했다.
물론 실상은 괴수로 변신한 물고기좌와 쌍아좌 성신이었지만, 그 당시 이건이 알 턱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하나 남은 연우까지 죽었다.
“…건아, 괜찮아. 건이가 정말 좋아하는 그분들이 꼭 와주실거야.”
연우는 죽어가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이건은 그 화마 속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었다.
“놔. 귀 먹었어? 우리 사도님들이 얼마나 바쁘신 줄 알아?”
“하지만 분명히 오신다고…! 걱정 말라고….”
“너희 목숨이랑 사도님들이랑 똑같을 것 같냐? 전원 안 오신다고 했어.”
“……!”
시민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받는 그들은 악마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사도님들은 오지도 않을 거, 왜 건물 안에 대피해 있으라고 한 거래요?”
“그게, 괴수에게 잡아먹히면 자기들 책임이 되어버린대. 하지만 건물이 붕괴되어 죽는 건 사고니까.”
“하긴. 아무튼 여기는 아무도 없다고 보고하고, 사도님들이 먼저 가신 곳으로 갑시다. 서울 말고 옆 나라요. 그쪽이 부자라 현금 액수가 장난 아니랍니다. 괴수도 여기랑 다르게 이라 쉽고.”
이건은 그들의 얼굴과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각성한 다음 날. 사도라는 새끼들이 어떤 기사를 내보냈는지도.
[괴수가 막고 있어 도착이 늦어져] [“교통이 지체되어 서울에 도착할 수 없었다.”] [돌연변이 각성자에게 감사]그걸 보는 이건은 변해버린 얼굴만큼이나, 마음까지 변해버렸다.
‘영웅의 탈을 쓴 쓰레기 새끼들.’
죽여 버리리라.
눈에 보이면 전부 없애버리리라!
그리고 현재.
“…스ㅅ…ㄴ.”
“…….”
“스승…니….”
“…….”
“스승님!!”
“……!!”
온천물에서 잠이 들어 있던 이건이 눈을 떴다.
그리고 그곳은 요르단의 한 도시.
볼일이 끝난 사우디아라비아를 건너온 이건은 눈앞의 청년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버러지가 왜 여깄어?”
“스승니임!!”
그랬다.
이건의 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휴고 오터스.
분명 사우디아라비아에 버리고 왔던 놈이었다.
그리고 계속 미친 듯이 쫓아오길래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버리고 왔는데….
‘이 새끼가 어떻게 살아있지??’
분명 뒤지라며 유사에 집어 던지고 왔는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꾀죄죄한 휴고는 해맑게 뭔가를 흔들어 보였다.
그건 다름 아닌 이건의 찢어진 티셔츠였다.
“제가! 이래보여도 추적의 신좌입니다! 물건에 냄새만 남아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쫓아갈 수 있거든요! 스승님이 어디로 가시든 전부 찾을 수 있습니다!”
빌어먹을. 멍멍이 새끼냐.
이건은 빡친 듯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정작 휴고는 이건이 들어간 돌 욕조에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숙소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뭡니까 이건?”
이건은 얼굴을 팍 찡그렸다.
뭐긴 무엇인가.
[피부 치료를 위한 욕조(D)]사우디아라비아에 나타난 괴수 부산물로 만든 물건이었다.
한테서 도안을 훔친 이후, 다양한 성물들을 만들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시제품의 개수는 총 9개.
하지만 가장 처음 만든 이후로 쓸 만한 장비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위력도, 내구도도 약해서 금방 부러지니.’
그나마 효과가 괜찮은 건 이런 욕조나 아궁이 같은 잡템들.
분명 좋은 가마와 재료가 없어서 부실해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 지렁이 괴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그 괴수가 S급 의 재료가 된다고 했었으니까.
뭐, 그건 아무래야 좋았다.
“우와, 이 온천물. 혹시 그때 제가 파낸 온천물 아닙니까? 마력이 느껴지는데 특별한 기능이라도 있나요?”
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번엔 사막이 아니라 바다에 처던져야 죽으려나.
하지만 정작 휴고는 이건이 욕조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뭔가를 대령해왔다.
“스승님! 드십시오! 시장하실까봐 오기 전에 괜찮은 것들로 사왔습니다!”
“……!”
이건은 테이블을 가득 채운 물건에 식겁했다.
스테이크부터 와인, 빵, 과자, 과일,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이건은 휴고를 기이하게 보았다.
“너 이거는 왜….”
“왜긴요! 스승님을 보필하려면 이 정도는 필수 덕목이죠!”
이 자식 봉이잖아?
물론 평소에도 괴수를 처리한 사례금을 안 받는 건 아니지만, 전부 식비로 나가 거지 상태였다.
결국 순식간에 이건이 그릇을 비우자 휴고는 식겁했다.
심지어 자신의 밥까지 빼앗겼다.
“버, 벌써 다 드셨습니까? 넉넉하게 3인분씩 가져왔는데…!”
“그거 가지고 안 돼. 난 하루에 최소 50인분은 먹어야 하거든.”
“…사람 새끼세요?”
휴고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았다.
“아무튼, 볼일 다 봤으면 꺼져. 난 나가야 하니.”
“저, 저녁이랑 야식은 필요 없으십니까?!”
“…….”
“청소도 빨래도! 숙소 잡는 것도! 식사 조달도 전부 제가 하겠습니다! 비용도 전부 제 자비로!”
“허. 그런다고 니 새끼를 제자로 받아줄 것 같아?”
“그럼 안 받아주셔도 되니까! 곁에서 열심히 보필할 테니, 내쫓지만 말아주십시오!”
“!”
휴고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자 이건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아니, 이 새끼는 왜 이런 짓까지 하면서 전투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거지?
“어차피 니들은 편한 놈만 잡고 돈을 받으면 땡이잖아.”
“아뇨! 저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소외받는 사람들이 없게요!”
그 말에 이건은 침묵했다.
그는 언젠가 보았던 TV 속 영상이 떠올랐다. 죽어가는 인류를 구해주던 세 명의 초인들의 영상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모든 인류를 구해내겠습니다! 한명도 빠짐 없이!]-와, 준우야. 봤어? 저 사람들 진짜 멋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잊어버린 감정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난 아무것도 안 가르쳐줄 거야.”
“감사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가르쳐줄 거야. 하지만 밥은 꼬박 꼬박 내놔야해. 50인분씩. 그리고 두 시간 뒤엔 간식… 아, 시계가 고장 났군.”
이건이 제 손목시계를 보며 짜증내자 휴고가 대뜸 자기 손목시계를 푸 풀어 내밀었다.
“제걸 쓰십시오!”
그에 대수롭지 않게 시계를 받던 이건은 식겁했다.
‘파, 파텍필립?’
자신도 들어본 초고가의 명품시계가 아닌가. 제일 싼 게 자동차 가격 이상이라는….
“할아버지한테 중학생 때 받은 거라 낡긴 했지만, 쓸 만하실 겁니다!”
“???”
아니 어떤 할아버지가 중딩한테 이딴 걸 사줘?
그러나 이건은 애써 침착했다.
“그래도 선물이면 소중한 거 아냐? 그런 걸 줘도….”
“아. 그건 괜찮습니다. 비슷한 게 많았어서 이미 질렸거든요.”
울컥.
이건은 휴고를 걷어찼다.
“이 부자 새끼. 그냥 죽어!!!”
“아악! 저 그렇게 부자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냐! 안 그래도 싫었는데 더 혐오스러워졌어! 괴수는 무슨, 그냥 마마보이하면서 살아 새끼야!”
“아악! 못합니다! 부모님은 괴수 때문에 전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사업도 쫄딱 망해서! 핏줄은 누나밖에 안 남았는데 모두 알거지… 아악!!”
“닥쳐! 밥벌레!”
약간 상승하던 휴고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벌레급(?)이 되어버렸다.
* * *
“뭐? 레벨 5단계의 초인?”
빵을 뜯던 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 사도에 대해 궁금하다는 이건의 말에 휴고는 온 지식을 동원해서 이건에게 정보를 주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왔던 몽둥이 놈도 5단계라며. 강하기는 개뿔, 순 쓰레기들 아냐?”
“아…! 하지만 다른 세 명은 다릅니다. 특히 의 사도는…!”
“전갈좌?”
“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의 사도! 실력도 괴물이고 아무튼 엄청 강합니다! 뭐… 그러면서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절세미인이라 모든 남자 사도들이 눈이 돌아갔지만요. 아! 전 빼고요! 전 스승님밖에 없습니다!”
“그래?”
그 정도로 강하다니. 이건은 흥미를 가졌다.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13번째가 있다는 곳이 이곳인가.”
정작 이건이 관심을 가지는 장본인. 헤일리는 이건이 있는 도시에 있었다.
부하들이 발견했다는 13번째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뭐야, 우연이네. 여기서 만나다니.”
“!”
시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헤일리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북쪽의 초인으로 유명한 사자좌의 사도.
스티븐 마커 (23)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스티븐은 헤일리와 함께 사도들 중 최고 5단계급 각성자.
“헤일리. 밥은 먹었ㅇ….”
“너도 13번째 찾으러 왔나?”
웃음기도 없는 냉랭한 태도에 스티븐이 머쓱해했다.
“아 13번째? 안 그래도 들었어. 황소가 성녀한테 전화했다지? 하지만 13번째는 동방의 마법사한테 넘겼고. 나는 다른 볼일.”
“다른 볼일?”
“이 근방에서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그게 인거 같아서.”
“아.”
.
분명 사도들 중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괴짜.
그 누구도 얼굴을 보지 못했고, 행방조차 전혀 알 수 없었다. 하물며 사도들한테 협조적인 것도 아니다.
“대충 밝혀진 것은 프랑스 출신의 고등학생. 듣기론 엄청난 천재 검사라는데….”
실제로 처녀좌 사도의 얼굴을 유일하게 목격한 부하가 말하길,
-그, 그야말로 금발의 귀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죽이려고 했어요!
“뭐, 니까 여자애겠지. 그래서 고등학생 쯤 되는 금발 여자애 위주로 찾고 있긴 해.”
“그런데 그게 여기서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과 연관이 있다?”
“어. 이 근방에서 성신을 믿는 모든 사람들, 성신을 찬양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습격당하고 있대. 그런데 그게 처녀좌 사도와 일치해서.”
“…뭐? 그럼 사도가 성신 숭배자를 습격한다고?”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지만 스티븐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헤일리를 슬쩍 보며 웃었다.
“아무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밥이라도 먹겠어?”
“시계를 읽을 줄 모르는 건가? 이미 3시가 훨씬 지났다.”
“아, 아니! 그러면 차라도…!”
“차는 안 좋아한다.”
그렇게 헤일리가 무시하고 돌아설 때였다.
“야아아아! 내놔! 그거 우리 스승님 거라고오오!! 스승님한테 차려드리려고 산 통 바베큐인데!”
“!!”
그들의 앞에 수상한 2인조가 달려왔다.
아무래도 한쪽은 소매치기 도둑을 쫓는 듯 했다. 하지만 곧 그들은 도둑을 쫓는 사람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저 물총이 왜 저깄어?”
“휴고?”
그러나 휴고는 그런 둘을 눈치채지 못하고 도둑을 덮쳤다.
“내놓으라니까!”
그러자 거지처럼 보이는 도둑은 고기를 안 빼앗기려는 듯, 웅크린 채 우걱우걱 바베큐를 뜯었다.
“야! 안 돼! 먹지 마! 이거 우리 신님꺼라고!”
그 말에 고기를 뜯던 도둑이 움찔했다.
그리고는 언제 고기를 먹으려 했냐는 듯, 희번득하게 휴고를 보았다.
“뭐야. 너도 성신 숭배자냐?”
금발의 긴 머리에 감춰진 파란 눈이 살벌했다.
아니나 다를까.
“죽어라!!!”
“???!!!”
도둑은 대뜸 고기에 꽂혀있던 꼬치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휴고를 죽이려 들었다.
하지만 곧 흉기(?)를 든 도둑의 모습에 모두가 놀랐다.
“아…!!!”
그도 그럴게 도둑의 몸에서 사납게 번쩍이는 은색의 마력.
거기에 쇠 꼬치를 든 손등에서 번쩍이는 문양은 틀림없는 의 성흔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다름 아닌 케빈 아자르 (18).
“뭐야! 이 도둑놈! 설마 처녀좌 사도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케빈이 휴고를 습격하려 했다.
“신도, 성도도, 모두 뒈져버려라!!”
그리고 그때였다.
“뭐야, 이 밥벌레 새끼. 고기 사러 간다더니 저기서 뭘 하는 거야?”
낯익은 목소리에 헤일리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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