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아니, 그거 아니라니까 (1)
순간 얼음물이 끼얹어진 듯했다.
‘금사자.’
190이 넘는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히어로들이 실제로 책을 뚫고 나온다면 딱 저럴 것 같은 다부진 체격.
생긴 건 바람둥이일 것 같은 생김새지만, 이성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전형적인 백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을 조우한 쌍아좌 일행의 얼굴은 얼어붙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사자좌의 기분이 어떤지는 확실했다.
말 하나 잘못하면 죽는다.
하물며 성단장급인 최성혁조차도 순간 말문을 열 수 없었다. 그들뿐이 아니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까지 딱딱히 굳었다.
그만한 기백이었다.
성인들이란 그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딱 한 명은 달랐다.
“……?”
모두가 얼어붙을 때 이건만큼은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마치 이 새끼가 왜 여기에 있느냐는 눈빛. 하수구 냄새라도 맡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 굳어 있던 쌍아좌 성단장이 아차 싶었다.
사자좌의 표정을 본 탓이었다.
“죄송합니다.”
성도는 타 성인에게 절대 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절로 눈이 내려가는 건, 공포와 위치 때문에.
심지어 제 행동 하나로 전 사자좌와 척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성단장은 수치를 느끼면서도 웃었다.
“낙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나 봅니다.”
일순 목소리가 떨린 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천성재와 호위는 충분히 대단하다 생각했다.
자신들은 아예 눈조차 마주칠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뭐라고 생각한 건지, 사자좌가 최 성단장의 어깨를 쳤다.
“내 물건에 손 댄 값은 확실히 치러야겠지?”
격려하는 듯하지만, 툭툭 치는 것이 가관이었다.
“그럼 우선 내 물건부터 넘겨. 대금까지 쌍아좌가 대신 내주다니 참으로 고맙군.”
뭐가 어째?
성단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거지같은 살쾡이가 어디서.
하지만 상대는 성인이었다. 잘못 건드리면 죽는다.
손해를 볼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성단장은 침을 삼켰다.
“알겠습….”
그런데 그때였다.
“이 새끼는 또 뭐래.”
순간 자리를 얼려버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
이건이었다.
천성재 일행은 기겁하며 그를 보았지만, 웃음소리는 다시 이어졌다.
“야. 돌았어? 이게 왜 네 거야? 낙찰 받은 건 난데.”
“!”
이번엔 성단장까지 미쳤냐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삐뚜름하게 웃었다.
“새끼가 양아치처럼 삥이나 뜯고 있어. 뒤질려고.”
“……!”
심장이 멎는 기분이란 게 이런 걸까.
사자좌의 표정을 볼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먼저 입을 연 건 덜덜 떠는 호위였다.
“…저, 저분. 혹시 저 사람의 얼굴을 모르는 게….”
그래. 그런 게 틀림없다.
성단장도 천성재도 얼어붙은 채 속으로 수긍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지 않고서야 저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지.
결국 보다 못한 호위가 이건에게 속삭였다.
“상대는 그 전투 성인이라고요…! 성인에게 대적하면 반드시 죽어요!”
하지만 손을 툭 쳐낸 이건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웃돈 얹어서 2,000억 원에 사가든가. 그게 싫으면 얌전히 꺼지든가.”
“……!”
아니, 그만하라니까 왜 더하고 있어!
심지어 가격은 몇 배나 더 불리는 건지!
결국 호위가 기겁해서 뭐라고 하려던 그때였다.
“하하하.”
“!!”
사자좌의 웃음에 모두가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평소 이건의 성물에 집착하는 수준을 보면, 절대로 저렇게 흔쾌히 웃을 양반이 아닌데.
그럴 때였다.
“저거 너희 소속이냐?”
사자좌의 질문에 최 성단장이 움찔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사자좌는 흔쾌히 웃었다.
“잔머리만 굴리는 마법사 집합소에도 괜찮은 놈이 있었구나.”
“!”
“괜찮아. 성도라면 이 정도 담력이 있어야지. 요즘은 통 겁쟁이들뿐이라.”
사자좌가 마음에 들은 듯 웃자 성단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염병. 지가 제일 겁쟁이면서.”
이건의 웃음에 쌍아좌 일행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도 그럴 게 사자좌의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입의 예절 교육은 좀 똑바로 시켜야겠구나.”
“!!”
금수의 눈이 번득이기 무섭게 그들이 비명을 질렀다.
콰지직!
사자좌가 손을 올려치기 무섭게 이건의 옆이 뜯겨져 나갔다.
걸리적거리는 의자들을 치워버린 것이다.
결국 소동에 놀란 경매 진행자가 마이크를 떨어트리고.
삐-익!
엄청난 굉음에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사자좌는 웃으면서 이건에게 다가왔다. 우악스럽게 뻗은 손길에서 금빛이 뿜어졌다.
[위험. 근육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마력의 운용입니다] [경고. 페널티 중. 면역, 내성, 방어력이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현재 신체로는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권고. 성역을 펼치거나 신의 위엄으로 몸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성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위상태 60%, 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목소리와 함께 살벌한 살기가 풍겨졌다.
그 와중에도 이건은 톡톡 의자를 치며 사자좌를 유심히 관찰했다.
어이없기도 했지만, 겸사겸사 놈의 힘도 확인하려고 일부러 도발하긴 했는데.
‘확실히 똥털하고 오줌싸개보단 세군.’
페널티 상태로 붙으면 확실히 위험할 정도의 수준이다.
동시에 당황한 쌍아좌 성단장이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사자좌의 손에서 번쩍이는 기술 때문이었다.
‘저건 근육 파괴술이잖아!’
사자좌의 상징이자, 타 성도들을 상대로 자주 쓰는 장난질이었다.
당한 사람은 치료불가능. 평생을 병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실제로 수 년 전, 저 인사치레로 다른 성단이 괴멸당한 사건은 가히 공포였다.
앞길 창창했던 제 동기들도 저걸로 죄다 재기불능이 되었다.
그런데.
‘저 바보가 피할 생각도 안 하고!’
닿기만 해도 끝장이다. 최 성단장은 급히 성호를 그렸다.
쓸 만한 인재가 망가지게 냅둘 순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턱!
기어이 이건의 어깨에 사자좌의 손이 얹어지고.
‘!!’
천성재와 성단장이 가장 먼저 절망했다.
사자좌의 인사치레를 잘 아는 직원들도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
아무런 소리도 안 들렸다. 팔이 날아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스킬 반응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뭐지?’
“성주님?”
사자좌와 함께 왔던 보좌도 의아해했다.
설마 또 변덕을 부리신 건가.
하지만 정작 사자좌는 좀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 스킬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사용했지만 글쎄.
“……?”
역시나 반응이 없다. 이건은 빤히 사자좌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러나 이건은 날카롭게 웃을 뿐이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등신새끼. 내가 만든 스킬이 나한테 먹히겠냐.’
낯익은 형태길래 혹시나 했는데.
[석공 암벽부수기]그건 자신이 석상을 조각할 때 사용하던 스킬 중 하나였다.
‘스킬보단 기술에 가깝지만.’
딱밤으로 적들을 날렸던 것처럼 순수하게 마력을 운용한 기술이었다.
마력을 잘 담아 사용하면 순삭이나 고기 덩어리가 포탄이 되는 둥,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성인들이야 성신들이 준 스킬만 써대니 마력을 잘 운용하지 못했지만, 자신은 지원이 없으니 악착같이 마력을 운용해 살아남아야 했다.
덕분에 마력 운용은 마스터 수준.
어쨌거나 목소리는 방어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딴 걸 상대로는 필요도 없었다.
‘내 기술인데 상쇄법을 모를 리도 없고.’
왜 제 기술이나 흉내내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은 이죽이면서 손에 마력을 모았다.
현재 초재생은 아직 쿨타임이 돌지 않은 상태.
지금 상태로 제대로 맞붙으면 어디까지 가려나.
그리고 그때였다.
“허.”
사자좌의 헛웃음에 사자좌의 보좌가 당황했다.
“성주님?”
그러나 뭘 납득한 건지, 사자좌가 웃었다.
“이래서 쌍아좌 성도들은 짜증나.”
제 기술이 먹히지 않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보나마나 쌍아좌 종특 스킬이리라.
텔레포트.
발동된 스킬까지 다른 차원으로 날려버리는 그 귀찮은 수작거리 말이다.
물론 그래봐야 본심을 다한 게 아니니 날릴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마법신좌지.”
사자좌의 목소리가 험악해진 순간 천성재와 호위가 구토를 호소했다.
이에 이건의 마력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의. 사자좌의 신좌특성으로 마력이 흩어집니다]마력이 모아지지 않자 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새끼 스킬은 언제 봐도 짜증나는군.’
그랬다. 사자좌의 기본 신좌특성은 .
맹수의 포효에 담긴 초저주파 때문에 인간이 극도의 공포를 느끼듯, 사자좌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한 저주파를 흘려 상대의 기를 꺾어버리고 능력의 위력까지 반감시키는 특성이 있다.
쌍아좌 녀석들의 기가 죽은 이유는 그 이유였다.
결국 직격타로 특성을 맞은 천성재와 호위의 다리가 풀리고, 최 성단장이 참다못해 힘을 쓰려는 순간.
턱!
“!”
이건이 천성재와 호위의 어깨를 붙잡고 뒤로 던져버렸다.
쿵!
그들은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려 했지만, 놀랍게도 둘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숨 쉬는 게 편해졌어…!’
마력을 운용해 상대의 기백을 흘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 성단장은 놀란 듯 이건을 보았다.
‘이 사람.’
뭔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반면 사자좌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것 봐라?”
버러지가 감히 자신의 기백에 맞서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놀랄 일은 더 있었다.
후두둑.
“……!”
이건의 손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그건 사자좌의 몸에 붙어 있던 성물들이었다.
주로 단추들이었다.
“싸우려면 동등한 조건에서 해야지?”
동시에 이건은 남몰래 피슈에게 성물들을 보냈다.
[신위 상태 60%]그 목소리에 이건은 웃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조금 모자라다.
‘좀 텀을 둘까.’
피슈가 은밀히 움직였다.
하지만 사자좌는 당황하고 있었다.
저건 또 언제 뜯어간 거지.
‘도둑신좌의 스킬?’
아니다. 그런 기색은 못 느꼈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분명 어디에선가,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네!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가장 기다리셨을 바로 그 물건!]“!!”
사회자의 외침에 사자좌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인지 표정도 바뀌었다.
“성주님?”
그리고 바로 그때, 경매장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물건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이건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당연했다.
[네! 방금 전 물건에 이어 모두가 기다리셨을 바로 그 물건.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건의 무기입니다!]* * *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에 이건은 귀를 틀어막았다. 아마 대부분이 저걸 보려고 온 건지,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리였다.
사자좌는 바로 마력을 흩뜨려버렸다. 그리고 이건을 보며 웃는 것이었다.
“억수로 운도 좋은 놈.”
사자좌가 급히 돌아서자 보좌가 놀라 외쳤다.
“잠시만요 성주님! 그럼 이들이 훔쳐간 이건의 성물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건 반드시 낙찰 받아야 한다. 사자좌가 눈을 번득였다.
“얼마가 들어도 좋아. 저건 반드시 낙찰해라.”
“네…!”
동시에 이건은 사자좌를 쫓아갈 겸,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득 거리는 손엔 살의마저 어려 있었다.
그는 경매품에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물건이야 경매가 끝나고 난 후, 알아서 되찾아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자좌는 물론 경매장의 사람들은 나온 물건에 모두 눈빛이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사자좌에게 이건의 성물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던 쌍아좌 성단장마저도.
[어떤 물건이 나올지 많이들 궁금해하셨을 겁니다.] [지금은 교과서에나 나올 독일섬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24년 전, 이건이 혼자 들어갔다가 살아나온 정체불명의 재액지대. 당시 독일이라는 나라가 사라질 뻔한 사건이죠!]그 말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함성소리는 갑자기 더욱 커졌다.
무슨 물건이 나오려는지, 도입만 듣고도 모두 깨달을 정도였던 것이다.
[무기도 뭣도 전부 녹아버리는 최악의 아수라장! 당시 주변 국가는 국경을 절벽으로 만들어 독일을 섬나라로 만들려고 했는데요.]“야, 말이 너무 길다! 빨리 물건이나 내놔라!”
“뭔지 안 들어도 이미 알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고!”
너무 유명해서 설명은 생략하라는 항의가 이어졌지만, 사회자는 꿋꿋했다.
[당시 12성인들조차도 공략법을 찾지 못했던 독일섬의 마수! 무려 그걸 잡아낸 물건이죠!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공략법! 성인들도 몰랐던 공략법이 지금 이 이건의 무기에 숨어 있습니다!]“오오오오!”
[그리고 많은 나라와 성도들이 이 무기를 가지고 싶어 했으나, 10년 전 자취를 감춘 이건의 물건!]“오오!”
[소문으로는 도둑맞았다, 파괴되었다, 수수께끼의 거부가 밀매했다! 온갖 추측이 난무했지만!]“오오오오!”
[기뻐하십시오, 토벌작전명 의 무기. 바로 그게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와아아아아!”
경매장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 입장에선 전설 중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감동할 만했다.
[감동입니다! 전설입니다! 설마 저걸 실물로 보게 되다니! 벌써부터 시작가가 기대됩니다!]하지만.
“……??”
정작 제 무기를 보는 이건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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