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54)
외전 27화. 네가 내 조카라니
“너 내일 죽을 거야.”
악마의 탑에 가기 전날.
그게 단짝 친구란 새끼가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사형 선고만으로는 성미가 안 찼던 건지.
“알았어? 너 악마의 탑에 가면, 고자 되고 탈모빔 맞아서 죽어!!! 절대 가면 안 돼!”
“새끼가 뒤질려고!”
“커헉!!”
결국 세 시간 째 계속되는 휴고의 말림에 이건은 결국 폭발했다.
“아니, 너 진짜 왜 이래! 맞지도 않는 예언가지고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아니,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니까!”
휴고는 답답했다.
안 그래도 이번 일은 제 성신조차 심각하게 경고를 해왔다.
[멍청한 종이여. 이건은 절대 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라.]성신이 그렇게 경고한다는 건, 반드시 무슨 일이 터진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실제로 휴고는 보았다.
‘건이가 탑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걸 봤다.’
물론 그게 어느 시점인지, 탑의 몇 층에서 벌어지는 건지, 어느 누구한테 당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확실한 건 이건이 거기서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뜯어말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튼 붉은 눈은 우리가 잡아올 테니까!”
그 외침에 이건은 빡친 듯 치킨 뼈를 집어 던졌다.
“꺼져. 니들만으로 그 새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
이건은 드물게 웃지도 않고 휴고를 노려보았다.
“내가 왜. 굳이 악마에 탑에 12명 전부 데리고 가는지 몰라서 이래?”
“……!!”
그 혐오하는 눈빛에 휴고는 움찔했다.
그러고 보면 이건이 12명과 한 팀이 되는 건 실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건은 휴고 말고는 11명 모두 싫어했으니까.
세르게예비치와 이반은 상종하기 싫은 악인이고, 양웨이는 뭐만 하면 돈 생각만 하는 장사치고, 헤이지는 자신만 보면 죽이려 하는 미친 크레이지고, 휴고에 미친 소피는 입만 열면 시비고, 스티븐과 케빈은 성질을 긁으며 귀찮게 하고.
리브와 지젤은 어느 순간부터 느낌이 싸해졌고, 그나마 헤일리가 그중에선 제일 나으나 자신만 보면 시선을 피할 정도로 자신을 싫어하고.
아무튼 12사도하고는 전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합류한 적은 있어도, 결코 팀을 이룬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려 그런 놈들하고 한 팀으로 들어가자 말한 것이다.
“니들은 붉은 눈이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러지.”
천하의 이건이 괜히 12명 모두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게 아니다.
악마의 탑은 그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자기들끼리 뭘 처리하고 와?
“13명이 다 있어도 10층을 넘어갈까 말까야. 니들 감으로 100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이건은 이미 탑의 난이도를 관찰하고 왔었다.
몇몇 층은 잡지 말고 그냥 통과해야 하는 구역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끌고 100층까지 안내할 수 있는 건 자신뿐.
그러나 휴고는 미치겠다는 듯 얼굴을 부여잡았다.
상황을 몰라서, 혹은 치기 어린 생각으로 자신들끼리 탑에 가겠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건아. 재활하면 10년, 아니 20년 이상 살 수 있어. 하지만 능력을 쓰면… 너 1년도 못 살아.”
“……!”
“탑에 가면, 설령 토벌에 성공하고 나온다 해도 해를 못 넘긴다고.”
휴고는 그저 이건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바랐다.
누구보다 이건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었다.
“건아, 은퇴하면 20년 이상은 살 수 있어.”
“…헛소….”
“아니, 솔직히 내 바람이다. 20년, 30년 뒤에도 이렇게 너랑 술 한잔할 수 있으면 좋겠어.”
휴고는 가장 강할 때의 이건과 만났다.
그리고 그런 이건은 자신의 친구이자, 우상이었다.
하지만 점점 쇠약해지는 우상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가.
“나는 네가 살아줬음 좋겠어.”
고개를 숙여 보이진 않지만, 휴고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진 탓일까.
방금까지 화를 내려던 이건이 말없이 휴고를 보았다.
그리고 묵묵히 말했다.
“내가 살아도, 세상이 망하면 어차피 똑같아.”
“!”
“그리고 괜찮아. 나도 될 수 있으면 능력은 자제할 거야. 네 말대로 후방지원 위주로 작전을 세웠으니까.”
“아니 후방 위주라 해도…!”
이건은 휴고의 말을 자르며 가볍게 웃었다.
“도마뱀 새끼 잡고 나면. 다시 술이나 마시자.”
“……!”
“약속이야. 탑에서 나오는 날, 여기서 한잔하자.”
그 말에 휴고는 결국 이를 악물었다.
“그래. 대신 그땐 닭다리도 얄짤 없을 줄 알아.”
“그냥 다리 콤보를 시켜. 병신아.”
* * *
그리고 악마의 탑에 가기 전날 밤.
천칭좌가 자리 잡은 미국의 저택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내일이군요.]저택엔 성신들이 모여 있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설마하니 그놈이 13번째의 힘을 이어받아 각성을 한 것이었다니]모인 것은 처녀좌, 전갈좌 성신을 제외한 전원.
[이건을 살려두면 13번째 성신이 부활할지도 몰라요.]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백양좌, 황소좌, 쌍아좌, 마갈좌, 물병좌 성신들이었다.
[무엇보다 이건은 괴수를 너무 잘 죽입니다.] [맞아요! 그 때문에 우리한테 와야 할 신앙심이 죄다 그놈에게 쏠리고 있잖아요! 우리 사도 역시…!] [건방지게 인간 따위가 신을 두고 숭배를 받아?] [괴수를 모두 없애줄 진짜 영웅은 필요 없네.] [인간들은 원래 멍청해서 공포에 떨어야 숭배 대상을 찾고, 비로소 우리 신들을 알아보고 섬기게 되는 것이네.]신은 인간의 믿음과 숭배가 있어야지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은 자신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데 방해였다.
[뭐, 이건을 없앤다니까 내 사도는 좋아서 협력하겠다더만.]그리고 이반과 세르게예비치가 협력하겠다는 말에 지젤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기쁜 소식이군요.”
의 입장에서도 이건은 방해꾼이었다.
기껏 성신의 힘을 얻어 살 만하니까, 하루는 이건 놈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너, 인간 맞냐?
-예, 예? 그, 그거 말씀이세요? 이건 씨 너무하세요.
그랬다.
이건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기껏 일궈놓은 안빈낙도의 평화에 흠이 갈 판.
‘놈이 완전히 눈치채기 전에 없애야 한다.’
이 눈여겨보고 있긴 하지만 상관없지.
“아무튼 이건이 10층 이상 오를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보험 차 당신들이 저주를 걸어줘야겠습니다.”
[저주?]그 말에 움찔한 건 휴고의 몸에 빙의해서 온 작열사주인이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모의 현장에 불려온 그는 결국 이를 갈며 말했다.
“어차피 냅둬도 금방 죽을 놈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그 인간을 죽여야겠소?”
그 말에 지젤이 눈을 번득였다.
“저번부터 계속 이건을 편애하는 군, 작열사.”
작열사주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편애하는 게 아니라, 죽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아이는 내 조카다.’
뭐, 그 기억을 되찾은 건 불과 일주일 전.
‘조금만 기억을 일찍 찾았어도.’
조금은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튼 난 일 없소. 난 이딴 천한 계획에 못 어울려줄….”
바로 그때였다.
[헛소리 말고 너도 어서 걸어. 각자 10개씩이야.]“!”
쌍아좌, 물고기좌, 마법 성신들이 눈을 번득였다.
[우리 12명에게는 맹세의 서약이 걸려 있다는 걸 잊지 마.] [배신하면, 너랑 네 권속신들은 전부 죽음이니까.]결국 작열사주인은 한숨을 쉬며 타오르는 화로에 검은 씨앗들을 집어 넣었다.
그건 바로 신들의 저주.
[탈모], [발기부전,] [매력저하], [악취], [못생김], [비만], [비호감], [비염], [입 냄새], [무좀], [치질], [비듬].자신이 할 수 있는 저주 중에서, 그나마 목숨에 지장이 없는 걸로 고르고 골라 집어넣었다.
‘미안하다, 아스란.’
탑에서는 최대한 자신이 지켜주리라.
무엇보다 그는 이건을 믿었다.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제 조카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 * *
분명 그렇게 생각 했는데.
“야! 오줌싸개! 너 똑바로 힐 안 해?!”
“아악! 이건! 당신 너무 냄새 난다고요! 저리 가요!!!”
“뒤질래!!”
“꺄아아악!! 입 냄새!!”
“아악!!”
“건아!!!”
악마의 탑 50층.
정작 작열사주인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저주를 걸긴 걸었다만, 그래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저주를 걸었다고 생각 했거늘.
“야! 괭이! 너 왜 내 공격 연계 안 하는데! 죽을 뻔했잖아!”
“아… 모르겠어. 너 오늘따라 비호감이야.”
“죽는다, 새끼야!!”
작열사주인의 저주를 받은 이건은 다른 의미의 고전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작열사주인은 안절부절못했던 것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이건이 죽을지도.’
물론 저주의 효과가 뜻밖의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할 때도 있었다.
[키에에엑!!!]“뭐야. 이 새끼 왜 나한테서 도망가? 야! 이리 안 와?!”
[키에에엑!!!!]이건에게서 나는 악취로 되려 도망가는 괴수도 발생하면서 나름 목숨을 구할 일도 많았던 것이다.
하물며 유혹하는 매료종 괴수한테는 유일하게 넘어가지 않아서… 아니, 실은 관심도 받지 못해서 무사히 썰고 한 층을 통과했다던가.
뭐, 이건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지만 말이다.
“세상에… 저거 머리 뚜껑이 사라진 것 봐…”
헤이지가 혐오 어린 시선으로 보자 이건은 이를 으득 갈며 후드를 눌러썼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이건의 분노에 작열사주인은 벌벌 떨었다.
물론 다른 성신들은 다른 의미로 기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10층도 넘지 못할 거라 하지 않았던가!]그들은 이건이 사도들을 이끌고 50층까지 향한 것에 충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보다 이건을 죽이고 나면 바로 탑을 빠져나올 계획이었잖아!] [더 이상 올라가면 우리 사도들까지 위험해진다고!]또한 성신들과 마찬가지인 반응을 보이는 건 둘.
‘뭐야. 저 송장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지?’
‘분명 성신들이 저주를 걸었다고 하지 않았나?’
이반과 세르게예비치는 어이없어하며 이건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이반은 중간중간 일부러 이건 쪽으로 괴수를 보냈음에도 이건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물론 작열사주인과 휴고의 서포트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휴고는 안도하듯 웃었다.
‘이 대로면 건이도 별일 없이 무사히 밖에 나갈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런 휴고의 안도도 잠시였다.
결국 악마의 탑 70층에 다다랐을 무렵.
“이건! 큰일이야! 탑의 괴수들이 도시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네!”
약속이나 한 듯, 세르게예비치가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의 외침에 이건이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무슨 개소리야. 탑의 괴수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붙잡아 두고 있었잖아!”
“낸들 어떻게 아나! 괴, 괴수들이 너무 쎈 탓이겠지! 결계를 뚫고 빠져나간 거야!”
“젠장!”
이건이 드물게 이를 갈며 돌아서자, 세르게예비치가 입꼬리를 올렸다.
‘거 잘난 계획이 망가지셔서 울분 좀 터지겠군.’
리더였던 이건은 악마의 탑 토벌을 위해 완벽한 작전을 세워뒀었다.
하물며 주변 도시에도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지만 이건의 계획을 방해하고 싶어하는 세르게예비치는 도시에 성물을 설치했다.
괴수들을 유인하는 페로몬제 같은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건은 절대 시민들을 못 본 척하지 않는다.
‘자. 어디 골머리를 썩어봐라. 이대로 네가 탑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토벌전의 리더는 이건. 작전도 이건.
세계 언론은 당연히 이건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패하게 된다면 이건의 자존심과 명예는 어떻게 될 것인가.
‘천재는 무슨. 내 명예가 떨어진 만큼, 네 명예도 떨어져라.’
그는 이건이 곤란해하는 얼굴이 보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은 뜻밖에도 전혀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택수야. 네가 가서 막아.”
“뭐?! 너 돌았어?”
“너밖에 없어.”
그 광경에 세르게예비치는 비웃었다.
뭐, 이건이 휴고를 내보낼 것은 이미 짐작했던 일.
하지만.
‘고작 휴고 가지고 도시 방어전에 성공할 것 같아? 그러니 애초에 이 토벌전은 실패라고 실패.’
하지만 그때였다.
“받아라.”
“!”
이건은 뜻밖에도 휴고에게 활 하나를 던졌다.
“새 물건은 부정 탈 것 같아서. 여기서 나가고 나면 주려고 했는데, 미리 주는 생일 선물이다.”
“건아!”
“항상 솔플 하고 싶다고 투덜댔잖아. 솔플용으로 만든 거니까, 혼자서도 괜찮을 거야.”
이번 일이 끝나면 휴고의 말대로 은퇴를 생각했던 것일까.
늘 서포터로 고생시킨 휴고를 위한 독립 선물이었다.
하지만 휴고는 답답해했다.
“아니! 솔플 필요 없어! 평생 네 서포터여도 되니까 난 안 나가! 애초에 결계 때문에 여기서 나가면 난 다시 못 돌아온다ㄱ….”
“택수야.”
“!”
“기다리고 있어. 다 끝나면 한잔하자.”
그리고 그렇게 휴고가 탑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80층.
90층.
마침내 100층.
“하하! 이건 넌 빠져! 붉은 눈은 내가 잡는다!”
“이반!”
“야! 안 돌아와?!”
“허. 유일하게 붉은 눈한테 쳐맞고 와서 쫄은 모양인데, 우린 너하고 달라!”
붉은 눈을 앞두고 이반과 다른 사도들이 의기양양하게 스킬을 발동했다.
“뭐,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봐야 이건이 맞고도 살아남은….”
[키에에엑!!!]“뭐, 뭐야 저거?”
“아악! 도망쳐!”
붉은 눈을 앞두고 모두가 도망쳤다.
처음 짰던 작전도 무시한 채.
그리고 모든 게 엉망이 된 상황에서 이건은 난리를 치는 괴수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새끼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2005년, 1월 15일.
붉은 눈이 잡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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