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65)
외전 38화. 감히 누구를 넘봐? (1)
“뭐? 이걸 언론에 뿌려달라고?”
프랑스 파리.
프랑스의 터줏대감이던 소피를 영국으로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케빈은 헛웃음을 흘렸다.
파리까지 자신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휴고.
그리고 휴고는 뜻밖의 제의를 가져왔다.
다름 아닌 이건의 일과, 천지우와 관련된 일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인들 중 누군가가 이건에 대한 루머를 퍼트리고 있으며, 천지우의 연구 자료를 마갈좌가 가져갔다는 내용.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이건의 죽음과 연관 있을지 모른다는 내용.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휴고는 그걸 케빈을 통해 언론에 뿌려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케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휴고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의 사후, 다른 놈들이 그렇게 찾아도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이.’
뭐, 자신은 굳이 휴고를 찾는데 관심이 없었지만, 아무튼 이런 중요한 문제를 들고 자신을 찾아오다니.
“왜 하필 나한테 맡기는 거지?”
“왜긴. 믿을 만한 놈이 없으니까.”
“……!”
케빈은 얼굴을 찡그렸다.
“너하고 내가 이런 비밀을 공모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뭐, 그건 그랬다.
자신과 케빈은 굳이 따지면 앙숙.
케빈이 이건을 멀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빌어먹을 놈! 사부한테서 떨어져!’ ‘너만 사부한테 예쁨 받고! 떨어져!’ 하고 칼을 들고 쫓아오던 놈이 아니었던가.
‘왜 건이를 멀리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어린놈이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건이 싫어진 케이스가 아닌가 싶었다.
워낙 제 친구가 성격 더럽고 거지깽깽이 같긴 하니까.
하지만 설령 이건을 싫어한다 해도 상관은 없었다.
“케빈, 너도 건이 루머를 잡고 있었잖아?”
“!”
케빈은 움찔했다.
휴고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우리들 중 누군가가 건이를 음해하고 있어. 하지만 어떤 등신이 음해를 해놓고 그걸 고치고 있겠어?”
“…….”
“다른 놈들은 못 믿어. 그렇다고 널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건이한테 해를 안 끼칠 사람이면 상관없겠다 싶었던 거야. 성인급이 아니면 언론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2위 신좌의 성인이면 신뢰도가 다르지 않겠어?”
“허.”
케빈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난 안 해.”
“!”
“이걸 퍼트린다는 건 다른 성인들을 적으로 돌리란 이야기야. 내 성도들이 한순간에 표적이 된다. 뭐 지킬 게 코딱지만 한 네놈은 모르겠지만.”
“너도 건이 루머를 잡고 있었잖아. 뭘 새삼….”
“이미 관뒀어. 1년 전에.”
“……!”
케빈은 그러니 꺼지라는 듯 보았다.
“어차피 죽은 사람을 위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그리고…
“산 사람은 행복해져야지.”
그 말에 휴고의 눈빛에서 살의가 돋았다.
“그거, 건이를 버리고 살아남은 니들 이야기냐?”
케빈은 비웃었다.
“죽은 놈은 그만 잊지?”
“건이는 아직 살아있어. 탑에.”
“헛소리 말고 니 자식들이나 챙겨. 아내랑 부하까지 잃은 놈이.”
“……!”
“그리고 마갈좌가 네 아내의 연구 자료를 훔쳐? 그거 잘못 터트리면 이쪽이 되레 엿 되는 거 알지?”
“…….”
케빈은 질린다는 듯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처녀좌 성도들이 다가왔다.
“돌아가신댄다. 성 밖까지 모셔라.”
“허. 필요 없거든?”
휴고는 뭐 기대도 안 했다는 듯 나갔다.
그리고 씩씩대며 성 밖으로 나가는 휴고를 보며 처녀좌 성신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한때의 동료였는데, 신궁좌한테 매정하구나?]“바보냐. 힘도 없는 머저리 놈이 나서 봤자 놈들의 타겟만 될 뿐이야.”
[오호. 그럼 일부러 내쫓은 것인가]“쟨 성격이 저래서 금방 수를 읽혀. 정치하고는 거리가 완전 멀지. 그러니 얌전히 찌그러져 있는 게 나아.”
[동료를 걱정해주는 건가?]“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 있으면, 쟤가 가져온 자료나 읽어.”
동시에 케빈이 칼을 뽑아 들며 어디론가 향하자, 부하가 놀라 물었다.
“성주님, 어디에 가십니까?”
“마갈좌를 치러 간다.”
“예? 그럼 신궁좌를 돕겠다는…?!”
“입조심해라. 신궁좌는 오늘 여기 오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몰래 정보를 입수한 것 뿐. 기어오르는 다른 신좌를 짓밟으러 가는 거지.”
“……!!”
케빈은 부하들을 보며 사납게 입꼬리를 올렸다.
“감히 마갈좌 주제에 남의 연구 자료를 훔쳐 도약을 노려? 최상위 신좌로서 분수를 깨닫게 해줘야 도리지.”
* * *
“뭐라고? 너 그 말 진심이냐?”
스티븐을 찾아갔던 휴고는 질색하듯 그를 보았다.
그리고 휴고는 케빈 때와 비슷한 제의를 하고 있었다.
물론 케빈이야 원체 제멋대로고, 남의 일에 일체 관심 없으니 거절당할 걸 알았었다.
하지만 스티븐은 내심 믿었는데.
“너 다시 말해봐.”
“그러니까 세상 소문 하나 틀린 것이 없는데 뭘 바로 잡냐고. 이건은 저레벨 각성자였고, 전부 12성신들의 힘으로 괴수를 잡았던 거야. 그게 진실이지.”
“이 새끼가… 진짜!!”
열받은 휴고는 스티븐의 멱살을 잡았다.
언제는 이건만 한 능력자가 없네, 인류의 지주네 어쩌네 뭐라고 한 주제에!
“너 돈 먹었냐?”
“그런 건 안 받아도 넘쳐서.”
“……!!!”
“아무튼 네 가족들 일은 안됐다. 장례를 치른다면 장례비를, 연명치료를 하겠다면 잘 아는 병원을 소개시켜주지. 하지만 이건은 포기해.”
“……!!!”
“용건 끝났으면 돌아가라.”
스티븐은 그렇게 일어났다. 어차피 이건은 죽었다.
그리고 점점 성도들이 늘어나면서 성신의 힘도 강해지고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필시 괴수들도 전부 처리할 수 있겠지.
‘그래. 이거면 된 것이다.’
붉은 눈을 잡은 것도 전부 자신들이면 된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믿음과 희망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면. 잠깐뿐인 거짓이라도 상관없었다.
“알았어? 붉은 눈도, 악마의 탑도, 전부 우리가 공략한 거다.”
그렇게 스티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휴고의 옆에 놓인 상자를 보았다. 귀한 성물들과 돈이 든 상자였다.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많이 넣어 놨다. 너도 이제 너네 신좌나 챙겨. 꼴찌가 뭐냐 꼴찌가. 능력도 있는 놈이… 컥!”
스티븐은 휴고에게 얻어맞고 날아갔다.
주먹을 쥔 휴고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 듯했다.
특히 각성자가 되기 전 사자좌의 팬이었고, 이건에 대한 생각까지 같았던 터라 배신감은 더 심했다.
“니 새끼들 하고는 두 번 다시 얼굴 볼 일 없을 거다.”
휴고는 그렇게 사자좌 영역에서 나왔다.
그리고 휴고는 어떻게든 아내와 이재원을 살리기 위해 사방팔방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다른 성인들이 계속해서 포기하라는 눈치를 주고, 하물며 병원에서도 입원을 꺼리는 상황이었지만 휴고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아내도, 재원이도, 건이도 포기 않는다.’
모두 살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못 마땅했던 것일까.
두 사람의 병상을 찾으러 다닌 지 보름째.
“내가 말했지! 정신 차리고 나대지 말라고!”
기어이 열받은 지젤이 휴고를 찾아왔다.
물론 거기까지라면 휴고도 지젤을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하야!”
휴고는 괴로워하는 10살짜리 딸을 붙잡으며 이를 갈았다.
유하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한쪽 팔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검게 물든 팔은 유하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지젤이 유하의 팔에 좋지 않은 걸 심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딸의 팔을 치료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젠장, 저 여자가 하다하다 이딴 것까지 끌어들이다니!]까마귀 권속신들은 이를 뿌득 갈았다.
[차라리 괴수를 심으면 이야기가 쉬웠을 것을!]그랬다.
지젤이 유하의 팔에 심은 건 다름 아닌 의 파편!
그들은 혐오스러운 듯 지젤을 보았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터부시하는 이 있다.] [과거 우주와 신들을 집어삼킨 최악의 재앙신들!] [빌어먹을! 어디서 그 봉인된 파편을 들고 왔는지는 몰라도…!!]확실한 건 인간의 몸으로 이 재앙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재앙한테 삼켜져 죽는다.’
작열사성신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유하의 팔에서 악귀를 끌어낼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 나의 종이여. 이것만큼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가능한 건 팔에 뿌리를 내린 이 장기들을 덮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 버틴다.’
이 상태라면 길어야 이틀.
팔에서부터 올라온 검은 기운은 어느덧 유하의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전신을 덮으면 죽어.’
그리고 제 아무리 철벽에 굳건한 휴고라도 자식의 고통과 위기에 멘탈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실제로 지젤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자 휴고, 골라. 양자택일이야.”
“……!”
휴고는 핏대 선 눈으로 지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지젤이 다가왔다.
“선택해. 자식이야, 아니면 가망성도 없는 아내와 부하의 연명치료야?”
휴고는 괴로워하는 딸을 안으며 이를 뿌득 갈았다.
“연명…치료는… 포기하지.”
지젤은 웃었다.
“그럼 두 번째. 두꺼비 사건 때, 네 아들이 우리 아들을 지목한 범인 건. 그거는?”
그 말에 휴고는 치를 떨었다. 유하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믿어달라는 아들의 얼굴과 지금도 병상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거는 우리애가 잘못 본거야. 아들 쪽은… 주의시키지.”
“좋아. 그럼 마지막. 이건의 건은?”
이에 휴고는 대답대신 입술을 짓이기며 지젤을 노려보았다.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걸 건드린 눈빛일까.
그 충혈된 눈빛에 지젤은 혀를 찼다.
“휴고? 어서 답해야지. 그래서 자식이야, 우정이야?”
결국 휴고는 울화를 삼켰다.
“건이 일도… 더 이상 캐내지 않지.”
숨을 꾹 삼키는 듯한 목소리에 지젤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그걸로 됐어. 하지만 한 가지 더.”
“!!”
지젤은 마치 이게 본론이라는 듯, 유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휴고. 다시 12성인 동료에 합류하도록 해. 대우는 최고로 해줄게.”
“……!!”
지젤은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휴고의 능력은 버리기 너무 아까웠던 탓이다.
가족과 이건의 일만 입 다물고, 조용히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뛰어난 능력자.
“거절해서 좋을 거 없어. 내 밑으로 오지 않으면, 지금 당장 딸이 죽을 거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젤이 악신의 파편을 자극했다.
“악!!”
그리고 자기 자식을 몹시 사랑하는 휴고였다.
휴고라면 딸의 비명소리를 절대 못 견디겠지!
“자! 딸을 살리고 싶으면… 꺄아악!!!”
지젤은 괴로운 듯 얼굴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자극하려던 악신의 파편이 되려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그리고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순간, 지젤은 깜짝 놀랐다.
“유하야!”
휴고는 깜짝 놀랐고, 지젤은 비명을 지르며 이를 뿌득 갈았다.
‘이, 이 꼬맹이가…!’
그랬다.
자신을 공격한 건 다름 아닌 유하였던 것이다!
유하는 제 어깨를 잡은 지젤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기고 있었다.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마…!!”
“아아악!!!”
그뿐이 아니었다.
유하를 삼키려던 검은 힘은 되려 지젤 쪽으로 기어올라와 그녀의 목숨을 위협했다.
“꺄아아악!!”
그 광경에 까마귀 권속신들은 놀랐다.
[휴, 휴고! 네 딸이 오히려 악신의 파편을 지배하고 있다!] [마, 말도 안 돼!]지젤도 드물게 괴로워하며 유하를 노려보았다.
‘젠장, 인간 꼬맹이 따위가 악신의 파편을 조종한다고? 장난해?’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빌어먹을, 냅두면 알아서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면 되레 이쪽이 곤란해졌다.
‘안 돼! 죽이려고 넣은 힘이, 이 꼬맹이의 힘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때였다.
쾅!!
“꺄아아악!!”
이어지는 유하의 공격에 마침내 지젤의 얼굴과 머리 피부가 터져나갔다.
팍!!
피투성이가 된 지젤은 얼굴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아악, 아악!!!”
몹시 괴로워하는 지젤은 유하와 휴고를 노려보며 텔레포터를 불렀다.
“조…만간! 다시 찾아오지!”
그렇게 지젤이 사라지려하자, 고트가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놓쳐버렸다.
“젠장…! 도망쳤어!”
“괜찮아, 깊게 쫓지 마!”
“하지만!”
휴고는 조심스럽게 유하를 살폈다. 그리고 괴로워하던 유하는 놀랍게도 편하게 호흡하고 있었다.
죽이려고 넣은 악신의 파편을 스스로 제어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신궁좌 권속신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배했다. 악신의 파편을…!]마침내 전신을 덮으려던 검은 힘이 점점 줄어들더니, 유하의 팔까지 내려왔다.
엄청난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아빠아….”
“그래! 유하야, 아빠야! 괜찮아? 안 아파?”
“응… 괜찮아. 그러니까 아빠, 그 사람들 말 듣지 마. 난 아빠가 우리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계속 이건 님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
유하는 배시시 웃으면서 아빠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휴고는 그런 딸을 꽉 끌어안았다.
고트는 이를 악 물었다.
“성주님. 전면전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저희 성도들이 성주님과 자녀분들을 지키겠습니다. 그러니….”
“아니. 천칭의 말대로 신궁좌는 모두 이 일에서 손을 뗀다.”
“예?! 그럼 사모님도 재원 형님도 포기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포기 안 해.”
“예? 하, 하지만….”
휴고는 쌕쌕 잠든 딸을 안으며 일어났다.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천칭은 나한테 손을 떼라고 했을 뿐. 다른 사람까지 손을 떼란 말은 안했잖아?”
“…그, 그럼 설마!”
동시에 고트는 들었다.
또각 또각.
“!”
휴고를 향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그리고 휴고의 뒤에 나타난 인물을 본 고트는 까무러쳤다.
“저분은…!”
아름다운 보름달을 등진 채 칠흑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미녀.
“오래 기다렸지, 휴고. 준비는 끝났다.”
12성인 중 유일하게 그의 손을 잡아준 헤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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