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67)
외전 40화. 보고 싶다 친구야
다음 날, 사자좌 본궁.
“…야. 성주님 방 왜 저러냐?”
아침 일찍 출근을 한 성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 없던 성역이었는데.
“저 모습은 뭐야…!”
그랬다.
어제까지만해도 멀쩡했던 스티븐의 방꼴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야. 밤새 괴수라도 나타났었던 거야?”
“…말이 되냐? 괴수가 성주님 방만 콕 찝어서 노릴 수 있대?”
뭐, 그건 그렇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성주님이 쓰시는 층만 초토화….’
사자좌 본궁에는 성신이 머무는 금색 궁전이 있었고, 사자좌 1군이 모여 지내는 건물이 있었다.
무려 40층이나 되는 고급 빌딩이 4채였다. 그리고 총 2000세대가 살고 있는 그 건물의 꼭대기가 성인이 사용하는 공간.
결국 그들이 창백하게 질려 스티븐을 찾을 때였다.
“야야, 시끄러워. 니들 모두 원래 자리로 꺼져.”
“성주님!!”
성도들은 스티븐을 보고 식겁했다.
그도 그럴 게 스티븐은 목과 팔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서, 성주님 어떻게 되신 겁니까!”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아 누구긴 누구야! 휴고 놈이지!”
“예?!”
경악하는 성도들을 향해 누군가가 속닥였다.
“밤새 신궁좌 성인이 혼자 쳐들어와서 여기를 전부 뒤집었대…!”
“뭐? 혼자서?! 여기 경비를 다 뚫고?”
“그래. 밤새 경비 맡았던 애들 지금 다 병원에 있다더라.”
“미, 미친…! 여기는 제일 경비도 빡센 곳이잖아!”
역시 성인. 클래스가 달랐다.
하지만 그때였다.
성역이 초토화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성주니이임! 저거 뭡니까!”
밑에서 성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 훈련장에서 올라온 듯한 사내들의 표정에 스티븐이 화를 냈다.
“니들 조용히 하랬지! 어디서…!”
“그게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뭐!”
“훈련장에 있는 꼬마 계집 말입니다!!”
“!!”
결국 뜻밖의 이야기에 놀란 사자좌 성도들이 훈련장에 들이닥쳤다.
그리고 훈련장에 도착한 그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 진짜 꼬마 여자애가 있어…!”
훈련장에 있는 여자애는 다름 아닌 10살 천유하.
우락부락한 남초 집단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유하가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었다.
물론 정신은 들었는지, 뾰로통한 얼굴로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하물며 유하는 성도들이 넋을 잃을 정도로 귀엽고 몹시 예뻤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저건 신궁좌의 딸이잖아!’
‘심지어 어딜 봐도 납치!!’
얼어붙은 성도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씨, 저러니까 신궁좌 성인이 쳐들어왔지!!!”
“성주님, 나이를 생각하십시오! 아무리 예뻐도 꼬마 신부는 안 됩니…컥!”
부하들을 두드려 팬 스티븐이 말했다.
“시끄럽고. 저 꼬마는 앞으로 사자좌의 1군으로 들일 거니까, 잘 가르쳐.”
그 말에 성도들 모두가 기겁했다.
특히 사자좌의 S급, 훗날 SS급이 되는 올리버는 아예 핏대를 세웠다.
“지금 사자좌에 여자를 들인다고요?”
사자좌는 여자 성도를 들이지 않기로 꽤 유명한 신좌였다.
성도들을 뽑는 성단장들의 뜻이었다.
때문에 스티븐의 독단적인 지시에 성단장 올리버는 열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단 지침은 전부 제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주님이라 하셔도…!”
“됐으니까 들여.”
“……!!”
올리버는 이를 갈았다.
저딴 계집애가 사자좌에서 뭘 할 수 있다고…!
사자좌 성신 역시 화가 난 듯 난동을 부렸다.
[아악! 스티븐! 들여오지 말라고 했지! 난 천칭이랑 얽히기 싫다고오! 당장 안 내보내?!]“주인이시여, 저 애가 품고 있는 악신의 파편은 잘만 다루면 저희의 최고등급인 입니다.”
[어? 그러하냐?]. 그게 사자좌에서 기생시키는 짐승들의 등급표다.
그리고 유하가 가진 악신의 파편은 위험요소가 크지만, 능력만 따졌을 때 필시 신수급.
그리고 신수급을 다룰 수 있는 건 아직까지 스티븐밖에 없기에 성신도 솔깃한 듯했다.
“그리고 신궁좌는 사자좌에게 절대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맹약도 했고요.”
[뭐, 정말이냐?]뭐 그 대신 자신도 유하에게는 절대 손을 댈 수 없었지만 말이다.
실제로 스티븐은 밤의 일을 떠올렸다.
– 딸을 잡아갔다고 날 죽이러 온 거냐?
–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무래도 휴고는 지젤보다는 스티븐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악신의 파편을 다룰 방법은 각성자가 되어 사자좌의 스킬을 배우는 방법뿐이니.
– 그러니 유하는 사자좌에 맡기마.
딸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잘 알기에 휴고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 그 대신. 이 자리에서 너랑 나랑 계약을 한다. 유하한테 손끝 하나라도 대면, 그 즉시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
휴고는 살벌한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아무튼 그렇게 자신들은 서로에게 절대 손을 안 댄다는 피의 계약을 했다.
휴고는 제 딸을 지키고. 자신은 그 힘을 이용하고.
‘어쨌거나 서로에게 윈윈인 거다.’
지젤에게 넘어가는 것보다는 천만 배 낫지 않겠는가.
‘뭐, 그것도 쟤가 여기서 적응해야지 가능한 이야기지만.’
악신급을 억누르는데 필요한 사육 스킬은 최저 S급.
S급이면 성단장급인데, 사실 사자좌의 S급이 쉬울 리 없었다.
사자좌는 신좌들 중 빡세기로는 3위 안에 꼽혔다. 하물며 성단장들의 지독한 텃세까지.
‘S급은커녕, B급이 되는 것조차 힘들 수도.’
실제로 유하를 보는 올리버가 못마땅하게 눈을 번득였다.
* * *
그렇게 유하는 사자좌에서 성장해나갔다.
그리고 그 동생인 성재 역시도.
뭐 성재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좀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다른 문제는 아니었다.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일까.
성재는 초등학생 때부터 경제 논리를 이용해 물건을 매입하고, 팔아 돈을 벌고.
중학생이 된 이후엔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과외, 모의고사 대리 시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문제가 있었다.
이를테면.
“야!! 너! 시험을 이렇게 잘 보면 어떡하냐!”
“네? 왜요? 부모님 속여야 한다고 최대한 잘 봐달라면서요? 삼수생이라 중간에 노는 거 들키면 안 된다고.”
“너무 잘 봤으니까 문제지! 아무리 그래도 전국 1등을 해버리면 어떡해!!! 나더러 본고사에서 어떻게 하라고! 아무튼 돈은 못 줘!”
울컥.
아니 잘 봐줘도 뭐라 그러네!
뭐 아무래야 좋았다.
그 외에도 성재는 각 분야에서 문제(?)를 발휘했는데…
“예?! 하버드에서 입학 초청이 왔다고요?”
“어. 기계 하나 만들어서 논문 하나 올린 적 있었는데, 그거 보고 연락했나 봐.”
“무, 무슨 논문을….”
“아 별거 아냐. 팬클럽에서 덕질하던 거.”
“패, 팬클럽이라면….
“이건 님 팬클럽.”
성도들은 침묵했다.
“아, 아무튼 축하드려요! 하버드에 들어가실 거죠?”
“아. 그거? 이미 퇴짜 놨는데.”
“예?! 왜요!”
“괭이나 빨아대는 미국에서는 이건 님 최신 굿즈를 빨리 살 수 없으니까.”
“…….”
고작 덕질 때문에 하버드 입학까지 거절할 정도의 광신도.
모두가 성재의 성장을 걱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이것이었다.
“뭐?! 쌍아좌? 네가 거길 왜 들어가?”
중학생이 된 뒤.
아들의 입단 소식을 들은 휴고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들이 자기 몰래 각성자가 된 것도 충격적인데, 왜 다른 신좌도 아니고 하필…!
“아니 올 거면 아빠 신좌에 와야지, 왜 하필 쌍아좌야!!!”
“아빠. 성도들 월급도 못 준다면서 양심은 어디?”
“뭐가 어째! 인마!”
심지어 입단하자마자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꼴에 휴고의 속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하물며 하필 들어간 게 쌍아좌?
‘헤이지는 누구보다도 건이를 끔찍하게 증오하고 미워한다.’
그런 성주 밑으로 이건 빠돌이가 들어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됐으니까 넌 퇴원하면 탈퇴하고 집에서 공부나 해! 아빠가 네 성적표 보고 기겁을 했다! 1등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렇지! 기껏 공부 잘하는 엄마를 두고 전교 꼴찌가 뭐냐! 꼴찌가!”
천성재는 입을 삐죽였다.
‘입단 시험 때문에 조느라 마킹을 못 해서 꼴찌였던 건데.’
평소엔 성적표를 보지도 않더니, 하필 봐도 이번 걸 보냐며 천성재는 툴툴댔다.
그러나 성재는 개의치 않았다.
‘미안 아빠. 소중한 사람들을 내가 다 빼앗아가서.’
그는 누나의 팔과 엄마의 영혼을 찾을 방법을 찾기 위해 쌍아좌에 들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휴고는 무려 괴수에게 무려 소중한 사람을 세 사람이나 빼앗겨 괴수에게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었다.
딸이야 악신을 잠재울 스킬을 배워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됐으니까 넌 절대 괴수랑 가까이하지 마. 성단도 탈퇴해! 안 그럼 집에 있는 건이 피규어 죄다 버려버릴 거야!”
“뭐?! 이건 님은 잘못 안 했잖아! 이건 님은 왜 건드는데!”
“아무튼 각성자는 관둬!”
“절대로 안 그만둬! 나도 이건 님처럼 될 거야! 그래서 이건 님처럼 누구한테도 굴하지 않는 영웅이 될 거야! 악마의 탑에도 들어갈 거고!”
“너 진짜!!”
결국 한바탕 싸운 휴고는 결국 성재의 이건 컬렉션을 모조리 가져다 버린다.
“아빠! 내 방에 있던 이건 님 다 어딨어?”
“모두 버렸다. 그러니까 너도 이건 같은 건 찾지 말고 공부나 해.”
“뭐라고?!”
덕분에 열받은 성재는 가출을 해 누나가 창고처럼 쓰던 빌라에 들어가 살게 되었고 말이다.
그게 훗날 이건이 찾아오게 되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들마저 가출한 지 2년.
창고에 숨겨둔 아들의 이건 컬렉션을 보는 휴고는 착잡했다.
처음엔 화가 나서 전부 버리려 했지만, 차마 처분할 수 없었던 물건들.
그도 그럴 게, 제 자식들 못지않게 이건을 정말 좋아하는 그였다.
처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휴고는 착잡했다.
올해는 이건의 사후 20년.
– 여러분, 올해는 인류가 붉은 눈으로 해방되고, 13번째가 죽은 지 2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입니다.
– 아직도 일각에서는 이건이 악마의 탑에서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그렇다고 보십니까?
– 에이 말이 됩니까. 전부 희망사항이죠, 그건.
– 뭐 이건은 B급 각성자니까요. 그래도 그만하면 열심히 한 각성자 아닙니까? 하하하.
세상은 20년 사이 변해 있었다.
가짜 증거. 가짜 뉴스. 가짜 증인.
지젤을 필두로 수많은 날조 정보들이 이건이라는 영웅을 끌어내렸다.
결국 사람들은 이건을 폄하했고 옛 기억에 이건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선동꾼 취급을 받았다.
성인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이건에 대해 침묵하거나 비방했고, 심지어 유산도 갈취했다.
20년의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데 충분했으니까.
헤일리는 5년 전에 자취도, 연락도 끊겼지만 말이다.
뭐 그건 과 이건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그걸 휴고가 알 턱은 없다.
아무튼 휴고는 열심히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무리였다.
– 휴고 님, 죄송합니다. 그…저는 그만두겠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님에 대해 조사하던 사람들은 모두 원인 모를 이유로 죽었어요! 저희는 죽기 싫습니다!
이건의 편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좌천되거나 행방불명.
돈을 먹은 언론은 거짓 기사를 써내고, 가짜 증인은 너무나 사실적인 증거를 들고 와 이건을 지워버렸다.
– 신궁좌는 자기 친구니까 헛된 망상을 품고 있는 거죠. 듣자하니 꽤 친했다고 하죠?
– 하하. 혹시 친구의 유산을 노리는 거 아닐까요? 끼리끼리 논다고 하지 않습니까.
휴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이 아직 살아 있다. 그렇게 주장하기엔 20년은 너무 길었고 힘이 드는 세월이었다.
‘뭐, 나도 이제 영웅을 믿을 나이는 지났지.’
결국 그렇게 휴고는 지친 듯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그건 스마트폰 기능도 안 되는 2G폰.
20년도 전부터 쓰던 폰이라 전화랑 문자만 되는 구형이었다.
그래서 다들 궁금해했다.
– 어머, 휴고님. 언제적 구식폰이에요. 어서 최신형으로 바꾸세요.
– 아. 최신폰을 쓰려면 번호를 바꿔야 해서….
이건이랑 만났을 때부터 사용해온 것이었다.
즉, 이건이 기억하고 있을 자신의 번호.
때문에 번호를 바꾸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지만, 글쎄.
‘혹시라도 전화가 걸려올지 몰라서.’
물론 바보 같다는 건 자신도 잘 알았다.
그래도 만약에 제 친구가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전화를 걸어올지도 몰라서.
평소처럼 야, 술 마시자 하고 태연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올지도 몰라서.
그래서 결국엔 끝끝내 처분하지 못했던 핸드폰.
하지만.
‘나도 그만 잊어야 하나.’
결국 오늘도 성재의 이건 피규어를 처분하기는커녕, 닦기만 하고 창고에 넣어둔 휴고가 일어났다.
‘그래. 이 핸드폰은 이번 영국 의뢰가 끝나면 처분하자. 이번에는 꼭.’
때마침 20주기. 핸드폰뿐만 아니라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기엔 괜찮은 때였다.
하지만 그 얼마 후.
휴고는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
“아, 예… 저도 봤습니다. 악마의 탑 부숴진 거 저도 봤고요. 봤는데….”
이틀 뒤.
난데없이 부서진 악마의 탑 때문에 세상이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의뢰 때문에 영국 공항에 도착한 휴고에게도 전화가 쏟아진 건 당연한 수순.
– 휴고 님!! 악마의 탑이 부서졌어요! 부숴졌다고요!!! 혹시 이건 님 아닐까요?!
– 심정이 어떠십니까?!
그 말에 휴고는 핏대를 세웠다.
‘건이가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 살아 있을 리 없다며 하하 호호 떠들던 놈들이 이제 와서 무슨.
“일 없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죽었어요.”
결국 심기가 불편해진 휴고는 전화를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찾는 방송 때문이었다.
– 휴고 오터스 님. 잠시 수화물 확인이 필요하니 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나참, 이번에는 또 뭐야! 설마 기자들은 아니겠지?”
이미 제 친구에 대해 모든 걸 포기했던 휴고는 치가 떨렸다.
그리고 그렇게 휴고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부르르.
가방에 들어있던 낡은 폰에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20년 만에.
그토록 기다리고 보고 싶어 했던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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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366화 (외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