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68)
제327화. 찾으러 왔는데? (1)
이건.
오늘날 그를 수식하는 이름은 무수히 많았다.
죽었다가 되살아온 영웅.
괴수로부터 인류를 구한 영웅.
툭하면 무전취식을 일삼는 뻔뻔한 영웅.
게임하다가 빡쳐서 초딩을 상대로 진짜 현피 뜨러 오는 미친 영웅.
더러운 성깔 탓에 인터뷰에 어째 말보다 욕설이 더 많은 또라이 영웅.
그는 전설이었다.
그리고 전설은 신화가 되었고, 신화는 마침내 신이 되었다.
그렇게 신은 새 신화를 만들어가며 사람들의 믿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故이건, 지구를 떠나 영면하다]#아싸 해방
#이건 사라짐
#다신 볼 일 없음
#유언장 공개
이건의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그건 소식을 접한 12성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이 사라졌다고?!”
가장 먼저 놀라서 달려온 건 스티븐이었다.
그리고 스티븐이 이건의 집에 들이닥치자 천성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세계가 난리가 난 건 사실이지만, 설마하니 이 인간이 제일 먼저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설마 삼촌을 걱정해서….”
“이건 성물들은 어딨냐! 이건이 없다면 무기들은 내가 가져간다!”
그 순간 스티븐은 눈에서 별을 봤다.
“이 아저씨가 진짜 미쳤나! 유언장이라잖아! 삼촌을 걱정해도 모자를 판에 당당히 물건을 훔쳐?!”
안 그래도 성인들이 또 탑에 가둔 거냐, 이건을 돌려내라며 전 세계에서 폭동이 일어난 김에 저 머저리를 그쪽에 넘겨버릴까 싶었다.
그러나 정작 천성재에게 걷어차인 스티븐은 억울한 듯했다.
“…이건이라면 어차피 휴고를 데리러 간 거잖냐! 죽으라고 찔러도 안 죽을 놈인데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한다고!”
하지만 그때였다.
“글쎄, 이번엔 또 어떨지 모르지?”
“!”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현관.
케빈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 대리들이었다.
그리고 이건이 무사하다는 말에 모두가 안도했지만, 정작 케빈은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게 신계는 인간이 아닌 짐승의 세계라 불리는 곳.
“신궁은 이미 그쪽의 주민이 된 게 아니었나? 쉽게는 못 데려온다 들었는데.”
“야, 이건이잖아. 문제없겠지. 그러니까 그동안 무기 좀 쓸 수 있게… 커푸헉!”
천성재가 스티븐을 즈려밟을때 처녀좌 권속신들이 강림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슨 연유인지 다급하게 천성재부터 찾았다.
[뱀주인좌의 성인이시여! 이야기는 들었사옵니다!] [새끼 뱀님이 신계로 향하셨다고!] [송구하오나 새끼 뱀님은 어떤 루트로 신계에 가셨는지요?]“루트?”
[예. 신계에 가는 루트 중에는 정말 위험한 루트도 있어서….]그녀들은 굉장히 불안한 눈빛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름 있는 성신들이야 단번에 텔레포트가 가능하지만, 이름 없는 신들은 전혀 다르다.
[호, 혹시라도 방법을 모르셔서 위험한 인고의 길로 가신 건 아닌가 하여….]“아. 그거라면 걱정 마. 삼촌 이거 써서 가셨어.”
천성재가 기차표처럼 생긴 티켓을 흔들어 보였다. 이미 사용한 듯, 반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그걸 본 처녀좌 권속신들은 굉장히 안도했다.
[오, 신계로 향하는 직행 티켓이로다.] [무려 금색 등급이 아니냐. 이만한 거면 새끼 뱀님께서도 별 문제 없이 신계에 가셨을 터.] [곧 거기서 새끼 뱀님을 뵐 수 있겠구….]하지만 곧 티켓을 본 그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천성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처녀좌 권속신들은 세상이 떠나가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새끼 뱀님! 왜 하필 이곳으로!!] [어찌하여 이런 구역에!] [안 돼에에, 새끼 뱀니임!]“뭐야. 무슨 일인데!”
처녀좌 권속신들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새끼 뱀님은 언제 떠나셨습니까?]“오, 오늘 아침?”
[그렇다면 아직 입국장일 것입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 위험한 곳인 거….”
[꺄아악! 서둘러라!]“!!”
[아, 아직 아직 괜찮습니다! 신계에 들어가기 전이시면 아직 살펴볼 수 있으니…!!] [꺄아악! 빨리 천리안을 불러오라! 어서 확인해보라!]“아니 도대체 뭐냐니깐!”
그들은 황급히 움직였다.
* * *
만신전(萬神戰).
수백만의 신들이 싸우는 신들의 땅. 광대무변한 천외천(天外天)의 세계.
세상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주민들이 모인 곳.
그리고 세상의 온갖 보물들이 몰려드는 곳.
오라.
숭배하라.
따르라.
쟁취하라.
그러면 신화를 얻어 영생할 것이니.
“그리고 알리노라. 얼굴이 글러먹은 네놈은 위대한 신의 세계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음을.”
“뭐래, 이 시조새 같이 생긴 새끼가.”
이건은 빡친 듯 뻥 뚫린 액자틀을 집어 던졌다.
동시에 고풍스러운 액자에 얻어맞은 새 머리의 신이 분노했다.
“네 이놈! 지금 심사관한테 무슨 짓을 하는 게냐!”
“심사는 무슨, 이딴 게 무슨 심사야, 뒤질려고!”
이건은 열받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랬다.
그는 지금 지구를 떠나 신들의 세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다름 아닌 유괴된 자신의 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 신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
[아직 신적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신입니다]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입국 관리처와 연결됩니다]잘 모르겠지만, 모든 신들은 신계에 신분등록절차를 밟아야 하는 모양이었다.
‘대충 시민권 같은 건가?’
뭐 아무래야 좋았다.
입국 관리처와 연결되네 어쩌네 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날려보내진 곳이 이곳이었던 것이다.
얼핏 은행 창구와 비슷한 장소였다.
물론 규모는 말도 안 되게 커서 종횡으로 늘어진 창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하늘도, 땅도 하얀 공간에 달랑 창구만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웬 새들이 번호표를 나누어 주길래, 때에 맞춰 가보니까 뭐가 어쩌고 저째?
“입국심사를 한다더니, 난데없이 면상을 까? 뭐 하자는 거냐?”
“뭐 하는 거긴! 신계와 적합한 얼굴인지 아닌지 심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
“이 개똥같은 액자틀 드는 게 심사냐!”
“이 무례한 놈! 그건 위대하신 예술의 신께서 만드신 틀이노라!”
그렇게 화를 내던 새 머리의 신은 뭐 됐다는 듯 손을 저었다.
“썩 돌아가라! 안 그래도 신계는 하루에도 수십억의 신들이 찾는 곳. 오고 싶어 하는 놈들은 넘쳐서 말이다.”
“그러니까 그거랑 얼굴이 뭔 상관인데?”
“뭔 상관이긴? 우리는 신계의 수질을 관리하는 심사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네놈의 얼굴은 신계에 맞지 않아.”
“안 맞아?”
“그러하다, 이런 게 바로 이상적인 얼굴이지.”
상대가 사진을 내밀자 이건은 눈살을 찌푸리며 사진을 받았다.
“수질이라니, 거 얼마나 잘난 새끼여야 통과….”
그러나 곧 이건은 얼굴을 굳혔다.
“인간형은 요즘 너무 개성이 없어! 보다시피 요즘엔 이런 고풍스러운 양서류나 파충류가 신계와 어울린다!”
핏대를 세운 이건은 사진들을 찢었다.
그리고 새머리를 노려보았다.
“개성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으니까 등록이나 해. 내가 아는 인간형 상급 신만 몇 마리인데….”
“안 된다!”
“뭐 때문에 자꾸 안 된다는….”
“애초에 네놈은 너무 잘생겼도다! 너 같은 게 들어오면 여신들이 괜히 난리난다고! 당장 꺼져!!”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열받은 이건은 신의 목을 졸랐다.
“양념 백숙으로 만들기 전에 통과 시켜라? 어?”
신은 켁켁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꺼져라! 무신(武神)도 아닌 놈이 이런다고 무서워 할 줄 아느냐! 드, 들어가 봐야 여신들의 마사지 일이나 할 하급신 놈이! 정 입국하고 싶다면 우리 성신께 서비스를 받거라! 단 100달란트면 요즘 유행하는 이 어류형 얼굴로 성형을 해줄 수 있… 커헉!!”
이건은 해맑게 웃었다.
“그렇게 좋으면 지금 당장 니놈부터 성형시켜주마.”
“뭐…? 그게 무슨…푸학! 컥! 허커헉!”
빡친 이건은 새머리 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창구는 각각 칸막이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알 수 없어 바깥에서 말리러 오진 않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1평짜리 작은 공간이 깃털과 피로 범벅이 되었을 쯤.
바닥에 쓰러진 새머리 신이 바들 바들 떨면서 손을 들었다.
“네, 네놈… 그렇게 곱상하게 생긴 주제에 무신이었더냐…. 말라 비틀어져서 꼴뚜기인 줄 알았는데….”
이건은 대답대신 책상에 있는 도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서류 한 장에 도장을 찍었다.
쾅!
이름 [알거 없음]
신명 [몰라]
소속 [없는데]
신격 [모르겠고 아무튼 잘 만듬]
나이 [25세]
뭔가 이것저것 잔뜩 등록을 해야 하는 것 같았지만, 이건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여간 버러지 같은 놈들.’
성신들의 성격이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은 모습이 아닌가.
‘뭐, 상관없나.’
어차피 이런 식이면 신계에 들어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 * *
라고 생각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아악!”
1차 입국심사장을 통과한 이건은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주인니임! 역시 아까 기다리라고 했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던 건 아닙니까!] [역시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않으면 이리 됩니다!]신계의 출입국 심사는 기본적으로 3단계였다.
1차 심사는 말 그대로 .
2차 심사는 신체검사 및 결격사유 확인과 소지품 확인으로 .
3차 심사가 서류제출 및 입국.
아무튼 도착했던 2차 심사장에는 사슴 머리의 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신은 이건에게 신체검사와 소지품 검사를 할 때까지 대기를 타라고 했지만 글쎄.
이건은 개무시하고 다음 심사장으로 이어진 다리로 향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휘이잉!
[보안검사를 받지 않은 출입자입니다. 퇴출합니다]“!!”
그 알림과 함께 다리 바닥이 사라지면서 그대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난데없이 주인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게 된 이건의 권속신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지금 이건의 그림자 안에 봉인되어 있었다.
[주인니임! 이대로라면 큰일 나옵니다!] [계속 이렇게 떨어지다간 신계의 하수 처리장으로 떨어질 것이옵니다아아!] [거기 휘말리면 오물 덩어리가 되어 살아 돌아갈 수 없습니다!]잘은 모르겠지만, 이대로 계속 떨어지면 신이라도 죽는다는 의미겠지.
[역시 아까 거기서 기다릴 걸 그랬을까요?!]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장난하냐! 대기만 20년이라잖아! 그딴 걸 언제 기다리고 있어!”
이건은 핏대를 세웠다.
당장 셋째가 태어나기 전에 휴고를 데려가도 모자를 판국에 20년은 개뿔이!
“여기랑 지구랑 시간 차이도 그리 안 난다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주인님이 위험해지십니다!]“너희 중에 날 수 있는 놈 없냐!”
[주인님이 힘을 쓰지 못하시면 저희도 봉인을 풀고 나올 수 없습니다!]“!”
이건은 바로 스킬을 발동했지만, 마력이 나오지 않았다.
“……!”
이건은 당황스러웠지만,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아직 입국 전이라, 주인님도 힘을 쓰실 수 없으신 겁니다!] [밀입국자를 막기 위해, 이곳에서는 계급을 막론하고 신들의 힘이 봉인되는 것이옵니ㄷ… 아악!]이건의 낙하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는 끝을 모르는 구름 공간으로 떨어지고 계속 떨어졌다.
동시에 구름이 가득 낀 하늘 공간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떨어지고 있는 방향이었다.
뻘건 빛을 본 권속신들은 비명을 질렀다.
[처리장이옵니다! 저기에 휘말리면 살아 돌아올 수 없나이다!] [게다가 저기는 신계의 정화조 시설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이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는 휴고를 찾기도 전에 자신이 똥거름으로 분해될 판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 없이 빛에 휩쓸리려는 그 순간!
쾅!
쿵!
“악!”
이건은 자신들의 사이를 막은 뭔가에 부딪치며 떨어졌다.
“……?”
촉감은 단단한 고철.
이건은 당황한 듯 주변을 살폈다.
‘비행선?’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돛단배였다. 2인승의 작은 비공정이었는데, 마치 고철로 만든 듯 허름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씨, 어떤 놈이야!”
하늘을 나는 배 내부에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생긴 건 20대 초반의 인간.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으로 볼 때 분명 신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껏 봐온 성신들과는 기운이 달랐다.
하물며 1차, 2차 입국심사장에서 봤던 공무원 신들과도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속신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저놈은 글쎄.
어쩐지 권속신들보다도 등급이 낮은 신기한 느낌.
아니나 다를까.
[아류신급이군요.]“아류신?”
[평민인 이나 급 보다도 밑이라 보시면 됩니다. 가장 하층민이죠.] [주인님이 말을 섞을 필요가 없는 이들입니다]잘 모르겠지만, 신들 사이에도 계급과 신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권속신들은 이건이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그림자에서 속삭였다.
[그래도 악신은 아닌 것 같군요.] [신계 입국을 위해서는 입국 심사를 거쳐야 하니, 2차 심사장까지 다시 태워달라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그러나 이건은 꺼지라는 듯 핏대를 세웠다.
“미쳤냐? 거기 가면 대기만 20년이잖아. 절대 안 돼.”
미쳤다고 놈들이 바라는 대로 해줄 것 같냐.
[하, 하오나 주인님. 신계의 법도는 무자비하옵니다. 법률은 준수하셔야.] [애초에 그 방법이 아니면 결코 입국을 할 수 있는 방법이…!]그런데 그때였다.
“야! 아까부터 뭘 혼자서 떠들고 있냐!”
“!”
남자 신이 이건에게 다가와 주변을 살폈다.
“좀 조용히 해…! 가득이나 밀입국이라 걸리면 엿되는데, 소란까지 피우면….”
밀입국이란 말에 권속신들은 얼어붙었지만, 정작 이건은 아주 크게 눈을 반짝였다.
그래?
밀입국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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