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세상에, 말도 안 돼
이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동시에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애애애앵-
마치 전쟁 발발을 알리는 듯한 소리. 천 남매는 심히 당황했다.
‘레드존 돌입 직전 경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순식간에 도로를 뚫고 뭔가가 튀어나왔다.
불새의 날개를 가진 여인과 불을 뿜는 도마뱀이었다.
[여전히 인간의 영역은 품위가 없구나.]그 살벌한 불길에 천유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건 환상종…!’
지금까지 확인된 미지 문명의 종(種)은 총 12종.
은 그중에서도 위험 레벨 상위권을 다툰다.
정령, 불사조 등 인간의 상상 속에서 등장할 놈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환상종이 나타나면 그 영토는 최소 퇴거 구역, 레드존으로 변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저건 4년 전에 나타났던…!’
그랬다.
베이징을 습격하고 서울 북쪽까지 내려온 놈들은 지나온 모든 곳을 레드존으로 만들었다.
결국 성단장급들도 최전선에서 잡지 못해서 도망쳤던 놈들인데.
‘왜 저게 지금…!’
그렇게 천유하의 얼굴이 굳을 때였다.
“누나!”
천성재는 질린다는 듯이 누나에게 다가갔다.
괜히 사자좌의 파수꾼이 아닌지, 주변엔 목이 잘린 괴수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성재야. 삼촌 데리고 도망쳐.”
“뭐?”
“레드급이면 삼촌도 위험해져.”
마치 동생과 이건을 지켜야 한다는 듯한 굳센 표정.
그리고 그 눈빛을 읽은 건지 천성재가 혀를 찼다.
이래서 성단장급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삼촌이 정말 B급 정도라고 생각하지.’
그런 주제에 시기를 잘 타 자신들보다 유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누나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누나,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뭐?”
“삼촌은 진짜 산도 날릴 수 있어.”
“…뭐?”
“레드존급 괴수도 그냥 주먹으로 날려 버린다고.”
천유하는 동생이 뭘 이야기하려는 줄 눈치챘다. 그래서 진지하게 나무랐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나타난 괴수는 장난으로 말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 몇 살인데 아직도 그걸 믿어? 그거 다 아빠가 술김에 과장하신 이야기야.”
“…….”
천성재는 말하기도 귀찮았다.
“그냥 직접 봐라.”
“……?”
뭐 이해는 했다. 자신도 바로 며칠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순식간에 도약한 천유하가 도마뱀과 여자를 노렸다.
파지직!
강한 찌르기. 하지만 파괴된 몸체는 다시 재생되었다.
“……!”
역시 과거랑 똑같다.
그럼 죽을 때까지 죽여주리라. 천유하가 모든 마력을 쏟아붓는 그 순간.
도마뱀을 탄 여인은 일부러 방향을 틀어버렸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이건.
“!”
[이번엔 아주 괜찮은 사내가 있구나.]날아올랐던 천유하가 당황했다.
“삼촌! 위험…!”
그런데 그때였다.
귀를 후비던 이건이 짜증을 냈다.
“아씨. 이 새끼들은 왜 자꾸 더운데 앵겨.”
철썩!
괴수들이 싸대기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마치 파리처럼.
* * *
한편 그 무렵 한국 성물거래소 앞.
분수로 레이저쇼를 하고 있는 거래소 광장은 인파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30분 뒤.
이곳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성녀님이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거야?”
“이건 이야기라던데.”
“이건? 그래봐야 하급 낙오자 아냐?”
“그전에 유럽의 성녀가 기자회견을 왜 한국에서 하는 건데?”
“몰라. 무슨 정치 공방이라고 하던데.”
사람들의 술렁임에 정작 소피는 파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정치공방이고 나발이고, 이것은 명령이었기 때문이었다.
[야. 비행기 타기 귀찮으니까, 니가 와 ㅡㅡ]기자회견에 직접 감시하러 가긴 갈 건데, 자기 가기 편하게 알아서 가까운 데서 하라는 의미였다.
결국 도망칠 수도 없었던 소피는 비싼 텔레포트까지 이용해서 한국에 왔다.
그리고 30분 뒤. 기자회견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뭐? 정말 환상종이라고?!”
“지금 강남에서 그게 터졌단 말이야?”
바로 이 근방에서 재액이 터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에 소피는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미쳤어? 환상종이면 방어 방법도 없다고!’
벌레류가 주류인 의 피해 성향이 주로 기생이라면, 환상종의 피해 성향은 주로 재해.
파괴력으로 압살하는 미친놈들이었다.
기자회견이고 자시고 당장 목숨이 위험하게 생겼다.
하지만.
‘아니, 어쩌면 잘된 것일 수도 있어.’
환상종이라면 재액 레벨은 분명 레드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럼 기자회견이 중지될 수도 있어!’
기자회견을 중지했다간 이건한테 목이 따일 것 같아 온 것이었지만 글쎄.
아무리 이건이라도 국가 전멸 레벨이 될 단계에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하진 않겠지.
그래 오히려 잘된 것이다.
실제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는 한국 톱 성단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큰일입니다! 역시 청와대를 박살냈던 그때 그 불의 군주입니다!”
“뭐? 설마 그 도마뱀?”
“네…! 돔의 사각지대로 침입한 것 같습니다! 이번엔 서울 북부로 안 끝날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성단장급들도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악마 같은 놈들이 또.’
베이징과 한반도 북부가 초토화된 게 고작 4년 전이다. 악마 같은 불 꼬리를 휘두르는 도마뱀 한 마리 때문에.
하지만 소피는 즐거워했다.
‘역시.’
기자회견은 중지다, 중지!
그렇게 소피가 살았다는 듯 속으로 만세를 부를 때였다.
쾅!
“……!”
폭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휘이이잉!
거대한 뭔가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건 기자회견 광장 앞에 뚝 떨어졌다.
쿵!
“꺄악!”
“뭐, 뭐야!”
바닥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연기와 함께 날아온 물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성도들도, 그리고 소피도.
모습을 드러낸 물체에 기겁했다.
“뭐, 뭐야 이거.”
“꼬, 꼬리?”
***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빠각!
이건에게 달려들었던 불의 괴수들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장갑을 낀 이건이 마치 파리를 쳐내듯 내쳐버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에엑!”
여인이 타고 있던 불의 도마뱀이 괴로운 듯 울부짖었다.
그리고 천 남매는 분명 보았다.
도마뱀이 굵은 꼬리를 휘두르는 순간, 이건이 그 꼬리를 차버린 것을.
일종의 방어였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건의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꼬리가 뜯겨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포알처럼 날아간 꼬리는 몇 킬로미터나 날아갔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조차 없다.
물론 그 광경에 이건은 정작 화를 냈지만.
“아씨, 내 재료! 날아가 버렸잖아!”
뭐 이리 맷집이 약해 빠졌냐고, 이건은 도리어 도마뱀에게 버럭버럭 성질을 냈다.
도마뱀은 굉장히 억울해 보였다.
덕분에 천유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4년 전, 청와대를 초토화로 만들었던 저 도마뱀을 단 일격에…!
‘저게 진짜 이건 삼촌.’
영상으로만 봤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마력의 운용, 기백, 괴수를 상대하는 힘. 모든 것이 다르다.
그리고 늘 놀라는 법 없는 누나가 드물게 경악하는 눈치이자, 천성재는 뿌듯해했다.
전투 기술로는 한 손가락에 꼽히는 누나가 이런 반응이었다.
이건을 개무시하는 성단장급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얼쩡얼쩡 기어들어 오고 말이야.”
이건은 마치 제 영역을 침범 당한 듯 화를 냈다. 그리고 도마뱀에게 다가갔다.
반면 불새 여인은 맞은 충격이 상당했는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커, 커헉…! 이, 인간이!]그 욕지거리에 이건이 불새 여인을 보았다. 그러더니 가증스럽다는 듯 웃었다.
“오. 말을 하는 걸 보니 소대장 레벨 이상인가 보네?”
불새 여인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마치 자신들의 체계를 자세히 아는 듯한 말이 아닌가.
‘인간이 어떻게.’
하지만 이건은 장갑을 낀 손을 우득거리며 흉악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게 세상은 이놈들을 환상종이니 뭐니, 대재앙 취급했지만 이건에겐 일상이었던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탑에 갇혀 있는 동안 잡고 또 잡고, 또 잡아 댔던 놈들.
“매일같이 날개를 뜯었던 새끼들을 여기서 또 볼 줄은 몰랐는데.”
이건의 눈에서 살의가 돋았다.
그리고 그 눈빛을 보며 불의 여인이 몸을 떨었다.
여인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키에엑!”
여인의 외침과 함께 파트너 도마뱀이 포효했다.
꼬리를 잃은 도마뱀은 전신에서 불을 뿜어내며 이건에게 다가왔다.
쿵쿵!
꼬리를 잃어서 뒤뚱거리기는 했지만, 위세는 상당했다.
뿜어내는 불길만으로도 아스팔트 도로를 그냥 녹여댔다.
마침내 치솟는 불길이 이건을 공격했다.
놀란 천유하는 급히 움직이려고 했다.
놈들의 일격은 인간이 맨몸으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였다.
화르륵!
“…!”
화염 속에서 이건은 멀쩡했다. 아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이건이 전투꾼처럼 불리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불을 다루어 무기를 만들어내던 대장장이.
그 탓에 화염내성은 점점 올라갔고, 적들의 불도 자유롭게 이용했다.
작열(灼熱)의 주인을 따르는 휴고와 성향이 맞는 것도 그 탓이다.
그래서 이건은 도마뱀을 보며 히죽거렸다.
“좋아. 이 정도 불이면 제작용으로 아주 쓸 만해.”
그 웃음에서 도마뱀은 불길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
삼선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걸어오던 이건이 갑자기 사라지고.
이건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그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줄자 같은 것이었다.
이건은 안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촤르륵!
[끊어지지 않는 새끼줄] S급– 을 섞어 만든 새끼줄
– 어지간해서는 끊기지 않는다. (데이터 등급 : 성인급)
– 신궁좌의 데이터 (화염내성)
그건 휴고의 데이터로 섞어 만든 새끼줄.
이건은 뽑아낸 새끼줄을 도마뱀에게 던졌다.
쉬익!
새끼줄은 도마뱀의 목에 걸렸다.
그 형태는 올가미.
이건이 줄을 잡아당기자마자 목이 졸린 도마뱀이 울부짖었다.
“키에엑!”
거친 몸부림과 함께 바닥이 갈라졌다.
올가미를 풀어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빠각!
“키엑!”
이건은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끼고 있는 장갑 덕분에 수월하게 불 도마뱀을 상대할 수 있었다.
빠각! 빠각!
이건에게 맞은 도마뱀은 금방 빈사 상태가 되었다.
그 틈을 타서 불새 여인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건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넌 또 어딜 가려고.”
[캬악!]이건은 새 형태의 여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데이터를 얻었습니다]순식간에 환상종이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천유하는 입을 떡 벌렸고, 천성재는 심장마비로 죽으려고 했다.
이건은 빈사가 된 두 괴수를 밟으며 웃었다.
‘이것들은 권속으로 못 들이나?’
권속으로 등록하면 넣고 빼는 것도 쉬울 텐데 말이다.
그러나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뱀주인좌의 권속으로 들이기엔 부정한 기운이 너무 강합니다] [정화가 필요합니다]정화라.
고민하던 이건은 눈을 번득이며 잡은 괴수들을 더욱 팼다.
빠각! 빠각! 빠각!
확실하진 않지만, 성물을 만들 땐 물체를 두드릴수록 불순물이 빠지기도 했다.
때문에 뭔가 치는 것으로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적이 죽어갑니다] [정화를 할 수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아무래도 이 방법은 아닌가 보군.’
이건은 입을 삐죽였다.
어떻게 하면 권속으로 넣을 수 있을까. 그렇게 이건이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는 순간.
“아, 사, 삼촌!”
“어?”
천성재의 당황한 소리와 함께 불새 여인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힘 조절을 잘못한 탓인가.
푹!
“아.”
그만 여인 괴수 쪽을 죽여버렸다.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신좌 경험치를 얻었습니다]이건은 그걸 보며 성질을 냈다.
“아씨! 새끼들이 뭐 이리 약해 빠졌어!”
이건은 험악하게 도마뱀을 보았다. 도마뱀은 흠칫해서 재빨리 뭔가를 토해냈다.
제 내장에 있어야 할 핵이었다.
아무래도 미지 문명의 두령과 연결된 물건 같았다.
[적이 항복을 했습니다] [사악한 기운이 줄어들었습니다] [포로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권속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오.”
이건은 바로 피슈 때처럼 권속 스킬을 사용했다.
[불의 군주(환상종)가 뱀주인자리의 가 되었습니다] [포로 1] [이름을 붙여 주시겠습니까?]“토치.”
[가 의 명칭을 부여받았습니다] [회유 스킬을 쓰면 추후 권속이나 노예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이건은 흡족하게 웃었다.
피슈처럼 소환 해체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아직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뱀주인좌 성역 (lv.1)] [평수 1.6㎡ (0.5평)] [성역에 포로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성역 레벨을 올려 성역의 평수를 넓혀주십시오] [권속신이나 인간권속의 기여도(경험치)로 성역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이건은 납득했다.
어차피 업그레이드를 하기 전까진 휴고의 집이나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래서일까.
쿠구궁!
이건은 도마뱀의 목에 맨 올가미를 개 목줄처럼 질질 끌었다.
“애들아 가자. 슬슬 기자회견 시작하겠다.”
“그, 그거까지 끌고 가게요?”
“할 수 없잖아.”
이건이 돌아섰지만, 천유하는 이건에게서 눈을 뗄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입도 다물지 못했다.
아마 이건이 도마뱀을 날리는 순간부터 줄곧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종들은 4년 전, 서울의 악몽이라 불리던 놈들이니까.
결국 그 광경에 천성재는 그것 보라며 으쓱해했다.
이건의 실물은 이성이 날아갈 정도로 압도적이 아닌가. 아버지한테 지겹도록 들어온 이야기는 진작 뛰어넘을 정도였다.
자신만 해도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지 않았나.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이건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이건이 걱정되듯 다가가자 천유하가 눈을 반짝였다.
“삼촌.”
“엉?”
천유하가 진지하게 이건을 붙잡았다.
“저랑 결혼해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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