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88)
제447화. 천년이 지나도 기다릴게
허무계.
그곳은 와 달리 자유도, 권력도, 명예도. 그야말로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곳.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죄인들의 세계였다. 한마디로 그 어떤 존재라도 의 노예가 되는 곳.
마물, 신, 왕, 정령 할 것 없이 모든 차원에서 죄인들이 수거되어 허무계 왕을 따랐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예 생활 속에서 빛의 세계를 그리워했다.
[양지의 세계는 좋지. 뭐든 할 수 있잖아.] [여기가 양지의 세계를 포괄하는 상위 차원이면 뭘 하냐고. 감옥인데.]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관심을 가지는 존재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신입이 들어왔다며?] [뭐 하는 놈인데?] [SSS급 업보라던데.]그 말에 죄수들은 비명을 질렀다.
[뭐? 금기의 아이 말고도 그만한 업보를 가진 놈이 또 있다고??] [대성신이라더라. 그것도 만신전의.] [대성신?! 와, 간만에 귀여운 놈이 오네.] [뭐래, 만신전이면 완전 거물이잖아!]허무계 주민들은 이건의 소식에 술렁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악명 때문에 700년 만의 신입이거늘.]이곳은 차원의 지배자였던 자조차도 똑같이 평등한 노비가 되는 곳이었다.
물론 여기에서도 자잘하게 계급이 나뉘지만, 어쨌거나 이면 신들 중에서도 최고 메이저!
가장 강하고, 가장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했다.
때문에 모두가 이건에게 관심을 가졌다. 하물며 누구나 거쳐 가는 방 배정식에 불려갔을 때에도.
[죄인 695,156번. 왕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 [!]이건은 수갑을 찬 채 간수들에게 끌려오고 있었다.
왕의 부하들은 이건을 보고 황당해했다.
[뭐야, 저놈이야? 애송이잖아.] [만만하게 보지 마. 그 잠깐을 못 참고 벌써 사고를 친 모양이야. 임시 수용소까지 박살낸 것 같던데.] [허이고, 활기찬 놈이군. 뭐 그래봐야 결국 왕에게 깨지겠지만.] [하긴. 모든 노예는 를 위해 존재할 뿐이니.]그리고 마침내 이건이 마주한 자는 다름 아닌 허무계의 왕.
허무계 왕은 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종족 자체를 멸망시킨 장본인인가.]그 목소리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를 바라보는 그의 붉은 눈이 반달처럼 둥글게 휘었다.
마치 드디어 찾았던 놈을 찾았다는 것처럼.
* * *
한편 그 무렵.
이건이 있던 지구와는 전혀 다른 시간선.
그곳엔 주인의 명령을 수행 중인 과 이 있었다.
도구로 다시 태어난 신들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대물림을 거친 만큼, 도구로 다시 태어난 신들은 이건에 대해 기억하지 못했지만, 과 은 달랐다.
수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모습도 많이 자라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건을 그리워하며 차원을 넘고 넘어가며 그들을 쫓았다.
그 유지를 받들어 언젠가는 주인과 재회할 날을 고대했다.
뭐, 이건이 허무계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또다시 엉엉 울었지만.
[아냐. 허무계로 간 주인님과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주인님을 잊지 않는 한, 임무를 계속하고 있는 한.]그리고 그 과정에서 처럼 기억을 가진 몇몇 신들이 을 제거하기 위해 싸움을 걸어왔지만, 그들을 모두 제압하고 인 준이 도구들의 총수가 되는 건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
그리고.
“으아악! 이상한 물건이 나타났다!”
“구, 국왕이시여! 하늘에 이상한 꼬마가 떠 있습니다!”
“뭐지! 신인가! 하늘의 사자인가!”
[그래. 네가 이번 대에 우리의 주인이 될 마제스티 후보인가.]떠돌고 떠돌다가, 언젠가 이건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어 슬퍼하는 것 역시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
* * *
[긴급 속보입니다. 어제 오후 원인불명의 방화가 일어나….]휴고는 TV에서 나오는 뉴스에 한숨을 쉬고 있었다.
괴수가 사라지면 사건 사고가 줄어들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뭐, 괴수 때문에 나라 이동도 못하던 그때보다는 훨씬 평화로워졌지만.’
이제는 하늘의 길도, 바다의 길도, 육지의 길도 자유로운 상황이었다.
전처럼 돔에 둘러싸여 새장의 새처럼 지내는 일은 없었다.
괴수와 신들이 침입해오기 전, 평화로운 시대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뭐, 작은 괴물들이 종종 나타나긴 하지만.’
하지만 그런 놈들은 성수를 뿌리는 것만으로도 퇴치가 가능한 수준.
문제는 그쪽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 아빠! 지금 듣고 있어?!]“아아, 그래. 미안. 잠깐 뉴스 좀 보느라.”
휴고는 성재와 통화 중인 핸드폰을 다시 고쳐 잡았다.
“그래서 오늘도 집에 못 들어온다고? 오늘은 전부 모여서 저녁 먹기로 했잖아.”
[어, 미안! 오늘도 각성자 패거리들 싸움 제압해야 할 거 같아!]그 말에 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랬다.
최근 일어난 진짜 문제는 바로 각성자들의 자식들이었던 것이다.
한때 지구인 전체가 창조신인 이건을 믿은 적이 있다 보니 생긴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원래 각성자들의 아이들.
즉, 3세대 아이들은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님에도 태어나자마자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마치 자신의 셋째 딸 지수처럼 말이다.
아무튼 그전이야 괴수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에 각성자들도 뭉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을 과시하려는 각성자들끼리의 싸움이 종종 벌어지는 시대.
‘뭐, 덕분에 성인들도 다들 골치 아파하는 중이지.’
실제로 규모가 집단 단위로 커지고 있어서, 성재도 이리저리 불려가고 있는 판이었고 말이다.
[아무튼 아빠! 말했으니까 끊어! 엄마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줘!]그러나 휴고는 못 마땅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패거리 제압은 무슨.
“…천성재. 너 설마 또 종강이네 뭐네, 술 퍼마시려고 핑계대고 안 들어오는 거 아냐?”
[아오! 아니거든! 그때는…!]“뭐, 됐어. 유하 얼굴만 볼 수 있으면 되니까. 너는 평생 안 들어와도 별로 상관없다.”
[뭐래. 누나도 아마 오늘 못 들어갈 걸?]“뭐??? 왜?!!”
휴고가 질겁해서 핸드폰을 붙잡았지만, 천성재는 웃었다.
[아, 누나 진짜 인기 많긴 하더라. 오늘도 도서관에서 남자들이 졸졸 쫓아다니더만.]“누구야!! 누가 우리 유하를 노려! 어디냐고!!”
뚝.
사정없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아들의 모습에 휴고는 외계인 비명을 질렀다.
“이자식이 아주 대학 들어가더니 더 버릇이 없어졌지!!! 아빠가 아주 우습게 보이지, 어!?”
휴고는 역시 이건만 아는 자식들 따위 필요 없다며 책상에 앉았다.
‘뭐 어차피 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지만.’
휴고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원고를 노려보며 핏대를 세웠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옆에 있는 이재원이 웃었다.
“그래도 이건 님 덕분에 소설가 꿈을 다 이뤄보시네요.”
“!”
사실 휴고가 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이건에 대한 회고록이었다.
그러나 정작 휴고는 자신을 돕는 이재원의 말에 입을 삐죽였다.
“알잖아. 이거는 소설 아니야. 건이 자서전이라고.”
“뭐, 논픽션이라 해도 사람들은 소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요.”
그 말에 휴고는 침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건이는 사라졌다.’
그가 허무계에 향하면서 이건이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하물며 그가 만들어준 물건들도 전부 사라졌다.
실제로 신궁좌 휘장으로 쓰고 있던 손목시계는 이건이 부적 성물로 개조해준 것인데, 그의 힘의 증거인 각인 문구까지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아스란과 태고신조차도 사라졌고 말이다.
‘뭐, 건이 권속신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들은 이건이라는 주인이 사라지자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도구로 변한 신들을 감시할 겸 떠났고, 또 일부는 이건을 찾으러 갔고, 또 나머지는 종종 나타나는 괴물들이 침입해오는 루트를 조사하러 떠나거나 인간으로 환생하는 등 서로 달랐다.
그렇게 세상은 건이를 잊어갔다.
뭐 그렇다고 이건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혀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존재가 희미해진 거지.’
마치 수백 년 전의 사람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휴고는 더욱 열심히 회고록도 쓰고, 이건에 대한 것을 계속 세상에 내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이건이 돌아올 때까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게끔.
그 증거로 휴고는 어린 셋째 딸에게도 꾸준히 이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래, 지수야. 이게 건이야 건이. 잊으면 절대 안 돼.”
그러나 정작 지수는 이건의 사진을 보며 뿌뿌 불만이라는 듯 오리입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휴고는 자신이 정말 잘 키웠다는 듯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우리 예쁜 지수…! 건이보다 아빠가 더 좋지 그치?”
“글쎄요. 이건 님보다 휴고 님이 잘 나온 사진이라서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요.”
휴고는 이재원을 째려보았다.
“말해두지만 지수는 건이보다 아빠를 훨씬 더 좋아해.”
“과연 그럴까요…?”
“됐고! 작열사놈은 어때. 건이에 대해서는 좀 기억해?”
권속신들이 거의 흩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건에 대한 회고록을 쓰려면 성신의 어록도 넣는 게 임팩트도 크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었다.
그러자 자료를 가져오는 신궁좌 성도들이 혀를 찼다.
“작열사주인 님은 저희가 돌봐드리고 있긴 하지만, 역시 전생에 대한 건 기억 못하세요.”
“대물림 되면 능력은 그대로 물려받지만, 기억만큼은 전부 사라진다 했으니….”
그 말에 휴고는 예나 지금이나 도움이 안 되는 새끼라며 투덜거렸지만, 유독 이재원만큼은 미묘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뭐, 이라는 게 본디 전생의 기억이 사라지는 거긴 하지만….
‘정말 이건님 을 기억 못하는 걸까?’
그건 분명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얼굴이었는데.
뭐, 아무래야 좋았다.
“이건 님이 사라지신 지 3년이 넘었습니다. 1년 전쯤에 연우 님이랑 처녀좌 성신께서 이건 님의 단서를 찾으러 가셨잖습니까. 그간 들려온 소식이라도 없었나요?”
“없었어.”
휴고가 시무룩해하자 모두가 탄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헤일리 님도 돌아오셨는데, 왜 이건 님은 못 돌아오시는 걸까요?”
그랬다.
헤일리는 3년 전에 이미 돌아왔다. 무려 환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찾으러 갔을 때, 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헤일리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 때문이었다.
둘 다 얼핏 인간으로 보였지만, 휴고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던 것이다.
‘, 그리고 신…!’
바로 헤일리의 원래 부모였던 1세대 군주 과, 옛 마하바라타 대성신이었던 였던 것이다.
그리고 왜 쪽이 죽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 다 대성신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며, 신들의 미움을 샀던 자들이 아니었던가.
아무튼 소멸해서 절대 돌아올 수 없었을 그들이 어째서인지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어린 헤일리를 데리고!
때문에 모두가 생각했다.
-이건 님이구나!
이건이 분명 허무계에서 뭔가 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헤일리가 자라는 속도도 만만치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부모까지 돌아왔다.
그래서 다들 큰 기대를 했던 것이다.
‘이건 님도 곧 돌아오시겠구나!’
하지만 이게 웬걸.
이건은 그 뒤로 3년이나 소식이 없었다.
때문에 이재원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뭐, 휴고 님이 점지한 미래도 있었고,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을 거라 예상하긴 했다만….’
당시 휴고가 점지했던 예언은 두 가지.
하나가 자신들이 죽는 미래였고, 다른 하나가 이건이 여인 하나를 안으며 무척 슬퍼하는 미래였다.
‘그리고 그게 분명 헤일리 님이셨던 거지.’
그래서 이건이 허무계에 갔단 말에 이재원은 탄식했었다.
뭐,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러 가겠다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말리셨어야죠. 애초에 왜 그때 이건 님을 보내셨습니까?”
당시 안에 있던 건 휴고뿐이었다. 만약 자신들도 거기에 있었다면 뜯어말렸을 것이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도록 강구했을 것이다.
“으로 어떻게든….”
“건이가 그건 싫다고 했댄다.”
“!”
그뿐이 아니었다.
사실 휴고도 말렸었다.
자신은 이건의 친구였으니까.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죽으러 간다는 놈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했었다.
-건아. 정말 가야겠어? 헤일리도 소중하지만 난 네가 더….
-난 너였어도 갔을 거야.
-!
결국 그 말에 휴고는 K.O 당했다.
‘젠장, 망할 크레아토르들.’
그 일족한테 반한 자신이 잘못이지.
아무튼 상대가 누구였든 이건은 갔을 것이다. 그 각오를 알기에 보낸 것이었고 말이다.
그 말에 탄식하던 성도들이 슬퍼했다.
그가 없는 자리는 너무나도 너무 컸으니까.
하지만 곧 휴고가 물었다.
“그래서. 너희들 무슨 일로 온 거야? 보고할 게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러자 들어온 성도들이 난처한 기색으로 볼을 긁적였다.
“아니. 저기 그게 실은….”
이야기를 들은 휴고는 사무실이 떠나가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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