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
제1화
1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 라그나로크.
줄여서 뎀로크.
역대 VR게임 중 가장 완벽하고 세밀하다는 칭찬을 받으며 등장한 뎀로크는 순식간에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관심만이 아니었다.
VR게임임에도 뛰어난 현실감과 인공지능은 기대 이상이었고, 출시 3일 만에 게임 순위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해 냈다.
[라그나로크] [데우스 엑스 마키나] [뎀로크 스킬 추천] [뽑기란 무엇이냐]초록창 실시간 순위가 언제나 뎀로크로 가득할 정도.
그런 만큼 이 게임은 돈이 됐다.
정확히는 돈이 될 장래성이 무척 컸다.
적어도 여태 나온 게임 중 이보다 큰 관심을 받은 게임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타난 게 다크 게이머들이었다.
게임으로 먹고사는 자들. 소위 쌀먹 유저라고 불리는 이들 말이다.
‘이건 돈이 된다.’
도현 역시 그런 이 중 하나였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거대한 스크린에 비친 뎀로크 광고 영상을 보고 호기심에 해 본 순간.
본인도 몰랐던 게임 재능을 발견해서 다크 게이머를 지향하게 된 것일 뿐.
그럼에도 그는 당당하게 게임으로 돈을 번다 할 수 있었다.
[카이저 – 랭킹 1위] [멸살 – 랭킹 2위] [꾸꾸닭꾸꾸 – 랭킹 3위] [검제 – 랭킹 4위] [보라색맛 – 랭킹 5위] [심판자 – 랭킹 6위]…….
다른 랭커들보다 늦게 시작한 주제에 기어코 랭킹 1위를 찍어 냈으니까.
더군다나 그는 단순히 랭킹만 높은 게 아니었다.
사기적인 피지컬, 천재적인 전투 센스와 임기응변이나 상성을 뛰어넘는 대인전 등등, 무엇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두고 세간에선 역사상 유례없을 천재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느냐고.
그런 질문에 대한 도현의 답은 언제나 같았다.
“전투 팁이요? 음…… 그냥 보이지 않나요?”
“……예?”
“상대가 공격할 때 피하면 틈이 나와요. 그때 때리면 확정적으로 안 맞고 때릴 수 있습니다.”
“…….”
‘신의 기만’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인터뷰 영상.
전투 팁을 묻는 유저에게 카이저가 대답한 이 영상은 이제는 뎀로크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일화였다.
극악의 기만질에 분노할 법도 하건만, 진심으로 이걸 몰라서 묻냐는 듯한 카이저의 모습에선 진심이 느껴졌기에 다들 화조차 내지 못했다.
-카이저라면 그럴 수 있지…….
-ㅋㅋㅋㅋ 그치, 피하고 때리면 안 맞고 때릴 수 있지. 그걸 누가 모르냐고.
-다른 애였으면 욕부터 박는데 카이저가 하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네.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
-신 그는 카이저야. 신 그는 카이저야. 신 그는 카이저야. 신 그는 카이저…….
-아오, 이 카빠들 또 지X이네.
오히려 그런 카이저에게 더욱 열광할 뿐.
뎀로크의 신으로 군림하는 그에게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압도적인 천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게 가장 큰 트레이드마크지만, 많은 유저들이 카이저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카이저가 만든 새로운 스킬트리] [카이저! 또 새로운 메타를 만들다!] [개똥도 약에 쓰일 데가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스킬을 사기 스킬로 만드는 카이저만의 활용법…….] [카이저 육성 공략법] [전설급 보스 카바우르넬! 카이저의 공략법은…….]바로 그가 올린 수많은 공략집들.
비록 대다수가 ‘여기서 피해서 때려라’, ‘대충 이쯤 때리면 된다’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공략집이었지만 적어도 스킬트리만큼은 진짜였다.
그리고 그 스킬트리는 유저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카이저 신규 스킬트리 올라왔다.
-오, 대박. 이번에도 비주류 스킬들로 만들었네. 물어뜯기 이거 어디에 써야 하나 막막했는데 여기에 응용을 한다고? 그저 갓…….
-진짜 이 게임 ㄹㅇ 카이저 아니었으면 진작 망했음.
-아니, 근데 세상에 무슨 스킬을 확률로 뽑아서 스킬트리를 짜야 함?
-X나 뭐 같긴 한데 이게 이상하게 중독되긴 해.
-응, 그거 도박 중독이야. 병원 가 봐라.
스킬마저 뽑기로 진행되는 이 운빨똥망겜에서 그의 스킬트리는 혁신 그 자체였으니까.
믿고 쓰는 카이저 스킬트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
신이 내린 재능.
VR게임의 화신.
메타를 만들어 내는 자.
천재.
수많은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었다.
실로 전성기라 부르기 손색없는 나날들.
하나 무엇이든 끝이 있는 법이다.
끝을 모르고 타오르고 있는 뎀로크도 분명 무너지는 날이 올 테고, 도현 또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처음 문제가 터진 건 출시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뎀로크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아니, 씨X 무슨 죄다 뽑기 시스템이냐? 아이템까지 다 뽑기인 건 너무한 거 아니냐?
-ㅇㅈ 심지어 확률도 다 그지 같아.
모든 시스템이 다 뽑기로 이루어진 것.
그것 자체는 출시한 순간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인기를 끌고 있기도 했고, 그 외의 모든 게 뛰어났기에 다들 참았다.
문제는 레이드였다.
-게임은 레이드하려고 하는 거 아님?
-RPG의 꽃은 레이드지!
대부분의 VR게임이 그렇듯, 레이드라는 것 자체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템 세팅도 갖춰야 하고 레벨도 올려야 하며 컨트롤도 받쳐 줘야 한다.
더 나아가 인맥도 어느 정도 받쳐 줘야 할 수 있는 게 레이드였다.
그야말로 RPG의 꽃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레이드 보상도 이따위로 하는 건 아니지.
-수백만 원 질러서 템 맞추고 레이드 보상으로 5연속 벽돌 얻어 봤냐?
그런데 이 빌어먹을 게임은 그 레이드에도 장난을 쳐 버렸다.
강해지기 위해선 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그 레이드를 하려면 장비를 꽤 잘 맞춰야 한다.
그렇게 고생해서 깬 레이드에서 얻은 보상이 벽돌이다?
게이머로서 이보다 큰 허탈감은 없을 것이다.
-진짜 재밌게 했는데 고위 콘텐츠도 이럴 줄은 몰랐다.
-레이드는 그나마 낫지. X나 노가다해서 NPC 호감도 풀로 채웠는데 보상이 왜 뽑기인데, 진짜…….
-꽃뱀이 이래서 무서운 거다.
-아직도 간 쓸개 바쳐 가며 벽돌 얻는 흑우 없제?
설상가상으로 그 후의 콘텐츠들 또한 기대 이하거나 이런 식으로 뒤통수치는 종류가 많았다.
이게 실제로 당해 보면 있는 정 없는 정 싹 다 털린다.
“빌어먹을 X망겜!”
결국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났다.
돈을 위해 게임을 하던 이들부터 일반 유저들까지.
출시한 지 1년 만에 순위가 곤두박질쳤고, 2년이 되었을 땐 뉴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고인물 게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3년이 되었을 때,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던 고인물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더는 돈이 되지 않는 게임.
뎀로크 한다고 하면 흑우 소리 먼저 듣는 게임.
악수하려다 말고 손 씻는 짤에는 언제나 들어가는 게임.
고이다 못해 희석된 게임!
‘이딴 X망겜을 왜 하는 거지?’
하지만 그리 말하면서도 도현은 접지 않았다.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3년 사이 미운 정이 들어 버린 건지, 아니면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찾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
분명 돈을 보고 시작한 주제에 그 누구보다 오래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끝이다.
“…….”
망해 버린 게임의 결말이 늘 그렇듯, 뎀로크도 서비스 종료를 맞이하게 되었으니까.
덩그러니 뜬 공지를 보는데 피식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X같은 똥망겜 망했으면 좋겠다고 수십 번 외쳤는데…… 진짜 망하니까 기분 묘하네.”
슬쩍 옆을 보니 보라색 피부를 한 우락부락한 아포로 근육 돼지가 보인다.
핵고인물 유저 중 하나인 ‘보라색맛’이었다.
출시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결석한 적이 없는 아재.
친하게 지내던 고인물들끼리 반 장난으로 모닥불 앞에서 개근상을 만들어 줬을 정도로 열정이 뛰어난 아재였다.
게임 실력은 젬병이지만, 말도 안 되는 자본력과 노가다를 보유한 템빨러.
‘건물주 아니냐는 말이 많았었지. 끝까지 아니라곤 했지만…….’
그런 아재였는데 모닥불 앞에서 쭈그리고 있는 모습이 꽤나 씁쓸해 보인다.
그런 그의 중얼거림에 모닥불 위에 손을 올리고 있던 중후한 검객 이미지를 한 남자, ‘검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다. 운빨똥망겜인 거 말곤 재밌는데 왜 망하는지 모르겠군.”
“그게 문제 아닐까? 호랑이도 죽으면 가죽을 남기는데 드래곤이 벽돌을 남기는 건 너무하긴 했어.”
“……넌 꼭 그렇게 분위기를 깨야 했나?”
“뭘, 틀린 말도 아니구만. 곧 사라질 망겜 욕도 못 해 보나.”
저 무도회 가면을 쓰고 신사복을 입은 채 검제와 티격태격하는 사람은 ‘꾸꾸닭꾸꾸’.
말투처럼 빠꾸 없는 무데뽀로 유명한데 피지컬은 또 말도 안 되게 좋아서 다 씹어 먹고 다니는 놈이다.
“넌 마지막까지 가면을 벗지 않는 거냐?”
“……시꺼. 너나 그딴 컨셉 말투 좀 그만해라. 실제 나이는 20대면서 오글거리게.”
“그러는 너는 여전히 말투에 품위가 없구나.”
“뭐? 간만에 한판 하자고?”
“쯧. 쌈박질밖에 모르는 꼴이란…….”
도현이 1위를 지키곤 있지만 그들은 도현이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미 최상위권 랭커였던, 고이다 못해 썩은 이들.
실질적인 전투력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실력자들이다.
덕분에 도움도 많이 받았었는데…….
그들을 씁쓸하게 바라보던 도현이 툭 내뱉었다.
“아쉽긴 하네요.”
“…….”
그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저 모닥불에 둘러앉은 채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심오한 표정을 지을 뿐.
먼저 입을 연 건 보라색맛이었다.
“하기야, 넌 아쉬울 만하겠다. 누구보다 이 게임을 연구했으니까.”
“전투하는 걸 볼 때마다 참 신기했다. 원리를 이론적으론 이해하겠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었으니…… 신의 기만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지.”
“뭐, 우리도 저놈 스킬트리 덕 좀 봤지. 보통 머리면 머리, 피지컬이면 피지컬인데 어떻게 다 가지고 있냐.”
하나둘씩 입을 열자 맞장구를 치던 꾸꾸닭꾸꾸가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신은 공평해. 운빨이 우리 중 가장 최악이잖아. 크큭.”
“하기야 죄다 낮은 등급 스킬만 떴으니…… 어찌 보면 살기 위해서 연구한 게 아닐까?”
“전설급 스킬 하나 없는 놈이 랭킹 1위인 게 말이 돼? 저놈 운빨이 좀만 좋았으면 우리랑 겸상도 안 했을걸?”
“강화 열 번 연달아 실패하고는 세상이 날 억까해! 하면서 울부짖던 모습을 사람들도 봤어야 하는데. 아마 커뮤에 ‘신의 절규’ 같은 이름으로 떠돌아다니지 않았을까?”
“푸하핫! 가만 보면 저놈이 가장 나쁜 놈이라니까.”
“크흠…… 내가 본 최악의 운이긴 했지.”
보라색맛 아재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묵묵히 듣던 검제마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답게 칭찬을 하는지 욕을 하는지 모를 잡담에도 도현은 덤덤한 얼굴이었다.
저런 소리는 실컷 들어 왔으니까.
뽑기 게임인 만큼 도현의 경이로운 운빨에 대한 얘기는 꾸준히 거론되었었다.
그것도 처음에나 화가 났지, 어느 순간부턴 듣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왔었는데 지금은 왜인지 마음이 착잡했다.
처음 한 게임이라 그런 건지 몰라도, 이렇게 무언가를 붙잡고 매달렸던 적은 처음이었는데…….
그런 게임이 완전히 끝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나도 모르겠네.’
그렇게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 지 10여 분.
[안녕하세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 – 라그나로크입니다.] [예정대로 서비스 종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추가로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하나둘 고인물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군.”
“그동안 고생했다. 동접자 두 자리나 될까 싶은 운빨똥망겜에서.”
“나중에 볼 일 있으면 그땐 갓겜에서 보자고.”
검제를 시작으로 보라색맛, 꾸꾸닭꾸꾸가 차례대로 접속을 종료했다.
순식간에 혼자가 된 것이다.
모닥불 앞에 덩그러니 남겨지자 괜히 기분이 더 울적했다.
파앗.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던 도현의 시야가 좀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지저귀는 소리 대신 VR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도현은 머리에 착용한 VR기어의 스위치를 어루만졌다.
딸칵.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입니다.]그러나 펼쳐진 건 밤하늘이 아닌 짤막한 문구였다.
“…….”
그 문구를 보고 나서야 헬멧을 벗은 도현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