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03)
제103화
103화.
“인간의 지능과 모습을 유지하는 놈이, 다른 심연들이 움직였다고 굳이 따라서 움직인다? 이상하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어쩌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 수도…….”
도현의 말에 가밀리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느낀 것이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그가 이내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놈과 상대하면서 뭔가 느껴진 건 없으셨습니까? 꼭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단서라도 좋습니다.”
“상대라 해 봐야 뭐 검 한번 맞대 보지도 않았…….”
곤란하다는 기색으로 답하던 도현이 문득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 보니 있었다. 줄곧 놈에게서 느꼈던 이상한 점이.
“붉은빛…….”
“예?”
심장 부근에서 새어 나오던 붉은빛.
다른 어떤 보스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이상 증세였다. 심지어 신전 바깥에 있던 도현을 유혹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겁니다!”
“예?”
그걸 말해 주자 턱수염을 매만지던 가밀리온이 유레카를 발견한 이처럼 눈을 번뜩였다.
“생각해 보면 계승자님이 나타난 시기와 심연이 움직인 시기가 겹칩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닐 터. 아니, 이건 운명입니다.”
“그…… 음, 그런가요?”
상당히 합리적인 추론이기야 한데…….
가밀리온의 운명론은 언제 들어도 참 과하지 않나 싶다.
이야 신기하네, 이런 우연이~ 라고 할 법한 일도 죄다 운명으로 몰아가니 말이다. 나중에는 같은 음식 메뉴를 외쳐도 운명이라 하게 생겼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도현도 반박할 생각이 없었다.
“놈이 두 번째 운명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정황상 확실합니다. 지금의 인류는 ‘운명’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으니까요.”
“…….”
“가증스런 신이나 탐욕에 눈이 먼 자들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설마 심연이 움직일 줄은……. 이는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빠득, 이를 가는 가밀리온의 모습은 낯설었다.
늘 인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형형하게 빛나는 눈에 독기가 가득하다.
그 눈을 코앞에서 마주한 도현까지 덩달아 전염되는 기분이었다.
그에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갈 때, 가밀리온이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에 증거를 모아야 합니다. 계승자시여, 힘든 부탁인 건 압니다만 믿고 맡길 수 있는 게 계승자님뿐입니다. 부디 증거가 될 만한 흔적을 구해 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띠링-.
[메인 퀘스트 ‘두 번째 조각 (1)’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 조각 (1)]-등급 : 메인 퀘스트, 직업 퀘스트
-설명 : 파멸자 게이먼, 그가 두 번째 운명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는 무언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모습을 들킨 지금, 놈이 숨기 전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
파멸자 게이먼의 흔적을 찾아내자.
-파멸자의 흔적 (1 / 2)
-퀘스트 성공 시 : 연계 퀘스트 ‘두 번째 조각 (2)’으로 연계.
-퀘스트 실패 시 : 두 번째 운명의 조각 획득 실패.
-제한 시간 : 50분
브리온에 있을 두 번째 운명의 조각.
졸업을 앞둔 지금, 본격적으로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비릿한 바위 숲 깊은 곳.
[죽음의 기운이 매우 짙습니다.] [안개가 매우 짙어집니다.]안개가 짙어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그곳에는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 사람과 두 가디언이었다.
검붉은색과 푸른색이 적절히 혼합되어 있는 복장에 조잡한 봉을 들고 있는 남자와, 로브를 뒤집어쓴 작은 신형.
그리고 그 로브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작은 거미까지.
“흠…… 여기로 가야 한다는 거지?”
-리자!
-거기가 아니라, 저쪽이래.
“아, 그래? 알겠어.”
도현과 도현의 가디언들이었다.
장황했던 가밀리온과의 대화가 끝나고, 신전을 나와 곧장 비릿한 바위 숲으로 향했던 것.
-이번엔 이쪽.
“아, 오케이……. 그런데 안개가 이렇게 자옥한데 어떻게 그리 잘 찾는 거야? 난 지도 보고도 헷갈리는데.”
-리자리자!
-명색이 거미인데 당연한 거래. 자기는 전부 선명하게 보인다는데?
“오호…….”
죽음의 기운이 어찌나 짙게 깔려 있는지 한 치 앞만 간신히 보이는 곳에서, 어쩜 그리 잘 찾나 궁금했었는데 그런 비결이 있었구나.
그리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이상함을 느낀 도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거미는 시력이 거의 없는데?”
-리자!? 리자!!
-자기는 태어났을 때부터 시력 좋았다고 거짓말하지 말라는데? 주인 모공 속 각질까지 다 보인대.
“아…… 그렇구나.”
작은 눈을 휘둥그레 뜨곤 믿을 수 없다는 듯 방방 뛰는 엘리자의 모습에 도현은 입을 다물었다.
엘리자의 동심을 지켜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엘리자도 희귀종이었지.’
가만 보면 생긴 것도 거미라기엔 너무 복슬복슬하니 솜뭉치 같은데, 어쩌면 거미가 아닌 게 아닐까?
눈동자도 한 쌍뿐이고.
‘음…… 그건 또 아닌가?’
한데 또 그렇다기엔 거미줄을 뽑는 거라든가, 거미의 특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리자?
“아니야.”
왜 계속 보냐는 듯 갸우뚱하는 엘리자에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엘리자가 거미든 아니든 뭐가 중요한가.
귀엽고 보조 역할 잘해 주는 가디언인 건 매한가지인 것을.
지금은 그것보다 지도에 표시된 곳을 잘 찾아가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낡은 비밀 지도]‘무려 히든 필드로 가는 길이니까.’
그의 손에 들린 작은 비밀 지도.
그곳엔 비릿한 바위 숲의 히든 필드가 적혀 있었다.
비릿한 바위 숲과 도시 말고 다른 필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브리온에, 사실 히든 필드가 숨겨져 있었다?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밀리에 부쳐졌던 정보인 만큼 아주 난리가 날 것이다.
어디 정보를 팔거나 제보할 필요도 없다.
[RCD 녹화 중입니다.]당장 도현이 지금 찍고 있는 영상을 뉴튜브에 올리기만 해도 조회 수가 터져 나갈 것이다.
도현이 이런 엄청난 정보를 얻게 된 건 조금 전의 일이었다.
-무슨 계획인지는 몰라도 운명의 조각을 가지고 있다면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증거가 필요합니다만…… 이 신분 패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좀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놈도 한번 발각되었으니 조심하겠지요. 은밀하게 기회를 엿볼 것입니다. 곧 긴급회의가 열리니 지금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계승자님, 그때가 되면 늦을 것입니다.
다급하게 말하던 가밀리온은 품에서 낡은 지도를 한 장 건네었다.
-비릿한 바위 숲을 모두 뒤져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하나 이곳은 확인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이건……?
-몬스터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죽음의 기운이 모여 시야가 왜곡된 비밀 장소.
-이곳을 아는 자는 브리온에서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놈이 장로쯤 된다면 이곳을 알고 있을 겁니다. 여차할 때 이곳에서 은신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면 필시 흔적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도현이 들고 있는, 히든 필드로 가는 비밀 지도였다.
-혹시라도 놈과 마주치게 된다면…… 무조건 피하십시오. 지금의 계승자님은 아직 놈과 단신으로 마주치면 위험합니다.
가밀리온이 지도를 주며 충고하긴 했지만, 지도를 받은 도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히든…… 필드?’
그저 히든 필드라는 단어만 귓가에 맴돌 뿐.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지하드와 엘리자를 이끌고 비릿한 바위 숲으로 돌격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남은 제한 시간 : 00 : 29 : 21]‘뭐 했다고 벌써 29분 남았냐.’
아직 히든 필드에 도착도 못 했는데 벌써 20분이 지난 것이다.
앞으로 29분이 지나면 긴급회의가 시작되니 그 전에 히든 필드를 찾고, 그곳에서 증거가 될 흔적을 찾아야 했다.
그나마 이번 실패 리스크가 직업 박탈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물론 보기만 그럴싸한 개살구일 뿐이었다.
‘운명의 조각 획득 실패면 사실상 꽝이지.’
메인 퀘스트 겸 직업 퀘스트야 넘어간다 해도, 메인 스트림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결국 그게 그거였다.
그리고 그런 걸 떠나서, 실패하는 건 도현이 용납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찾아내서 성공할 심산이었다.
-리자!
-주인, 이쪽!
그런 면에서 엘리자의 뛰어난 눈은 아주 훌륭한 내비게이션이었다.
이런 짙은 안개 속에서 길도 잘 안내해 줘, 앞에 장애물 있으면 알려 줘, 도현이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곧장 수정해 주기까지.
그야말로 최첨단 길 안내 시스템 아닌가.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역시 우리 엘리자가 최고라니까.”
-리자리자!
오늘따라 유독 예뻐 보여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이 좋은지 얼굴을 비비적거린다.
-엘리자…… 원래 나한테만 그랬는데…… 흑. 딸내미 시집보내는 게 이런 기분인가?
-리자??
그런 엘리자를 묘하게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며 지하드가 뭐라 중얼거리긴 했지만, 도현은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렇게 귀여움까지 겸비한 고성능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리자!
-도착했대, 주인.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25분…… 나쁘지 않아.’
도합 25분 만에 도달한 쾌거였다.
엘리자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 준 도현이 앞을 바라봤다. 나무 너머로 안개가 옅어진 덕에 얼핏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차이가 없긴 하네.”
언뜻 봤을 때는 그냥 평범한 바위 숲이다.
나무 적당히 있고, 바위도 적당히 있고…….
다른 점이라곤 몬스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
하나 도현의 눈에는 보였다.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바위 옆 허공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마치 게이트라도 열린 것처럼 보였으니까.
‘여기에도 발동될 줄이야. 지도를 얻어서 발동되는 건가?’
이렇게까지 들어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엘리자의 안내가 아니었으면 발견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뭐가 됐든 이제 와서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드디어 히든 필드에 입장하게 되었다는 것.
‘히든 피스들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자고로 히든 필드에는 각종 히든 피스가 즐비하기 마련.
전사들의 서식지 때처럼 돌발 퀘스트만 떠도 이득이었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자 떠오르는 문구.
[불길한 안개 지대] [최초로 히든 필드 ‘불길한 안개 지대’를 발견하였습니다.] [최초로 발견하여 최초 혜택이 주어집니다.] [경험치가 + 20% 상승합니다.] [드랍률이 + 20% 증가합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역시…….’
최초라는 문구에 도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RPG게임에서 최초라는 문구는 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쩌면 정말 이곳에서 운명의 조각과 관련된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을 터.
그런 여러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도현이 입구 안으로 발을 들였다.
[히든 필드 ‘불길한 안개 지대’에 입장합니다.] [최초 발견자 혜택이 적용됩니다.]그러자 펼쳐진 풍경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