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108화.
해치웠나는 정말 마법의 주문이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도현이 얼빠진 얼굴이 되어 갈 때였다.
“맙소사…… 그걸 버티다니!”
“죽음마저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불멸의 공포와 계약한 자. 심히 두렵도다.”
모든 신성력을 쏟아부어 심판의 날을 사용하느라 기진맥진해진 장로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파멸자 게이먼의 부활은 금단의 주문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그건 말이 안 되긴 하지.’
불굴의 공포와 계약한 자라는 게 포인트인 듯한데…….
가밀리온이 심연의 강자랑 계약한 놈이라 했으니, 아마 심연에서 제법 유명한 놈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아아아아!]개같이 부활한 파멸자 게이먼이 좀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으니까.
무슨 투X 드래곤처럼 울부짖는 놈을 보며 도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기사들 불러요.”
“알겠습니다, 사도여.”
애당초 겨우 대마법 하나로 잡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 주변에 기사단을 대기시켰던 것.
물론 도현이 소집한 건 아니고, 저 장로와 대신관들의 소속 기사단들이었다.
기사단은 라이르 대신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보스를 꼭 혼자 잡을 필요는 없지.’
도현이 심장에 성수를 제대로 못 찔러 넣었으면 혼자 덤탱이를 썼겠지만, 어찌 됐든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아주 철저하게 NPC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한데 문제가 발생했다.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결계처럼 무언가 막고 있다는군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소집령을 받고 우르르 몰려오던 기사들이, 아무것도 없는 입구를 뚫지 못하고 덜컥 막혀 버린 것이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크흐흐…… 기사들을 소집하려 했나 보군. 내가 그런 대비도 안 해 놨을 줄 알았는가.]파멸자 게이먼이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오랜 세월을 들여 결계를 쳐 놓은 것이다.
[원래는 르베드, 그놈이 왔을 때 시간을 벌려고 했던 것이지만…… 상관없겠지. 그 전에 뜨면 되니까.]“지독히도 치밀한 놈입니다…….”
“결계까지 준비해 놨었다니, 그야말로 악마 같은 놈이군요.”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오? 기사단이 없으면 싸울 수 있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이오.”
이를 악무는 장로들과 더불어 도현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집된 기사들의 수만 어림잡아도 스무 명을 훌쩍 넘었으니까.
제르딕보다 약하기야 하겠지만, 그 많은 물량이 힘이 되어 준다면 훨씬 수월했을 게 틀림없었다.
하물며 너프될 대로 너프된 파멸자를 상대하는 거라면 더더욱.
‘어쩔 수 없지…… 너무 날로 먹을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 어쩐지 일이 너무 순탄하게 풀린다 했다.
이래야 자신이 알던 게임의 차기작답지.
[크윽?]그나마 다행인 건, 고위 신관들이 생각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것이다.
휘릭- 턱.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던 게이먼이, 다시금 날아온 심판의 밧줄에 양팔이 묶였다.
전과 같은 대신성 마법은 아니었다.
“저희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다들 도와주게나!”
그저 신관 개개인이 시전한 심판의 밧줄일 뿐.
한 신관의 부름에 게이먼을 붙잡는 밧줄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사전에 들은 게 없어 아무것도 못 하고 구경해야 했던 고위 신관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크악! 건방진 녀석들! 이까짓 게 정녕 통할 거라 생각하느냐!!]“크윽…….”
[조금만 기다려라……. 이 밧줄을 끊어 내고 너희의 심장과 살점을 꺼내 가족들 앞에 뿌려 줄 테니…….]놈의 말대로 밧줄은 오래 버티지 못할 듯 보였다.
애당초 심판의 날과 달리 심판의 밧줄은 적을 구속하는 목적에 있을 뿐, 큰 대미지를 주지 못하는 탓도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승자시여.”
어느새 옆까지 다가온 가밀리온이 작게 속삭이듯 물어 왔다.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끔 조심한 모양이다. 그에 도현도 굳이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게요. 전투원 더 없어요?”
가밀리온이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아무리 고위 신관이라 하여도 엄연히 신을 모시는 신관일 뿐. 전투에는 일가견이 없습니다.”
“……힐도 안 돼요?”
“사제와 신관은 엄연히 다릅니다. 신관은 전투에 참여할 일이 없으니 간단한 버프 정도나, 방금 같은 합동 마법 정도가 한계일 겁니다.”
그러니까 신성력만 높은 허수아비라는 소리였다.
여기서 유일하게 전투를 담당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는 뜻.
이러니 성기사단이 없으면 시체라는 말이나 듣지…….
쯧, 혀를 찬 도현이 답했다.
“……버프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용맹의 가호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대답하자마자 버프를 해 줘서 확인해 보니 정말 스탯이 5씩 상승해 있었다.
확인하는 김에 능력치도 모두 투자했다.
[근력 스탯에 + 10 투자합니다.] [민첩 스탯에 + 24 투자합니다.]아무리 약해졌다 해도 놈의 강함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최고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성수를 바가지로 쓰고, 대신성 마법인 심판의 날까지 맞고도 끝내 부활한 놈이다.
그중에서도 도현은 민첩에 더 비중을 높였다.
‘저놈 속도가 엄청 빨랐으니까.’
이렇게 투자해도 아직 근력이 더 높았기에 밸런스적으로도 이게 맞았다.
그래도 살짝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그 마음을 달래 준 건 다름 아닌 고위 신관들이었다.
[수호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100초 동안 방어력 및 마법 저항력이 + 50 상승합니다.] [재생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100초 동안 재생 속도가 100% 증가합니다.] [신속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100초 동안 모든 속도가 + 7% 상승합니다.]‘워…….’
가밀리온이 버프를 주자,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들이 도현에게 온갖 버프를 몰아서 넣어 준 것이다.
“저도 힘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사도님이 유일한 희망이십니다. 부디 르베드 경이 오기 전까지만 버텨 주십시오……!”
“크윽, 저희가 나설 수 없다는 게 한이군요.”
“브리온의 운명을 이세계에서 온 자에게 맡겨야 하다니……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분해하는 그들에게선 진심이 느껴졌다.
오래전부터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원수를 만났는데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밧줄로 조금의 시간을 버는 것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참을 수 없이 침통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해하는 건 다름 아닌 길데티 대신관이었다.
“귀인이시여…… 부디, 부디 악을 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
한 글자씩 씹어 내듯 처절하게 내뱉은 길데티의 얼굴은 잠깐 사이 폭삭 늙어 있었다.
가뜩이나 많은 주름이 더욱 선명했다.
“염치없는 부탁인 거 저희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귀인이시여.”
털썩, 무릎까지 꿇으며 부탁하는 그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돌발 퀘스트 ‘유일한 희망’이 발생합니다.] [유일한 희망]-등급 : 돌발 퀘스트
-설명 : 파멸자 게이먼을 저지할 사람이 당신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가 도심으로 나간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일어날 것이며, 또다시 놓치고 마는 역사를 되풀이할 것입니다.
르베드 경이 오기 전까지 그를 상대로 버티십시오.
그리한다면 브리온은 당신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퀘스트 성공 시 : 상급 스킬 뽑기권, 고위 신관 및 장로, 대신관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호감도.
-퀘스트 실패 시 : 브리온에 대학살이 벌어질 수 있음.
설상가상으로 퀘스트까지 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한순간에 브리온의 희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턱.
그에 도현은 무릎을 꿇으려는 길데티의 어깨를 잡았다.
“……일어나세요.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아…….”
길데티의 눈이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지금 길데티의 눈에 도현은 그저 빛 내지 구원자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후…….’
하나 도현이 선뜻 나선 건, 그깟 동정심이나 자원봉사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무려 상급 스킬 뽑기권을 보상으로 주는 돌발 퀘스트였으니까.
이 구간에서 상급 스킬 뽑기권은 매우 귀한 만큼 엄청난 보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저 얼굴 한번 보기 힘든 양반들의 압도적인 호감도면…… 말이 필요 없지.’
겨우 퀘스트 하나로 브리온에서 가장 호감도작을 잘 한 유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혹하는 보상들이었지만, 도현의 마음을 이끈 건 저런 것들이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두 번째 운명의 조각 (2)’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 운명의 조각 (2)]-등급 : 메인 퀘스트, 직업 퀘스트
-설명 : 파멸자 게이먼과 세 번째 조우입니다.
그의 심장에 숨겨져 있는 것을 꺼내어 가져와야 합니다. 사망할 시 퀘스트가 실패하니 주의하십시오.
– ??? (0 / 1)
-퀘스트 성공 시 : 두 번째 운명의 조각, ???.
-퀘스트 실패 시 : 두 번째 운명의 조각 획득 실패.
‘이러는데 어떻게 안 해?’
이로써 놈이 두 번째 운명의 조각을 가진 게 확정되었으니까.
운명의 조각을 모두 모아야 하는 도현으로선 물러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것.
그걸 알고 있던 가밀리온이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곧 르베드 경이 오니까요.”
“……그 르베드 경은 대체 언제 옵니까?”
“앞으로 30분…… 아니, 연락 받고 빠르게 오고 있다 하니 20분쯤이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대략 20분에서 30분 사이.
최대로 잡아서 30분이라 치고, 딱 30분만 놈을 상대로 버티면 르베드 경이 와서 다 처리해 줄 것이다.
이제 그 시간 동안 혼자서 버텨 주기만 하면 되는 거다.
‘말이 씨가 된다던가. 진짜 나 혼자 위험 감수하게 됐네.’
역시 자나 깨나 말조심하라는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었다.
괜히 웃음이 나와 피식하던 찰나였다.
“크윽……! 이젠 한계입……!”
“으, 으어억!”
[크아아아아!]밧줄이 끊기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게이먼의 포효가 강당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강당이 어둠에 잠겼다.
[금기를 어긴 심연의 계약자, ‘파멸자 게이먼’이 포효합니다.] [어둠의 공포가 이곳을 가득 메웁니다.] [최대 체력이 30%로 고정되어 있습니다.]‘어두워졌어.’
구속하던 심판의 밧줄을 모조리 끊어 낸 놈에게서 짐승과도 같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급작스레 어두워진 곳에서 붉은 눈이 살기로 번뜩인다.
그런 놈이 향한 곳은 좀 전에 죽음을 예고했던, 처음 밧줄을 묶은 신관이었다.
“으, 으아악!”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 보지만, 이미 늦었다.
[죽어라……!]반응했을 때는 이미 놈의 손톱이 신관의 목을 그으려 하고 있었으니까.
제르딕을 초살 냈던 그 일격이었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감지한 신관이 눈을 감았다.
깡-.
“……?”
한데 이상했다.
목이 베였다기엔 소리가 너무 찰졌던 것이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가 조심스레 눈을 뜨자, 보였다.
[표식이 생성됩니다.]“……사도님?”
어느새 나타나 놈의 손톱과 검을 맞대고 있는 도현의 등이.
잠시 힘겨루기를 하다 튕겨 낸 그가, 검과 놈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헤르티 대신관님.”
“예, 계승…… 아니, 사도시여.”
“이거 꼭 버티기만 할 필요는 없죠?”
“……예?”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눈을 끔뻑이는 가밀리온에게, 도현은 슬며시 웃어 보였다.
“한번 잡아 보려고요.”
그런 도현의 얼굴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