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109화.
“……예? 사도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잡아 보겠다뇨.”
하나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나 보다.
“말도 안 됩니다. 괜히 무리하지 마시고 버티는 데 집중해 주십시오, 사도시여.”
“아무리 약화되었다고 해도 그는 심연의 강자와 계약한 자. 단신으로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가밀리온은 물론, 옆에서 듣고 있던 신관들까지 당황해서 말리는 걸 보면.
걱정과 우려가 가득한 그들의 모습에 도현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그저 진지한 얼굴로 몇 발짝 물러난 파멸자 게이먼을 바라볼 뿐.
‘어렵기는 해.’
도현이라고 저들이 한 말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몇 번이나 마주쳐 봤는데 모를 수가 있나.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도 아니었다. 저릿한 팔의 감각을 느끼며 도현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놈의 정보가 떠 있었다.
[파멸자 게이먼]-타이틀 : 심연의 강자와 계약한 자
-타입 : 인간
-특성 : 불멸
-설명 : 심연의 강자와 계약한 성기사.
원래도 강한 힘을 지닌 그가 심연과 계약하여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불멸의 힘을 일부 이어받아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으며, 치밀하고 악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재 불멸의 힘을 사용하여 모든 능력치와 생명력이 감소된 상황이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상태다.
-모든 능력치가 50% 감소된 상태입니다.
-사용 가능한 특성이 일부 봉인된 상태입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이 일부 봉인된 상태입니다.
-불멸의 힘을 사용하여 최대 체력이 30%로 고정된 상태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약해졌어.’
한 번 죽으며, 모든 능력치는 물론 웬만한 것들이 다 감소한 덕일까.
살짝 버겁기는 해도 충분히 힘겨루기를 할 만했다. 실제로 무게중심을 내려 놈을 밀어내지 않았는가.
역시 능력치를 모두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버프도 한몫했겠지.’
상대는 디버프를 먹을 대로 먹고, 자기는 버프 받을 대로 받고.
그야말로 둘도 없을 최고의 조건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저놈을 잡아 볼 생각은 꿈도 못 꿀 만큼.
물론 성공 확률이 높은 건 아니었다.
‘한 20~30퍼 되려나?’
지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게임을 좀 해 본 사람은 알 거다.
‘20퍼면 떡을 치지.’
2%에도 장비가 터지는 판에 20~30퍼면 엄청난 확률이라는 것을.
스킬 뽑기할 때 20~30% 확률로 영웅 스킬이 뜬다 하면 도현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현질했을 것이다.
심지어 20~30분만 지나면 든든한 지원군이 오지 않나.
‘하다가 안 되면 그때 가서 버티면 되지.’
이렇게 조건이 좋은데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안 한다고?
그건 도현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일단 할 수 있을 때까진 해 보는 게, 그게 맞는 거다.
그런 도현의 의지가 전달된 것일까.
[이방인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그래, 생각해 보면 모두 네놈 때문이었지. 오냐, 네놈부터 죽여 주마.]밀려난 게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파멸자 게이먼이 이를 아득 갈았다.
지독하리만큼 원초적인 분노.
파멸자쯤 되는 악이 분노를 표하자, 그것이 형상이 되어 주변 일대를 잠식하는 느낌이었다.
“헤르티 대신관님, 좀 말려 보십시오.”
“버티는 거에 집중하는 것과 잡으려는 건 확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심상치 않은 기류에 신관들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가밀리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객관적으로 신관들의 말이 맞다.
작정하고 버티려 하면 강함의 차이가 어느 정도 나도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이기려 들면 조금의 차이로도 지는 게 전투라는 놈이다.
도현이 무너지면 더는 시간을 벌어 줄 이가 없는 지금, 안전하게 버티는 게 백번이고 옳다.
‘그게 맞는데…….’
한데 왜일까. 전혀 죽지 않은 저 눈빛은.
오히려 진심으로 이기겠다는 듯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질 거라는 가정을 하지 않고 싸우려는 듯한 모습.
저 눈빛을 보자니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로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걱정과 우려, 그리고 기대 어린 시선을 받게 된 도현은 우직하게 천변(千變)을 쥐었다.
놈과의 거리는 겨우 30m.
서로의 속도를 생각하면 눈 깜짝할 새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천변(千變)이 ‘검은 레이븐 창’으로 변형됩니다.]탓!
천변(千變)의 형태가 변형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놈이 사라졌다.
까앙!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도현과 창과 맞부딪치고 있었다.
그렇게 튕겨 내면 다시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의 반복.
천변(千變)의 형태가 쉴 새 없이 바뀌고, 수많은 공격이 오고 갔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전이었다.
쾅, 콰득!
까앙-! 휘릭-.
두 눈으로 보고도 좇기 힘든 공방전에 신관들이 멍해졌다.
“……사도님의 실력이 저 정도였단 말이오.”
“그 파멸자와 동등하게 싸우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군.”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제국에 있는 이방인들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들었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에 한에서일 뿐.
그 이전에 서식하는 이방인들은 그들에 비하면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에서 차이가 났으니까.
“벌써 이 정도면…… 훗날에는 얼마나 강해진단 말인가.”
사도들은 신의 시련을 통과하며 성장을 이룬다고 들었다.
그렇게 제국에까지 이르렀을 경우, 비로소 완성에 가까워진다던가.
때문에 각 도시에 상주하는 이방인들의 강함이 천지 차이라는 걸 모르는 NPC들은 없었다.
괜히 그들이 도현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아닌 것이다.
지금 구간의 이방인이 강해 봐야 뭐 얼마나 강하겠냐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었으니까.
그저 불멸자에 유일한 전투원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꿀꺽.
마른침을 삼킨 누군가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면 정말 잡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다들 답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 단 한 명.
‘……동등하지 않다.’
가밀리온만큼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비록 전투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왕족을 보필하는 가문의 일족.
그런 그의 눈에는 보였다.
콰앙-!
“윽…….”
천변(千變)이 놈의 손과 발에 부딪힐 때마다 조금씩 움츠리고 있는 도현의 모습이.
언뜻 보면 모든 공격을 막아 내고 공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속도에서 확실히 밀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 내곤 있지만, 조금씩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막고 있는 거지?’
아니, 솔직히 가밀리온은 저것도 대단하다 생각했다.
남들에겐 그저 비슷한 속도로 공방전을 벌이는 것 같지만, 사실 둘의 속도 차이는 엄청나다.
기사와 일개 병사 정도의 속도 차이.
분명 제대로 반응할 수도 없어야 하는 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막아 내고 있었다.
예측을 넘어 가히 예지에 가까운 경지.
[크흐흐…….]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이방인 주제에 제법이지만…… 힘겨워 보이는군. 유일한 희망처럼 등장했는데 그래서야 체면이 살겠느냐.]잠시 검을 맞대고 있는 사이, 씨익 웃으며 비아냥거리는 놈의 말에 도현은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재수 없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으니까.
[표식이 생성됩니다.]뒤잡기를 사용하여 표식딜을 쌓아도, 일격을 맞힌 적이 없다.
짤딜만 넣었지, 제대로 된 피해는 입히지 못한 것.
지금도 뒤잡기를 사용하여 표식은 만들어 놨지만, 정타를 맞힌 건 몇 번 없었다.
반면에 자신은?
[현재 남은 HP가 20% 미만입니다. 주의하십시오.]‘20퍼…….’
피가 쭉쭉 닳아 벌써 천 대로 줄었다.
정타 한두 번만 더 허용해도 위험할 터.
반면 놈의 피는 30%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별 변화가 없었다. 분명 30% 대 100%로 승부했는데 도현의 피가 더 낮아진 것이다.
[그 이상한 움직임만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을 것을……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구나.]놈의 말이 맞다.
지금 이 정도라도 버틴 건 도현이 특유의 움직임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쌈닭, 꾸꾸의 혈압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지하드를 괴롭혔었던 카이저만의 전매특허 무빙 말이다.
‘움직임을 유도하면, 피하거나 막는 것도 쉬운 법이니까.’
그게 속도 차이를 극복하고 있는 이유였다.
한 번씩 드러난 틈에 어느 정도 정타를 먹일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고.
[……뭐, 그래 봐야 발악일 뿐이지만!]파멸자가 맞대던 손톱에 힘을 주어 강하게 밀어내자, 도현이 볼품없이 뒤로 밀려났다.
쾅!
그러고도 부족하여 벽에 처박혔다.
호기롭게 잡아 보겠다고 선언한 것치고는 너무도 처량한 모습.
아무리 특이한 움직임으로 커버해 보려 해도 스펙 차이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아…… 역시 불가능했던 건가.”
“이젠 버티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브리온에 미래란 없는 것인가. 이대로 가다간 수많은 사상자가 생겨날 걸세.”
“대체 르베드 경은 언제 온단 말이오!?”
그에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신관들이 탄식했다.
역시 아무리 약해졌다 해도 파멸자는 파멸자. 심지어 그 정체가 탁시넬이었으니 이 구간의 이방인이 상대할 수가 없었다.
이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싸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오직 한 사람.
씨익.
도현만은 웃고 있었다.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는 파멸자.
그의 눈에 도현은 그저 미친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기야 인간은 늘 저랬다.
자신이 도시를 파멸의 늪에 빠트렸을 때도, 제 앞에서 죽음을 앞둔 인간들은 대개 저런 반응을 보이곤 했으니까.
[미친놈에겐 죽음이 약이지…… 잘 가라.]쯧, 혀를 찬 파멸자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거대한 어둠의 형상이 도현을 집어삼킬 기세로 뻗어 나갔다.
마치 짐승의 발톱과도 같은 모습.
[금기를 어긴 심연의 계약자, ‘파멸자 게이먼’이 ‘악몽의 발톱’을 발동합니다.]직격당하면 필시 죽을 게 틀림없을 만큼 흉흉한 기세였지만, 도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안 돼…….”
“정신을 차리십시오, 사도여! 피해야 합니다!”
“아아…….”
다급하게 소리치던 신관들이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소리쳐도 정신이 나간 것인지 미동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뻔히 보이는 미래에 신관들이 절망에 잠긴 순간이었다.
“드디어 20%까지 내렸네.”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린 도현이, 돌연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빠르게 스텝을 밟아 공격 범위에서 물러난 것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표식이 사라집니다.]무언가 등골이 싸하다 싶더니,
서걱- 푸확!
[……뭐?]왼쪽 옆구리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파멸자가 황급히 옆구리를 짚었다. 따끈따끈한 피가 낯설었다.
본능적으로 피하지 않았으면 심장이 도려졌을 것이다.
“아, 까비…… 타이밍 좋았는데.”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서 갑자기 그런 힘이 나왔단 말인가!]태연한 목소리에 파멸자가 핏발 선 눈으로 소리쳤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다 죽어 가던 벌레에 불과했던 놈이다. 한데 저 움직임은 뭐란 말인가. 아주 잠깐이지만, 놈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었다.
‘내가…… 이 내가 움직임을 놓쳤다고?’
아무리 능력치가 감소하고 능력이 봉인당했다지만, 자신은 무려 성기사단의 부단장이자 불멸과 계약한 남자다.
그런 자신이 움직임을 놓쳤다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놈은 기껏해야 두 번째 시련도 못 치른 애송이가 아닌가.
“너만 2페이즈 있냐? 하여튼 인간형 보스들은 꼭 지네만 남겨 둔 수가 있다 생각하더라.”
가벼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좀 전과는 많이 달라진 도현이 보였다.
새빨개진 피부.
피처럼 붉게 일렁이는 기운. 그리고 자신과 흡사한 붉은 눈까지.
마치 전장을 헤쳐 나가며 수백 명의 피를 뒤집어쓴 광인 같았다. 무심코 뒤로 한 발짝 물러난 순간, 광인의 입이 열렸다.
“이젠 내 차례야.”
도현의 붉게 물든 눈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