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1)
제11화
11화.
사람이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사고가 멈춘다고 하던가.
언젠가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도현이 딱 그랬으니까.
‘이게 뭔 상황이지?’
사도가 될 수 없어?
사도의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아?
“그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아니 정직하게(?) 카드를 뽑아서 선택했는데 왜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았니 뭐니 하는 이유로 반려를 시킨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가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물론 튜토리얼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전부 들었던 것과 다른 것투성이긴 했지만, 이건 엄연한 오류였다.
인공지능이라 버그가 없긴 뭘 없단 말인가.
지금 눈앞에 확실한 오류가 떴는데!
“……잠시만. 그릇?”
그 순간 스쳐 지나간 싸한 감각.
‘설마 여신의 계시를 받지 못해서?’
튜토리얼을 치른 다른 유저들과 도현의 차이는 하나였다.
죽지 않고 보스를 잡아냈느냐, 죽어서 여신을 영접하고 계시를 받았느냐.
다급해진 도현이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 카이저] [레벨 : 1] [HP : 700 / 700] [MP : 150 / 150] [체력 : 210 / 210] [클래스 : 모험가] [타이틀 (2개)]-시작부터 호감도 맥스?
-최초의 슬레이어
[능력치] [근력 : 5(+ 18)> [민첩 : 5(+ 18)> [체력 : 5(+ 18)> [감각 : 5(+ 18)> [마력 : 5(+ 18)>잔여 포인트 : 0
“……없어.”
‘사도’라고 적혀 있어야 할 클래스에 ‘모험가’가 적혀 있다.
어쩌면 플레이어가 죽고 나서 여신의 계시를 받으며 저 사도의 그릇이라는 게 형성되는 게 아닐까?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밖에 답이 없었다.
이런 거라면 신조차 당황했다는 저 메시지도 이해가 된다. 사도의 그릇이 없을 거라고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런 상황은 티르도 처음 경험할 터였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카드를 다시 뽑아 봐야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그릇이 없다고 반려당할 게 뻔한데. 이대로 가다간 만신전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하게 생겼다.
그렇다고 캐릭터 삭제를 할 수는 없었다.
힘들게 얻어 낸 특성이 모두 날아가고, 60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 테니까.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무려 1년 6개월을 참고 기다렸다.
억겁의 시간과도 같던 그 시간을 버티고 비로소 영접했는데 60일을 다시 기다리라고?
특성은 다시 얻으면 된다 쳐도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해결 방안을 찾아야 돼.’
어떻게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강제로 접속을 종료하면 자동 선택이 된다는데, 그릇이 없다고 반려된 와중에 그게 적용이 될까?
‘돼도 문제고 안 돼도 문제야.’
적용되었다가 우화신이라도 얻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배가 아프고, 안 되면 삭제해야 할 판이니 큰일이었다.
섣불리 로그아웃을 해 볼 수도 없는 상황.
극심한 딜레마에 빠진 도현이 머리를 잡고 끙끙 앓았다.
‘하…… 빛은 또 왜 이리 뿜어져 나오는 거야.’
가뜩이나 복잡해 죽겠는데 만 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이 눈을 어지럽히는 게 여간 거슬렸다.
아예 뒤로 돌아서 고민할까 싶어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어?”
무언가 이상한 게 들어왔다.
세 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빛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장의 카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왜 쟤만 색이 다르냐.”
구석진 곳에 박혀 있는 저 카드만이 유일하게 붉은빛을 내고 있었으니까.
이상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정갈하게 정사각형 모양으로 늘어져 있는 카드들은 행렬마다 수가 일정하다.
그것까진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는데 저 카드가 있는 줄만 한 장이 더 많았다.
그래서 구석진 곳에 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위치가 구석에 있어서 눈이 안 갔던 모양이었다.
‘붉은색 카드가 있었나?’
뎀로크에는 신 뽑기가 없긴 했지만, 일단 그런 색상의 등급은 없었다.
그건 갓오세도 마찬가지.
어떤 게시글이나 뉴튜브에서도 붉은색 카드를 뽑았다는 글은 보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그걸 떠나서 수가 안 맞아.’
만신전이 괜히 만신전이겠는가.
만 명의 신이 존재하는 신전이 만신전이었다. 설정상 만한 번째 카드라는 게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다른 카드들에 비해 묘하게 불투명한 것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었다.
스윽.
그 기이한 현상에 도현이 홀린 듯이 다가갔고, 정신을 차렸을 땐 그 카드를 선택한 후였다.
띠링-.
[숨겨진 카드를 선택하셨습니다.] [잊힌 최후의 모험가 카시야르를 뽑았습니다.] [모험가의 그릇을 갖췄습니다.] [조건을 충족합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아.”
절로 탄성이 나왔다.
난생처음 들어 보는 신이었다.
아니, 저걸 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화신, 영웅신, 신화신과 달리 어떠한 등급도 붙어 있지 않다. 그저 잊힌 최후의 모험가라는 수식어가 있을 뿐.
하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본능적으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임을 느꼈으니까.
[잊힌 최후의 모험가 카시야르를 선택하셨습니다.] [카시야르의 사도가 되셨습니다.]‘……정말 선택됐어.’
혹시나 했던 생각이 맞았다.
유일무이한 신을 계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과연 썩은 동아줄일까, 황금 동아줄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히든 피스.’
최소한 이 선택지가 히든 피스 중 하나라는 거였다.
그리고 히든 피스는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것뿐이라는 것도.
[나아갈 길을 고르십시오.] [파생 직업]최후의 모험가
달랑 하나 놓여 있는 선택지.
망설임 없이 선택하자 붉은빛이 터져 나오며 도현을 휘감았다. 이내 몸 안에 치고 들어온 빛이 내부를 순환하며 눈을 붉게 물들인 순간.
파앗!
[최후의 모험가로 전직하셨습니다.] [직업 스킬을 획득합니다.] [클래스 : 최후의 모험가]-설명 : 인류는 본래 모험가였다.
아브타르텔의 주인이었으며 그 누구보다 강대했고, 신조차 위협하는 힘과 세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나 인류는 평화를 원했고, 신들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운명은 야속했다.
평화를 원했던 인류에게 애석하게도 결국 전쟁은 벌어진 것이다.
모든 신계가 멸망한 대전쟁 라그나로크로 인해 그들이 설 곳을 잃었고, 아브타르텔에 눈길을 돌리며 일어난 전쟁이었다.
기나긴 전쟁에 아브타르텔의 아름답던 자연은 붕괴되었고,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인류는 그 어떤 대륙도 빼앗기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능히 아브타르텔을 지켜 내고 신들을 쫓아낼 거라 생각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기 전까지는…….
인류는 패배했다.
그리고 나는 인류 최후의 모험가다…….
“아…….”
전직하며 떠오른 메시지에 도현이 탄성을 냈다.
설명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았다.
무언가 세계관의 깊은 비밀과 연관되어 있는 듯한 설명에서 히든 피스의 짙은 향수가 느껴진 것이다.
‘대박이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평범한 직업이 아니라고. 엄청난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고.
그냥 다른 거 다 떠나서 설명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지 않은가.
‘신과 싸워 온 인류라…… 이런 설정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어.’
적어도 도현이 알아본 바로는 없었다.
본격적으로 알아보면 나올지도 모르지만, 일단 흔한 직업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이다.
어쩐지 세계관의 비밀에 연관된 것 같은 느낌…….
‘재밌네.’
우화신이든 뭐든 검을 다루는 신이기만 하면 상관없다 생각했었는데, 이런 히든 피스를 얻게 될 줄이야.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는 건가.
어찌 됐든 이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터.
‘뭘 줬을까?’
지금은 다른 것에 더 호기심이 일었다.
‘고유 능력.’
신마다 주어지는 고유 능력.
과연 최후의 모험가라는 이 유일무이한 신은 무슨 능력을 전수해 주었을까?
그게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도현이 고유 능력창을 띄웠고, 곧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유 능력> [모험가]-설명 : 모험가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자.
아브타르텔의 주인이자 친구인 그들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효과 :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미친!’
모든 직업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13개로 정해진 스킬 칸에 제한을 받기는 해도 사실상 모든 직업을 각성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흥분에 찬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직업의 유용한 스킬만을 이용해서 스킬트리를 짤 수 있어.’
당장 떠오르는 스킬트리만 해도 수십 가지였다.
문제는 그걸 다 언제 얻느냐는 건데, 도현에겐 진리의 눈이 있었다.
확률이 아닌 확정으로 원하는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사기 특성.
‘여기에 웨폰 마스터까지 겸한다면?’
그야말로 약점이 없는 진정한 올마스터였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도현이 작게 심호흡을 했다.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현실감이 없었다.
아직 본게임은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래도 되나? 오늘 얻은 수확만 해도 세기 힘들 지경이었다.
‘꿈은 아니겠지.’
그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지만…… 모두 현실이다.
그것도 가만히 있는데 그저 굴러들어온 것이 아닌, 히든 피스를 깨서 얻어 낸 현실들.
눈빛이 뚜렷해진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전직을 마쳤습니다.] [잠시 후 아브타르텔로 이동합니다.] [5…….] [4…….]때마침 워프가 준비되고 있었다.
이젠 정말로 튜토리얼이 끝나고 본무대에 들어서는 것이다. 카운트다운을 보며 도현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한번 해 보자.’
두근거리는 가슴이 차츰 빛으로 덮이는 것을 보며 도현이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랭커.’
이윽고 하얀빛이 도현을 감싸며 시야가 반전되었다.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었다.
* * *
튜토리얼을 끝낸 유저들은 가장 먼저 아르데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초보자 도시, 혹은 시작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의 중앙 광장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짧은 빛을 내며 속속들이 등장하는 뉴비들 때문이었다.
튜토리얼을 끝내고 비로소 아르데 땅을 밟은 그들은 저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와……!”
“대박, 너무 예뻐!”
“진짜 신기하다. 이세계에 온 거 같아. 현실감 없는데 너무 현실감 있어…….”
“뭔 개소리냐 하고 싶은데 인정…… 건물들이랑 사람들 봐, 다 진짜 같아. 판타지 영화 속에 들어온 거 같네.”
“아르렌성에서 본 거랑은 다르네. 뭔가 되게 발전되어 있는데?”
순수한 동심으로 가득한 뉴비들의 환호.
그것은 지나가던 졸업을 앞둔 유저들도 잠시 멈춰서 ‘저 때가 좋았지…….’ 하며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광경이었고, 유저들이 가장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이기도 했다.
하나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 진짜 내 멘탈…….”
“나 게임에 재능 없나 봐…… 그냥 생산직이나 할래.”
“10레벨까지만 버텨 봐. 갓오세는 꼭 전투직 아니어도 할 거 많아. 능력만 되면 대우도 잘 받고.”
너무 현실감 높은 갓오세다 보니 전투에 충격을 먹은 뉴비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은 보통 멘탈이 아주 터져서 온다.
“쯔쯧…… 찰리한테 한소리 들었나 보군.”
“보니까 한소리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멘탈이 아주 제대로 털렸어.”
“오늘은 유독 스카우트할 만한 사람이 없네…… 전투직이 필요한데.”
가뜩이나 징그럽게 생긴 마물들이 무기를 휘둘러 오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한데, 찰리의 훈수까지 더해지니 버티려야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음이 약한 이들은 다시는 전투를 할 생각조차 품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덕분에 갓오세는 VR게임 시절에 비해 생산직이나 다른 비전투 직업이 많아 유저들도 흡족해하긴 했지만, 스카우터들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었다.
“나중에 특성 좋은 전투직 유저를 데리고 오려면 조건이 너무 빡세.”
“그뿐이야? 눈도 더럽게 높아져선 바라는 것도 많다고.”
“지금 채 가는 게 베스트인데…… 에휴, 이건 무슨 모래 속 진주 찾기도 아니고. 경쟁률은 빡세지 날이 갈수록 인재는 없지, 나보고 뭐 어쩌란 거야?”
이미 10억의 플레이어가 현존하는 갓오세다.
매해 성인이 된 미성년자들이 접속하는 덕에 꾸준히 뉴비들이 유입되곤 있다지만, 새해 초에 대부분이 몰린다.
4월이 된 지금, 시작하는 이들 중 잘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간혹 ‘천재’들이 등장하곤 하지만, 극히 일부였다.
“마른하늘에 천재가 떨어지는 동화 같은 일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