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110화.
[……좀 전과는 느껴지는 기운부터가 다르다. 대체 무슨 술수를 부린 거지?]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모습에 파멸자가 처음으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지금의 저 인간은 위험하다고. 더 이상 좀 전의 그 하찮은 벌레가 아니라고.
‘이게 말이 되나?’
자신처럼 심연과 계약이라도 하지 않고서야…….
아니면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변화에 파멸자는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고 경계했다.
도현이 이런 깜짝 변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광기를 사용합니다.] [90초 동안 초당 1%의 생명력이 줄어들며 현재 체력의 퍼센트에 비례하여 능력치와 모든 속도가 상승합니다.]이번에 얻은 버프 스킬 광기.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자살 스킬이 되기도, 역대급 성능을 보이는 탈희귀 스킬이 되기도 하는 악마의 스킬.
광전사의 신이라 불리었던 꾸꾸 녀석이 ‘광기’를 켜는 타이밍은 별거 없었다.
‘이때 발동하는 게 가장 효율이 좋다 했지.’
생명력이 20%에 도달했을 때.
90초란 시간을 가장 알차게 극한으로 쓸 수 있는 마지노선.
그렇게 광기를 발동하고 난 꾸꾸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동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광기 켜기 전엔 토종닭이고, 켜고 나야 쌈닭이 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래, 네가 왜 그랬는지 알겠다.’
그땐 그저 피식 웃어넘기곤 했는데 이젠 알 거 같다.
광기를 발동하자마자 온몸에서 힘이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으니까.
[초당 생명력이 1% 감소합니다.]그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증폭되고 있었다.
점점 줄어드는 생명력을 보며 도현이 짤막하게 외쳤다.
“지하드!”
-라저!
그러자 내내 숨어서 구경하던 지하드가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며 스킬을 발동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2,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1, 오크 언데드 ×3 개체를 소환합니다.]그어어어- 그어-.
그러자 지면에서 어둠이 꿈틀거리며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군단 조종을 사용합니다.] [한 군단 안에 최대 일곱 마리까지 편성이 가능합니다.] [군단을 형성하십시오.] [오크 언데드 ×3,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2,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1이 1군단으로 지정됩니다.] [군단의 언데드는 모두 한 개체로 판정됩니다.] [군단의 언데드의 50% 이상이 하위 도시의 몬스터로 판정됩니다. 마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마나 부족에 시달리던 지하드를 여섯 마리 모두 다룰 수 있게 해 준 최고의 스킬.
그어어-.
군단 조종이 발동되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자리를 갖추었다.
정말 이젠 군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게 든든했다.
‘이 순간을 위해 참았다.’
최적의 조건에서 광기를 쓰며, 모든 마나를 소모해 전력을 쏟아부으려고 놈의 방심을 유도하고, 적절하게 피 관리를 한 보람이 있었다.
이젠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게 됐으니까.
아니, 도리어 도현이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슬며시 입꼬리를 올린 도현이 천변을 휘둘렀다.
[천변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 [본인에게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 [오크 언데드에게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 [군단으로 지정된 언데드 모두에게 효과가 적용됩니다.]그어어어어!
그러자 어둠에 물든 언데드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한눈에 보기에도 위협적인 외관.
그 사이에서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이 한데 얽혀 위험하게 일렁이는 도현이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왔다.
-리자!
그런 도현의 주머니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엘리자까지.
호기롭게 눈을 부라리는 엘리자의 머리를 툭 쓰다듬은 도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좀 공평하네.”
[건방진……!]1 대 9.
아무리 봐도 공평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고로 마왕을 잡는 용사들은 모두 다굴이라는 문화를 지켜 왔었다.
저놈도 저런 사기 스펙을 가지고 브리온에서 군림하고 있으면 이 정도 밸런스는 감당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오냐…… 감히 나를 조롱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빠득 이를 간 파멸자가 손을 뻗었다.
어둠이 차츰 형상을 갖췄는데 이전처럼 심연의 발톱 같은 게 아니었다.
그건 한 자루의 검이었다.
탁시넬이 애용하던 애검과 똑같은 형상.
비로소 파멸자 게이먼도 전력을 갖춘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을 터. 그 긴장감 앞에서 도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2차전 가 보자고.”
마지막 결전의 순간이었다.
* * *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
그어어어!
콰앙! 쾅!
어둠에 물든 여섯 구의 언데드가 사방에서 몸을 던지며 괴롭히고, 검을 꺼내 든 파멸자와 도현이 맞부딪친다.
그럴 때마다 충격파가 퍼져 나가 바닥에 금이 갔으며,
그어!
조금이라도 맞부딪친 시간이 길어지면, 어김없이 언데드들이 끼어들었다.
[크아아아! 벌레 같은 것들이!!]그에 화가 난 파멸자가 언데드를 쫓아내려 하면, 이번엔 도현이 방해한다.
좀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속도.
이제는 파멸자 게이먼과 거의 맞먹는 움직임에 그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뿐인가.
푸욱! 서걱-.
저 기이한 어둠을 두른 검에 찔리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단단한 심연의 갑옷을 뚫고 대미지가 들어왔다.
그것도 도현뿐만이 아닌, 언데드들의 공격까지 모두!
도현만큼 위협적이진 않아도 따끔거리는 언데드들의 공격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사삭-.
언데드부터 잡자니, 도현이 거슬리고.
무시하고 도현부터 잡으려 하면 좀 불리하다 싶을 때마다 귀신같이 기둥으로 숨는다.
그러면 약속이라도 한 듯, 바짓가랑이 붙잡듯 잡는 언데드들.
푸욱!
[표식이 사라집니다.] [크아악!]그때가 뒤잡기 타이밍이었다.
아주 잠깐의 프리딜 시간에 강력한 일격을 먹이는 것이다.
“아아…….”
“맙소사. 저 일행이 네크로맨서였단 말이오?”
“허어. 혼자가 아니었구려. 마지막까지 숨기고 계셨다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전투에 신관들이 혀를 내둘렀다.
틀림없이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모두가 포기했던 순간에 이런 전력을 숨기고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저 언데드들은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았다.
“살아생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언데드라니…….”
“저 어둠은 또 뭐란 말이오?”
겨우 오크와 고블린 따위라고는 믿기지 않는 위력이었다.
아마도 저 어둠과 연관이 있을 터.
순간 심연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엄연히 달랐다.
저건 암속성 마법사의 것에 가까웠으니까.
“다양한 길의 힘을 구사하는 사도들도 있다곤 들었는데…… 저분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군.”
“마법사 같기도 하고, 암살자 같기도 하고. 또 광인 같으면서도 차분한 검사 같구먼.”
“무슨 마술을 부리신 건지…….”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닐세.”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은 신기한 현상이었지만, 지금 도현의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유일한 희망이, 정말로 희망이 되어 주고 있었다.
“용맹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수호의 가호가 함께…….”
“신속의 가호가…….”
그 희망에게 그들은 다시 한번 진심을 담은 버프를 걸어 주었다.
슬슬 처음 걸었던 버프가 끝나갈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몇몇 버프는 끝이 났었던 건지, 버프를 주자 조금이지만 움직임이 한결 빨라진 게 보였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 정도로 강하셨단 말인가.’
그에 가밀리온이 꿀꺽 침을 삼켰다.
볼품없이 밀리던 계승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악착같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유효타의 수도 훨씬 많은 게, 언뜻 보기엔 도현이 유리하게 보일 정도.
하지만 가밀리온은 알았다.
‘……위험해. 자멸에 가까워지고 있어.’
도현이 지금 물불 가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치명적인 유효타를 맞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죽어 가고 있었다. 그를 강하게 만들어 준 저 버프가 그리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목숨 줄만은 붙잡고 있지만, 너무도 위태로웠다.
‘한 대라도 스치면 그걸로 끝일 터.’
도현이 유리해서 정타를 맞지 않는 게 아니다. 한 대라도 맞으면 죽으니까 어떻게든 피하는 것이다.
언데드들을 이용하고, 기둥에 숨어서라도.
반면에 파멸자는?
놈도 생명력을 소모해 가며 싸우고 있기야 하지만, 도현에 비하면 여유가 있었다.
그야말로 뒤가 없는 혈투.
‘……정말 누가 이길지 모르겠군.’
그에 가밀리온은 승부를 점치는 것을 포기했다.
그저 서로 한 치의 물러남이 없는 처절한 전투였다.
때문에 그는 예상하지 않고 기원했다.
부디 그가 이 살 떨리는 전투에서 승리하기를. 그건 가밀리온뿐만이 아니었다.
“브리온의 운명을 한 명의 이방인에게 걸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저분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닐세. 우리 브리온의 영웅이시지. 어느 이방인이 이리 희생해 주겠나. 우리 모두 영웅을 위해 기도하세.”
“부디…… 부디 승리의 여신이 영웅의 손을 들어 주시기를…….”
이제는 도현을 완전히 인정한 그들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진심으로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 * *
죽인다. 기필코 죽인다.
무조건 죽여야만 한다.
휘몰아치는 놈의 공격을 받으며 파멸자 게이먼은 가슴 속 깊숙이 끓어오르는 살의를 키우고 있었다.
‘감히, 감히 저까짓 이방인이 나와 맞먹는다고?’
그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제국에까지 닿는다는 라이르 성기사단의 이인자이자, 심연의 강자와 계약한 계약자다.
르베드가 없는 이상, 이곳에서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놈 따위 존재할 리가 없었다.
한데 저놈은 뭐란 말인가.
분명 벌레와도 같았던 놈이, 광인처럼 피에 물들며 어둠에 휩싸이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기 시작했고,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다.
이제는 제법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저놈만 있었다면 차라리 낫지. 저 괴상한 언데드들까지 합세하자 조금씩 밀리는 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마음이 조급해졌다.
저놈 때문이 아니었다.
이대로 싸움을 이어 가면 자신이 이길 거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으니까. 단 한 대만 맞히면 저놈은 죽는다.
그 예상은 맞았다.
[위험! 생명력이 1%입니다.] [더는 광기로 인해 생명력이 감소되지 않습니다.]광기를 한계까지 사용한 도현은, 맞히기는커녕 잘못 스치기만 해도 골로 갈 상태였으니까.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절벽 위, 극한의 곡예를 펼치고 있던 것이다.
놈을 절벽에서 떨어트리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러다 그 괴물 같은 놈이 오게 되면…….’
문제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 아닌, 저놈들의 편이었다.
저놈을 빨리 죽여야 하는데 귀신같이 피해 내니 그것도 힘들고, 시간을 들여 확실하게 죽이자니 르베드가 올 것이다.
‘젠장, 내 힘만 온전했더라도 이런 치욕은…….’
일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그가 우뚝 멈추었다.
방어할 생각도 멈춘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것은 절망도, 당황도 아니었다.
그저 분노하고 있을 뿐.
겨우 이방인 하나를 상대하는 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 참을 수 없이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콰득!
그어어!?
옆에서 휘둘러 오는 오크 언데드의 손목을 잡아 부러트린 그가 이를 갈았다.
그런 그의 시선은 도현도, 언데드를 향하지도 않았다.
두근, 두근.
자신의 심장.
정확히는 심장에 박혀 있는 반쯤 부서진 모래시계.
그것을 바라보던 그가 이내 포효를 내지르자, 소리 없는 어둠의 파동이 강당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파멸자 게이먼의 생명력이 10% 이하입니다.] [3페이즈에 돌입합니다.]10년 전, 우연히 줍게 된 모래시계.
그것은 그를 지금의 파멸자로 만들어 준 악마의 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