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12화.
천재는 이미 무대를 밟기 전부터 주목을 받는다.
송곳이 주머니에 들어 있다 해서 감춰지겠는가. 설령 무대를 밟기 전엔 몰랐을지언정 금방 주목을 받기 마련이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6개월 전이었나…… 호감도 풀로 채운 초신성이 나타났던 게? 심지어 신화신을 뽑았었다지?”
“업계 뒤집어졌었지. 그때 포섭 못 했다고 얼마나 깨졌는지…….”
“어휴. 아니, 그런 케이스가 뭐 얼마나 있겠어? 난 그놈 소식 들을 때마다 심장이 쫄려. 또 부장 새끼 개지X할까 봐.”
그날 이후로 스카우터들은 날이 갈수록 느는데 가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시작하는 뉴비는 가뭄에 콩 나기였다.
하물며 그게 전투 관련 특성이라면?
“이번 달 내로 하나 못 물어 오면 각오하라는데…… 이건 뭐 나보고 나가 죽으라는 거지.”
“내 말이. 막말로 요즘 뉴비들이 뭐 그냥 뉴비야? 다들 자기 가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렇게 특성 좋으면 대형 길드를 들어가지 미쳤다고 이런 중소 길드를 들어오겠냐고.”
“에효. 네 팔자가 내 팔자다, 인마. 불평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찾아보자고.”
오늘도 어김없이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저놈은 글러 먹었군.”
“음…… 쟤는 어때? 전투직이긴 한 거 같은데.”
“허공에 검 휘두르는 폼을 봐. 검술 관련 특성 하나도 없다에 내 1년 경력을 걸지.”
“영웅신일지도 모르잖아?”
“이봐, 이 일 원투데이 해 봐? 지금 시점에서 직업 잘 뽑은 걸로 재능을 어떻게 알아봐. 특성이 받쳐 줘야 투자해 볼 만하지. 신화신이나 희귀 영웅신이면 모를까…….”
“쟨 좀 괜찮아 보이는데? 눈빛이 살아 있어.”
어느덧 게임이 출시한 지도 1년 6개월.
이른바 짬이 있는 이들은 이젠 대강 보는 것만으로도 싹수를 파악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간 뉴비라면 물불 안 가리고 말을 걸며 얻어 낸 노하우였다.
덕분에 유저들 사이에선 ‘도를 믿으십니까’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게 스카우터의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판별력이 늘 수 있었다.
그들이 판단하는 기준은 의외로 거창한 게 없었다.
도쟁이들이 선하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귀신같이 판별하듯이, 그들은 뉴비의 표정이나 말투, 대화 등을 통해 판별하곤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눈빛까지 보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게 또 신기하게 나름 적중률이 높았다.
좋은 특성을 얻은 뉴비들은 분위기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탓이었다.
“자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지.”
“로또 당첨되고 시작한 꼴인데 티가 안 나겠어?”
“나였으면 동네방네 소리 지르고 다닌다.”
그런 이유로 스카우터들은 뉴비들의 눈빛이나 표정을 주시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이 가장 기피하는 유저들은 대개 비슷했다.
“음…… 눈이 아주 죽었네.”
“삼수한 고시원생 급인데? 저건 대체 뭔 특성을 얻은 건지 궁금할 지경이야.”
“저놈은 멘탈 터져 있는 걸 보니 전투직은 글러 먹었군.”
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뉴비들을 관찰하던 한 스카우터가 동료를 툭툭 치며 턱짓한 것은.
“어이, 저놈 봐 봐.”
“음? 어우…… 아주 제대로 폭탄인데?”
그들이 보고 있는 건 한 남자였다.
생긴 건 제법 남자답고 훈훈한 인상인데 어딘가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는 허공을 보며 연신 뭐라 중얼거리는 듯 입술이 달싹거리고 있었다.
스카우터들이 가장 기피하는 뉴비가 저런 이들이었다.
저런 이들은 보통 삭제를 고민해야만 할 정도로 최악의 특성이 나온 것은 물론, 신 뽑기마저 최악인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쯔쯧, 보아하니 제대로 똥을 밟은 모양인데…… 대체 뭐가 뜬 거야? 게으른 당나귀 신이라도 떴나?”
“최악의 신이야 워낙 많으니 잘 모르겠고…… 어지간히 안 좋은 특성이 떴나 본데.”
“공식적으로 알려진 최악의 특성이 풋 이터였나?”
풋 이터.
말 그대로 곤충이나 동물의 발을 먹으면 순간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능력이다.
많이는 아니고, 정말 미약하게 조금.
뭐 이런 쓰레기 특성이 다 있나 싶지만, 이 특성이 유명해진 건 유저가 얻게 된 계기에 있었다.
무려 찰리가 발이나 빨고 있으라고 해서 화가 난 나머지 진짜 발을 빨다가 얻은 특성인 것이다.
자랑스럽게도 그 엽기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인이었다.
“아무렴 그런 게 나왔을까.”
“특성이야 워낙 다양하니까……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이 나왔을지도 모르지.”
“음…… 뭐가 됐든 글렀구만.”
실제로 저런 반응을 보인 이를 상위 콘텐츠에서 다시 본 적이 없었다.
열이면 아홉 이상이 게임을 접거나, 캐릭터를 삭제한 후 60일 후에 다시 만들어서 키우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적중률 99%의 폭탄.
“혹시 몰라. 그냥 레벨 안 올리고 적당히 즐길지도 모르지. 갓오세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으니까.”
“하긴…… 갓오세에서 데이트하고 놀려고 플레이하는 이들도 많다더라. 그 비싼 돈 내 가면서 참…….”
“우리는 우리 일이나 잘하자고.”
때문에 스카우터들은 그 남자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다른 뉴비들을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저기요. 아, 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요. 피스메이커 길드에서 나온 배진철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예? 회 좋아하시냐구요? 날로 먹으려 하…… 아니, 지금 뭐라 했습니까!?”
“저기요, 아 저 스카우터 아니에요. 혹시 아이템 하나 안 살래요? 지금 뉴비들에게만 싸게 파는 패키지 하나 있는데.”
스카우터들과 뉴비들, 그리고 장사꾼들까지.
난리 법석인 중앙 광장에서 도현만 온전한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유.
그런 도현의 눈앞에는 정보가 떠 있었다.
[피의 맹약의 목걸이] [등급 : 영웅] [설명 : 아르렌성의 기사단장 ‘찰리’의 피로 맺어진 맹약의 목걸이다. 그의 주군만이 목걸이를 소유할 수 있다.] [레벨 제한 : 없음] [착용 제한 : 찰리의 주군] [물리 방어력 : 61] [마법 저항력 : 53]-근력 + 4
-민첩 + 2
-체력 + 1
-공격 속도 + 5%
-이동 속도 + 5%
[특수 옵션 : 일정 경험치 획득 시마다 방어력 및 마법 저항력 증가.] [특수 옵션 : 35레벨 달성 시 개방.]-거래 불가
‘……대박, 시작부터 영웅 등급 아이템 실화냐?’
전직하느라 보지 못했던 찰리에게 받은 목걸이의 정보가.
심지어 옵션마저 범상치 않다.
‘아…… 진짜 당뇨로 쓰러질 거 같다.’
연달아 터지는 달달한 보상의 향연에 도현은 속으로 내적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의 주변을 슬그머니 피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자신이 피하고 있는 남자가 자신들이 그토록 원했던 전투직 특성은 물론이고, 무려 5개의 특성을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심지어 갓오세 역사상 유일무이한 신을 뽑은 데다, 전설급 타이틀과 영웅급 목걸이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카이저, 그가 본격적으로 갓오세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이었다.
* * *
튜토리얼을 끝낸 뉴비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게 무엇일까?
현실 같은 이세계 풍경의 구경?
이세계 식당 먹방? 아브타르텔만의 특제 적빛 맥주?
그런 것도 다 좋지만, 전투직 특성을 발현한 유저라면 열에 일곱은 한마음으로 외친다.
“RPG는 역시 사냥이지!”
“빨리 몬스터! 몬스터를 찾아!”
“건방진 고블린 쉑 다 뒤졌다.”
갓오세는 뭐니 뭐니 해도 사냥이 최고라고.
10대 길드와 고인물들의 고위 보스 레이드 영상에 매료된 그들은 하루빨리 성장해서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화려한 마법.
현란한 검술.
굳건한 방패.
신성한 이펙트…….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사냥을 나설 때만큼은 그들도 남부럽지 않은 마법사이자 전사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지키는 게 있었다.
“퀘스트는 받아야지.”
“공략집 퀘스트는 필수지.”
“단테 아저씨한테 가자 일단.”
“고블린 쉑 잠시만 봐준다.”
바로 퀘스트.
대부분 RPG게임이 그렇듯 갓오세도 퀘스트의 효율이 높은 편이었다.
무작정 사냥할 시간에 마을에서 노가다 좀 뛰더라도 퀘스트 한두 개 받아오는 게 더 빠를 정도로.
하물며 퀘스트 보상까지 생각하면 필수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때문에 갓오세 유저들은 혈안이 되어 퀘스트를 찾아다녔고, 1년 6개월이나 된 지금에서는 대부분의 퀘스트 공략집이 풀려 있었다.
[초보자 필수 정독 퀘스트 공략집]일명 뉴비 필독서라고 불리는 공략집도 그중 하나였다.
-진짜 정리 개잘해 놓음.
-솔직히 이거 만든 사람 상 줘야 함.
-ㄹㅇ 거를 타선이 없다. 희귀급 아이템까지 주는데 안 하면 바보임.
공략집에 적힌 루트대로만 하면 흔히 초보자 도시를 졸업하는 12레벨을 찍는 건 물론, 모험의 서도 채우고 희귀 등급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공략집.
‘객관적으로 잘 쓴 공략집이야.’
아직까지도 최상위권의 베스트지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략집인 만큼 도현도 그 루트를 따를 생각이었다.
이게 후발대의 이점이라면 이점이었다.
직접 알아가는 맛은 없지만, 선발대가 닦아 놓은 길을 편하게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
단테가 어디 있는지 찾는 건 어려울 게 없었다.
공략집에 친절하게 나와 있기도 했지만, 애초에 볼 필요도 없이 그저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을 따라가면 됐다.
‘역시 사람 많은 곳 따라가면 나오는 건 국룰이지.’
이런 건 현실이나 게임이나 다름없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그렇게 한 오두막 앞에 도착하자 유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얼굴을 찌푸린 채 웅성거리는 모습이 썩 달가워 보이진 않았다.
“단테다! 빨리 받…… 뭐야 저거 다 줄이야?”
“아씨, 빨리 받고 사냥 나가야 하는데 이게 뭐야. 줄이 뭐 이렇게 길어?”
“아오, 가상현실이어도 이 VR 고질병은 안 고쳐졌나 보네.”
상당히 많은 인파.
하루빨리 사냥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판국에 벌써부터 현기증이 나는 유저들이었지만, 불만은 금방 잠재워졌다.
“오호라, 이번에도 많군! 그럼 아랑곳 않고 부탁하겠네! 다들 눈치 없이 불어나는 저 멍청한 고블린들을 학살해 주게나!”
띠링-.
[퀘스트 ‘고블린 청소’가 발생합니다.] [고블린 청소]-등급 : 일반
-설명 : 아르데의 상급 사냥꾼 단테가 의뢰한 퀘스트이다.
날이 갈수록 부쩍 많아지는 고블린들을 정리하기엔 아르데의 사냥꾼이 부족하다.
상급 사냥꾼인 그가 직접 나서기엔 수지타산이 안 맞는 상황. 때마침 아르데에 나타난 사도들에게 귀찮은 고블린 청소를 부탁하는 바이다.
-고블린 처치 (0 / 40)
-클리어 시 보상 : 80실버, 일정량의 경험치.
-실패 시 리스크 : 단테의 호감도가 깎일 수 있다.
-제한 시간 : 24시간
‘……음?’
도착하기가 무섭게 냅다 단체 의뢰를 줘 버리는 단테의 화끈함 덕에 금방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