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127화.
“……엥?”
달려들다 말고 본 기이한 행동에 규철행님아시냐가 의문을 표했다.
검이 아니라 단검인 거야 카이저가 웨폰 마스터 특성을 가졌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그렇다 쳐도, 상식적으로 무기를 던지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저기에 날리지?’
차라리 자신이나 몬스터를 향해 날렸으면 모르겠다.
슈악-
허공을 가르고 매섭게 날아간 단검은 몬스터보다 옆에 떨어진,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크르르……?
크르?
순간 눈을 부릅떴던 라이칸스로프들도 의아해하는 게 보일 정도.
컹.
놈들은 이내 콧방귀를 끼었다.
갑자기 날붙이가 날아와 경계했는데 어림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니 기가 찬 것이다.
그건 규철행님아시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카이저도 사람이라니까.’
신이니 뭐니 떠들어봤자 결국은 사람이다.
뉴튜브에는 완벽한 영상만 올리는 거고, 평소엔 이런 식으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건 기회다.
‘카이저를 처치하고 길드 형님들한테 잘 보일 기회.’
여기서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
[RCD 영상 녹화를 시작합니다.]영상 녹화를 시작한 규철행님아시냐가 롱소드를 꽉 쥐었다.
만월이라 유독 밝은 달빛에 반사된 검날이 번뜩였다.
지금 카이저와의 거리는 불과 6M 정도. 스킬을 사용하면 눈 깜짝할 새에 등에 칼을 찔러넣을 수 있다.
게다가 카이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상황.
심지어 이젠 무기조차 없다.
‘간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킬각이다 싶은 규철행님아시냐가 달려든 순간이었다.
휘릭-
‘휘릭?’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이변이 일어났다.
분명 애꿎은 나무를 향해 날아가던 단검이, 갑자기 허공에서 궤도를 틀어버린 것이다.
슈아악-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간 단검은 카이저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타앗!
카이저가 손을 뻗은 채 냅다 옆으로 질주하자 단검이 다시 방향을 틀어가며 날아왔다.
마치 원을 그리듯, 단검과 강강술래를 하는 느낌.
커헝?
크르르……?
그 기이한 서커스에 라이칸스로프들이 당황해서 멍하니 바라봤고, 어쩌다 보니 규철행님아시냐도 그 사이에 끼게 되었다.
아니, 라이칸스로프보다 규철행님아시냐의 표정이 더 심했다.
‘……뭐 저리 빨라?’
카이저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질주해버린 탓에 목표물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사냥꾼의 심정이 이러할까.
라이칸스로프들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어…….”
슬쩍 수풀 쪽을 보니, 푹찍끝이 한 박자 늦게 뛰쳐나오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눈이 마주친 푹찍끝의 표정도 자신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저게 말이 돼? 이게 무슨 상황이여?’
‘……그러게.’
그런 눈빛을 주고받은 그들은 다시 카이저를 바라봤다.
아주 짧은 시간. 기껏해야 몇 초가 지났을 시간 만에 카이저는 벌써 한 바퀴를 돈 후였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팽-
희미하게 달빛에 비친 무언가가 팽팽하게 조여지는 게 보였다.
‘……실?’
그것은 실이었다.
얇은 실이 자신과 라이칸스로프들을 모두 둘러싸고 있었다.
조금 전의 기억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분명 카이저가 도화선을 설치했을 때 본 도화선이 이렇게 생겼던 것 같은…….
‘설마……!’
머릿속에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게 잠깐 떠올랐으나, 규철행님아시냐는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희미하던 실이 어둡게 물든다 싶더니,
—–!
연쇄 폭발이라도 일어나듯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은 소리 없는 폭발이었다.
검은 폭발이 앞, 뒤, 옆을 가리지 않고 화려하게 터지며 시야를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게 그들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저 폭발을 끝으로 검은 화면을 봐야 했으니까.
그나마 생명력이 질긴 몇몇 라이칸스로프들이 살아남긴 했지만, 최후의 발악일 뿐이었다.
서걱- 푹!
깨갱! 깽-!
어느새 나타난 카이저가 무심하게 그들의 숨통을 끊어주었으니까.
“미친…….”
애처로운 소리를 들으며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지팡이와 바위처럼든든하게가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거의 엎드리다시피 낮춘 그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안 걸린 거 같지?’
‘어…….’
꿀꺽.
마른 침을 삼킨 그들은 구태여 다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린 빠지자.’
‘……좋은 생각이야.’
그들은 현명했다.
동료고 뭐고 도화선으로 서커스를 벌이는 살인 광대한테 구태여 개죽음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날, 사르기스에 이날의 목격담이 퍼졌고, 카이저의 업적에 대한 소문 하나가 추가되었다.
[라이칸스로프를 처치하셨습니다.] [플레이어 ‘규철행님아시냐’ 님을 죽였습니다. 무법지대에서 일어난 일은 카르마 수치가 오르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푹찍끝’ 님을 죽였습니다. 무법지대에서 일어난 일은 카르마 수치가 오르지 않습니다.]…….
[라이칸스로프를 처치하셨습니다.]“와, 이거 효과 좋…… 응? 규철행님?”
마지막 라이칸스로프까지 정리한 도현이 감탄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라이칸스로프만 잡은 것 같은데 왜인지 PK를 저지른 탓이었다.
자신이 보지 못하고 실수로 죽였나 생각해보지만, 분명 처음 단검을 던졌을 때만 해도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였다.
주변 수십 미터에 아무도 없었으니 자신의 부주의는 없는 것이다.
‘아.’
그럼 남은 건 하나.
자신을 노린 하이에나가 또 숨어있었다는 것.
목숨을 노린 거든, 정보를 노린 거든, 영입을 꾀하려던 거든.
정황상 뭔가 목적이 있는 얘가 기회를 엿보다 뒤에서 기습하려던 게 틀림없었다.
‘무법지대라 다행이네.’
하마터면 애꿎은 카르마 지수만 오를 뻔했다.
피식 웃은 도현이 금방 신경을 껐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어차피 무법지대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방해하면 마음 놓고 죽이면 그만 아닌가.
무고한 시민이라고 핑계를 댈 거면 무법지대인 만큼 오해를 사지 않게 알아서 처신을 잘하는 게 맞는 거다.
‘아이템은 안 떴네. 좀 아쉽긴 한데…… 어쩔 수 없지.’
무법지대에선 PK로 죽어도 장비를 드랍할 확률이 희박했으니까.
그 희박한 확률을 뚫을 정도로 운이 나쁠 놈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도현의 시선이 ‘살수의 단검’으로 변한 천변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단검 손잡이에 묶여있는 도화선에.
‘이게 진짜 될 줄이야.’
도화선을 설치하며 천변의 능력을 떠올린 순간, 번뜩이며 뇌리를 스쳐 지나간 기가 막힌 활용법.
-에고 : 주인의 부름에 응하며 자격이 없는 이는 특수 옵션을 사용할 수 없다.
그건 바로 천변의 특수 옵션 중 하나인 에고와 도화선의 콜라보였다.
원리는 간단했다.
‘도화선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최대거리까지 늘려서 부착해야 돼.’
그러려면 실을 당겨야 하고, 달리 말하면 그만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트랩류로 사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즉석에서 20M를 어떻게 당기겠어.’
뭐, 가끔 거대한 보스를 상대할 때는 순간적으로 발목을 휘감아 10M까지는 뽑는다고 하지만 그것도 쉬운 난이도는 아니었다.
실을 한 번이라도 놓치는 순간 그대로 ‘도화선 – 실’의 발동이 끝나니까.
만약 실수로 10M에서 끊기면 더 늘리려 해도 늘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게 씹X선이라고 욕 먹는 이유였다.
그나마 가진 딜링기 겸 트랩 스킬의 발동조건이 죄다 까다롭기 그지없으니, 실패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씹X이 나온다 해서 씹X선인 것이다.
‘대인전이라면 모를까, 사냥에선 트랩밖에 답이 없는 게 정설이지.’
그렇기에 도현도 매번 번거롭게 도화선 설치 작업을 했던 거고.
하지만 천변이 있다면?
‘굳이 귀찮게 설치를 왜 하냐? 그냥 천변 던지고 강강술래 한 판 하면 되는데.’
너희 인벤토리엔 이런 거 없지?
어느 한 유명한 소년에게 빙의한 도현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단언컨대 도화선이 트랩류가 아닌, 즉발기로 최대거리가 사용 가능했다면 결코 씹X선 따위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도붕이가 아닌 갓붕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
‘발동조건이 까다로운 건 그만큼 조건을 달성했을 때 위력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지금만 봐도 그랬다.
그저 손을 뻗고 한 바퀴 뛰었을 뿐인데 한 번에 대부분의 라이칸스로프들이 몰살당하지 않았나.
아무리 도현이라도 이런 폭딜로 광역기를 넣을 수 있는 건 도화선 뿐이었다.
즉, 도현은 그 조건이 까다롭다는 도화선의 최대 데미지를, 천변이 있는 한 확정적으로 편하게 집어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진짜 개꿀이네.’
개꿀도 이런 개꿀이 없었다.
당뇨에 걸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말도 안 되는 개꿀.
이게 신화템과 올마스터의 콜라보인 것이다.
짝! 짝! 짝! 짝!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
이 기가 막힌 시너지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리액션 봇, 찰리의 스위치가 눌린 소리였다.
-과연 주군이십니다. 그야말로 무와 지까지 겸비하신 영웅의 상……!
-헐…….
그어…….
찰리뿐만이 아니었다.
지하드와 언데드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지하드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넋이 잔뜩 빠진 체 부르르 떠는 게 현실부정에 가깝달까.
‘아……. 기껏 신나있었는데 충격이었으려나?’
하기야 최근 찰리까지 합류했으니 저놈이 그럴 법도 했다.
찰리는 저 과한 리액션과 독설만 빼면 그야말로 훌륭한 인재의 표본이었으니까.
엘리자한테도 위기감을 느꼈던 저놈이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할 터.
‘어쩔 수 없지.’
잠시 말을 고민하던 도현이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찰나였다.
-아름다워…….
“크흠. 지하드, 네가 몰아와 줘서 편하게 잡…… 응? 뭐라고?”
-이, 이건 너무 아름답잖아……. 주인.
-리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발언에 도현은 물론이고 주머니에 들어있던 엘리자까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해명을 요구하는 무언의 눈빛에도 지하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 역시 폭발은…….
마치 예술작품을 보듯이, 또 한편으론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는 듯 눈을 반짝이는 게 심상치가 않았다.
그러며 조심스레 검은 마나를 끌어 올리는 지하드.
이 눈빛, 그리고 분위기. 어딘가 익숙하다.
‘저건 마치 검제가 검성의 검술을 눈앞에서 봤을 때 보였던 모습……!’
낭만을 쫓는 자가 그 낭만을 목격했을 때 보일만 한 모습.
컨셉의 끝판왕, 검의 극을 보려 하는 검제에게서 자주 봤던 모습이기도 했다.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던 동료들 중에서도, 이쪽 분야에서는 가히 넘볼 수가 없던 검제를 곁에서 봐왔기에 확실했다.
불길함을 느낀 도현이 선수를 쳤다.
“야, 혹시나 말하는데 너 지크인 거 알지? 너의 길은 지크야.”
-아……. 크, 크흠. 아, 알지.
퍼뜩 정신을 차린 지하드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현에겐 보였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저 혓바닥과 금단현상이라도 온 듯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이.
허공에 휘휘, 적는 게 습관처럼 시체폭발을 쓰려 했던 건가 싶다.
‘……저놈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