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13화.
금방 받을 거라고 하더니 설마 이런 식으로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뎀로크에선 무조건 일대일로 말을 걸어야만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건만…….
‘이것도 인공지능의 힘인가?’
NPC들도 유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능이다.
어차피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줄 텐데 일일이 의뢰를 주기 귀찮은 건 그들도 매한가지일 터.
참으로 혁신적인 방법에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싫진 않다.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데 싫을 이유가 어디 있겠나.
“어? 대박, 퀘스트 받았다.”
“와, 개꿀. 줄 안 서도 되네.”
“단테 상남자라더니 인정. 이게 게임이지!”
“빨리 퀘스트 다 받고 사냥하러 가자!”
유저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서둘러 오두막을 떠나고 있었다.
그중엔 도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뒤로도 받아야 할 필수 퀘스트들을 빠르게 받자 총 3개의 퀘스트를 얻을 수 있었다.
[고블린 가죽 모아 오기] [변종 고블린의 피]전부 고블린 청소와 병행할 수 있는 퀘스트들이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도시 외곽의 정문을 통해 필드로 나가자 펼쳐지는 싱그러운 숲.
그리고 그 위에 즐비하게 모여 있는 수많은 고블린과 유저들.
“파티 하실 분 구합니다!”
“같이 가죽 모으실 분!”
“12렙까지 쭉 함께하실 분들 구해요. 지금 두 자리 남았습니다.”
개중에는 솔플을 시도하는 유저도 있지만, 대부분 파티를 구하고 있었다.
어차피 12레벨까지 공략집대로 할 거라면 파티를 하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구경하던 도현도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낡은 철검] [등급 : 일반] [설명 : 튜토리얼을 끝낸 유저에게 주는 낡은 철검이다.] [레벨 제한 : 1] [착용 제한 : 검사 계열] [물리 공격력 : 40~60] [내구도 : 50 / 50]조악한 검 대신 튜토리얼 보상으로 준 철검.
보잘것없는 수치지만, 1레벨에선 이 정도면 충분했다. 조악한 검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이것저것 테스트도 해 보고 싶고.’
아무래도 얻은 게 많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냥할 고블린을 탐색하려 할 때였다.
“저기요.”
한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제법 덩치가 크지만 순박한 인상에 두툼한 나무 방패를 들고 있는 유저였다.
눈이 마주친 그가 멋쩍은 미소를 머금더니 후다닥 말했다.
“보니까 방금 오셨던데, 저희 딱 한 자리 남았는데 같이 하실래요? 어차피 퀘스트도 같을 거 아니에요. 아, 필수 삼종 퀘스트는 다 받으셨죠?”
“예.”
“그럼 같이 파티 해요. 저희 12레벨까지 달릴 건데 그럼 4인 파티가 국룰이잖아요.”
그런 그의 뒤로 두 명의 유저가 더 다가왔다.
비교적 작은 덩치의 젊은 남성과, 귀염상의 단발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었다.
“맞아요! 12레벨까진 파티 보너스 경험치도 있잖아요.”
“같이 잡아요.”
파티원들인지 한마디씩 덧붙이며 설득하는데 도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야.’
초보자 도시 아르데.
그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초보자 지원이 후한 편이다.
퀘스트 입수 난도부터 몬스터의 수나 리젠 비율까지. 모든 면에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인데 그중 가장 좋은 혜택이 파티 보너스 경험치였다.
12레벨 이하의 유저, 4인 파티까지 지원되는 시스템.
이 혜택으로 보너스 경험치를 받으면 사냥하며 얻는 경험치가 솔플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진다.
같이 잡았다는 공적만 인정되면 파티원이 사냥을 한 몬스터까지 경험치가 정산되는 것.
‘몬스터도 넘치는 편이고.’
그게 이곳에 유독 파티를 맺는 유저들이 많은 이유였다.
여기선 파티를 안 하면 바보였으니까.
초보자 도시 아르데는 정말 공략집에 적힌 말처럼 튜토리얼의 연장선인 것이다.
이런 거 보면 뎀로크랑 다른 게임이긴 했다.
혜택? 적응?
뎀로크에 그딴 건 없었으니까.
시작부터 적진에 던져 놓고 알아서 마을을 찾아가라는 게임이 뎀로크였다.
‘하긴 그러니까 뎀로크 출신 유저들이 갓오세에서 죄다 전투직을 하고 있겠지.’
피식 웃은 도현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파티 하죠.”
“나이스! 잘 생각하셨습니다!”
“휴…… 근접 딜러 한 명 필요했는데 다행이다.”
“그러니까 왜 하필 다 원거리 직업을 하냐고.”
“남자는 궁수지, 암.”
“가상현실인데 마법 써 보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어딨어? 마법 꼭 써 보고 싶었단 말이야.”
수락하자 방긋 웃으며 반겨 주는 그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들이었는데 서로 친구 사이인지 화기애애했다.
그런 그들의 대화에 도현이 힐끔 그들의 무기를 살폈다.
‘활잡이 하나, 법사 하나, 탱커 하나라…….’
막상 파티를 만들고 나니 근접 딜러가 없어서 검을 들고 있는 도현을 보고 잽싸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겨우 파티를 완성한 걸로 저리 신나 하는 게 때 묻지 않은 뉴비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럼 파티 신청 걸게요.”
“예.”
[‘방패최고’ 님께서 파티 가입을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확인을 누르자 왼쪽 밑쪽에 반투명하게 떠오르는 홀로그램창.
[‘방패최고’ 님의 파티가 형성됩니다.] [파티장]-방패최고 [LV 1.>
[파티원]-미간딱대 [Lv 1.>
-유빈뀽 [Lv 1.>
-카이저 [Lv 1.>
게임 닉네임답게 참으로 특색 있는 닉네임들이었다.
무슨 직업을 원하는지 훤히 드러나는 이름들이랄까. 닉네임을 보고 반응한 건 도현만이 아니었다.
“어? 카이저?”
방패최고가 도현의 이름을 보고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아, 뎀로크 출신 유저가 랭커에 많다 했지.’
그들 대부분이 뎀로크 시절 이름을 그대로 따오곤 했다.
지금은 잊혔다고는 하지만, 카이저라는 이름에 반응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도현이 생각하는 그런 반응과는 조금 달랐다.
“오, 카이저 님. 카이저 팬이시구나?”
“카이저? 그게 누군데? 유명한 사람이야?”
“아, 있어. 뎀로크 시절 랭킹 1등. 갓오세가 뎀로크 따온 거 알지? 그래서인지 마니아층이 제법 두터워.”
“그래도 요즘 카이저 팬은 드문데 진성팬이신가 보다. 이름까지 카이저로 지으시고.”
“…….”
도현이 카이저일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 편하게 떠드는 파티원들.
그들은 카이저를 무슨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의 유물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이게 맞지.’
내심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이게 지금 카이저의 위치였다.
그래도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근데 저 말대로라면 나랑 닉네임 같은 사람이 많을 수도 있겠네.’
어쩌면 파티를 했는데 파티원이 카이저인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짭카이저를 만나면 무슨 기분일까 생각하던 도현이 피식 웃는 사이 정비를 마쳤는지 방패최고가 외쳤다.
“자, 그럼 사냥하러 가 볼까요?”
“12렙 후딱 찍으러 가자구요.”
“가즈아!”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이었다.
* * *
사냥감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사방천지가 고블린이니 굳이 멀리 갈 이유가 없었다.
적당히 다섯 마리 정도 모여 있는 고블린 앞에 자리 잡은 일행이 나름대로 포지션을 잡았다.
“제가 우선 전방에 있을게요. 카이저 님도 제 옆에서 같이 서브탱 겸 딜러 역할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간이랑 유빈이는 뒤에서 딜 잘 넣어 주고.”
“오케바리~ 미간에 지대로 꽂아 줄게.”
“응응! 맡겨만 둬!”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처음 하는 사냥인데도 잘 지휘하는 방패최고.
정말 교과서적인 사냥 포지션이였다. 특색은 없지만, 그만큼 흠잡을 데 없는 가장 기본적인 포지셔닝.
‘나쁘지 않네.’
그렇기에 도현도 군말 않고 따랐다.
흡족했는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인 방패최고가 방패를 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고블린과의 거리가 4m쯤 된 순간.
키킥? 킥!
평화롭게 서 있던 고블린이 반응하더니 냅다 손에 든 단검을 휘두른다.
일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선공하는 전형적인 선공 타입 몬스터.
처음이라면 당황할 법도 하지만, 방패최고는 침착하게 방패를 들어 막아 냈다.
그걸로 멈추지 않고 위로 밀어내더니 냅다 방패를 휘둘렀다.
깡!
[‘방패최고’ 님이 그린 고블린에게 상태이상을 걸었습니다.] [그린 고블린이 1초간 기절합니다.]“배쉬 넣었어! 다들 공격해!”
방패 무기의 기본 스킬인 배쉬였다.
겨우 1초의 스턴이지만, 전투 상황에서 1초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움직이는 적을 맞히는 게 어렵지, 가만히 있는 적이야 샌드백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미간딱대!”
“간다!”
기다렸다는 듯 화살을 쏘는 미간딱대와 마나볼트를 날리는 유빈뀽.
순식간에 점사를 당한 그린 고블린이 쓰러지자 옆에 있던 동료 고블린들이 화들짝 놀라 달려들었다.
키릭! 키익!
키이익!
목표물은 다름 아닌 방패최고였다.
가장 가까이 있는 방패최고에게 동료를 잃은 분노를 표하는 것이다.
다급히 방패를 들고 최대한 막아 내는 그였지만, 그래 봐야 이제 막 전직한 1레벨 유저.
힘에 부치는 건 어쩔 수 없는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크윽…… 힘들어, 빨리 잡아!”
하지만 유빈뀽의 경우 공격 수단은 마나볼트뿐.
쿨타임이 8초로 짧고 강력하다곤 해도 지금은 쿨타임이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간딱대의 화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
지금 필요한 게 근접 딜러였다.
타앗! 서걱-!
키에에엑!
빠르게 다가간 도현이 한눈을 팔고 있는 고블린을 베자 놈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든다.
방심한 틈에 큰 대미지를 받아 위협적이라 판단한 것.
하지만 도현은 무시하고 한 놈을 더 팼다.
푹!
키엑!! 케엑!!
그러자 화가 난 고블린들이 도현에게 달려들었으나, 타이밍 좋게 방패최고가 ‘배쉬’를 넣었다.
[‘방패최고’ 님이 그린 고블린에게 상태이상을 걸었습니다.] [그린 고블린이 1초간 기절합니다.]졸지에 뒤통수를 후려 맞은 놈이 멈칫한 사이, 쏘아지는 화살들.
전부 맞지는 않아도, 팔이며 다리며 화살이 박히고 있었다.
양쪽에서는 어그로를 나누며 교란하고 뒤에서는 화살이 날아오니, 고블린들은 아주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다.
“카이저 님, 나이스!”
덕분에 편해진 방패최고가 따봉을 날리는 것도 당연한 일.
이대로 가면 무난하게 잡을…….
[그린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그린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공적 분배로 ‘방패최고’ 님이 그린 고블린의 가죽을 획득합니다.]“……응?”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죽은 고블린 두 마리에 방패최고가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공격도 들어오지 않는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그가 방패를 내리자 보였다.
쓰러진 고블린 두 마리를 밟고 서 있는 도현과 도현에게 모두 어그로가 끌려 있는 고블린들의 모습이.
“……이게 무슨.”
왜 어그로가 탱커인 자신이나 원거리 딜러들이 아닌, 한 대씩 툭 때린 저 남자에게 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은 둘 중 하나였다.
어그로 스킬을 가지고 있거나 순간적으로 균형이 안 맞는 폭딜을 집어넣었거나.
10레벨도 못 찍은 지금, 어그로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럼 지금 우리 전부가 넣은 딜보다 저 사람이 한 대씩 때린 게 더 딜이 세다는 소리야?’
그것도 모든 어그로가 쏠릴 정도로?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순간 뇌 정지가 와 있을 때였다.
“뒤, 뒤에!”
“……어어?”
미간딱대와 유빈뀽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방패최고가 뒤를 돌아봤다. 동시에 그의 눈이 커졌다.
그런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초록색 피부.
키륵, 케륵!
케케케!
그건 무려 열 마리에 달하는 그린 고블린 무리였다.
“……미친.”
아직 세 마리나 남아 있는 상황에 열 마리가 더 온다고?
아니, 범위를 침범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고블린들이 왜 몰려오고 난리란 말인가.
그 의문은 놈들의 몰골을 본 순간 해결되었다.
“……화살.”
익숙한 화살 하나가 놈의 팔에 박혀 있었으니까.
미간딱대가 흥분해서 쏘아 댄 애먼 화살 몇 개가 놈들에게 향한 모양이었다.
주변에 고블린이 워낙 많아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럴까 봐 최대한 어그로를 붙잡고 사냥하던 건데 젠장!’
놈들은 5m 이내로만 들어오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주변에 고블린 무리가 많아도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는 거였지만, 그런 놈들이 반응하는 특수한 상황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원거리 공격을 받았을 때.
그때만큼은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 자신을 공격한 유저를 찾아 달려오는 것이다.
“미, 미안…… 내가 잘못 쐈나 봐. 진짜 미안. 미안해요, 카이저 님. 아…… 진짜 나 왜 이러지?”
“아니, 어떡해? 우리 도망쳐야 하는 거 아냐?”
사태의 원인인 미간딱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횡설수설하고 있고, 유빈뀽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파티장인 방패최고가 뭐라도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상황.
하나 아무리 이론적으로 마스터를 했더라도 그도 실전은 처음이었다.
하물며 첫 실전부터 이런 대참사가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만큼 상황 판단이 빠르게 될 수가 없었다.
“어…….”
키륵! 케르륵!
그가 잠시 어벙하게 있는 사이,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고블린 무리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방패최고가 다급히 외쳤다.
“이건 못 잡아. 일단 내가 기절시킬 테니까 도망……!”
하나 그런 그의 오더가 다 내려지기도 전.
탓!
“어어?”
“무, 무슨……!”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그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검사.
카이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