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130화.
히든 NPC.
일종의 히든 피스로 일반적인 방법으론 만날 수 없는 NPC들을 뜻한다.
까다로운 히든 조건들을 달성해야만 가까스로 만날 수 있으니 당연히 조우하기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 모험왕 바리온마저 여태 네 명밖에 만나지 못했을 정도.
‘가밀리온 이후론 처음이니까 두 번째인가.’
그런 존재를 겨우 41레벨에 벌써 두 번이나 만났다.
엄청난 기연임이 분명했지만, 도현은 왜인지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무법자들 피해 다니는 것도 서러운데 도와줄 사람 한 명이 없어서 어찌나 힘들던지……. 그래도 어떤 한 무리가 제 지도를 해독하긴 했던데, 아니 해독하면 뭐해요? 저를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데.
“그랬군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방법을 바꾸기로 했죠. 제 위치를 남기는 거론 안 되겠더라고.
“……스킵.”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냐면요……. 듣고 있어요?
저 진 루드델이라는 히든 NPC가, 어쩐지 레이븐의 즈린나가 생각나는 엄청난 수다꾼이었던 것이다.
‘와……. 나 귀에서 피날 거 같아, 주인.’
‘리자리자…….’
‘언제든 말만 하십시오, 주군. 처리하겠습니다.’
‘넌 보이지도 않잖아.’
‘크흠…….’
오죽하면 말이 많은 편인 지하드마저 두 손 두 발을 들 정도였다.
특히 녀석들은 보이지도 않은 채, 저 살벌한 길이의 말만 듣는 입장이라 더 피곤하게 느껴질 듯했다.
‘신기하네. 들어보면 다른 유저들은 목소리도 못 들은 거 같은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진 루드델이 굳이 암호나 지도를 남길 리가 없었을 터.
주인인 자신이 저 남자를 인식해서 가디언들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가?
아무래도 정황상 그게 맞는 듯했다.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기왕 보게 해줄 거면 그냥 다들 보게 해주지는…….’
애매하게 이게 뭔가 싶긴 한데 별수 있나.
진리의 눈이라는 특성 자체를 도현도 100% 다 안다고 확신할 수 없는 판국이니.
그나마 소리라도 가디언들이 들을 수 있는 걸 감사해야 했다.
안 그랬으면 저 투머치토커의 긴 말을 요약해서 설명해줘야 했을 거다.
-아, 미안해요. 너무 오랜만에 사람이랑 대화를 해봐서 정신이 없었네. 그쪽도 한 몇 년 사람하고 연 끊겨봐요, 그럼 이해할걸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너무 저만 말한 거 같아서 미안하네. 갑자기 웬 유령이 나타나서 궁금한 게 많을 텐데 어디 그쪽도 한 번 말해봐요.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던가.
죽빵이 몹시 마려운 걸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아낸 보람이 있었다.
드디어 입을 다물고 경청할 준비가 된 진 루드델을 보며 도현이 생각을 정리했다.
‘하도 정신없이 떠들어서 정리도 안 되네.’
그나마 알아들은 건 마지막에 한 몇 년 만에 말해본다는 것 정도였다.
저 말대로라면 자신이 최초로 발견했다는 뜻.
이건 중요했다.
히든 피스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최초로 발견된 히든 피스는 그 가치가 더욱 큰 법이었으니까.
‘후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 도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궁금한 건 세 가지입니다.”
-오호, 그게 뭡니까?
첫 번째는 저 무법자들은 뭐 하는 것들이고, 무얼 찾고 있는가.
두 번째론 진 루드델은 왜 숲에 있으며,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게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달의 기운이 충만한 만월이 뜨는 밤에 한해서, 저것들과 저는 현세에 내려올 수 있어요. 정확히는 저놈들의 수장이 가진 특수한 아이템 때문인데…….
설명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저놈들이 특수한 기운을 지닌 아이템을 통해 현세에 처음 내려온 날, 마침 진 루드델이 죽었다.
덕분에 성불을 하기 전 그 기운에 이끌려 현세에 강림해버린 것.
그렇게 갈 곳을 잃어 저승으로도 이승에도 머물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게 현재 그의 입장이었다.
-저 썩을 놈들이 어디서 나타난 존재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누군가의 명령을 수행하는 거 같았으니까요.
“……그럼 그쪽은 그냥 정처 없이 떠도는 게 끝입니까?”
-에이, 그것뿐이면 살만하게요. 저놈들은 저 잡는다고 혈안이지. 라이칸스로프들은 제가 보여서 저 볼 때마다 짖지……. 이리저리 피해 다니느라 나름 바빠요, 저도.
“음?”
이 대목에서 도현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저놈들은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덤비지 않는 것들인데, 왜 피해 다니는지 납득이 되지 않은 것이다.
무언가 피해라도 준 게 아니면…….
-제가 저놈들이 상판 모를 윗대가리한테 바치려고 준비하던 걸 훔쳤거든요.
“…….”
이럼 또 얘기가 달라지지.
단번에 의문이 해결된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었다가 눈 뜨자마자 본 게 저 소름끼치는 외관을 가진 놈들인데, 그걸 훔칠 생각을 했다라…….
‘이걸 대단하다 해야 할지, 정상이 아니라 해야 할지…….’
이걸 배포가 크다 해야 할지, 미쳤다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어쩔 수 없었다고요.
불순한 고민을 한 게 표정에 드러났던 걸까.
진 루드델은 억울해하며 항변했다.
-저것들이 성안으로 들어가 전쟁을 벌일 계획을 늘여놓는 걸 들었는데, 사도님은 이걸 참아요? 에이, 참으면 남자 아니지.
“…….”
-나야 어차피 이미 뒤진 몸이니까, 걸리면 그냥 두 번 죽지 하는 생각으로 쌔볐죠.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도둑질은 좀 잘했거든요. 푸흡, 덕분에 저놈들 눈 뜬 장님 되었잖아요. 숲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맙소사.’
저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간 큰 도둑질 한 번이 도시를 구한 셈이었다.
진 루드델이 훔친 거로 인해 무법자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건 물론, 각종 제약까지 생긴 듯 보였으니.
희대의 영웅의 탄생이 도둑질에서 나왔다니.
외모를 보면 죽었을 당시 30대 초반쯤이나 됐을 텐데 엄청난 포부가 아닐 수 없었다.
‘……역시 도붕이가 아니라 갓붕인가?’
도적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달라지고 있을 때.
-뭐, 얘기는 이 정도면 된 거 같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궁금한 건 뭔데요?
어깨를 으쓱이며 묻는 진 루드델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도현이 표정을 가다듬고 답했다.
“별 건 아니고, 성주를 만날 방법을 아는가 해서요. 꼭 좀 만나봐야 하는데 통 자리를 마련해주질 않네요.”
당연하지만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역사에 길이 남아 마땅한 희대의 대도이긴 하지만, 뭐가 됐든 결국엔 도둑. 도둑의 신분인 사람이 성주를 만날 방법을 알 턱이 있나.
살아생전에도 그럴진대 이미 영혼이 된 지금은 더 신빙성이 없었다.
‘지금 내가 뭐 가릴 때냐.’
그럼에도 구태여 물어본 이유는, 그야말로 지푸라기 잡는 심정에서 나온 질문일 뿐이었다.
기대라곤 조금도 하지 않는 형식적인 물음.
-어? 성주? 설마 내가 아는 그 성주요? 성의 주인?
분명 그랬는데…….
-잘됐네! 안 그래도 염치없이 부탁해도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럼 꺼릴 게 없지!
“성주를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내 조카인데.
“헐……?”
그 지푸라기가 대박이 터졌다.
* * *
만월이 떠오른 밤, 숲 깊숙한 곳.
그곳에는 하나의 동굴이 있다. 안에 곰이 사는 거 아닐까 싶을 만큼 거대한 동굴.
대놓고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지만, 이곳에 발을 들이는 이는 없었다.
정확히는 만월이 뜬 밤일 때 말이다.
“만월일 때 가면 미친놈이지.”
“보상도 같은데 뭐하러 만월 때 감? 졸업 퀘도 아니고.”
“보스 능력치 30% 증가되는데 경험치랑 아이템 그대로인 건 진짜 선 넘은 거 아니냐고.”
“심지어 파티도 안 됨. 괜히 벽돌겜 차기작이 아니라니까.”
모든 보상은 그대로인데 난이도만 미친 듯이 올라간다?
심지어 그 던전이 솔플 던전이다?
이건 정말 깨러 가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데스 페널티가 있는 갓오세에서라면 더더욱
그러나 어디에든 사정이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
“아, 퀘스트 제한시간 때문에 깨야 하는데…….”
“난 직퀘야. 아 씨X……. 왜 하필 지금 만월이 뜨는 건데.”
“하……. 스트레스 받는다. 템 지르고 와야 하나.”
직업 퀘스트나 중요한 퀘스트를 깨야만 하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도현도 그중 하나였다.
-주인, 기분 좋아 보이네.
“당연히 좋지, 인마.”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도현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아니, 밝다 못해 입꼬리가 찢어지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었다.
눈 앞에 떠 있는 퀘스트창 때문이었다.
[진의 부탁]-등급 : 희귀+
-설명 : 아무도 모르게 도시의 영웅이 된 도둑, 진 루드델.
사실 그에겐 출생의 비밀이 있었으니, 비록 지금은 파문당했으나 과거 현 성주의 삼촌이었다.
그런 그가 성주에게 꼭 전해줘야 할 물건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물건이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서식처에 숨겨져 있다는 것.
유령이 된 그를 대신하여 물건을 찾아오자.
-진 루드델의 물건 (0 / 3)
-퀘스트 성공 시 : 진 루드델의 호감도 상승, 연계 퀘스트 ‘삼촌의 물건’ 생성.
-퀘스트 실패 시 : 연계 퀘스트 불가 및 퀘스트 삭제.
‘크으.’
진 루드델.
히든 NPC이자 무려 사르기스 성주의 삼촌인 남자.
-그 녀석에게 꼭 알려야 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곳에 다신 안 돌아오려 했는데 돌아온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한데 보다시피 그 전에 죽어버렸네요, 하하!
‘……다 좋은데 왜 그런 곳에 있는 거죠?’
-제가 죽은 곳이 거기거든요. 잘 숨기고 나왔다 생각했는데……. 하필 거기서 마주쳐서는 쯧.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 안 되나 봐요.
‘…….’
동시에 운이 지지리도 없는 남자이기도 했다.
하여튼 그런 그의 부탁에 도현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게 이렇게 되네.’
그냥 희대의 도둑이라 생각했던 자가 사실은 성주의 삼촌씩이나 되는 위인이었다니.
우연도 이 정도면 운명이었다.
이래서 가밀리온이 그토록 운명을 부르짖는 건가.
‘뭐, 원래는 이렇게 쉽게 얻을 퀘스트가 아니었겠지.’
이건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전 그 신비한 기운에 노출된 거에 불과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저만 못 보더라고요. 제대로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물건이 있는 위치를 최대한 표시하려 해봤는데……. 다들 왜 그렇게 못 알아봐요? 아니, 못 알아보는 것까지야 그렇다 쳐. 왜 가놓고 정작 물건은 두고 나오냐고요! 그걸 들고 와야지! 그래야 날 보던가 할 거 아니냐고!
동굴에 숨겨져 있다는 물건.
본래는 그것을 획득해야 시작되는 히든 퀘스트였던 것이다.
차마 그곳으로 가자니, 유령을 볼 줄 아는 라이칸스로프의 특성상 무서워서 못 가겠고.
답답함에 분통이 터져 열변을 토해내던 진 루드델의 모습이 지금도 선했다.
‘대체 어떻게 숨겼길래 아무도 못 찾은 거야?’
이건 너무 잘 숨겨서 문제였던 걸까. 진 루드델이 힌트라고 남긴 흔적이 너무 개판이었던 걸까.
그도 아니면 유저들의 센스가 부족했던 걸까.
문득 궁금해졌지만, 뭐가 됐든 알 바는 아니었다.
진리의 눈 덕에 손쉽게 히든 퀘스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역시 진리의 눈이 사기라니까.’
사기도 이런 개사기가 없다.
늘 경험하면서도 경이로운 성능에 그저 감탄만 나올 따름이었다.
-그런데 주인…….
“왜.”
-……여기 사람 좀 많은 거 같지 않아? 뭔가 분위기도 좀 이상한데.
-리자리자…….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레 묻는 지하드와 엘리자.
두 녀석의 말대로였다.
웅성웅성-
정작 오는 길에는 사람이 없더니, 동굴 앞에는 상당한 수가 밀집되어있었으니까.
만월이 떠 있어 기피해야 하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
아무리 어쩔 수 없이 클리어하려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해도, 이 정도 수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야 당연했다.
“이거 다 던전 깨러 온 사람들 아니야.”
저들의 목적은 던전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이곳에 모인 이들 90%는 다른 곳에 목적을 두고 있을 것이다.
-엥? 그럼?
-리자?
-음.
고개를 갸웃하는 두 녀석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침음을 내는 찰리.
하나 그들은 곧 알 수 있었다.
“아, 씨X! 또 똥색이야!”
“나이사아아!!!”
“야야, 기도부터 해야지 새끼야. 그거 때문에 지금 온 건데.”
“아, 맞네. 고맙다야. 노란색 뜨면 밥 한 끼 쏠게.”
“그래 새꺄.”
투X드래곤에 빙의하여 울부짖는 남자와 분노에 차 무릎 꿇고 오열하는 남자.
그리고 동굴 밖 만월을 보며 기도하는 무리들까지.
비정상적이기 그지없는 광경에 슬쩍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저 무리들처럼 만월을 보며 기도하는 도현이 보였다.
-아.
지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게 이거였구나.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한데 묘하게 익숙하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