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131화.
명당.
보통 도시마다 두세 개씩은 있는 핫플레이스.
심지어는 초보자 도시 아르데조차 두 개는 있는 게 명당이란 존재였으나 사르기스는 달랐다.
‘결과적으로 두 개라 할 수 있지만…….’
언제나 두 곳인 게 아니다.
기본적으론 하나지만, 만월이 떠오른 밤에 하나의 명당이 추가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이곳,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서식처 앞이었다.
‘명당 중에서도 최고 명당은 역시 한정판 명당이지.’
자고로 뭐든 한정판에는 추가 가치가 붙는 법.
그건 유사과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저 아름다운 만월의 기운까지 빌리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이보다 완벽할 수가 없는 성지가 바로 여기인 것이다.
물론 지하드의 의견은 달랐다.
-미쳤어…….
뽑기만 했다 하면 눈이 회까닥 돌아버리는 주인의 모습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왔으니까.
엘리자도 보지 않겠다는 듯 가녀린 두 팔로 눈을 가리고 있지 않은가!
-음!
하나 이 놀라운 광경에도 당황하지 않는 자가 있었으니.
-의식의 순간이군!
이 순간을 기다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찰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중한 얼굴로 경계를 섰다.
세상 누구보다 근엄한 모습에 기도를 마치고 그 모습을 본 도현이 엄지를 들어올렸다.
“훌륭한 자세로다.”
-송구스럽습니다, 주군. 이 미천한 검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아주 좋아.”
과연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자세였다.
흡족한 얼굴이 된 도현이 허공에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카드깡을 시작한 것이다.
-……이해를 포기할래.
-리자리자…….
이번만큼은 부정하지 않고 끄덕인 엘리자가 주머니 밖으로 빼꼼 내밀었던 고개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현은 눈앞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도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었다. 전설급 보스를 잡을 때도 이만큼 집중하지는 않았다.
[랜덤 스킬 뽑기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하급 스킬 뽑기권도 아니고, 중급도 아니고, 상급도 아니다.
무려 랜덤 스킬 뽑기권!
‘전설급을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기껏해야 영웅급까지 나오는 상급 나부랭이와는 차원이 다른 뽑기권인 것이다.
뎀로크 시절에는 이 랜뽑권을 가장 증오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히든 퀘스트마저 손쉽게 얻어내 버린 희대의 사기 특성!
진리의 눈의 가호가 있는 한, 전설급을 노려보는 포부를 부려도 전혀 오만하지 않다.
-……꼴값 떤다, 증말.
“넌 이 맘 모를 거다, 이 카드깡의 맛도 모르는 우매한 것아.”
-이런 게 우매한 거라면 우매한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주인.
‘간다!’
지하드의 태클을 가볍게 무시한 도현이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뽑기를 진행했다.
촤라락-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효과음을 내며 열 장의 카드가 공중에 떠올랐다.
동시에 남들에겐 보이지 않을 빛이 새어 나왔고,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에라이.”
도현의 입에서 맥 빠진 한숨도 함께 새어 나왔다.
-엘리자, 뒤로 빠져있자. 불똥 튈라.
-리자…….
-매번 저러면서 왜 이런 곳을 찾아오나 몰라.
-리자리자.
눈치 빠른 지하드가 엘리자를 데리고 뒤로 슬쩍 빠졌다.
그러면서 뭐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다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확률이 이러냐.’
똥색 8개, 은색 1개, 노란색 한 개.
누가 주작한 건 아닐까 싶을 만큼 기가 막힌 비율이었던 것이다.
이러니 뎀로크에서 희귀만 떠도 감지덕지하며 살았지…….
‘꾸꾸는 어떻게 그렇게 영웅급을 잘 뽑았던 거야? 나랑 다른 세계에 사나?’
누구는 진리의 눈 가지고도 이러고 있는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하기야 이게 뽑기망겜의 비애 아니겠는가.
그래도 이번엔 전처럼 세 개 중 꽝을 고르는 참사를 겪진 않아도 된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어차피 골라야 할 카드가 한 장뿐이었으니까.
[스킬 카드를 선택하셨습니다.]때문에 도현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카드를 선택했다.
그런 도현의 표정은 다소 시큰둥했으나, 이내 뽑힌 카드를 본 순간 더는 그 시큰둥한 얼굴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영웅 스킬 ‘소드 오러’를 획득하셨습니다.] [소드 오러]-등급 : 영웅
-제한 : 검사 계열
-설명 : 소드 마스터의 자격, 소드 오러.
검에 유형화된 마나를 두르는 오러는 검술의 위력을 강화시키며 혼에 피해를 입히는 참격을 구사할 수 있다 한다.
-효과 : 검에 마나를 둘러 검술 관련 공격의 위력과 절삭력이 높아진다.
물리력에 피해를 입지 않는 유체화한 적이나 마법에 대항할 수 있게 되며 재사용 시 모든 소드 오러를 사용하여 참격을 가한다.
참격 사용 시 소드 오러가 해제된다.
-쿨타임 : 지속 해제 이후 180초
‘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드 오러.
그것은 도현이 뎀로크 시절, 패링과 함께 가장 애용하던 스킬이었으니까.
‘검사 스킬 중에 꼭 얻어야 할 스킬이었는데.’
도현이 올마스터이긴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결국 검이다.
가장 잘 다루는 무기이자 익숙한 무기니까.
뒤잡기와 은신이 암살자의 사기 스킬인 것처럼, 소드 오러는 검사의 시그니처 스킬이자 사기 스킬 중 하나.
전설급 스킬이 없던 도현에겐 소드 오러가 최고의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크으……. 이럼 또 말이 다르지.’
무슨 확률이 이따위냐며 푸념을 늘여놓던 도현은 이미 없었다.
노란색이 하나밖에 안 떠? 전설이 없어?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그 하나가 무려 소드 오러인데!
전설이 아닌 건 아쉽긴 해도, 자신의 최애 스킬을 줬는데 만족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뭐야, 좋은 게 떴나 본데?
-음! 다행일세.
-리자리자.
그런 도현을 보며 가디언들이 중얼거렸다.
방금까지 불평불만 가득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헤벌쭉 웃고 있는 주인의 태도 변화가 신기했던 것이다.
스윽.
그 속닥거림을 들으며 도현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그리곤 밤하늘을 은은하게 비춰주고 있는 저 아름다운 달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믿습니다…….”
역시 성지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명당에 대한 도현의 흔들리던 믿음이 다시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다그닥- 다그닥-
[……찾…… 아라……. 놈을…… 찢어…… 죽이리라…….] [꼭……. 그것을…… 되찾아야 한…… 다…….] [이곳이…… 아닌가…….]-아오, 저 썩을 롬들. 숨어다니기도 힘드네 이제.
수풀 뒤에 숨어 무법자들이 떠난 걸 확인한 진 루드델이 한숨 어린 푸념을 내뱉었다.
다리가 없어 발소리가 나지 않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오랜 도적 생활과 숙련된 도둑질로 갈고닦은 도주 능력이 빛을 발해서 망정이지, 다른 놈이었으면 진작 잡혀 찢겨나갔을 거다.
-사도들도 다 찢겨나가는 판국에 내가 버틸 리가 없지. 어우, 상상하니까 소름 돋네.
그는 수년이나 도망 다녔고, 그만큼 많은 걸 봐왔다.
병사들부터 기사들.
그리고 신의 사도들이라는 양반들까지 죄다 무법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쪽도 못 쓰고 처참하게 스러지는 것을.
-죽어서 이게 뭔 고생이냐.
솔직히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그나마 남은 양심이 찔려 차마 그러지도 못했다.
‘이것’을 놈들에게 주면 그야말로 성이 쑥대밭이 될 테니까.
‘그놈한테 전해줘야할 것도 있고……. 그래, 지금까지 버틴 게 있는데 억울해서 이대론 못 가지.’
쯧 혀를 차며 털썩 주저앉은 진 루드델은 문득 좀 전에 만났던 남자를 떠올렸다.
‘그 양반은 잘 하고 있으려나?’
자신을 발견한 것도 그렇고, 뒤에 따라다니던 심상치 않던 이들도 그렇고.
여러모로 특이한 남자였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겠다 싶어서 냅다 물건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지금은 만월이라 그 늑대 새끼 겁나게 셀 텐데.’
떠돌이 영혼 생활을 하며 봐온 결과, 수많은 사도들이 힘겨워하는 마물임을 알 수 있었다.
만월이 뜬 밤에는 불사자인 그들조차 웬만하면 사냥을 시도하지 않는다던데…….
불사자라 해도 괜히 사지로 내몬 건가 찝찝했다.
‘뭐, 자신이 있으니 나섰겠지.’
이내 어깨를 으쓱인 진 루드델이 몸을 일으켰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있으면 놈들이 흔적을 찾아 돌아올 수 있다.
놈들에게 혼란을 주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혹시라도 다른 이들이 찾을 수 있게 흔적을 뿌릴 심산이었다.
‘어? 잠시만. 지금 만월이잖아.’
그때였다.
퍼뜩 떠오른 한 가지 정보에 진 루드델이 움찔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쉐도우 라이칸스로프가 문제가 아니었다.
‘만월이면 그 ‘괴물’이 숨어있을 텐데……?’
만월이 떠 있는 밤 동굴에서 죽음을 맞이한 순간, 진 루드델은 얼핏이지만 보았다.
사아아-
그곳에 잠들어있던 소름끼치는 존재감을.
그저 마력의 흐름만 간신히 보여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보는 순간 무력감이 상실되는 기분이었다.
호기심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진 루드델이었기에 결국 나중에 생각나서 다시 가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만월에만 나타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에이, 나도 영혼이 되어서야 볼 수 있던 거니 엮일 리가.’
피식 웃으며 넘기려던 진 루드델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그 남자가 영혼인 자신을 찾은 걸 떠올린 것이다.
‘……에이, 아니겠지?’
설령 발견한다 해도 굳이 건들지만 않으면 상관없을 거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아무리 불사자라도 여간 미친 게 아니고서야 그 정도로 무대포이진 않을 거다.
그렇게 믿고 있는…… 아니, 믿고 싶은 진 루드델이었다.
* * *
[던전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서식처’에 입장하셨습니다.]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서식처]-등급 : 희귀+
-타입 : 솔로 던전
-특성 : 단일 보스
-설명 : 어두운 그림자가 된 라이칸스로프의 왕.
그의 그림자라도 본 자는 산산조각으로 찢긴다고 전해진다. 그런 쉐도우 라이칸스로프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입장 제한 인원 : 1인] [입장 레벨 제한 : LV 49 이하]기분 좋게 스킬을 뽑고 던전에 입장한 도현이 메시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원래는 졸업 레벨까지 찍고 오는 곳인데.’
사르기스의 졸업 레벨은 49레벨.
그리고 이곳의 레벨 제한도 49레벨 이하.
솔플 던전이라는 위험성 때문에 보통 유저들은 졸업 레벨까지 찍고 오는 게 가장 보편적인 공략 방법이었다.
크르르르…….
이는 단순히 안정성을 추구해서도,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반겨주는 보스 때문도 아니었다.
[쉐도우 라이칸스로프가 특성 ‘약자혐오’를 발동합니다.] [상대가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만큼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신체 능력이 증폭합니다.]약자혐오.
약자를 상대할수록 강해지는 치졸한 특성 때문에 최대 레벨을 찍고 와야 비로소 공평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현의 레벨은 겨우 41레벨.
[레벨 차이가 큽니다.]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만월의 기운을 받아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의 능력치가 증폭됩니다.]약자혐오의 뽕을 아주 제대로 뽑아먹을 수 있는 악조건이었다.
심지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만월의 기운을 받아 능력치 뻥튀기까지. 그게 느껴진 건지 놈이 저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고 히죽거리며 웃는다.
크르르…… 크르.
3M는 훌쩍 넘는 게 일반 라이칸스로프들보다 압도적으로 덩치가 큰 놈이었건만.
아주 양심 없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비열한 놈의 웃음을 마주한 도현이,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이 정돈 되어야지.’
소드 오러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