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35)
제135화
135화.
신수.
마물 따위가 아닌 고도의 지능과 신비로운 힘을 지닌 영물.
가디언계의 끝판왕이자 테이머들의 최종목표인 신수는 하나같이 고귀한 존재들이었다.
‘분류상 지하드를 신수로 치긴 했지만……. 진짜 신수라 하긴 애매하지.’
지하드가 특이한 이레귤러적 존재일 뿐.
자고로 신수라 함은 사람의 상식을 벗어나는 아득한 힘을 자랑하기 마련이었다.
최소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존재들이었으니까.
‘청룡이나 백호 같은 존재들.’
그들마저 신수중에서 상위권일 뿐, 최상위권은 아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제국의 NPC들마저 존중해주는 게 신수였다.
‘이젠 하다하다 신수랑 싸우네.’
그렇기에 그 신수랑 싸우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그냥 신수도 아니다. 무려 고대 왕의 신수. 처음 보는 신수라 풀린 정보는 없지만, 고대 왕의 신수이니 약할 리 만무.
어쩐지 비밀 던전의 악명에 비해 너무 쉽게 간다 했다.
[아르라기니]-타이틀 : 고대의 신수
-타입 : 뱀
-특성 : 봉인 당한 상태입니다.
-설명 : 고대부터 아주 긴 세월을 살아온 신수의 허물입니다.
왕의 곁을 수호했던 신수로 신비로운 힘, 강인한 육체와 독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체가 아닌 허물이라 신비로운 힘을 사용할 수 없으며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 게임이 아주 양심이 없지는 않았다.
저 거대한 존재는 완전한 신수가 아닌, 신수의 허물이었으니까.
하기야 이 구간에서 고대 왕의 곁을 지켰다는 신수를 일대일로 상대하라는 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지금 형평성이 맞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쿠웅.
허물에 불과함에도 느껴지는 압박감이 엄청났으니까.
파멸자 게이먼은 그래도 맞승부가 가능한 사이즈였지, 이건 뭐 그냥 괴수 대전이 따로 없었다.
철혈의 마용종 때가 생각나는 건 크기였으니까.
사아-
놈이 파충류 특유의 금색 눈을 번뜩였다.
눈빛이 어딘가 조금 탁해 보이는 게 마치 시체처럼 느껴지는데 오히려 그 점이 더 섬뜩했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게, 한 번만 실수해도 저 커다란 입속으로 삼켜질 것만 같다.
그뿐이랴. 저 검은색 비늘은 하나하나가 도현의 얼굴보다 컸다.
저쯤 되면 봉인이고 뭐고 신체 능력만으로도 다 씹어먹고 다니지 않을까.
‘진짜 이 미친 게임……. 뭔 스케일이 매번 이러냐.’
하여튼 메인 퀘스트와 엮이기만 하면 난이도가 미쳐 날뛰지.
본래 3년 후에나 진행될 메인 퀘스트를 강제로 당겨온 것이니 어쩌면 당연하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미친 난이도였다.
‘메인 퀘스트 만든 것들 머릿속 해부 한 번 해봐야 한다니까.’
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도현은 최선을 다해 긍정 회로를 그렸다.
‘침착하자.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뎀로크나 갓오세나 운빨X망겜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바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리스크가 크면 그만큼 돌아오는 것도 크니, 저런 괴수를 잡으면 엄청난 보상이 나타날 게 분명했다.
[천변(千變)이 ‘찬란한 탁시넬의 푸른 검’으로 변형됩니다.]‘그래, 한 번 해보자.’
지금도 이미 충분히 얻을 건 얻었다.
굳이 완수하지 못해도 손해는 없었지만, 혹시 모르지 않나.
저놈을 잡고 나면 전설급 보상이라도 얻을지!
그 혹시 모를 확률을 두고 이 유일무이한 기회를 포기하는 건 도현의 사전에 없었다.
타앗!
선빵필승!
이번에도 그 법칙을 지키며 돌진하자, 아르라기니가 몸을 휙 돌렸다.
콰가가각-
간단한 꼬리 후려치기 동작.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면이 갈려 나갔다.
[아르라기니에게 뒤잡기를 사용합니다.] [표식이 생성됩니다.]까앙!
순간적으로 뒤를 노려 기습했으나 단단한 비늘을 뚫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데미지가 아주 없지는 않았던 걸까.
휘릭-!
아르라기니가 몸을 급격하게 틀었다.
뱀답게 저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도 말도 안 되는 각도로 유유히 몸을 틀어내더니, 정신을 차린 순간 도현의 주변을 온통 몸으로 감싸고 있었다.
꽈악-
그대로 꽈리를 트는 아르라기니.
엄청난 속도로 행한 꽈리틀기는 강철마저 찌그러트리기에 충분한 기세였다.
하지만 정작 아르라기니의 표정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뒤잡기를 재사용합니다.] [표식이 사라집니다.]가까스로 뒤잡기를 사용한 도현이 빠져나간 것이다.
심지어 그 직후 몇 차례 검을 찔러넣은 탓에 비늘이 살짝 상해있었다.
쉬식-
요리조리 피하며 잔공격을 날리는 도현이 거슬렸던 걸까.
아르라기니는 곧장 움직이지 않고 파충류 특유의 눈으로 도현을 주시했다.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어도 위험했어.’
스치면 간다는 게 저런 걸까.
맞아보지 않았어도 확신할 수 있었다.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 뒤잡기의 무적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직격당했으면 최소 치명상, 크게는 사망까지 갔을 거라고.
지레 겁에 질려 떠드는 소리가 아니었다.
[HP가 80% 이하입니다.]충격의 여파로 자잘하게 스친 것만으로 벌써 20%가 닳았으니까.
‘신중해야 돼.’
이제 50초 동안은 뒤잡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동안은 돌진베기나 순전히 무빙으로 피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놈도 쉽사리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랄까.
“……지하드, 찰리.”
-예, 주군.
-알겠어! 아이들아, 나타나라.
진지해진 도현의 음성에 찰리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지하드도 곧장 검은 마나를 일으켜 지면에서 8구의 언데드를 소환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x2,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x1, 오크 언데드 x3, 라이칸스로프 x2 개체를 소환합니다.] [군단 조종을 사용하여 모두 한 개체로 판정됩니다.] [군단의 언데드의 50% 이상이 하위 도시의 몬스터로 판정됩니다. 마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 [‘언데드 군단’에게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그어어어- 그어-
순식간에 10 대 1이 된 상황.
[침입자들……. 위험…… 처단한다…….]그에 탐색하듯 살펴보던 아르라기니가 흥분하였는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언데드들이 더욱 빨랐다.
사방으로 흩어진 놈들이 아르라기니의 꼬리와 목덜미를 붙잡은 것이다.
쉬쉭……!
저놈의 강점은 뛰어난 유연성으로 탄력을 내어 발휘하는 강력한 위력.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어어-
그중에서도 역시 발군은 라이칸스로프들이었다.
어둠을 두른 놈들이 두툼한 팔뚝에서 나온 힘으로 목덜미를 제대로 잡아낸 것이다.
-주인, 붙잡아놨어!
-잘했네! 역시 훌륭한 언데드들일세! 그야말로 군주의 재목!
-케헴!
이 와중에도 칭찬을 놓치지 않은 찰리가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붙잡아놨다고는 해도 덩치가 덩치인지라 완벽히 잡을 수는 없었기에, 치고 빠지고를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소드 오러를 사용합니다.] [천변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 [스트라이킹을 사용합니다.]푸욱, 챙-!
딜 각을 놓칠 수 없던 도현이 곧장 삼중 버프를 두르자 확실히 좀 전과는 감각이 달랐으니까.
‘조금씩 박히고 있어.’
치명상까지는 아니어도 확실히 데미지가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꿀 같은 프리딜 타임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달콤한 순간은 짧았다.
쉬에에엑-!
그, 그어어!
둘이 번갈아 가며 검을 휘두르고 빠지고를 반복하자 발버둥 치던 아르라기니가 화가 났는지, 몸을 빙그르르 돌아버린 것이다.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언데드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퍼억-!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가 역소환됩니다.]…….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가 역소환됩니다.]비교적 약한 고블린 언데드들은 감당하지 못하고 역소환되었다.
한 덩치 하던 오크와 라이칸스로프 언데드들마저 벽에 처박힌 채 끙끙대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상위 개체라는 걸까.
그어어!
금방 몸을 일으킨 녀석들이 전투에 합류했다.
그렇게 언데드들이 최대한 시선을 끌면 찰리와 도현이 번갈아서 딜을 넣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을까.
쉬이이익-!!
참다 못한 놈의 움직임이 커졌다.
저 커다란 덩치로 던전을 누비며 종횡무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였으나, 반대로 도현의 표정은 점점 편안해졌다.
자고로 상대의 움직임이 클수록, 예측하기가 쉬운 법.
‘이제 좀 눈에 익네.’
최근 작은 사이즈의 적만 상대하다 저런 초대형 몬스터를 상대해서, 처음에 조금 적응을 못 했지만.
이제는 눈에 훤히 들어왔다.
언제 공격이 들어오고, 어디까지 빠져야 아슬아슬하게 피해낼 수 있는지.
또 어디를 찔러야 효과적인지까지 말이다.
쉬이익! 쉭!
특성까지 모조리 봉인 당한, 그저 신체 능력 하나만 믿고 설치는 커다란 뱀 따위 더는 도현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물며 어그로를 끌어줄 군단과 찰리까지 있다면 더더욱.
-훌륭합니다, 주군!
그어어!
놈이 더는 언데드들에게 몸을 잡혀주지 않았지만, 충분히 신경을 끌어주고 있었으니까.
-리자! 리자리자!
“그래, 너도 잘했어, 엘리자.”
엘리자도 도현에게 올라탄 채 거미줄을 쏘아주고 있으니, 저놈 입장에선 아주 성가셔 죽을 터였다.
휙- 푹!
[아르라기니의 생명력이 70% 이하입니다.] [마나가 50% 이하입니다.]‘더럽게 단단하긴 하네.’
문제는 놈의 단단함이 생각 이상이라는 거였다.
소드 오러까지 두르고 죽어라 팬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30%를 깎았다니.
생명력만 두고 보면 여태 만난 보스 중에서도 단연 톱이었다.
‘이러다 마나가 먼저 닳겠어.’
[자애로운 빛의 효과로 마나 회복력이 200% 증가합니다.]그나마 성왕의 징표 덕에 회복력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마나가 바닥날 게 뻔한 일.
‘안 되겠다.’
여기부턴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었다.
놈의 공격을 쉽게 피하고는 있지만, 긴 장기전이 될 터인데 마나가 부족하면 결국 잡기가 힘들다.
그러다 실수라도 해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놈의 공격에 직격당하면 전세가 뒤집어질 거다.
그 전에 큰 거 한 방 먹여줄 필요가 있었다.
“찰리.”
-예, 주군! 네노옴! 이쪽이 비었구나!
판단을 마친 도현이 신호를 주자, 찰떡같이 알아들은 찰리가 놈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찰리의 검은 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번쩍-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강력한 기운을 머금은 검.
[가디언 ‘찰리’가 빛의 검을 사용합니다.]첫 재회 때 보았던 그 검이었다.
쉬식-!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걸까.
아르라기니가 탁한 눈으로 찰리를 보더니 재빨리 꽈리를 틀었다.
방어 자세를 취할 때 보이는 자세였다.
저 자세를 취하면 급소를 모두 보호하게 되지만, 딱 한 가지 보호하지 못하는 부위가 있다.
‘지금이다.’
놈이 꽈리를 틀 때, 낮춰진 얼굴은 필연적으로 뒤를 향한다.
[뒤잡기를 재사용합니다.] [표식이 사라집니다.]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그때 뒤잡기를 사용하면?
쉬……익?
생물이라면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급소가 모여있는 곳.
아르라기니의 눈 앞에 나타난 도현이 씨익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소드 오러를 머금은 도현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솟구쳤다.
파앗-!
그 기운은 이내 하나의 형상을 갖추었다.
한 마리의 우아한 생명체.
그것은 공작이었다.
[찬란한 탁시넬의 푸른 검의 ‘푸른 공작’을 사용합니다.] [표식에 중첩된 딜에 비레하여 강력한 일격을 가합니다.]찬란한 탁시넬의 푸른 검에 있는 두 번째 옵션.
그것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솨아아-!
3M가 넘어가는 거대한 푸른 공작이 날개를 펴며 놈에게 날아갔다.
-우와…….
-오오…….
그 우아함에 지하드는 물론 찰리마저 순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위대한 라이르 성기사단의 부단장 시절, 탁시넬의 상징이었던 푸른 공작이 이곳에서 강림한 것이다.
-흐읍!
그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잠시.
금방 정신을 차린 찰리가 빛의 검을 휘둘렀다.
뒤에서는 빛의 검이, 그리고 앞에서는 강화된 푸른 공작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아르라기니는 옴짝달싹도 못 하고 멍하니 있었고,
콰아앙-!
이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쉬이이익-!!
고통에 찬 비명소리와 함께 울리는 메시지.
[아르라기니의 생명력이 50% 이하입니다.]그 단단한 방어를 뚫고 한순간에 20%나 깎아내는 데 성공했다.
엄청난 위력에 놈이 꽈리를 트는 것도 잊고 엎어졌다.
이것만으로도 가히 엄청난 위력이었지만, 놈에겐 슬프게도 아직 한 발이 남아있었다.
[소드 오러 – 참격을 사용합니다.]소드 오러의 꽃, 참격!
현재 도현이 가진 기술 중 최고의 폭딜기.
어둠을 두른 참격을 놈의 눈을 향해 내리그으려던 찰나였다.
띠링-
‘……응? 띠링?’
느닷없이 들려온 경쾌한 알림에 도현이 순간 멈칫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