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138화.
[무슨 소리들을 하나 했더니 이상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군. 아르라기니는 이곳의 문지기. 이 녀석을 데리고 나갈 방법은 없다. 설령 나라도 그건 무리야.]-그, 그런…….
무려 암왕의 공증이니 확실하다 봐야 했다.
그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에 지하드의 언성이 커졌다.
-그럼 이대로 죽어야 한다고? 평생을 수호해줬더니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생매장당하는 게, 그게 문지기의 역할이라는 거야!? 그건 너무하잖아!
-리자! 리자리자!
비던에 갇혀있던 지하드라서일까.
오늘따라 유독 진심인 모습이었다.
저 녀석이 저 정도로 대드는 건 처음 봤기에 도현도 나서서 거들어야 하나 싶을 때.
[그런 걱정들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녀석은 본체가 아니니까.]-리자……?
암왕(暗王)이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은 아르라기니의 허물. 이놈 자체에 생명은 없어. 아르라기니가 벗어놓은 허물에 불과하니까. 그저 본체와 정신을 이으며 생각과 감각을 공유한 것뿐이지.]즉, 던전이 붕괴되어 허물이 죽어도, 말 그대로 예전에 벗어놓은 껍데기가 사라지는 것뿐이라는 거다.
이건 달리 말하면 겨우 껍데기로 저런 파괴력과 단단함을 보인 거기도 했다.
‘거기에 특성까지 생각하면……. 이게 고대종 신수인가?’
최상위권 신수임이 분명한 강함에 도현이 혀를 내둘렀다.
그런 도현의 생각을 눈치 챈 걸까.
[이 녀석이 본체였다면 너희들은 10초도 채 버티지 못했을 거다.]그리 말하며 피식 웃는 암왕(暗王)의 모습에 무안해진 지하드와 엘리자가 동시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케헴. 그, 그럼 말을 하지……. 나 참. 오해했잖아.
-리, 리자……!
-음……!
좀 전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멋쩍어하는 그들과 달리, 아르라기니의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했다.
어딘가 울먹이기까지 해 보였다.
그윽한 눈으로 녀석들을 바라보던 아르라기니가 이내 지하드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아르라기니의 아끼는 비늘’을 획득하였습니다.] [아르라기니의 아끼는 비늘]-등급 : 영웅
-설명 : 고대종 신수 아르라기니의 비늘.
그중에서도 아르라기니가 변태를 거듭하여 벗은 허물 중 가장 품질이 좋은 비늘이다. 뱀 타입 신수들 사이에선 우정의 의미로 쓰인다.
-대박! 이게 뭐야 아르라기니?
쉬식! 쉭!
-헐, 정말?
쉭쉭!
-리자리자!
뭐라 떠드는지 모르겠는 대화 끝에 지하드와 엘리자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러며 꽉 껴안은 녀석들.
그 광경을 몇 발자국 떨어져서 구경하던 도현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쟤네는 타종족으로 안 쳐주나?’
분명 ‘잊혀진 역사를 알아낸 자’ 타이틀에 타종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했건만, 저 녀석들의 대화를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타종족에 몬스터나 신수는 포함되지 않는 모양.
그래도 다행인 건 옆에 암왕(暗王)이 있다는 거다.
[어지간히 감동을 받은 모양이군. 가장 아끼는 비늘 중 하나일 텐데 저걸 건네주다니. 하기야…… 허물에게 이 정도로 진심을 보인 친구는 처음이었겠지.]“아하.”
[저 녀석 덩치는 커도 정에 약하거든. 저 봐라, 인사하러 오지 않나.]피식 웃는 암왕(暗王)의 말대로 어느새 녀석들과 인사를 마친 아르라기니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쉬식- 쉭!
도현에게 다가온 아르라기니가 뭐라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볼 날을 기약하겠대, 주인.
이제는 눈치껏 척척 통역해주는 지하드.
그에 도현이 손을 뻗어 아르라기니의 이마에 얹었다.
“그래, 나도 기대할게. 때린 건 미안했다.”
쉬식! 쉭!
-정신이 연결되기 전이라 기억도 안 나서 괜찮대. 그냥 눈 뜨자마자 아파서 당황했던 거라고 걱정말래.
쉬싯!
그렇게 지하드의 통역을 빌려 몇 차례 대화를 나누자 떠오르는 메시지.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고대의 신수 ‘아르라기니’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아르라기니와의 친밀도가 높습니다.] [아르라기니와 우호 관계가 형성됩니다.]‘신수한테도 발동되네.’
높은 지능을 보유한 영물이라 그런가?
처음 겪는 상황에 신기해하던 도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신수와 우호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이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야 하지만…….’
적대 관계인 것보다야 나으니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던전이 붕괴됩니다.] [제한 시간 안에 빠져나가지 못할 시 사망합니다.] [10…….]그 순간 떠오른 메시지.
쿠구구구-
-리, 리자!
정말로 벽면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깜짝 놀란 엘리자가 지하드의 로브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아쉽지만 이젠 정말 헤어질 때가 온 것이다.
[9…….] [8…….]카운트다운이 세어지고 있었으니까.
-……잘 지내, 아르라기니. 다음에 꼭 제대로 놀자!
쉬쉿! 쉭!
-리자리자!!
-음! 잘 지내게! 다음을 기약하지.
쉬쉬식!
-주인도 잘 지내래. 좋은 친구들 만들어줘서 고맙……. 흐엉, 나도 고마워. 아르라기니!
눈물 없이 못 볼 이별을 나누는 놈들을 보며 도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쟤들 분명 좀 전까지 서로 죽이려 들지 않았나.’
감성이 넘치는 건지 친화력이 좋은 건지, 뒤끝이 없는 건지…….
아마 셋 다인 거 같다.
[6…….] [5…….]하여튼 마주 인사해주며 던전 밖으로 나가는 워프 앞에 서자, 이제는 형체가 불투명해지다 못해 사라지기 직전인 암왕(暗王)이 손을 들었다.
[3…….] [2…….] [그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싶긴 한데… 뭐, 잘 해내리라 믿는다. 적어도 우리 후예면 어디 가서 맞고 오지는 않겠지.]쉬식-
[1…….] [그럼 건투를 빈…….]그 말을 끝으로, 왕의 무덤이 붕괴되었고.
도현이 워프를 타고 이동했다.
* * *
[무너진 던전입니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이런 식이구나.”
순식간에 뒤바뀌어 비밀 공간에 서게 된 도현이, 혹시 몰라 던전을 건드려봤으나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떤 던전인지조차 정보가 지워진 상황.
그저 던전이 있었다는 흔적만이 떠 있었으니, 훗날 이곳을 발견하는 사람이 오면 배 좀 아플 듯했다.
-흑흑…… 아르라기니…….
-리자리자…….
“……그렇게 슬프냐?”
-그럼 당연하지! 마지막까지 웃으며 배웅해주던 그 눈빛! 그걸 보고 어떻게 안 슬플 수가 있어! 이 감정도 없는 사람!
“이 녀석이 요즘 대드네.”
가볍게 꿀밤을 놓으려 하자 기겁하며 찰리의 뒤로 숨는 지하드.
-주군의 체벌은 신하된 자로서 달게 받아야 하는 법!
물론 그리 말한 찰리가 잽싸게 피해서 숨지 못했지만, 굳이 때리진 않고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거로 넘겼다.
지금은 갈 길이 바빴다.
‘진 루드델.’
하루 빨리 성주를 보기 위해 그를 찾아 퀘스트를 완료해야 했으니까.
숲이 제법 컸으니 그가 있던 곳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들 터였다.
하나 동굴을 빠져나와 숲으로 간 도현은 예상과 달리 금방 진 루드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어, 뭐야. 여기서 마주치네요. 와, 방금 왔는데 어떻게 여기서 마주치지?
그는 숲 이곳저곳을 도망 다니는 히든 NPC.
활동반경이 숲 전체였기에 꼭 이전에 있는 곳으로 갈 필요가 없던 것이다.
운이 좋았는지 동굴을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마주쳤는데, 그는 여전히 말이 많았다.
-벌써 다녀온 건 아닐 테고……. 혹시 길치이신 건 아니죠? 저 지도 못 그려줘요. 한 번만 말로 설명할 테니 잘 들으…… 응? 뭐라고요? 벌써 가져왔다고요!? 에이, 그건 아니지. 저 귀신이라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게 무슨 지나가던 멍멍이도 안 믿을…… 흐익! 그 배낭! 설마……!?
호들갑을 떨기에 배낭을 건네주자 아주 입에 거품을 무는 진 루드델.
배낭 안을 확인한 그는 ‘진짜네…… 진짜야…….’를 연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퀘스트 ‘진의 부탁’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진 루드델의 호감도가 상승하며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히든 NPC ‘진 루드델’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이 사람 호감도는 안 올랐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호감도가 오르자 입이 한층 더 방정맞아졌던 즈린나의 악몽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진 루드델의 입에 모터가 달렸다.
-맙소사……. 이 짧은 시간 만에 돌아오시다니. 이거 어디에 있었어요? 제가 숨겨놓은 곳에 잘 있었죠? 음? 비밀 공간에 비밀 던전도 있었다구요? 엥? 그런 게 있…… 헉, 설마 그 괴물이 있는 지하로 향하는 길인가.
한데 대충 흘리며 답해주고 있자니, 다소 흥미로운 반응이 보였다.
진 루드델이 왕의 무덤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다.
-그 괴물을 건드리면 큰일입니다! 그런 놈이 바깥으로 나타나면 도시가 아주 뒤집어진다고요! 응? 던전을 클리어했으니 이제 나타날 일 없을 거라고요?
도현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입을 턱 하고 막는 진 루드델.
-맙소사. 그럼 설마 잡고 온 거예요? 그것도 이 짧은 시간에?
입틀막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진 루드델의 훌륭한 리액션에 흡족한 걸까.
찰리가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주군께 불가능이란 없네. 자네는 동경할 사람에게 동경을 보낼 줄 아는 자로군.
-와, 미쳤다……. 괴물은 지하가 아니라 여기 계셨네? 이러다 무법자도 때려잡는 거 아녀요? 아, 그건 너무 갔나? 하하. 아무튼 정말 대단하십니다.
띠링-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히든 NPC ‘진 루드델’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그렇게 또다시 오른 호감도를 무시하며 대화를 나누길 몇 차례.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자니 곧 퀘스트가 떴다.
[연계 퀘스트 ‘삼촌의 물건’이 생성됩니다.] [삼촌의 물건]-등급 : 희귀+
-설명 : 방랑하는 영혼이 되어버린 진 루드델.
그가 조카인 성주에게 꼭 전해줘야 할 게 있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 내려왔으나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여 유령이 된 그를 대신하여 성주에게 물건을 전해주자.
-성주에게 전달 (0 / 3)
-퀘스트 성공 시 : 진 루드델의 호감도 상승, 성주의 호감도 상승, 연계 퀘스트 ‘성의 진실’ 생성.
-퀘스트 실패 시 : 연계 퀘스트 불가 및 퀘스트 삭제.
-못난 삼촌 놈 대신해서 꼭 좀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전달하시는 김에 무법자들과 제 얘기도 좀 해주시고요. 놈도 상황 굴러가는 건 알아야죠, 이제 성주인데.
그러며 물건과 편지를 건네주는 진 루드델.
-감사합니다.
그것들을 받아들며 수긍하자 그답지 않게 담담한 감사 인사가 돌아왔다.
무미건조하나 오히려 그렇기에 더 진심이 느껴지는 모습.
“다녀오겠습니다.”
-예, 부디 무탈하시길.
도현이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길을 헤매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성은 숲에서 봐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어? 카이저다.”
“사냥하고 돌아오나 보네. 뭐 안 좋은 일 있나? 분위기가 좀 무거워 보인다?”
“오늘도 잡템만 처분하고 다시 사냥터로 가려나.”
“며칠 내내 보니까 신기하다. 연예인이랑 같은 숙소 묵는 기분이야.”
도시에 들어오자 시선이 쏠렸지만, 도현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럴 때마다 양옆으로 갈라서는 유저들.
늘 그렇듯 오늘도 동물원 원숭이가 되듯 수많은 시선이 따라왔다.
그래서일 것이다.
“어?”
“헐?”
오늘따라 도현이 다른 NPC들에게 들리지 않고, 곧장 직선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 알 수 있던 건.
도현이 성 앞에 서서 경비를 맞이하는 것을 곧바로 볼 수 있었던 건 말이다.
“뭐야, 왜 또 성 앞에 섰지?”
“설마 2차 재도전? 히든 퀘스트라도 얻었었나?”
“에이, 사냥만 했었잖아. 뭐 다른 거 하는 거 본 사람 없다던데. 기껏해야 마지막으로 쉐도우 라이칸스로프 잡으러 갔다고 했을걸?”
“와, 만월에 쉐도우 라이칸스로프를? 진짜 상남자 킹갓카이저는 빠꾸가 없구나.”
덕분에 한층 더 많아진 유저들이 카이저를 보며 얘기를 늘여놓았다.
수많은 시선에는 묘한 기대감과 호기심, 그리고 의문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정말로 성에 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품는 이는 거의 없었다.
스윽.
단 한 번도 유저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비밀로 가득한 성.
이미 한 번 퇴짜를 먹은 카이저인데, 사냥 좀 하고 돌아왔다고 며칠 만에 입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카이저가 오기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었다.
“그래, 그게 맞지. 아무리 카이저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응?”
“헐……?”
“저거 설마…….”
한데 그 순간이었다.
카이저가 무언가를 건네자, 늘 그렇듯 철벽으로 일관하던 경비의 태도가 돌변했다.
받아든 것을 확인한 경비가 화들짝 놀라더니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끼이익-
쾅.
그리곤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경비와 카이저.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던 유저들이 서로를 보며 눈을 끔뻑였다.
반응은 한 박자 늦게 튀어나왔다.
너무 믿을 수 없는 일이 지나쳐서, 지금 보는 상황을 뇌가 제대로 인지하는데 시간이 들었던 것이다.
“미친!!”
“와, X발, 와……. 와, 와…….”
“와…… 왓 더 뻑!
하지만 다소 늦게 튀어나온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흥분으로 말도 제대로 안 나온 유저들이 언어를 상실한 유인원처럼 욕만 내뱉기를 잠시.
닫힌 성문을 보며 괴성을 지르던 그들은 곧 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씨X, 카이저가 또 일냈다!!!”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와!!!!”
카이저.
그가 사르기스에 새로운 역사를 쓰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