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140화.
가밀리온은 말했다.
사르기스의 성주가 운명의 조각을 보관하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게 저거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아니, 무슨 조각 크기가 저래?’
이전까지의 것들과는 그 사이즈부터가 차원이 다르지 않나!
심지어 위치도 너무 대놓고 있었다.
성 꼭대기 부근에 방치하고 있으니 그냥 거대한 종으로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진리의 눈이 없었으면 저게 운명의 조각일 거라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사도여? 무슨 일이십니까.”
-주인? 왜 갑자기 뛰쳐나가고 그래?
-주군!?
등 뒤로 허겁지겁 따라 나온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특히나 제이 루드델은 집사장에게 부축을 받으며 저 멀리서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확인할 게 있었습니다.”
“……달의 종을 말입니까?”
“아무래도 이렇게 신비하고 거대한 종은 처음 보니까요.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
“흐음…….”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집사장과 제이 루드델이었지만, 이내 넘어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이상한 돌발행동을 하진 않기도 했고, 사도 입장에선 신기하게 보일 법했으니까.
“……진 삼촌도 달의 종을 훔쳐보고 싶단 말을 자주 하긴 했죠. 처음 보면 신기할 법도 합니다. 편하게 구경하시죠.”
“감사합니다.”
진 루드델이 믿고 맡긴 사도라는 타이틀 덕일까.
잠시 생각하던 제이 루드델은 흔쾌히 종을 구경할 시간까지 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종의 정체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그래, 성주가 자기도 모르게 보관하고 있긴 하네.’
그저 가밀리온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게 웃길 따름이었다.
하기야 먼 과거부터 성에 보관되어있던 것으로 추정되니 그저 종으로만 알고 있는 게 당연하겠지.
‘……가만, 그럼 저걸 어떻게 들고 가지?’
과연 대대로 내려오며 꾸준히 보관 중이었던 종을 줄까?
설령 받아도 너무 커서 어찌 들고 갈지 문제였다.
벌써 골이 아파져 오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음의 기운부터 얻고 생각할 일이었다.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이건 왜 뒷북이야.’
지금은 그것보다 눈앞에 얼쩡거리는 저 문구가 더 신경 쓰였다.
늘 빠릿빠릿하게 떠오르던 알림이 이번엔 뒷북을 친 덕에, 처음 입성 때부터 봤던 종이 사실은 운명의 조각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붉은빛이 훨씬 선명해졌어.’
성 밖에서 봤을 때는 은은한 빛조차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너무 미세하게 붉은빛을 내고 있어, 정말 붉은색 종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하나 눈앞에서 보는 지금은 착각할 수가 없을 만큼 선명한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어디가 푸른색이라는 건지 감도 안 잡힐 정도로.
‘역시 진리의 눈에도 범위가 존재하는 건가.’
진리의 눈도 따지고 보면 엄연한 수색 스킬.
지금껏 이런 문제 없이 잘 활용해와서 티가 안 났을 뿐이지, 사용 범위가 있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는 건…….
‘수색 범위 올려주는 효과도 받겠지.’
아마 붉은 종으로나마 볼 수 있었던 것도, 유능한 탐험가와 같은 타이틀의 수색 범위 증가 옵션의 영향이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진리의 눈에 대한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
‘뭔가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어.’
유일 특성이니만큼 아직 도현이 모르는 게 분명 더 있을 터.
뭐 그거야 언젠가 알게 될 테니 지금 신경 쓸 건 아니었다.
운명의 조각도 찾았고, 적도 확실해진 지금 도현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만 한다면…….
“성주님.”
“예.”
“저 유령병사들 때문에 곤란하시죠?”
“…….”
대뜸 튀어나온 도현의 물음에 멈칫한 성주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창피하지만…… 예. 맞습니다. 곤란하다마다요. 그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습니다.”
“…….”
“하지만 불가능해요. 더는 싸우려는 이가 없으니까요.”
전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놈들에게 수많은 병사가 죽었지만, 그 정도로 모든 전력을 잃을 만큼 사르기스는 빈약하지 않았으니까.
“죽을 게 틀림없는 싸움. 누가 하고 싶겠습니까. 불멸자인 사도들조차 기피하는 판국에…… 이기지 못할 싸움에 그들을 사지로 내몰 자격이, 저에게는 없네요.”
그저 아무도 싸우지 않으려 할 뿐이었다.
무법자들과 싸우는 순간 산송장이 되거나 반병X이 되어 살아가야 할 게 틀림없으니까.
굳이 건들지만 않으면 놈들은 쳐들어오지 않는다.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싸움, 건들지만 않으면 되는데 목숨을 바치고 싶어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들에게 더는 그럴 의무도 없지요. 성주부터가 겁쟁이처럼 숨어있는 신세이니까요.”
“성주님…….”
“제가 죽으면 집사장님이 성주가 되어주세요. 다른 믿을 사람이 없네요.”
“그런 말씀 마시죠. 저는 집사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건 변치 않겠지요.”
“제 몸은 제가 알아요. 저는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죽음을 앞에 두고 담담하게 말하는 성주에게선 어떠한 두려움도, 간절함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저 씁쓸해 보였다.
성주로서 사람들 앞에 서지 못하는 게.
원수를 처단하기는커녕 저대로 쭉 전쟁을 일으키지 않길 바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한이 있다면, 그게 너무 한이네요.”
그저 그것이 너무 한이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도현이 입을 연 건 그때였다.
“방법이 있다고 하면 어떠십니까?”
“……예?”
“아무래도 저는 그놈들과 싸울 방법이 있을 거 같거든요.”
“……말도 안 됩니다. 그들이 뿜는 한기는 닿는 순간 뼛속까지 얼어붙게 하고, 신경을 모두 태웁니다! 지금 제 모습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아무리 사도가 불멸자라 하나 진 삼촌의 소식을 전해주신 분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습니다.”
도현의 자신 어린 말에 기겁하며 소리치는 제이 루드델.
하지만 도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얼굴로 되물었다.
“그 진 루드델이 지금 시간을 벌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3년째죠. 죽어서까지 그가 그러고 있는 게 좋습니까?”
“…….”
“그는 이제 한계입니다. 그때가 되면 놈들은 쳐들어오겠죠. 아, 그 전에 그가 잡히면 아마 영혼이 찢겨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뭐 하나 틀린 게 없는 말.
거기에 진 루드델까지 거론하자 제이 루드델이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빠드득.
“그럼……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제가 나서겠습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한기를 어찌 물리친다는 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게 가능하더라도 무슨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시는 건지.”
“세상은 꼭 계산적으로 돌아가지만은 않습니다.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이니 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멍하니 입을 벌리던 제이 루드델이 도현과 눈을 마주했다.
똑바로 바라보는 도현의 눈엔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망설이던 제이 루드델이 이내 눈을 질끈 감더니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저는 무척 염치가 없는 사람입니다. 다 놓았다 생각했는데 일말의 희망이 생기니 염치도 모르고 붙잡고 싶군요.”
“…….”
“감히…… 감히 제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띠링-
[특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 ‘루드델의 구원자’가 생성됩니다.] [루드델의 구원자]-등급 : 영웅+
-설명 : 어느 날 나타난 무법자들.
그들과 대적한 모든 이가 지독한 병에 걸리거나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이제 그들과 싸우려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성주의 상태를 밝힐 수는 없기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힘든 상황.
당신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사르기스 성을 함락하려는 무법자들을 쫓아내고, 사르기스와 루드델의 구원자가 되십시오.
그리 한다면 루드델은 평생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퀘스트 성공 시 : 상급 스킬 뽑기권, 루드델 가문의 절대적인 지지와 호감도, 루드델의 신념.
-퀘스트 실패 시 : 사르기스 성에 대학살이 벌어질 수 있음.
제이 루드델의 말을 끝으로 떠오른 퀘스트에 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갓오세의 연계 퀘스트는 늘 자동으로 생성되는 게 아니었다.
실제 사람과 분별이 힘들 만큼 뛰어난 인공지능인 만큼, NPC의 마음에 따라 퀘스트가 생성될 수도,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이 루드델은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퀘스트를 얻기 위해선 그의 마음을 돌릴 필요가 있었던 것.
‘어차피 잡아야 하는 거면 퀘스트 보상도 얻는 게 이득이지.’
음의 기운도 얻고, 운명의 조각도 얻고, 퀘스트 보상도 얻고.
겸사겸사 구원자도 되어주고 말이다.
저들은 골칫거리를 쫓아내 주니 좋고, 자신은 보상을 두둑이 챙겨서 좋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주인, 너무 계산적이야. 세상은 계산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 땐 언제고.’
‘어허. 이건 계산적인 게 아니라 지혜로운 거란다.’
‘이 미천한 검. 그리 말씀하셔도 실은 저자를 도와주고 싶었다는 것을 압니다, 주군.’
‘리자!’
‘찰리, 늘 느끼는 건데 혹시 머가리에 꽃밭……. 아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
녀석들이 떠드는 소리를 뒤로하며 도현은 짤막하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제 일이니까요.”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도시여.”
그리곤 그 답을 끝으로 도현은 성을 빠져나왔다.
“카이저다! 카이저가 나왔다!”
“헉! 다들 집…….”
“쉿쉿!! 목소리 낮춰. 커뮤 못 봤어? 잘못 건드리면 쪽도 못 쓰고 갈려 나간다잖아.”
그러자 웅성거리던 유저들의 시선이 도현에게 꽂혔다.
도현이 성에 들어간 순간부터 줄곧 기다리고 있었는지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어째 더 늘어난 거 같은데?’
아무래도 소식을 들은 유저들이 모여든 모양.
하기야 1년 6개월 만에 최초로 성에 들어간 유저가 생겼는데 어찌 관심이 가지 않으랴.
심지어 그게 또 최근 가장 핫한 카이저라니 궁금해 미칠 지경일 것이다.
‘키륵키륵.’
‘모두 주군을 동경하는 자인 것 같군요. ……시기 질투 가득한 몇몇 불순한 눈빛이 심히 거슬립니다만…… 명만 내려주시면 이 미천한 검이 처리하겠습니다.’
‘리자리자!’
찰리의 말대로 불순한 눈빛을 보내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도현의 행보를 궁금해하는 이들이었다.
순수한 팬심, 호기심, 기대감 등등.
각종 반응이 도현의 위로 꽂히고 있었다.
“……뭘까? 무슨 퀘스트를 받은 걸까?”
“저 정도 규모의 성이면 엄청 컸겠지? 뭐가 들어있을까? 소문으론 수많은 금은보화와 보물이 들어있을 거라던데.”
“아냐, 사실 성주가 드래곤이래. 저거 드래곤 레어라서 사람 못 들어오게 하는 거라던데?”
“뭐가 됐든 최초니까 대단할 걸 하겠지? 너무 기대된다.”
“제발 이번에도 뉴튜브 영상 올려줬으면…….”
웅성거림이 커지며 그들의 호기심이 극에 달하는 순간.
미동 없이 가만히 있던 도현이 드디어 움직였다. 조용히 손을 든 도현이 허공에 천천히 뻗었고,
“……응?”
“엥?”
이내 사라졌다.
카이저는 물론, 뒤를 따르던 자들까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에 눈을 끔뻑이던 그들은 깨달았다.
“……설마 또 로그아웃한 거야?”
“밀당천재 킹갓카이저.”
“사스가…….”
“포브스 선정 로그아웃 타이밍이 가장 완벽한 남자 1위.”
카이저, 그가 쿨하게 로그아웃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