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143화.
[RCD 영상 녹화를 시작합니다.]무법자 챌린지.
한때 유행했던 챌린지에서 따온 말로, 무법자에게 도전하는 걸 촬영하는 것이다.
그런 무법자 챌린지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와씨……. 무법자 챌린지라니. 대박이다 진짜.”
“신과 무법자 왕이 한 판 뜬다? 매치업 폼 미쳤다.”
“이걸 직관하다니, 나 소름 돋아. 이럴 때가 아니야, 바로 신도들한테 자랑해야지!”
“실시간 직관 티켓 개꿀. 지금 사르기스 아닌 얘들 배 아파 죽겠다 진짜.”
“와, 나 지금 갓톡으로 반응 듣는 중인데 커뮤 다 뒤집어짐. 벌써 기사 뜨고 난리 났대.”
포위하듯 사방을 둘러싼 무법자들.
그리고 그 무법자들을 둘러싼 유저들이 그 규칙 중 하나였다.
‘구경꾼은 절대 간섭하지 않고, 도전자는 도망치지 않는다.’
무슨 판타지 속 전사들의 시험 뺨치는 규칙이었지만, 사실 거창한 신념이 담긴 행위는 아니었다.
고작 게임에 그런 게 어디 있겠나.
도망치지 말라는 법도 없었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게 암묵적인 룰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 도망치겠어. 차라리 죽고 말지.’
무법자는 건드리지만 않으면 다른 유저를 공격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구경하는 유저들이 모여들었고.
도전자가 주로 최상위 랭커들이었다 보니 자존심이 상해 그들의 앞에서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둘 수가 없던 것이다.
이건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어? 쫄튀?’
‘옆 동네 더 킹 길마는 당당하게 맞서 싸워서 50퍼나 깠던데, 같은 10대 길드 맞음?’
‘어휴, 그렇게 안 봤는데 나 같으면 창피해서 고개 못 든다.’
‘응~ 너희 길마 무법자 때 뒤도 안 돌아보고 허겁지겁 도망쳤쥬~ 100대 길드래 봐야 역시 10대 길드 미만 잡이쥬~’
이미지로 먹고사는 게 길드이다 보니, 평생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도망자 타이틀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만월이 뜬 밤 필드에서는 데스 페널티가 줄어드니까.’
데스 페널티 핑계도 못 대니, 도망치면 속된 말로 좀 ‘깨는’ 것이다.
쌓아온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니 차라리 도전을 안 했으면 안 했지, 한 번 시작했으면 무조건 끝을 봐야 하는 것.
달리 말하면 도현도 이젠 무를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근데 이거 성공할 수 있는 거임?”
“글쎄……. 무법자는 좀 빡세지 않나.”
“그 당시엔 탑 5안에 든다고 말 나오던 아더도 50%밖에 못 깠는데……. 아무리 카이저라도 너무 무리지 않냐?”
“우리야 개꿀잼이긴 한데 굳이 도전했어야 하나 싶네. 실패하면 괜히 쌓아온 이미지만 깨질 텐데.”
저들의 말대로다.
현재 카이저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신 그 자체.
물론 몇몇 극성팬들로 인해 일종의 밈처럼 굳어진 이미지지만, 다들 카이저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여기서 허망하게 패배라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무패 신화가 깨지며 이미지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거다.
“아더 기록 깰 수 있을까?”
“에이, 좀 힘들지 않을까? 파티가 있으면 모를까. 아더도 10인이서 진행한 건데 가디언인지 일행인지 모를 둘 데리고 기록 세우는 건 좀…….”
“하긴…… 아무리 카이저라도 좀 너무 가긴 했다. 이번에 호되게 당할 수도 있을 듯.”
“응, 아니야. 신이 실패하는 거 봄?”
“지X, 신이고 나발이고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요.”
그러니 저들이 저리 흥미진진해 할 수밖에.
자신의 행보를 두고 남들이 떠드는 건 익숙했지만, 이번엔 도현도 살짝 긴장되긴 했다.
‘주인, 괜찮겠어?’
‘리자리자…….’
무법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저 수장의 강함은 진짜였으니까.
이번에 실패하면 이미지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성이 함락되고 운명의 조각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랴.
[플레이어 : 카이저] [레벨 : 47]심지어 레벨도 아직 47레벨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졸업 레벨에 가까워질수록 정말 더럽게 오르지 않은 것이다.
‘별수 있나, 오늘이 마지막인데 해봐야지.’
그렇다고 겨우 2레벨 올리자고 한 달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비록 부족한 검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주군.’
‘리자!’
‘우리만 믿으라구!’
그런 자신을 안심시키듯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들에 도현이 피식 웃었다.
그러는 사이 도현을 빤히 바라보던 수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군…….] [방해하는…… 자……. 처단……. 시간이…… 없…… 다…….]도현이 저들이 찾는 사람이 아님을 안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죽여…… 라…….]척. 척. 척. 척.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뱉은 수장의 명령에, 군단이 행렬을 맞추며 도현과의 거리를 좁혔으니까.
점점 도현의 공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어어- 그어-
[……?]다가오던 놈들의 발밑, 지면을 뚫고 올라온 끔찍한 언데드들이 놈들을 막아섰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x2,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x1, 오크 언데드 x3, 라이칸스로프 x2 개체를 소환합니다.] [군단 조종을 사용하여 모두 한 개체로 판정됩니다.] [군단의 언데드의 50% 이상이 하위 도시의 몬스터로 판정됩니다. 마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저놈들은 우리한테 맡겨, 주인!
-음! 저 주제도 모르는 것들은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놈들의 우두머리에게 집중하시길…….
이제는 지휘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인 지하드와 찰리였다.
카앙!
그어어-!
[방해꾼…… 처단…… 한다.]곧장 맞부딪히는 무법자 군단과 언데드 군단.
질세라 찰리까지 합세하자 무법자 군단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맞섰다.
나흘간의 수련 동안 성과를 낸 건 도현만이 아니었다.
[지하드] [레벨 : 19] [찰리] [레벨 : 11]두 녀석의 스펙도 나흘간 많이 올라간 것.
특히 그중에서도 찰리의 성장이 컸다. 비교적 레벨이 낮아서 큰 폭으로 올랐으니까.
덕분에 10레벨을 넘기며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수호의 갑옷]-등급 : 희귀
-제한 : 기사 계열
-설명 : 일정 시간 수호의 힘을 빌려와 몸을 단단하게 한다.
지킬 사람이 있을 때 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위협 대상이 많을수록 성능이 증폭된다.
-효과 : 어그로를 붙잡은 수에 비례하여 모든 방어력 및 마법 저항력이 상승한다. 누군가를 지킬 때 두 배의 수치가 적용된다.
-쿨타임 : 100초
-자네들은 지나갈 수 없네.
덕분에 가뜩이나 어그로에 특화되어있던 찰리의 성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런 다수의 적을 상대로 탱킹할 때 최고의 버프 스킬이지.’
괜히 대규모 적을 상대할 때 기사들이 탱커로 선호 받는 게 아니었다.
수호의 갑옷은 기사만이 가진 조건부 탈희귀 스킬이었으니까.
평소에는 무난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엄청난 효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방패도 없이 저렇게까지 써먹네.’
물론 찰리는 굳이 따지면 탱커라하기 보다 공격력이 뛰어난 서브 딜러 겸 서브 탱커에 가까웠지만.
워낙 어그로를 잘 잡는 찰리다 보니 웬만한 탱커 뺨치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음! 그런 눈먼 공격에 맞아줄 성싶은가. 아, 미안하군. 자네는 눈이 비어있으니 당연한 것을.
[……죽인…… 다.]-그걸 공격이라고 하는가. 눈이 멀면 다른 감각이 발달한다던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군.
[저…… 놈부터…… 죽이…… 자…….] [……좋은…… 생각…… 이다.]……어그로를 입으로 끄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뭐가 됐든 아주 훌륭한 어그로였고, 분노한 무법자들을 찰리가 특유의 유려한 검술을 발휘해 붙잡아두었다.
그러자 이번엔 엘리자가 나섰다.
퓩-!
-리자리자!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던 찰나.
불쑥 나타난 엘리자가 다리에 거미줄을 날려 무법자들의 균형을 무너트린 것이다.
발라당 자빠진 놈들을 보며 엘리자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폈다.
그런 녀석들이 불쾌했는지 수장의 목소리에 분노가 담겼다.
[건방진…… 녀석들이군……. 시간이…… 없거늘…….]불쾌한 듯 흉흉한 기세를 더욱 피어 올리는 녀석을 보며 도현도 천변(千變)을 휘둘렀다.
[‘언데드 군단’에게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 [‘천변(千變)’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그어어어!!
[……!?]어둠에 둘러싸인 언데드들이 한층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자, 무법자 군단이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음!
그 기세를 몰아 밀어붙이는 찰리.
그러자 도현이 전투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수장과 단둘이 마주하게 된 도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도 시작해보자고.”
[……주제…… 파악이…… 필요…… 해 보이는…… 군……. 필멸자…… 에게…… 고통…….]“말도 느린 게 말이 많아. 답답하니까 빨리 덤비기나 해.”
[…….]냅다 말을 끊어버린 도현이 천변(千變)을 ‘찬란한 탁시넬의 푸른 검’으로 변형하며 달려들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던 걸까.
무안했는지 입을 다무는 녀석이었으나, 곧 강제로 열린 전투에 텅 빈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 * *
콰아앙!
퍼펑- 촤아악-!
“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굉음을 듣던 유저들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게 이게 무슨 광경인가 싶었다.
나름 무법자 챌린지를 많이 봐온 이들조차 이런 전투는 처음 보았으니까.
“무슨 공방 한 번에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나냐.”
“무법자 공격 다 피하는 것 봐라. 저게 사람 움직임이냐.”
“피하기만 하면 몰라, 그 와중에 꼭 카운터까지 놓네. 어떻게 눈앞에서 보는데도 움직임 따라가기가 힘드냐. 심리전이 몇 번이 오가는 거지 지금?”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
놀랍도록 정확하고 신속한데, 그 모든 공격에 수많은 심리전과 수싸움이 담겨있었다.
기본적으로 카이저는 검사, 무법자의 수장은 배틀 메이지.
쉬이이익-
키잉!
머리를 쪼갤 듯 휘둘러진 푸른 검에 대항하려 베리어를 켜자 방패로 바뀐 천변이 밀어내며 자빠트리고.
베리어 범위에서 벗어나며 드러난 급소를 향해 단검으로 바뀐 천변을 던진다.
퍼엉!
그러자 예상했다는 듯 지면을 뚫고 솟아오르는 어둠 기둥.
그에 다시 거리를 벌리는 순간.
[뒤잡기를 사용합니다.] [표식이 생성됩니다.]갑자기 사라진 카이저가 수장의 뒤에서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그러며 펼쳐지는 근접전.
이 모든 게 조금의 끊김도 없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졌다.
“와…….”
“……이게 카이저?”
나름 전투직의 길을 걸으며 사르기스까지 도달한 만큼 자신감이 차 있던 그들이었건만.
이 경이로운 전투 앞에선 그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