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149화.
여섯 살에 어머니를 잃었을 때.
-괜찮다. 괜찮다 제이. 나만 믿거라.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너는 지키겠다.
제이 루드델에게 아버지는 전부였다.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며 어머니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주며, 주민들의 존경을 받던 성군이셨으니까.
든든한 버팀목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를 제이 루드델은 존경했다.
루드델이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훌륭한 성주가 되기로 늘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를 잃었을 때.
“아.”
제이 루드델의 세상은 무너졌다.
사방에는 성주의 후계자 자리를 탐내거나, 어린 제이 루드델을 조종하려 드는 어른들뿐이었다.
그때 나타난 것이 진 루드델이었다.
-아 거참, 나이도 지극히 드신 양반들이 그렇게 치졸하게 나와야겠습니까? 어떻게 내가 그쪽들 좀 털어줘? 감당되시겠어?
-조금 살다 뒤질 양반들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 창피한 줄 좀 아쇼!!
오래전 연을 끊었던 아버지의 동생.
그저 존재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진 삼촌은 파렴치한 괴도라고 들었던 것과 달리, 참으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귀찮은 권력 싸움에 끼지 않고 제 삶을 살았으며.
손버릇은 나빴지만, 본인이 생각할 때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만 도적질을 감행했다.
-왜 도둑질을 하냐고? 그야……. 좋게 말하면 안 내놓으니까?
아, 정정하겠다.
정확히는 도둑질을 하고 싶어서 일을 벌이는 게 아닌, 그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도둑질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에 가까웠다.
-어른들은 말이야. 숨기는 게 정말 많아. 그리고 그건 열에 열은 다 더러운 것들뿐이거든. 생각해봐. 네가 몰래 숨겨놓은 설사한 빤스를 순순히 드러낼 수 있어?
-……설사한 빤스를 왜 숨겨? 빨면 되지.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으. 이상해.
-그래, 이상할 정도로 잘생기긴 했지 이 삼촌이. 너희 애비…… 아니, 아빠랑 유전자가 다르긴 하지?
-…….
……다소 괴팍한 삼촌이긴 했지만.
그 괴팍함은 우울했던 제이 루드델을 치료해주기 충분했다.
삼촌을 따라다니다 보면 황당해서라도 늘 웃게 되었고, 어쩐지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던 것이다.
삼촌이 나타난 후로 약점이 잡힌 어른들이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이. 나 당분간 못 올 거야. 아직 남은 일이 좀 있거든.
하지만 그런 삼촌과의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금방 돌아올 수 있어?
-짜식이. 내가 언제 약속 늦는 거 봤어?
-뭐래. 삼촌 매일 늦잖아.
-아…… 하하……. 뭐 그렇긴 하지. 내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잖아. 제일 중요한 건 뭐다?
-자유…… 긴한데 지각은 좀 잘못되지 않았을까 삼촌.
-이놈이 머리통 커지더니 요즘 변했어. 사춘기니 너?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은 삼촌은 그렇게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떠났다.
-금방 오마. 잘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 제이 루드델이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봄이 지나며 무법자가 쳐들어오고.
여름이 찾아오며 수많은 병사들과 기사단장이 죽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찾아오며 떨어지는 잎새처럼 제이 루드델 또한 저주에 걸려 죽어가고 있을 때까지도.
삼촌은 나타나지 않았다.
* * *
“삼초오온!!!!”
-어이쿠.
그런 삼촌이 눈앞에 있다.
지금 제이 루드델에겐 오직 그 사실만이 보였다.
성주로서 지켜야 할 권위, 도시를 지켜준 영웅에게 갖춰야 할 체면.
그런 건 지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왜 이제 와! 금방 온다고 했잖아……!!!”
-허어, 이놈 참. 몸 안 좋다더니 목청은 더 커졌네. 아직 쌩쌩하구나?
“지금 그게 말이야!?”
푹 안기다시피 하며 눈물을 쏟는 제이 루드델.
조카의 응석부리는 모습에 진 루드델이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신이라 서로 어떠한 온기도, 감각도 느끼지 못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때의 따스함은 여전했으니까.
-미안하다. 이번에도 지각해서.
“……지금이라도 왔으면 됐어. 영웅께 얘기는 들었어. 뭐 하고 지냈어?”
-야, 말도 마. 내가 이번에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알아? 너 깜짝 놀랄걸? ……이래서 말이야……. 동굴에서……. 그때 여기서 내가 딱! 크으…….
지금 이곳에 다 죽어가는 성주는 없었다.
그저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소년과 삼촌만 있을 뿐.
“성주님…….”
그 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걸까.
집사장이 손수건을 꺼내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리자…… 리자…….
-훌쩍…….
-음음…….
녀석들도 슬프긴 매한가지였던 걸까.
지하드는 아예 대놓고 훌쩍이고 있고, 찰리는 아닌 척 고개를 돌려보지만 묘하게 눈가가 촉촉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격렬한 건 엘리자였다.
-리자…….
평소보다 유독 감성에 젖어하며 복슬복슬한 털로 눈가를 훔치기 바빴다.
그러다 엘리자와 눈이 마주친 지하드가 흠칫했다.
-미, 미안. 엘리자.
그건 본능이었다.
왠지 사과를 뱉지 않으면 천하의 쓰레기가 될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런 그의 본능이 합격이었던 건지 빤히 쳐다보던 엘리자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음! 잘했네.
십년감수 하는 지하드와 그런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위로하는 찰리.
그리고 슬퍼하느라 바쁜 엘리자까지.
오늘도 여전한 콩트를 찍는 녀석들을 보며 도현도 엘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엘리자는 150년을 기다렸었지.’
그런 만큼 지금 성주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왠지 딱해진 도현이 검지로 엘리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언제 슬퍼했냐는 듯 머리를 부빈다.
이런 거 보면 강아지 같은 게 참 단순한 녀석이었다.
“영웅님.”
그 사이 어느덧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도 끝났는지, 제이 루드델이 다가왔다.
여전히 병세가 가득하나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건 진 루드델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귀신이 된 마당에 이놈과 대화도 다 해보네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마음 같아선 원하는 건 뭐든 다 구해다 주고 싶은데 내가 귀신이라 뭘 해줄 수가 없네.
진 루드델 답게 가벼운 어조지만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 가득했다.
[진 루드델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진 루드델의 호감도가 최대치입니다.]표정이나 몸짓도 그렇지만, 당장 메시지부터가 증명해주고 있었으니까.
메시지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루드델의 구원자’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상급 스킬 뽑기권과 루드델 가문의 절대적인 지지 및 호감도, 루드델의 신념을 획득합니다.] [타이틀 ‘루드델의 구원자’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제3 시련, ‘사도의 업적’이 생성됩니다.] [사도의 업적]-등급 : 제3 시련
-설명 : 본대륙의 세 번째 도시 사르기스를 졸업하려는 자.
신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리라.
사도임을 증명하고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영웅은 그에 걸맞은 업적이 있는 법.
사도로서 얼마나 많은 업적을 쌓았는지 수치로 측정되며 그에 따라 보상의 랭크가 결정된다.
-클리어 조건 : 49레벨 달성, 사도로서의 증명
-클리어 시 보상 : 랭크 별 차별 지급. (D~S랭크)
-제한 시간 : 없음.
[사도로서 얼마나 많은 업적을 쌓았는지 확인합니다.] [랭크를 측정 중입니다.]‘나이스!’
이로써 졸업 레벨도 찍었고, 원하던 보상도 얻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측정 시간이 다소 지연됩니다.]이번에도 측정에 시간이 걸리는 게 다소 흠이었지만, 오히려 그 기다림이 달콤하게 다가왔다.
‘이번엔 뭘 주려나.’
믿을 수 없는 업적으로 얻는 보상은 기존보다 강화됨을 확인한 후였으니까.
과연 사르기스의 S랭크 보상은 무엇일지.
그 기다림조차 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에 도현이 실실 웃으며 눈을 빛내고 있을 때.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포기하고 있던 저를 일으켜 세워주고, 도시를 구원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제이 루드델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말 많은 진 루드델도, 근엄한 집사장도.
그리고 지하드와 엘리자, 찰리까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표정을 가다듬은 도현이 다소 형식적인 답을 내놓았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누구나 내놓을 수 있는 답.
별 감흥조차 없을 만큼 무덤덤한 태도였으나 제이 루드델이 받아들이기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눈빛에는 존경이 가득했으니까.
“아뇨. 아무도 영웅님처럼은 못합니다. 어느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저 공포의 대상인 무법자들을 처치하겠습니까! 이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그러고도 별거 아니라는 듯 저희가 부담을 갖지 않게 배려해주시다니…… 아아……. 정말 동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 같군요. 어찌하여 여인들이 백마 탄 왕자에 환상을 품는지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습니다.”
도리어 이런 호의를 베풀고도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한 모습에 감동까지 받아 보였다.
-그래, 맞아 여자들이 그래서 나한테 다 뻑이 갔었지. 이렇게 보니 새삼 이해가 되네.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거 같습니다, 영웅님.
“……금시초문인 걸, 삼촌.”
-어어? 이놈 보게? 내가 어? 소싯적에 말야…….
여전히 말이 많은 진 루드델도 표현이 서툴 뿐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다.
‘……음.’
운명의 조각을 얻기 위해 어차피 잡아야 했던 거.
겸사겸사 보상이나 더 받을까 해서 도와준 건데 저렇게 나오니 괜히 머쓱했다.
그러자 찰리가 흐뭇하게 웃으며 작게 말해왔다.
-주군. 이 미천한 검은 압니다. 말은 그렇게 하셔도 실은 도와주고 싶으셨다는 것을요. 웃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런 거 아닌데.
퀘스트 보상 보고 눈 돌아간 건데.
단단히 오해한 찰리의 눈빛에 깃든 존경심이 한층 더 깊어진 걸 보자니, 왠지 보상을 보고 순간 눈 돌아간 자신이 나쁜 놈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뭐, 나쁘지 않긴 하네.’
그래도 찰리의 말처럼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제이 루드델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제이 루드델의 호감도가 최대치입니다.]이래서 호감작을 하는 걸까.
이런 메시지나 반응들을 보고 있으니 저들이 NPC인 건 알지만 뿌듯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도현을 보며 제이 루드델이 눈을 빛냈다.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뭐든 말씀해주십시오. 제 권한에서 가능한 거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뭣하면 성주 자리라도 내줄 기세로 물어오는 것에 이번엔 도현이 눈을 빛냈다.
이때다 싶었던 것이다.
이걸 어찌 말해야 하나 줄곧 망설였던 도현이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답했다.
“정말 무엇이든 괜찮으십니까?”
“예.”
“정확히 어디까지 허용되는 겁니까?”
“적어도 이 성 내에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도현이 고개를 돌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것도 가능합니까?”
“달의 펜던트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무척 뛰어난 대장장이가 만든 거라 대단한 물건이긴 하나…… 겨우 저걸로 괜찮으신가요?”
“아뇨, 그 뒤요.”
“……뒤요?”
도현이 보는 곳을 빤히 바라보던 제이 루드델이 눈을 끔뻑였다.
아무리 봐도 보이는 건 펜던트와 낡은 상자, 그리고 테라스로 보이는 달의 종밖에 없었…….
“……?”
설마 하는 눈이 된 제이 루드델이 휙 눈을 돌렸다.
눈이 마주친 도현은 그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달의 종을 주십시오.”
“……예?”
제이 루드델이 귀를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