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150화.
제이 루드델은 한 번 뱉은 말을 어긴 적이 없다.
물론 평생 그래왔다는 건 아니다.
어릴 적엔 틈만 나면 거짓말을 하고 응석을 부리기 일쑤였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성주가 된 후로는 단 한 번도 거짓을 뱉은 적이 없었고,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성군이셨던 아버지가 그러했고.
삼촌인 진 루드델이 금방 돌아온다던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더 그러했다.
“……예?”
한데 그 신념이 처음으로 깨질 위기에 처했다.
“달의 종을…… 달란 말씀이신가요?”
“예.”
“…….”
도현의 눈빛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
그에 제이 루드델은 성주가 된 이후 가장 큰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맙소사.’
아까운 게 아니었다.
그는 삼촌과 재회하게 해준 은인이자, 도시를 구원해주고 희생된 병사들의 원수를 갚아준 영웅.
무엇을 내주든 아까울 리가 없었다. 가보를 달라 하면 내줄 수 있었다.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그러나 달의 종은 예외였다.
단순히 가보임을 떠나 성을 상징하는 종.
고대부터 대대로 내려오던 종이자 이제는 신물(神物)로 취급받는 종을 주는 건 말이 달랐으니까.
겨우 한 세대 성주의 권한으로 가능한 일인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대체 왜?’
그리고 그걸 떠나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많고 많은 것 중에 왜 하필 종을?
자신들에게야 귀한 물건이지, 외부인인 그에게는 그냥 좀 특이하고 거대한 종일 뿐이지 않은가.
혹시 가치 있는 물건을 수집하는 취향이 있으신 건가?
아니, 그걸 떠나서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저 거대한 걸 어떻게 가져가실 생각이신가요?”
사도들의 권능이라고 하는 아공간 주머니라 하더라도 이 정도 사이즈의 물건은 넣지 못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도현이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음, 그러게요. 어떻게 들고 가죠, 저걸.”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런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는 제이 루드델을 향해 도현이 담담하게 답했다.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일단은 저게 필요합니다.”
“…….”
멍해진 제이 루드델의 곁으로 다가온 집사장이 조심스레 말했다.
“일단 믿고 맡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건 제 권한이 아니지 않나요. 집사장.”
“아뇨. 도의적으로 건드리지 않을 뿐, 달의 종도 엄연히 성 내의 물건입니다. 그리고 성 내의 물건은 모두 성주의 것. 원칙적으로 문제는 없지요.”
집사장의 말에 그가 고민하자 이번엔 진 루드델이 끼어들었다.
-도시를 구해준 영웅한테 그깟 종이 아까운 거야, 제이? 아아, 이 삼촌은 무척 실망이란다. 나 때는 말이야?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 집을 줘도 아깝지 않은 게 도리였어.
“…….”
-근데 성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겨우 댕댕- 울리기나 하는 종을 못 준다고? 나는 널 그리 키우지 않았다, 제이. 너희 아버지라면 흔쾌히 주셨을 거야. 안 그래요, 집사장?
“확실히……. 전 성주님의 성품을 생각하면 그러셨을 거 같긴 하군요.”
이쯤 되자 제이 루드델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알았어요! 두 분 다 그만 하세요. 저라고 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럼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영웅께 그깟 종 하나 못 줄 정도로 쩨쩨한 성주가 될 수는 없죠.”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제이 루드델이 허락하자 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눈이 마주친 진 루드델이 ‘나 잘했죠?’라는 얼굴로 턱을 치켜들었다.
살짝 재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도현도 흔쾌히 끄덕여주었다.
‘저 말 많은 양반이 도움이 다 될 때가 있네.’
제이 루드델의 성격상 결국 주긴 했을 거 같지만, 저 양반 덕에 더 수월하게 허락을 구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음! 과연 훌륭한 신하로다.
찰리도 매우 흡족해하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을 정도.
그렇게 기회를 얻은 도현은 혹시나 마음이 바뀔까 후다닥 테라스로 빠져나갔다.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다시 봐도 사이즈가 장난 아니긴 하네.’
여전히 도현에겐 붉게 보이는 거대한 종.
도시 밖에서 봐도 한눈에 보이는 만큼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우웅-
“종이…….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는 것만 같군요.”
“영웅님을 알아보는 걸까요.”
-키야……. 꼭 소설 보는 거 같네.
전과 다른 점이라면, 마치 열쇠에 반응하듯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따라온 제이 루드델들이 신기하다는 듯 감탄하는 이유였다. 피식 웃은 도현이 제이 루드델에게서 열쇠를 돌려받고 하나로 합쳤다.
[음양의 조화가 완성됩니다.]그러자 따스하면서도 시린 기운이 퍼지며 온전한 열쇠가 완성되었고,
우우우웅—
종의 울림이 더욱 거세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열쇠를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고민할 거 없이 냉큼 열쇠를 들이밀어 주자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 번째 운명의 조각, ‘조화(造化)의 종’이 반응합니다.]음산한 기운과 따스한 기운을 색으로 표현한 듯한 빛이 한데 얽혀 주변을 메꾸었고, 그 사이로 경쾌한 알림이 울려 퍼졌다.
[잠들어있던 암왕(暗王)의 음의 의지가 깨어납니다.] [고대 인류의 암왕(暗王), ‘하르’의 음의 의지가 현신합니다.]그러며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드디어 깨어나는군…….]목소리에 느껴지는 차가움에 살이 시린 감각.
그저 현신한 것만으로 주변 공기를 바꾼 남자는 왕의 무덤에서 봤던 남자와 똑같은 외관이었다.
그러나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털썩.
“아아…….”
절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위압감.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다. 감히 고개를 들지 말라고.
그 의견에 충실히 따른 제이 루드델과 진 루드델, 집사장을 쭉 훑어보던 ‘하르’가 도현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호오……?]모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있을 때, 도현은 버티고 서있었던 것이다.
단연 도현만이 아니었다.
뒤에 서 있던 지하드와 엘리자도 꿋꿋하게 허리를 펴고 있었고, 찰리도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떨리는 몸을 주체하고 있었다.
[영웅 특성이 압도적인 존재감에 저항합니다.] [상대의 격이 높아 완전하게 저항할 수 없습니다.] [가디언의 ‘지하드 블랙’과 ‘엘리자’의 타고난 격이 높습니다.] [존재감에 저항합니다.]‘왕의 무덤에서 봤던 의지랑은 차원이 달라.’
괜히 암왕(暗王)이라고 불린 게 아닌 걸까.
다소 따스했던 양의 의지와는 포스부터가 달랐다.
하기야 무인으로서 더 강인한 자였으면 암왕(暗王)이 아닌, 투왕(鬪王) 같은 거로 불렸겠지.
-크윽…….
그때 들려온 침음에 도현이 찰리를 힐끗 곁눈질했다.
이를 악물며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소 겁을 먹었을 뿐 멀쩡한 두 녀석과는 달리 위태로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도현은 특성의 도움을 받고 있고, 녀석들은 종족치가 높아 가능한 일이었지만, 찰리는 순수 정신력만으로 버티고 서있었으니까.
[썩 괜찮은 기사를 휘하로 두었군.]씨익 웃은 하르가 기운을 풀자 스산했던 공기가 한순간에 편안해졌다.
마치 무겁게 짓누르던 중력이 풀린 듯한 감각.
-하아, 하아…….
비로소 숨통이 트인 찰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휘청였다.
-찰리.
-……고맙네.
그래도 잽싸게 어깨를 기대준 지하드 덕에 굴욕은 면할 수 있었다.
제이 루드델과 진 루드델, 집사장도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이 압도적인 존재감의 주인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곤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아…….”
“당신은 설마…….”
-맙소사…….
어찌나 경악했는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세 사람(?).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던 그들이 이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도현과 하르에게 경의를 표했다.
‘갑자기 왜들 저래?’
묘하게 익숙한 광경에 도현이 뭐라 말하려던 찰나.
암왕(暗王)이 흡족한 듯 입을 열었다.
[예를 아는 자들이군. 그래, 네가 날 깨운 자인가?]“아, 예.”
[흐음……. 세라스와 내 다른 인격을 만나고 왔군. 그건 천변인 거 같고……. 뭐, 좋아. 내가 더 간을 볼 건 없겠어. 여기까지 온 거면 자격이 있다는 거니까.]도현의 내부를 꿰뚫어 볼 듯 세밀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암왕(暗王)이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우리 후손이라기엔 참 이상한 조합이긴 한데……. 내 알 바는 아니겠지.]“…….”
차마 반박할 말이 없는 말이었다.
털뭉치 같은 작은 거미와 검정 고블린, 그리고 튜토리얼 NPC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테니까.
짤막한 펙트 폭행을 마친 암왕(暗王)이 도현의 이마를 툭 쳤다.
[불안정했던 체질이 온전해집니다.] [독왕(毒王)의 체질이 완전한 형태를 갖춥니다.]‘어?’
불안정했던 게 완성됐다는 문구에 도현이 곧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독왕(毒王)의 체질] [등급 : 전설] [설명 : 고대 인류의 암왕(暗王)이자 독왕(毒王)으로 불리었던 하르.그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어 무적에 가까우나 독과 정신 공격에 약했습니다.
하여 수만 가지가 넘는 맹독을 직접 경험하며 수련에 수련을 거듭나 독에 면역인 체질을 만들어냈습니다.
[불침(不侵) : 전설 등급 이하의 독에 면역된다.] [포화(飽和) : 한 가지 공격에 일정 시간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을 시 독으로 간주한다.]-온전한 의지가 깃들어 완성되었습니다.
‘와……. 미쳤네.’
완성된 독왕(毒王)의 체질은 만독지체 그 자체였다.
전설 등급 이하의 모든 독에 면역되는 희대의 사기 체질.
지금이라면 그 무법자의 왕이 뿜던 저승의 기운도 온전하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독으로는 도현을 죽일 수 없게 된 것.
‘상태 이상도 안 통해, 독도 안 통해, 지속 딜도 안 통한다라…….’
어쩌다 보니 점점 약점이 없는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마라. 나는 약골은 인정하지 않는다.]“예.”
그렇게 만들어준 훌륭하신 암왕(暗王)의 말씀인데 어찌 따르지 않으랴.
히죽히죽 웃으며 답하자 지하드가 뒤에서 고개를 저었지만, 지금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독에 당하는 게 제일 약골이다. 저기 저놈 봐라. 겨우 저깟 하찮은 독도 못 이겨서 죽어가고 있지 않나.]“저놈이라 함은…….”
[저 소년 말이다. 설마 저 약골이 네 동료냐?]“저분은 이곳의 성주입니다.”
[저런 약골이 성주……? 요즘 인류는 갈 데까지 갔군.]혀를 차며 중얼거리는 말은 그리 작지 않았다.
다소 뒤에 떨어져 있는 제이 루드델에게도 들릴 만큼.
고개를 푹 숙인 제이 루드델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 암왕(暗王)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
꽉 막혔던 혈맥이 뚫린 듯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몸 깊숙이 자리 잡았던 독기가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저승의 기운이 사라집니다.] [독기가 빠집니다.]보랏빛으로 물들었던 피부는 더 이상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이 루드델의 안색은 눈에 띄게 건강해져 있었다.
“아아…….”
“맙소사.”
오랜 시간 괴롭혔음에도 도무지 방법이 없어 포기했던 저주가 너무도 허망하게 치료되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제이 루드델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본능적으로 돌아본 그곳에 암왕은 더 이상 없었다.
[다음은 프라텔인가. 그럼 ‘그 년’이겠군…….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를 거다. 제법 까다로울 테니 잘해봐.]기적을 만들어내고도 그에 관한 언급조차 없이 제 할 말을 끝낸 그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진 것이다.
툭.
그 자리에 더는 암왕도, 거대했던 달의 종도 없었다.
그저 작디작은 종 하나가 떨어져 있을 뿐.
[세 번째 운명의 조각이 온전한 형태를 갖춥니다.] [세 번째 운명의 조각, ‘조화(造化)의 종’을 얻었습니다.] [운명의 조각]-등급 : 메인 스트림
-설명 : 아브타르텔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한 투신 카시야르. 그가 세계 곳곳에 남겨둔 그릇의 파편을 모두 모아 운명을 완성하라.
-운명의 조각 3 / 10
-운명의 조각을 모두 모으면 메인 이벤트가 열립니다.
‘이게 본래 조각의 모습이었던 건가.’
반쯤 부서졌던 믿음의 모래시계와 반대로, 이번 조각은 모종의 이유로 거대해졌던 모양이다.
도현으로선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정말 저 거대한 사이즈가 원본이었으면 상당히 골치가 아팠을 테니까.
‘이로써 3개.’
어느덧 3분의 1까지 도달한 것에 묘한 뿌듯함을 느낄 때였다.
그 기분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랭크 측정이 완료되었습니다.]드디어 졸업 퀘스트의 결과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