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52)
제152화
152화.
얼빠진 소리가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쉽게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멍해진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며 쑥덕거리기를 잠시.
경비병들이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인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였다.
“마, 말도 안 돼!”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미친……!”
어디선가 시작된 경악에 찬 괴성을 시작으로.
“6,014점? 6,014점이라고??”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점수야? 내가 지금 헛것을 보나? 야 나 좀 때려봐.”
“이 점수가 대체 뭐하면 나와? 이게 말이 돼!?”
“미쳤다, 진짜 개미쳤다. 와! 와!!!”
“카이저, 그는 정말 신인가?”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잠깐의 침묵이 태풍의 눈이었던 것처럼.
사방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게 그만큼 믿을 수가 없는 점수였다.
1등을 한 거? 그거야 당연히 예상했다.
최초로 성주를 만났고, 무법자 챌린지까지 당당히 클리어했으니까.
“S랭크 찍는 게 문제야 지금? 어떻게 점수가 6천 점대야!?”
“아니, 여제가 최초로 네 자리 찍은 거로 논란 터졌는데 이건 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네.”
“말이 안 나올 게 뭐가 있어? 신이 신 한 거지!”
“카신교 사이트 주소가 어디라고?”
다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점수 아닌가!
내로라하는 최상위 랭커들의 6배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라니?
그마저도 그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여제와 비교했을 때지, 다른 이들과의 차이는 더 심했다.
“무법자 잡은 게 이 정도인 건가?”
“성주 만나서 그런 걸지도? 아니, 근데 이 두 개 했다고 차이가 이렇게나 큰가……?”
“그럼 차이가 크지 안 커? 최초가 두 갠데??”
당연히 논란이 터져 나왔고, 유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빨리 기사 퍼트려! 빨리!!”
“퍼뜩 안 움직이고 뭐 해! 독점 아니어도 되니까 최대한 빨리 올리라고!”
“스카우터랑 기자들 난리 난 것 봐라. 크큭.”
“지금 기자만 문제가 아니야. 길드에서 소식 퍼지고 홈페이지도 난리임. 다 뒤집어지는 중.”
“와씨……. 브리온 때 카이저 본 얘들 부러웠는데 이걸 이렇게 돌려받네. 진짜 사르기스 졸업 안 해서 너무 다행이다.”
“아니, 카이저는 대체 언제 나와? 기다리느라 목 빠지겠네!”
그야말로 기자가 놀라고 스카우터가 뒤집어지며 모든 유저들이 경악한 희대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엄청난 일을 저지른 카이저에 대한 기대가 커질 대로 커진 유저들이 목 빠져라 성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 야, 저기 봐!”
“누가 나온다!”
“카이저니? 카이저야!?”
2층 테라스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은한 달빛으로 간신히 실루엣만 드러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남성의 형체였다.
하나 유저들은 그가 카이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금발?”
“뭐자? 카이저가 아닌데? 묵빛 갑옷 아니잖아.”
가장 뜨거운 감자인 카이저의 특징을 모르는 유저는 이곳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했다.
카이저가 아니면 누가 성에서 나온단 말인가.
카이저 외에 당당하게 2층에서 모습을 드러낼 사람이라곤 고위직 NPC들이나 성주 정도…….
“어?”
“……설마?”
점차 유저들의 표정이 묘해지던 그때.
-여러분, 반갑습니다.
2층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아이템의 힘을 빌렸는지,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무척 또렷하게 들려왔다.
설마 하는 생각에 다들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인 덕도 있으리라.
그런 그들을 흡족하게 내려다보던 금발의 남자가 말을 이었다.
-사도 분들, 도시의 주민분들, 도시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사님과 경비님들까지. 모두 보고 싶은 얼굴이었습니다.
또렷한 눈빛과 목소리.
하나 그 안엔 어딘가 그리움과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그에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한 유저가 소리쳤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번만큼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던 걸까.
유저와 NPC 할 거 없이 핀잔을 늘여놓는 사람 없이 남자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모두가 남자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길 수 초.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너무도 길게 느껴진 수 초가 지나 입을 연 금발의 남자가 한 박자 말을 쉬었다.
그리곤 좀 더 앞으로 나와 모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마르다 못해 앙상한 몸과 어린 외모.
“어?”
“소년……?”
생각보다 더 앳된 모습에 흠칫한 그들을 보며 금발의 소년, 제이 루드델이 말했다.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이곳의 성주 제이 루드델입니다.
“…….”
“…….”
일 초. 그리고 이 초.
침묵이 맴돌더니 이내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성주가 나타났다!!”
“다들 빨리 영상 켜! 사진이라도 찍으라고 빨리!”
“저, 저분이 성주님……!”
“그렇다면 저분이 그 자드 루드델 님의 아들이시란 말인가!”
베일에 감싸여 있던 사르기스 철옹성의 성주.
제이 루드델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 * *
와아아아아아–!!!!
성 밖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을 들으며 도현이 피식 웃었다.
“잘하고 있네요.”
-녀석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죠. 어쩐지 감회가 새롭네요. 형이 이 모습을 봤어야 할 텐데.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이는 진 루드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눈이 마주친 그가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늘 걱정이었습니다. 녀석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할 운명이어서.
“…….”
-그래서 생각했어요. 제이의 자유를 억압할 욕심 많은 노친네들이라도 내가 묶어두자. 그럼 최소한 성주로 살지언정 꼭두각시로 살진 않을 거 같았거든요. 뭐, 그마저도 끝맺음을 못 짓고 귀신이나 됐지만요.
피식 웃으며 말하던 진 루드델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드물게도 진중한 얼굴로 바라보던 그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너무도. 정말 너무도 많은 은혜를 입었어요.
“……아닙니다.”
-아뇨. 이깟 감사의 말로는 한없이 부족한 거 압니다. 귀신만 아니었으면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만약에라도 제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에 맹세하고요.
귀신의 도움을 받을 날이 있을까 싶지만, 고개를 끄덕여주기로 했다.
무시하기엔 떨리는 그의 목소리가 무척 진심이었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가 괜히 낯간지러웠던 도현이 화제를 돌렸다.
“이제 성주의 곁에 머무를 건가요?”
진 루드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예?”
-저는 더 이상 성불하지도, 이승에 남지도 못해요. 그 이상한 기운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럼…….”
-별수 있나요. 저승에서 터전을 잡아봐야죠.
“…….”
그리 말하는 진 루드델은 후련해 보였다.
-녀석도 이제 건강해졌고, 제가 훔쳐온……. 아니, 모아둔 비리 증거들까지 전해졌으니 썩어빠진 물들도 정리할 수 있겠죠. 그 애 같던 녀석이 멋지게 연설하는 모습까지 봤는데 이게 진짜 성불 아니겠어요? 이러고도 미련이 남으면 이기적인 거죠.
그리 말하는 진 루드델은 정말로 한 치의 미련도 남지 않아 보였으니까.
이보다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씨익 웃는 진 루드델.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했습니다, 영웅님.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곳에 남아있는 음의 기운이 사라집니다.]이젠 정말 허락된 시간이 다 되어 사라진 것이다.
그의 빈자리를 보며 찰리가 입을 열었다.
-겉과 달리 속이 무척 따듯한 사내였습니다.
-흑흑……. 맞아……. 진짜 슬프게 왜 저러는 거야. 오늘 눈물 콧물 다 빼네, 증말.
-리자리자…….
그걸 시작으로 지하드와 엘리자가 눈물을 훔쳤다.
감수성 넘치는 녀석들다운 반응이었다.
언제 삐졌냐는 듯 지하드를 안고 훌쩍이는 엘리자를 보며 피식 웃은 도현이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 00 : 20 : 01]‘20분이라……. 애매하네.’
이대로 끄기는 아쉽고, 뭔가를 하자니 다소 빠듯한 시간.
자투리 시간으로 활용할 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럴 때 할 만한 건 역시 이거였다.
‘그럼 카드깡이나 해볼까.’
이번에 퀘스트를 완료하며 얻은 상급 스킬 뽑기권을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지금 나가기는 좀 그렇지.’
명당을 찾아 나서기엔 아직 제이 루드델이 연설을 하고 있어서 난감했다.
지금 나면 모든 어그로가 다 끌릴 테니까.
모처럼 제이 루드델이 성주로서 첫 연설을 하는 건데 망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후후.’
굳이 명당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니까.
이전부터 갓오세 뽑기 갤러리에 전설로 내려오던 말이 있었다.
-명당이 좋은 기운을 받는 땅이라면! 진정한 명당은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곳이 아니겠는가!
그 말은 수많은 깡의 민족들의 심금을 울리며 공감을 샀고.
그들은 이내 명당이 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려진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르기스의 성 안이었다.
-깡의 민족들이여, 생각해보라.
-1년 6개월간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한 장소. 그곳에서 첫 카드깡을 한다면 얼마나 큰 감동일지.
-어쩌면……. 어쩌면 전설 등급이 나올지도……!?
물론 말도 안 되는 개소리일 뿐이었다.
뽑기가 장소 가려서 뽑힌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 확률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땅에서 뽑는다고 좋은 게 나오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뽑기 갤러리 유저들은 그 순간만을 고대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것이 낭만이니까.’
그게 뽑기 갤러리 유저들에겐 최고의 로망이었으니까!
지금, 그 찬란한 순간이 도현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훌륭한 깡의 민족이 아닌, 일개 범인은 도현이 뽑기권을 받고 얼마나 설렜는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반쯤 뒤집힌 눈을 보며 지하드가 진심으로 놀란 듯 물었다.
-맙소사, 우리 주인 같은 사람이 그리 많다니……. 인간은 원래 그런 거야 찰리?
-리자…….
-크…… 음…….
이번엔 차마 쉴드를 칠 수도, 그렇다고 동의할 수도 없었는지 대답을 회피하는 찰리.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느라 바쁜 찰리의 고충은 몰라주고, 도현은 부푼 기대를 안으며 뽑기권을 찢기 바빴다.
[상급 스킬 뽑기권을 사용합니다.]파앗-
그러자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떠오르는 열 장의 카드.
언제 봐도 설레는 순간에 빛내는 도현의 눈에 또 하나의 메시지가 보였다.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그와 동시에 보일 리 없는 색이 보였고.
이내 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장……!’
노란색 카드가 무려 세 장이었다.
용꿈의 계시가 있었던 라이르 대신전 때와 같은 숫자!
심지어 이번엔 은색 카드가 6장으로 똥색 카드가 한 장밖에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확률!
‘아아……. 믿나이다.’
역시 뽑기 갤러리의 전설은 사실이었다.
황홀에 찬 눈으로 손을 뻗던 도현이 순간 멈칫했다.
‘……가운데는 안 돼.’
전에 한 번 호되게 당한 적이 있지 않나.
경험으로 깨달은 도현이 손을 틀었다.
잠시 고민하다 오른쪽 카드를 선택하자 눈부신 노란빛을 뿌리며 뒤집히는 스킬 카드.
[영웅 스킬 ‘빙기류(氷氣流)’를 획득하셨습니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