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55)
제155화
155화.
-군단장이…… 되면…… 내…… 병사들을…… 데려갈…… 수…… 있는…… 가.
그게 고통이 뱉은 첫마디였다.
“지하드.”
-……둘까진 가능해.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야.
척하면 척인 지하드가 곧장 답했다.
레벨이 올라 추가적으로 언데드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저들 모두를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더는……. 저들을…… 두고…… 혼자…… 살…… 수 없…… 다.
그간 너무도 많은 병사들이 희생했다.
이제 더는 그렇게 생명을 연명하기 싫었다.
그때는 대의라도 있었지, 저 인간의 수하가 된다면 그마저도 지키기 힘들지 않은가.
-너와…… 우리의…… 길은…… 다르다.
-우리는…… 인간…… 과…… 공존할…… 수…… 없으니…….
포기해야 했다.
심지어 저자는 신의 사도가 아닌가.
명계신 하데스에게 찍혀있는 자신의 동족이 신의 사도의 뒤를 따르게 되면 어떤 미래를 겪게 될지 뻔했다.
사도가 아무리 잘나도 결국 신의 수하였으니까.
-……이번…… 죽음의 순간…… 만큼은…… 저들과…… 함께하고…… 싶군…….
그리 마음먹고 있을 때였다.
도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불쑥 끼어들었다.
“오해가 있나 본데. 나 사도 아니야.”
-……거짓말을…… 하는가……. 보고…… 들은…… 것이…… 있거늘…….
“아니, 사도는 맞는데 신의 사도는 아니야. 오히려 신의 적이지?”
-……무슨…… 뜻이지……?
포기한 듯 보이던 고통이 처음으로 흥미를 표했다.
그에 도현은 나름대로 요약해서 설명했다.
자신은 신과 적대관계에 있던 고대 인류의 후손이며, 지금 그토록 추앙받는 신이 사실 어떤 존재인지.
“믿고 말고는 너 자유야. 지금 증명할 방법은 없으니까.”
-…….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이대로 죽으면 너희 종족은 이대로 끝나는 거고.
날 따르겠다 하면 언제가 될진 몰라도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
그 말까지 마치자, 고통은 바로 답할 수가 없었다.
저자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나 그가 겪은 신과 신의 대리인이라는 일군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자신은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에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런 그를 대신하여 답한 건 무법자들이었다.
-왕이시여…… 부디…… 저자를…… 따라가십시오…….
-저희는…… 괜찮나이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그들의 목소리엔 결의가 느껴졌다.
-저희는…… 저승에서…… 지내……겠습니다…….
-저승엔…… 그……‘남자’의…… 은신처가…… 있습니다…….
-수가…… 줄어 들었…… 으니……. 살아남…… 기…… 더…… 쉽습니다…….
-왕이시여…… 부디…….
그런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첨언에는 모두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이윽고 마지막 한 병사가 고개를 들어 고통과 마주했다.
고통을 제외한 무법자 중 가장 오랜 세월 살아남은 자였다.
-저희는…… 죽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
-저희가…… 왕의…… 발목을…… 붙잡…… 게 되는…… 것은…… 두렵습…… 니다.
그리 말한 병사는 다시 한 번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부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소서…….
-놓치지…… 마소서……!
-놓치지…… 마소서……!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외쳤다.
그건 꽤나 장관이었다.
달빛을 머금은 숲속, 유령병사들이 무릎을 꿇고 외치는 모습에 지하드가 팔을 쓸어내릴 만큼.
그 순간 은은하게 비추던 달빛이 옅어졌고, 어둠은 더욱 진해졌다.
[만월의 기운이 사라져갑니다.] [무법자들이 떠납니다.]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 사라져가는 것이다.
[남은 시간 : 00 : 00 : 17]그리고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결정해. 어떻게 할 거야.”
이 순간에도 무법자들은 점점 옅어지며 하늘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그 와중에도 한 마디 말을 뱉는 걸 잊지 않았다.
-저희는…… 괜찮…… 습니다.
-언젠가…… 돌아오실…… 그날을…… 기다리며…….
-믿고…… 있겠습…… 니다…….
그에 결심이 선 것일까.
-부족한…… 왕을 모셔…… 고생이…… 많구나…….
그들을 한 차례 어루만진 고통이 등을 돌려 도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따르…… 겠나이다…….
“오케이, 지하드! 빨리!”
-알았어!
드디어 고통의 마음을 돌린 것에 도현이 서둘러 지하드를 재촉했다.
벌써 세 명이 사라진 탓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군단장 생성을 사용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무법자들의 수장, ‘고통’을 군단장으로 만듭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능력치에 비해 너무 강대한 그릇입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레벨에 비례하여 능력치가 조정됩니다. ‘지하드 블랙’이 성장할수록 군단장도 성장합니다.]고통도 성공적으로 군단장으로 만들었고,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무법자를 언데드화시킵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무법자를 언데드화시킵니다.] [언데드화에 성공합니다.] [언데드 수가 최대치입니다.]무법자 둘을 언데드로 삼을 수 있었으니까.
그어…….
언데드로 변하는 무법자들과 고통을 보며 마지막으로 떠나가던 무법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부디……. 잘…… 부탁드립…… 니다…….
그 말을 끝으로 완전한 밤이 찾아왔다.
달빛보다 어둠의 더 강대해진 숲에서 무법자들과 고통이 도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접속 제한 시간을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5초 후 강제 종료됩니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십시오.] [RCD 녹화가 종료됩니다.]도현의 시야도 곧 검게 물들었다.
* * *
푸슈우-
캡슐이 열리며 나온 도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진짜 조마조마했다.
5초만 더 늦었어도 무법자들을 언데드로 삼을 수 없었으리라. 고통을 무법자들에게 데리고 간 게 신의 한 수였다.
‘능력치가 조정된 게 아쉽긴 한데…….’
뭐 그 정도야 밸런스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니까.
기왕이면 어느 정도로 조정된 건지, 군단장이 생긴 지하드의 군단은 어느 수준인지.
테스트도 좀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내일 하면 되니까.’
중요한 건 지크 역사상 최초로 무법자를 군단장으로 삼았다는 거다.
적어도 지금 구간에서는 지하드의 군단보다 강한 언데드 군단은 없지 않을까?
털썩.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도현이 컴퓨터 의자에 앉았다.
이제는 루틴이 되어버린 영상 제작을 위함이었다.
‘편집자를 구하고 싶긴 한데, 막상 구하자니 또 신경 쓰이네.’
도현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유일하게 메인 퀘스트를 깨고 있으며 진리의 눈이나 그 밖에도 숨겨야 할 게 많았다.
그런 상황에 편집자를 구하면 과연 정보가 안 퍼질까?
마음 같아선 찝찝해도 그냥 편하게 맡겨버리고 싶지만, 게임에 진심인 도현의 이성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에휴. 별 수 있나. 내가 굴러야지 뭐……. 그래도 오늘 건 작업할 게 별로 없네.”
이번에 올릴 영상은 두 개였다.
무법자 챌린지를 끝낸 영상과 성주를 만났던 영상.
두 개지만 편집할 건 별로 없었다.
무법자 챌린지에 거의 통으로 올리면 되고, 성주를 만나는 건 메인 퀘가 의심될 법한 대화들만 잘라서 올리면 끝이었으니까.
[영상을 업로드합니다.] [무법자 챌린지가 업로드됩니다.] [영상을 업로드합니다.] [사르기스 성주가 업로드됩니다.]“끝!”
1시간도 안 되어 작업을 마친 도현이 거실로 나왔다.
배고프다고 울부짖는 배를 추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거실로 나오자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TV를 보고 있는 현아가 보였다.
“소파 두고 왜 맨날 기대고 앉냐?”
도현은 그런 현아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된장찌개를 떠서 밥에 말아 먹고 있자니 현아가 건성으로 답했다.
“이게 편해.”
“저럴 거면 등받이를 사지 소파를 왜 산 건지 모르겠네.”
“왜 또 나와서 시비야? 밥이나 드셔요.”
언제나와 같이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그렇게 별 의미 없는 대화가 지나가고, 문득 TV를 본 도현이 어? 하는 탄성을 냈다.
그런 그의 눈은 한껏 커져 있었다.
‘……저거 나잖아?’
그도 그럴 게 TV에 도현이 나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카이저였다.
묵빛 갑옷을 차고 있는 카이저의 사진과 영상 일부가 교차로 나왔고, MC들이 뭐라 떠들고 있었다.
-요즘 핫한 인물이죠. 지금 카이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뎀로크의 전설로 군림했던 유저인데요. 복귀 후로 계속하여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려 최초로 무법자 챌린지를 성공시키며 3연속 1위를 탈환하고 있…….
‘벌써 TV까지 퍼졌구나.’
그간 TV를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전에도 계속해서 관련된 얘기가 나온 듯 보였다.
하기야 도현이 어지간히 날뛰었던가.
행보 하나하나가 일반적이진 않았으니 방송사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방송거리가 없었을 터.
뎀로크 시절에는 뭘 하고 다녀도 이렇게 TV를 타진 않았는데…….
비록 게임 속 캐릭터긴 하나 TV에 나온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묘했다.
지이이잉-
반응이 온 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곽재열 : 이번에 사르기스도 1위로 졸업했다며? 진짜 클라스 미쳤다.] [유종현 : 그럼 이제 프라텔 오는 건가? 와…… 카이저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우리랑 겹치냐. 이게 사람인가.] [김현수 : ㄴㄴ 사람 아니고 신임.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김두형 : 카이저 실제로 봐보고 싶다. 포스 장난 아니겠지?] [유종현 : 근데 강도현 쟨 머함? 쟤도 뎀로크 오래 하지 않았나? 카이저 얘기 나오는데 별 반응이 없네. 1 지워진 거 보니 확인 중인 거 같은데.] [김두형 : 냅둬, 저거 배 아파서 그럼. 저 겜돌이가 갓오세 시작 안 했을 리도 없고, 기껏해야 레이븐에 있겄지.] [곽재열 : ㅋㅋㅋㅋㅋㅋ 그니까 20살 되자마자 군대 가야지~]그간 잠잠했던 단톡방이 다시 활발해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얘네도 프라텔이었지.’
제대하고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친구들을, 게임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심지어 녀석들은 자신이 카이저인 걸 모르는 상황이라 더 그러했다.
자신이 카이저인 건 상상도 못한 채 찬양하는 걸 보니 왠지 기분이 더러웠다.
‘고의로 숨긴 건 아닌데…….’
망겜 1위가 뭐 자랑이라고.
굳이 말을 안 했던 건 뿐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걸 밝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다.
“오빠, 카이저 알아?”
“……어?”
설상가상으로 이젠 현아까지 관심을 표하고 있었다.
“오빠도 뎀로크? 이거 많이 했잖아. 카이저 거기서도 유명했어?”
“……뭐 1위니까 당연히 유명했지.”
“와, 신기하다. 나도 프라텔인데. 카이저 실제로 볼 수 있겠네. 뭔가 연예인 만나는 기분이야.”
도현의 숟가락질이 멈추었다.
그리곤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려 현아를 힐끔 쳐다보는 도현.
“……너도? 왜?”
“왜긴, 나 71레벨이잖아. 프라텔 졸업 레벨이 71레벨이니까 남아있지.”
“……졸업 안 하고?”
“졸업 퀘 때문에 귀찮아서. 친구들도 아직 프라텔에 있어서 같이 졸업하려고 남아있지.”
“그, 그래. 그렇구나…….”
“카이저 실제로 만나면 말 걸어봐야지!”
“아냐. 그건 좋지 않은 생각인 거 같아.”
급히 말려보는 도현이지만, 이미 신이 난 현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로 떠들던 현아가 문득 떠올랐는지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대박! 영상 올라왔다.”
“……무슨 영상?”
왠지 싸한 느낌이 들어 묻자 현아가 휴대폰 화면을 도현 쪽으로 향했다.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
“카이저TV 신작! 와……. 반응 대박이다. 진짜 잘 싸우긴 하네. 분명 잘생겼겠지? 왠지 남자답게 잘생겼을 거 같아. 키도 커 보이고.”
“미친…….”
소름이 돋는 걸 참지 못한 도현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속이 메슥거리는 걸 느끼며 도현은 다짐했다.
절대 정체를 들키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