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58)
제158화
158화.
빙기류(氷氣流)의 효과는 확실했다.
[같은 대상에게 일정 시간 이상 ‘둔화’를 주었습니다.]몇 마리를 만나건, 죄다 느려지니 공격을 피하기도 더 수월했고.
포위당하지 않는 포지션을 잡는 것도 수월했다.
어차피 포위당한다 해서 위협적이진 않지만, 사냥이 더 편한 건 사실이었다.
[빙기류(氷氣流)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상태 이상 ‘동상’을 입힙니다.] [얼어붙은 적을 공격하여 추가 데미지를 가합니다.] [푸른 나무숲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그렇게 느려진 놈들이 도망치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다가, 얼어붙을 때 칼질 몇 번 하면 죽어 나가는 것이다.
-와……. 진짜 날로 먹네. 난 못 보겠다, 트롤들 너무 불쌍해.
-리자리자.
-과연 주군은 꾸준히 성장하시는군요.
오죽하면 지하드가 불쌍해서 못 보겠다며 눈을 가릴 정도.
엘리자마저 동의한다는 듯 지하드를 따라서 작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서걱-
물론 도현은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열 마리의 트롤을 더 사냥한 도현이 천변을 집어넣었다.
“성능 확실하네.”
이 정도면 충분히 확인했다는 판단이었다.
확실히 직접 써보니 듣던 대로 빙결계 마법은 그 범용성이 말이 안 된다.
괜히 레피아스를 상대한 자들이 쌍욕을 퍼부은 게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마법사.’
그것도 폭발적인 위력을 못 내는 빙결계 마법사다.
그런 그가 사용해도 그리 까다로웠는데, 뒤잡기는 물론 온갖 근접 스킬로 무장한 도현이 사용하니 그야말로 미친 성능이 나왔다.
추노면 추노, 도주면 도주.
모든 상황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보스한텐 어느 정도로 먹힐지가 관건이네.’
보통 보스들은 종족치의 값. 즉, 격이 일반 몬스터보다 높다.
같은 상태 이상기나 공격 스킬을 사용해도 효과가 반감되어 적용되는 이유였다.
빙기류(氷氣流)가 과연 놈들에게도 쓸 만한 성능을 보일지는 봐야 알 듯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덤벼드는 애가 없네.’
슬쩍 주변을 곁눈질한 도현이 의아해했다.
그간 새로운 도시에 올 때면 꼭 신고식이라도 치르듯 덤벼드는 하이에나들이 있었건만.
이번엔 왜인지 그런 놈들이 없었다.
무법자 영상이 퍼진 영향인지, 아님 카이저라는 이름의 위상이 높아진 건지.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그럴 만도 하지. ’
길드 단위 정도 되면 모를까.
이제 하이에나들이 노릴 정도로 도현이 증명한 업적이 낮지 않았으니까.
좋은 변화였지만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이템 얻는 거 기대했는데.’
사르기스에선 보정 효과 때문에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선 내심 기대했건만…….
기습해오는 놈들은 무슨, 주변에 유저가 몇 보이지도 않는다.
깊숙이 들어온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자신을 피하는 게 느껴졌다.
“지하드.”
-응?
그렇다면 지금이 적기이리라.
“슬슬 해보자.”
-뭘? 아, 그거? 알았어. 주인.
이해했다는 듯 끄덕인 지하드가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리곤 손을 뻗자 검은 마나가 퍼지며 지면이 꿈틀거렸다.
한 곳이 아니었다. 지면 곳곳이 꿈틀거리더니 우악한 손이 튀어나오며 이내 형체가 드러났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x2,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x1, 오크 언데드 x3, 라이칸스로프 x3, 무법자 x 2개체를 소환합니다.] [군단 조종을 사용하여 모두 한 개체로 판정됩니다.] [군단의 언데드의 50% 이상이 하위 도시의 몬스터로 판정됩니다. 마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도합 열 한 마리의 언데드.
이제는 누가 봐도 군단이라 부를 수 있는 수였다.
딱…… 따닥…….
그리고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로브를 쓴 언데드.
[군단장 ‘고통’이 모습을 드러냅니다.]무법자의 왕, 고통이었다.
“오.”
-윽…….
-음……!
다시 봐도 참 을씨년스러운 게 포스 넘치는 모습에 도현은 감탄을, 가디언들은 침음을 흘렸다.
눈이 마주친 고통이 허리를 숙였다.
비록 한 종족의 왕이었던 자지만, 이제는 도현을 따르기로 한 자.
한낱 과거의 직위 따위 내려놓고 충성하기로 한 다짐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그에 흡족한 얼굴을 한 도현에게, 고통이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딱…… 딱딱…….
“……딱딱?”
딱따구리도 아니고.
포스에 비해 너무 볼품없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자, 고통이 다시 말했다.
딱따닥…… 딱…….
“…….”
도현이 본능적으로 지하드를 쳐다보다가 멈칫했다.
못 알아들을 때면 늘 녀석이 통역을 해주었기에 습관적으로 돌아보다가, 이번엔 녀석이라고 다를 거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한데 이게 웬걸?
-군주께 인사를 드린대. 잘 부탁드린다고.
지하드가 별거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통역해주는 게 아닌가.
딱……! 따닥…….
딱…… 따다닥…….
그러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고통과 그 뒤에서 한쪽 무릎을 굽히며 맞장구치는 무법자들.
“……얘네 왜 이렇게 된 거야?”
그에 대한 답은 다른 데서 나왔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레벨이 낮습니다.] [가디언의 레벨에 비해 군단장의 격이 높아 하향조정됩니다. 지하드 블랙이 성장할수록 군단장도 함께 성장합니다.]‘……하향조정의 영향인가?’
하향조정된 거야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언데드는 보통 주인의 수준에 맞춰지기 마련.
아무리 강한 언데드를 만들어도 주인의 성취도 높아야 제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보통 언데드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향조정되며 격이 낮아져 언어를 잃은 거 같은데…….
딱…… 따딱…….
따다닥…….
……이건 너무 포스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종족 특성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딱딱거리는 소리마저 뚝뚝 끊겨서 답답했다.
그런 놈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다.
그…… 어어…….
그어어…… 어…….
……아니, 열둘이었다.
-아니, 얘네 왜 이렇게 됐어?
-음…… 듣기 좀 거북하긴 하군.
-리자…….
군단은 군단장 따라간다고, 저런 쓸데없는 거까지 옮아버린 것이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에 도현이 이마를 턱 짚었다.
‘쯧, 어쩔 수 없지.’
그나마 지하드가 말을 알아듣는 게 어디인가.
가뜩이나 답답한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으면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으리라.
‘어째 저놈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없네.’
하기야 제 군단장인데 알아들을 법도 한가?
신기한 재주에 잠시 감탄한 도현이 시선을 돌려 상태창에 집중했다.
[군단장 목록]-제1 군단장 : 고통
휘하 군단 언데드 – 11
[1군단장 ‘고통’의 정보를 열람하시겠습니까?]‘어디 정보 좀 볼까.’
과연 저놈이 정확히 어느 정도로 밸런스 조정되었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펼쳐진 정보는 꽤나 세부적이었다.
[고통] [타이틀 : 무법자의 수장, 영겁의 고통을 살아가는 자, 대의를 이루려는 자] [타입 : 유령병사] [특성 : 배틀 메이지, 명계에서 태어난 자, 고통, 흑마법사] [군단 특성 : 뚜렷한 대의, 지독한 집념, 복수] [설명 : 명계, 혹은 저승이라 불리는 하계.그곳에서 태어났으나 구역을 얻지 못해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배척당해오던 유령병사족.
고통이라는 이름을 얻어 모든 종족의 고통을 떠안으며, 미약한 존재인 그들을 저승의 무법자로 만들어낸 왕이다.
처음엔 복수심에 휩싸였으나 지금은 대의를 이루고 멸족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하드 블랙’의 레벨이 낮아 하향조정되어 대부분의 능력이 봉인됩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 : 2]
-중급 흑마법
-무법자류 배틀 메이지술
‘괜찮은데?’
지하드 블랙의 성장에 따라간다는 말이 정말인지, 처음부터 스킬이 두 개나 있었다.
타이틀이나 특성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이름들.
심지어는 설명도 범상치 않았다.
‘저승에서 태어나 배척받은 존재라…… 그래서 그렇게 악착같이 달려든 건가.’
사연 없는 악당은 없다고.
텍스트로만 봐도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얼추 그려졌다.
‘실제 힘을 되찾으면 얼마나 강하려나.’
과연 언데드 군단장으로서 그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을까 싶긴 한데, 설정이 설정이다 보니 후반 포텐셜이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딱…… 따닥딱…….
-군주여, 무엇을 시키실 겁니…… 아니, 잠깐만. 네 군주는 나거든? 왜 자꾸 주인한테 군주라 하냐?
통역하다가 퍼뜩 자신의 위치를 떠올린 지하드가 눈에 불을 켜고 따졌다.
강약약강인 놈으로선 제 부하가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을 감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닥……?
하나 정작 고통은 지하드를 힐끔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다시 도현에게 고개를 숙이는 고통.
따닥…….
-와, 나 방금 봤다? 눈살 찌푸린 거야 지금? 주인, 쟤가 나 무시한 거 맞지, 그치.
-리, 리자…….
-와! 지하드 다 죽었다! 너, 어? 옛날이었으면 바로 폭탄 1호 됐어 인마.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지하드.
확실히 폭크였던 과거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저 녀석이 언데드를 생명체로 존중해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
고통은 그런 지하드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딱…… 따닥…….
그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을 뿐.
‘뚝심 있네.’
과연 종족의 존속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왕 답다고 할까.
고통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뭐가 됐든 저놈을 이기고, 신과 대적한다는 도현이라면 모를까.
웬 고블린이 자기가 군주니까 따르라 하면, 명색이 한 나라를 집어삼켰던 왕 출신이었는데 긍지가 상하지 않겠는가.
-아니, 저게 보자 보자 하니까……!
-자네, 진정하게. 부하의 교육은 중요하네만 지금은 때가 아니지 않나. 나중에 시간 내서 교육하는 게 어떻겠나.
-리자리자.
물론 지하드로서는 펄쩍 뛸 일이었지만.
혈압이 올라 방방 뛰는 지하드를 찰리와 엘리자가 다급히 말렸다.
콩트 멤버가 늘어난 모습에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어째 저놈들은 조용한 날이 없는가 모르겠다.
“네 주인은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맞아. 뭐, 저놈 주인이 나니까 그게 그거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속 상사인 건 지하드니까. 지하드 말을 잘 따르도록 해.”
따닥…….
-저거 봤지? 지금 마지못해 한숨 쉬는 거?
딱? 따닥.
내가? 난 그런 적 없는데.
통역하지 않아도 콧방귀 뀌는 모습을 보니 저 말이 말풍선이라도 띄운 듯 생생하다.
……언제 한 번 서열정리 할 기회를 주기로 하며 도현이 화제를 돌렸다.
-후우…… 알았어, 주인. 내가 착해서 참는다, 참아.
-리자리자!
-음! 훌륭했네. 위대한 군주는 모두 뛰어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법이었네. 자네는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 같군!
-그, 그래? 케헴. 내가 좀 그렇긴 해.
단순한 지하드답게 찰리의 말에 홀라당 넘어간 덕이기도 했다.
비로소 조용해진 녀석들을 보며 도현이 신호를 주자, 지하드가 흠흠 헛기침을 하곤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를 내었다.
-아이들아, 우매한 트롤들에게 힘의 격차를 보여주어라.
그어…… 어어어…….
딱…… 따닥…….
이번만큼은 고통도 순순히 따라주었다.
따닥……!
고통이 로브를 흩날리며 무어라 외치자, 언데드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더니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도현의 표정이 점점 멍해졌다.
서서히 굳어가던 도현이 저도 모르게 말했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