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159화.
진열을 맞추며 세 갈래로 흩어진 언데드들.
그중 두 무리는 무법자를 선봉으로 세운 채 트롤 무리를 습격했고, 마지막 한 무리는 군단장인 고통의 뒤를 따랐다.
확실히 군단장이 있어서 그런가, 이전과는 다른 묘한 포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도현이 놀란 건 겨우 저런 포스 때문이 아니었다.
그어…… 어…….
딱…… 따닥…….
기괴한 소리를 내며 접근하자 깜짝 놀란 언데드들이 크어? 하며 몽둥이를 휘두르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런 언데드들의 기본 전술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본적인 자세나 형식적인 움직임을 벗어나, 그저 효율만을 따지는 전투법.
우르르-
콰당- 푹! 푸푹!
크어! 크어어!
여럿이서 다리를 잡고 자빠트린 후 난도질.
여기까진 전과 비슷했다.
다만, 그 후의 대처방식이 너무 달랐다.
후웅- 퍽!
크어?
한 놈을 집단린치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트롤이 몽둥이를 휘둘러 언데드의 머리를 직격했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이 분명했건만.
푹! 푸푹!
언데드들은 꿈쩍도 않고 난도질을 이어갔다.
마치 공격을 받은 사실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크…… 크어! 크어어!
그에 멍해진 것도 잠시.
난도질을 당하는 동료의 비명에 다급함을 느낀 트롤들이 몽둥이를 재차 휘둘렀다.
쾅! 푸푹-
어깨에 한 방.
콰앙! 푹! 푸욱!
머리에 다시 한 방.
열심히 직격타를 날렸지만, 난도질은 멈추지 않았다.
비교적 체격이 작은 고블린 언데드들은 몽둥이질에 저 멀리 날아가기도 했는데, 기어코 다시 기어 와서 허벅지에라도 단검을 찌를 정도였다.
크어어! 크어!
소름끼치는 집념에 트롤들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칠 정도.
그 사이 순식간에 쓰러져있던 트롤을 정리한 언데드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눈이 마주친 트롤이 히끅, 소리를 내며 몽둥이를 떨어트렸다.
마치 ‘방금 때린 거 너냐?’ 라고 묻는 듯한 눈빛에 소름이 돋은 것이다.
터벅, 터벅.
그 순간.
가장 앞에 서 있던 무법자가 붉은 눈을 빛내며 다가오자, 뒤에 있던 세 마리의 언데드도 따라 걸어왔다.
그게 신호라도 된 건지 다시 들개처럼 달려들어 자빠트리고 물어뜯기 시작하는 언데드들.
방금 본 동료의 죽음이 제 미래임을 직감한 트롤이 울부짖었다.
크어어어! 커어!
그런 장면이 이곳뿐만이 아닌, 세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그나마 무법자들이 이끄는 무리는 양반이었다.
[제1 군단장, ‘고통’이 중급 흑마법 ‘끔찍한 감각’을 사용합니다.] [제1 군단장, ‘고통’이 무법자류 배틀 메이지술을 사용합니다.]딱…… 따닥…….
크아아아! 크아아!
그 누구보다 고통에 대해 잘 알아서일까.
각종 고통을 줄 수 있는 흑마법 기술을 사용해 정신 교란을 시키고, 뛰어난 배틀 메이지술을 바탕으로 열심히 급소를 패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름값 제대로 하고 있는 모습.
‘……저거 울고 있는 거지?’
스쳐 가듯 봤지만, 도현은 분명히 보았다.
집단린치를 당하는 트롤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것을.
트롤이 우는 광경을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에 도현은 저도 모르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이게 뭐야.”
그 진귀한 광경을 연달아 보여주는 언데드 군단의 활약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거야말로 죽음을 불사하는 언데드 군단이 아니겠는가.
-리자…….
-음. 정의로운 방식은 아니군.
그 기괴한 전투방식에 엘리자와 찰리마저 눈살을 찌푸릴 정도.
-케헴! 아주 잘하고 있구만!
-리자……?
……그러나 지하드의 마음에는 쏙 들었는지 무척 뿌듯해하는 게 보인다.
뭐, 도현도 당황했을 뿐 마음에 들기는 했다.
전투 방식이 다소 잔인해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데 나쁠 게 있겠나.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군단장인 ‘고통’이었다.
[제1 군단장, ‘고통’이 중급 흑마법 ‘보이지 않는 눈’을 사용합니다.]‘저게 진짜 사기네.’
분명 스킬은 두 개뿐이건만.
중급 흑마법에 여러 개의 스킬이 내장되어있어 상황에 맞춰 여러 효과의 스킬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었다.
‘익혀둔 중급 흑마법이면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겨우 스킬 하나로 여러 스킬 효과를 낸다니.
그야말로 사기적인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쿨타임이 개별로 적용되는 게 아닌, 공통으로 적용되고 종류도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이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엄청난 이점인 게 사실이었으니까.
‘중급 흑마법이라는 스킬은 처음 듣는데……. 유저한텐 없는 스킬인가?’
기본적으로 유저들은 갓오세 세계의 이능을 스킬의 형태로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갓오세의 이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브타르텔의 주민. 그중에서도 특정 종족만이 사용하는 스킬들이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이를테면 드래곤의 브레스를 유저가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고통도 희귀 종족인 만큼, 저 녀석만의 스킬이 있다 생각하면 납득이 되었다.
휘릭- 빠각!
퍼엉!
흑마법사인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근접 싸움을 구사하게 해주는, 저 무법자류 배틀 메이지술도 그중 하나겠지.
‘나랑 싸울 때 스킬들 말고도 뭐가 더 숨겨져 있을 수도 있겠네.’
……이거 과연 지하드가 서열 관리를 할 수 있을까?
-그래, 그거야! 옳지! 속이 후련하네!
-리자리자!
왠지 모르게 든 생각에 지하드를 보니, 놈은 그저 남의 일처럼 해맑게 웃으며 엘리자와 같이 응원하고 있을 뿐이었다.
-응? 왜, 주인?
“……아니야. 네 군단 쩐다고.”
-케헴. 그치? 지크도 괜찮은 거 같아. 벌써 마나 30퍼나 써버리긴 했는데……. 전보다는 버틸 만한 거 같고.
“그렇구나.”
좋게 생각해주니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한 도현이었다.
놈이 폭크로 돌아서는 건 언제나 주의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푸른 나무숲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푸른 나무숲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푸른 나무숲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그나저나 사냥 속도가 장난 아니네.’
군단장이 있는 언데드 군단과 없는 군단은 차이가 엄청나다더니.
확실히 그 강인한 체력의 트롤들을 상대로도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연히 모든 지크의 군단이 이런 건 아니었다.
[군단장의 영향을 받아 군단의 특성과 특징이 바뀝니다.] [군단장의 격이 높아 제 1군단의 신체 능력이 종족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대폭 상승합니다.]고통의 영향을 받아 언데드들의 스펙이 오른 덕이었으니까.
뛰어난 군단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지크의 성능을 껑충 뛰어 높여주는 것이다.
‘지크들이 군단장 재료에 환장할 만도 하네.’
아무리 약화되었다 해도 고통은 무려 히든 필드 보스.
그것도 잡지 말라고 만든 보스이니만큼 이 정도 위력을 보이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어? 잠시만. 여기에 어둠 두르기까지 사용하면?’
생각해보니 어둠 두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린 도현이 멈칫했다.
지금도 저런 성능을 보이는데 과연 어둠 특성의 방어력 무시와 은밀성까지 입혀준다면?
꿀꺽, 침을 삼킨 도현이 스킬을 사용했다.
[‘제1 언데드 군단’에게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그어…… 어어……!
그러자 어둠에 물든 언데드들이 눈이 뒤집히며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곤 어둠을 풀풀 풍기며 달려드는 언데드들.
크어! 크어어!
푹! 푸푹! 서걱-
그야말로 헬파티가 열렸다.
언데드 무법자들이 롱소드를 휘두르면 트롤의 질긴 가죽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고, 고블린 언데드들이 단검을 찌르면 스티로폼처럼 가볍게 뚫고 심장에 박혔다.
후웅- 빠악!
오크 언데드가 몽둥이를 휘둘러 트롤의 머리통을 부수고.
서걱- 석-
라이칸스로프 언데드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트롤을 넝마로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 대망의 주인공은 고통이었다.
딱…… 따닥……!
온갖 기교를 섞어가며 행하는 배틀 메이지술에 트롤들이 그야말로 썰려 나가는 것이다.
가뜩이나 높은 스펙에 어둠 두르기의 방무 효과까지 겹쳐지자, 일당백이라도 할 것처럼 능히 다수의 트롤을 압도하고 있었다.
[푸른 나무숲의 트롤을 처치하셨습니다.] [푸른 나무숲의 트롤을 처치하셨습니다.]…….
[질 좋은 트롤 가죽을 획득합니다.]“…….”
그리하여 나타난 무수히 많은 메시지의 향연.
쉴 틈 없이 경쾌한 알림이 울려 퍼지는 걸 들으며 도현이 멍하니 서 있었다.
‘이건 뭐……. 모바일 게임 자동사냥하는 거 같네.’
날먹도 이런 날먹은 없지 않을까.
심지어 빙기류와의 콜라보도 좋았다. 가운데서 빙기류를 켜고 가만히 서 있으면, 언데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몸이 느려져서 다급히 도망친다.
그러면 다시 언데드 군단이 포위해서 사냥하고 있는 것.
여기서 찰리와 엘리자도 합류시키고, 도현이 작정하고 돌아다니며 도화선까지 터트리고 다니면?
‘……프라텔 졸업 최단 기록이 70일이었지.’
그마저도 가장 빠른 졸업시간이고, 평균적으론 최소 100일은 걸린다 봐야 했다.
프라텔은 제국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리는 도시.
무려 71레벨까지 있는 만큼 요구 경험치량이 어마무시한 탓이었다.
때문에 도현도 오랜 시간을 들일 걸 각오하고 있었는데…….
‘……세 달? 아니, 두 달이면 되겠는데?’
몬스터 리젠 속도만 잘 받쳐주면 그보다 더 빠를지도 모르리라.
상상하니 몸이 근질거린 도현이 천변을 도로 쥐었다. 그런 그의 왼손에는 은색 실이 들려있었다.
그대로 도화선 – 실을 천변에 휘감으려 할 때였다.
띠링-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쾌한 알림 사이로 뜬 하나의 메시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50레벨을 달성하여 랜덤 스킬 뽑기권을 획득합니다.]자동사냥의 미쳐버린 경험치 공급을 견디지 못한 경험치통이 비명을 토해내듯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이럼 얘기가 달라지지.”
그에 도현이 언제 꺼내 들었냐는 듯 천변과 도화선 실을 집어넣었다.
사냥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카드깡이었다.
-뭐야, 왜 갑자기 콧구멍이 벌렁거리지? 설마……?
-음! 이젠 내 눈에도 보이네. 자네의 오랜 가르침 덕일세.
-리자!
-아니, 아직 미숙해. 지금 주인은 평소만큼 기대하고 있지 않아. 그 차이를 느껴야 돼.
-과연……. 좋은 걸 알아가네. 자네의 눈썰미는 언제봐도 경탄스럽군.
우습게도 지하드의 말이 맞았다.
그래도 명당에는 가야겠어서 걸음을 옮기고는 있지만,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걱정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참참참 잘해야 하는데…….’
어차피 영웅 스킬이 뜰 텐데 여러 장이 떠버리면 직감에 맡겨야 했다.
그리고 도현은 그 직감에 무척 자신이 없었다.
매번 기가 막히게 당첨을 비껴가 꽝을 고르는 남자가 도현이었으니까.
“어? 카이저다.”
“뭐지? 카이저도 카드깡 하러 왔나?”
“뽑기 갤러리에서 카이저가 명당에서 카드깡을 자주 한다는 설이 있던데 사실인가 보네.”
“신기하다. 지금 말 걸면 예의가 아니겠지?”
“카드깡 할 땐 간디도 건드리면 안 돼, 이 친구야.”
어느새 명당에 도착하자 도현을 알아본 유저들이 속닥거렸다.
프라텔에 명당이 세 곳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 고동나무 쉼터였다.
시스템적으로 쉼터로 지정된 건 아니지만…….
‘이곳의 트롤들은 푸른 나무 근처에만 거처를 잡지.’
보호색을 이용한 기습이나 은닉을 위함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 고동나무가 있는 곳에는 트롤이 모여들지 않았고, 카드깡을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명당이 되어버린 것.
[랜덤 스킬 뽑기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제발 좋은 거 떠라……. 기왕이면 검사 스킬로.’
유저들의 쑥덕거림을 못 들은 척 무시하며 도현은 빠르게 뽑기권을 뜯었다.
파앗-!
그러자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고,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어김없이 카드의 색이 보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세 장?’
똥색으로 가득한 카드들 가운데.
세 장의 카드가 나란히 노란빛을 뿜고 있던 것이다. 그에 도현이 고민하다 왼쪽 카드에 손을 뻗으려던 때였다.
“……음?”
이상한 느낌에 멈칫한 도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가운데 카드가 유독 밝아 보이지?’
가운데의 저주를 상기하며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음에도, 기이하게 가운데 카드에 눈이 가는 것이다.
묘하게 더 밝고 반짝이는 것이 금가루라도 뿌린 거 같다.
이 정도면 노란색이 아니라 황금색이라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잠깐만, 황금?’
도현이 눈을 비볐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봐도 혼자만 찬란하다.
도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는 손으로 카드를 가리킨 도현이 입을 파르르 떨었다.
‘화, 화, 황금……!’
도현의 갓오세 인생 최초로 전설급 스킬이 등장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