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60)
제160화
160화.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문이 막힌다 하던가.
그 말이 사실이었다.
‘화, 황금…… 황금……!’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어버버거리던 도현이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닌 말이 아니라 진짜로 강제 로그아웃이라도 당할 거 같다.
너무도 빨리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려 도현이 연달아 심호흡을 했다.
‘……진정이 될 리가 있나, 씨X 전설이라고! 전설!’
그런다고 될 리가 없었다.
무려 전설이다. 아이템이나 타이틀이 아니고, 전설 등급 스킬 말이다!
뎀로크에서 3년을 썩어가며 랭킹 1위를 찍는 순간까지도 얻지 못했던 마의 스킬.
진리의 눈이라는 개사기 스킬을 들고도 지금까지 못 얻은 그 스킬.
‘내 생에 전설 스킬이 뜨는 날이 오다니…….’
그간 얼마나 갖고 싶었던가.
동료들 모두 두 개씩은 들고 다니는 그 전설 스킬을 혼자만 못 가졌다.
학교 급식도 혼자만 치킨 못 받으면 서러운데 전설급은 치킨이 아니라 1++ 한우를 혼자만 못 받은 것보다 더했다.
-뭐야, 또 희귀 스킬이야?
-와……. 이번 히든으로 확률 보장도 있는데 왜 너만 희귀야? 나랑 저 컨셉충은 영웅급인데.
-후후……. 짜식들, 니들 영웅이냐? 난 전설 떴다.
-……씨X.
다 같이 히든 퀘스트를 깨고, 드래곤 바위 위에서 절경을 보며 랜덤 스킬 뽑기권을 썼을 때도.
오직 도현만 희귀 스킬을 얻었었다.
심지어 히든 피스로 얻은 확률을 높여주는 특제 가루를 복용했는데도 혼자만 희귀였다.
옆에서 새로 얻은 전설 스킬 써보며 신나하는 보라아재를 보며 얼마나 부러웠던가! 얼마나 서글펐던가!
-너 졸졸 따라다니는 그 녀석은 벌써 전설 스킬만 세 개라던데~ 우상이 이래도 되는 거야? 전설급 스킬이 없는 랭커가 있다!? 뿌슝빠슝!
-…….
-키야~ 전설 맛 조오타! 이 맛을 모르다니 너무 아쉽다.
-야야, 꾸꾸야 그만해라. 나라면 울었다.
-야, 우냐? 헐, 뭐야 이 새끼 진짜 우는 거 같은데? 아닌가?
-……내가 언젠가는 꼭 뽑는다.
당시 19살이었던 도현이 독기에 차 다짐했었지만, 그 각오가 무색하게도 서비스 종료가 될 때까지 전설급 스킬을 손안에 쥐지 못했다.
그렇게 섭종이 되고 1년 6개월……. 아니, 이젠 1년 7개월이 흘러 지금.
생에 첫 눈물을 머금고, 독기 어린 각오를 마친 지 4년이 흐른 지금.
파앗-
그 눈물 젖은 호빵 같은 전설급 스킬이 도현의 앞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아…….”
이 얼마나 찬란한가.
좀 전까지 노란색으로 헷갈린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마치 도깨비불에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며 다가가고 있을 뿐.
이윽고 황금색 카드의 코앞까지 다가가서야 정신을 차린 도현이 꿀꺽 침을 삼켰다.
‘무슨 스킬일까.’
전설급 스킬은 성능이 뛰어나고 희귀한 만큼 수가 그리 많지 않다.
각 직업별로 다섯 개 정도.
그 이상인 직업도, 이하인 직업도 있지만, 대체적으론 그러했다.
하지만 도현은 올마스터.
‘뭐가 뜰지 감도 안 잡혀.’
온갖 전투직 스킬을 다 쓸 수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선택지가 수십 개, 어쩌면 백 개가 넘어갈지도 모를 일.
그야말로 복불복이었다.
평소라면 신중해져야 할 확률이었지만, 오늘의 도현은 달랐다.
‘뭐든 어때, 전설 스킬인데!’
전설 스킬인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쓸모없는 스킬이 떠도 전설이라는 급에서 오는 포텐셜이 다 커버해줄 것이다!
그리고 다 떠나서 그저 전설급 스킬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설레었다.
누군가에겐 꿈꿔왔던 페X리를 선물 받는 게, 도현에겐 전설급 스킬이란 존재였다.
평생을 바라온 페X리가 눈앞에 있는데 몇 마력이니 뭐니 따지겠는가?
스윽.
그저 부푼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손을 뻗을 뿐이었다.
그렇게 만지기도 조심스러운 황금색 카드를 집은 순간!
파앗-!
이전과 달리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지더니 두 줄기의 메시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전설 스킬 ‘뇌룡강림(雷龍降臨)’을 획득하였습니다.]“흐어어억! 미, 미친! 시, 시, 심 봤……으어어어!”
“응?”
“이게 뭔 소리래.”
갑작스레 튀어나온 경박한 외침에 유저들이 하던 카드깡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곤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지? 아무도 없는데?”
분명 소리는 들렸는데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 누군가 불쑥 외친 한 마디.
“어? 근데 저 자리에 원래 카이저 있지 않았나?”
“어? 맞네?”
“뭐야, 잠깐 카드깡 하는 사이 사라졌네……. 카이저 본 사람?”
“모르겠음. 좀 전까지 있던 건 봤는데. 눈 마주치면 찢어버릴까봐 안 봐서 모르겠다.”
분명 카이저가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에 의아함을 품는 그들이었으나, 이내 미련을 털어내었다.
“흠……. 일단 하던 거나 마저 하자. 오늘 노랑이 하나는 뽑아야지.”
“사내가 배포가 그리 작아서야 되겠어? 황금 정돈 돼야지. 야, 넌 어때?”
“……말 걸지 마. 지금 심란해서 미치겠으니까. 하……. 적금 다 깼는데……. 씨X. 누가 여기 명당이랬어?”
그들은 뽑기의 민족.
카드깡에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이 모이는 명당 답게 금방 본업에 집중하는 능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 * *
-잘했어 찰리! 믿고 있었다구!
-리자리자!
-음! 신하 된 자로서 주군의 체통을 지키는 건 당연한바! 이 미천한 검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네.
고동 나무 쉼터에서 1km 이상 떨어진 거리.
도현을 안고 달리던 찰리가 지하드와 엘리자의 환호에 자랑스레 가슴을 쳤다.
전설 스킬의 이름을 확인하고 도현이 함성을 지른 순간, 찰리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도현을 낚아채 도주한 것이다.
“전설……. 전설……. 뇌룡…… 뇌룡강림이라니……. 대박……. 미쳤다…….”
-주군! 체통을 지키소서!
“뇌룡강림……. 와…… 얼마나 재밌을까?”
-이런……! 우선은 더 멀리 떨어지도록 하겠네, 앞을 부탁하지!
-으아아! 다 밀어버리기 전에 비켜! 이 트롤들!
-리자! 리자리자!
그러고도 도현은 한참이나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고 하는데…….
‘왜 난 기억이 드문드문 나냐.’
넋을 놓은 게 아니라 정줄을 놓았던 건가.
진지하게 조금만 더 심해졌으면 강제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거나 정신을 차린 지금 몹시 창피했다.
저 충직한 찰리가 진지하게 자신의 체통이 떨어질 걸 우려해 돌발행동을 벌일 정도면 얼마나 심했단 말인가.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로그아웃을 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도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창피하니까 그만 놔줘.”
-아, 예. 주군.
“…….”
어색하다.
적막이 흐르는 걸 느끼며 도현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적당한 화제전환이 필요할 듯했다.
다행히도 지금 딱 제격인 게 있었다.
[뇌룡강림(雷龍降臨)]-등급 : 전설
-제한 : 무도가 계열
-설명 : 무(武)를 다루는 무도가들이 숭상하는 뇌룡(雷龍).
무(武)의 끝의 편린을 본 자는 하늘을 지배하는 뇌룡(雷龍)의 선택을 받아 뇌룡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효과 : 시전 시 하늘에서 뇌룡의 힘이 내려와 시전자의 몸에 흡수된다.
그 여파로 주변에 광역피해를 입히고, 잠깐동안 주변 지대에 전기파장을 뿌린다.
100초 동안 번개의 힘이 깃들어 시전자의 모든 속도가 상승하며 극히 낮은 확률로 공격을 가한 적에게 감전 효과를 준다.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뇌전 이동을 2회 사용할 수 있다.
-쿨타임 : 300초
뇌룡강림(雷龍降臨).
무려 도현이 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얻은 전설급 스킬!
“크윽……! 눈이 부셔.”
찬란하기 짝이 없는 ‘전설’이라는 두 글자에 도현이 그만 눈을 가렸다.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찬란함이었다.
“나도 이젠 전설 스킬 오너? 키야!”
-……주군이 왜 저러시나?
-낸들 아냐. 그냥 그러려니 하려고.
-리자리자.
오늘따라 주군이 유독 더 이상했다.
혼자 허공에 대고 온갖 똥꼬쇼를 벌이는 모습에 찰리마저 의문을 표했지만, 지금 도현은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감격에 젖어 북받쳐 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으니까.
‘크……. 진짜 이렇게 보니 사기 스킬이 따로 없네.’
스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공격형, 방어형, 버프형, 설치형, 이동형.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너무 많기에 보통 이 다섯 가지로 분류하곤 했는데, 뇌룡강림(雷龍降臨)의 사기성이 여기에 있었다.
‘만능형 스킬.’
저 중 무려 세 가지 형태를 띠는 개사기 스킬이었으니까.
‘발동할 때 광역기도 돼, 버프도 줘, 이동기도 줘……. 스킬 하나로 이게 말이냐고.’
만능형은 달리 말하면 잡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양한 효과를 누리는 덕에 범용성은 좋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다른 전설급 스킬보다 모자란 게 사실이었으니까.
때문에 만능형 스킬을 반기지 않는 이들도 꽤나 있을 정도.
하지만 뇌룡강림(雷龍降臨)은 달랐다.
‘만능형답지 않은 미친 포텐셜. 진정한 의미의 만능.’
처음 뇌룡강림(雷龍降臨)이 발견된 초반에는 효과가 너무도 미비해서 이게 뭔 개쓰레기 잡종 스킬이냐는 평이 많았다.
하나 후반에 이른 순간 그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텍스트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뇌룡강림의 모든 효과가 사용자의 스펙에 비례했던 것이다.
덕분에 후반 포텐셜이 미쳐 날뛰었다.
‘초근접 전투를 하는 무도가이니 밸런스를 그렇게 맞춘 거 같다는 평이 많았지.’
무도가는 딜링 능력만 보면 준수하고, 이동기도 부족하진 않았지만, 극단적인 사정거리 때문에 늘 악조건에서 싸우는 직업이다.
그런 만큼 무시 받는 직업이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 맞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동성과 광역딜, 그리고 버프 모두를 챙겨주는 뇌룡강림(雷龍降臨)은 그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뇌룡강림 쓰는 무도가랑 안 쓰는 무도가는 천지 차이였으니까.’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살쾡이를 호랑이로 개조해서 날개까지 붙여준 수준.
덕분에 무도가는 후반캐라는 컨셉을 잡게 되었다.
실제로 극후반 뇌룡강림을 쓰는 무도가는 그 파괴력이 엄청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뎀로크 랭킹 7위의 뇌제였다.
오죽하면 보라아재가 ‘저 피X츄 새끼 게임 X같이 하네’라는 극찬을 했겠는가.
도현이 보기엔 뎀로크 역사상 전무하다는 전설 스킬 다섯 개 보유자인 본인이 할 말이 아니긴 했지만…… 이해는 된다.
‘보라아재가 뇌제한테 농락당한 적이 많긴 했지.’
랭킹 5위였던 보라아재가 7위인 뇌제한테 농락당했다는 게 웃기지만, 이건 보라아재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정도 랭킹쯤 되면 몇 단계 차이는 무의미했으니까.
얼마든지 상성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야 이 시벌, 이리 안 와!?
-그대가 오지 그러나. 그 묵직한 덩치는 샌드백으로 대려고 키운 건가 보지? 내 주먹 한 번을 피하지 못하는군.
-그런 솜뭉치 같은 주먹 피해서 뭐하냐? 한 번 걸리기만 해 아주 작살을 내줄라니까.
-쌈닭이랑 다니더니 입이 거칠어졌군, 아재.
-엉? 뭐 이 새꺄? 갑자기 왜 나한테 불똥이 튀냐? 너 이리 와봐.
둘이 그러했다.
약한 컨트롤을 보완하기 위해 한 방 위력을 미친 듯이 올렸지만, 속도는 느린 보라아재.
그리고 딜보다는 속도에 특화된 뇌제.
뇌제가 이기지는 못해도 작정하고 괴롭히기 시작하면 싸움이 끝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둘의 싸움은 늘 흐지부지하게 끝나곤 했다.
-오늘도 좋은 샌드백이었다. 다음에 스킬을 얻게 되면 또 들르지.
-아오! 저 살쾡이년이 진짜!
-푸하하하핫!
-아니, 웃지만 말고 좀 도와주라니까? 붙잡기만 하면 돼.
-에이, 그럼 결투가 아니지. 남자답게 일대일로 싸워야 하지 않겠어? 난 아재의 긍지를 지켜주는 거야!
-아이고, 두야…….
그래서인지 간혹 뇌제와 마주칠 때마다 그 느긋하던 아재가 앙숙처럼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내가 쓰는 걸 보면 아주 자지러지겠어.’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끔뻑거리다가 뒷골을 잡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피식 웃은 도현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크어?
크어어-
그러자 푸른 나무 뒤에 숨어있던 트롤들이 반응하곤 마주 걸어 나왔다.
성능 테스트를 도와줄 훌륭한 제물들이었다.
“뇌룡강림.”
선뜻 나서준 그들에게 보답하듯, 도현이 짤막하게 외쳤다.
그러자 경쾌한 알림과 함께 번개가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