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167화.
[필드 보스 리젠까지 남은 시간 : 00 : 01 : 03] [잠시 후 필드 보스가 리젠됩니다.]“어?”
생각지 못한 알림에 도현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몬스터들을 수색할 때 5분 남았다는 메시지를 보긴 했다.
벌써 시간이 지나 1분만 남은 것.
[조건을 충족합니다.] [특성 ‘슬레이어’가 발동됩니다.] [근처에 해당 보스가 있음이 확인됩니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이 숨어 있는 위치가 드러납니다.]그리고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발동되는 슬레이어 특성.
한데 위치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바로 옆이네?’
아닌 말이 아니라 정말 바로 옆이었다.
달려가면 1분은 무슨 30초면 도착할 만한 위치.
푸른 나무숲이 얼마나 넓은지를 생각하면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운이 나쁘면 슬레이어 특성이 있어도 20분 거리나 40분 거리에서 리젠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니까.
‘이럼 어쩔 수 없지.’
이 정도 우연이면 마치 잡아달라고 사정하는 거 같지 않은가.
원래 고동 나무 뿌리잎과 푸른 잎사귀부터 구하려고 했지만, 이러면 얘기가 달라졌다.
‘저 푸른 잎사귀인지 이파리인지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어차피 잡아야 할 거.
차라리 트롤 왕의 송곳니부터 구하는 게 나으리라.
판단을 마친 도현이 곧장 걸음을 옮겼다.
거리는 정말 가까웠고, 적당히 걸어가자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이 리젠됩니다.]크어어어어!!!
딱 맞게 필드 보스가 나타나 괴성을 내지른 것이다.
그런 녀석은 일반 트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당장 머리부터 두 개가 달려있었으며, 일반 트롤들은 애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엄청난 근육질 몸의 거구를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일등인가 보네.”
-운이 좋군요. 사도들은 서로 순번을 지킨다고 들었습니다.
-그치. 새치기하면 그냥 꽥하는 거라구.
뎀로크 때도 종종 이럴 때가 있었다.
별 기대 없이 서 있는데 운 좋게 얻어걸리는 거 말이다.
그럴 때면 뽑기운이나 드랍운, 하다못해 강화운이나 좀 좋지 사람 놀리는 거냐고 성질을 냈었지만, 그거라도 없었으면 진지하게 접었을지도 몰랐으리라.
피식.
옛 생각에 피식 웃은 도현이 천변을 쥐어지며 허벅지에 힘을 주려던 찰나였다.
“어어? 뭐야, 사람이 있잖아?”
“엥? 가장 가까운 조가 우리 아니었어? 2분 거리였는데?”
“아씨, 슬레이어 특성 있는 유저가 더 가까운데 있었나 본데.”
“큰일이네. 팀장님이 꼭 첫 빠따 잡아놔야 한다고 했는데…….”
등 뒤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다급한 목소리.
하나 그 목소리는 곧 신경질적으로 바뀌었다. 기껏 달려왔는데 허사가 된 것에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렇게 운이 좋은 거야?”
“어디 낯짝이나 한 번 보…… 어? 카이전데?”
“뭔 개소…… 헐?”
“저 가디언들이랑 묵빛 갑옷……. 와, 진짜 카이저 맞네.”
도현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친 놈들이 입을 턱 막았다.
설마하니 도현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어지간히 놀란 눈이었다.
그리고 놀란 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저 마크.’
놈들의 가슴팍에 자랑스레 붙어있는 길드 마크가 익숙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깃발 밑으로 검을 높게 든 남자가 그려진 마크.
그것은 100대 길드 중 큰 위상을 자랑하는 곳이자, 베르제가 수장으로 있는 길드.
히어로 길드의 마크였으니까.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네.’
얼핏 듣기는 했다.
히어로 길드가 프라텔에서 보스 통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그에 많은 유저들이 불편함을 겪는 거로 알고 있는데 불법적인 통제가 아니라 유저들로선 따질 명분이 없었다.
‘슬레이어 특성 보유자를 조마다 편성해서 돌아다닌다지.’
그렇게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다가 보스가 리젠되면 가장 가까운 조가 가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정당한 방법을 쓰고 있으니 뭐라 할 수도 없는 셈.
“아, 뭐야. 누가 이미 서 있는데?”
최근 엮인 일이 좀 있던 히어로 길드의 등장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이번에 빨리 온 거 같은데 또 히어로 길드가 차지했나 보네.”
“쟤넨 어떻게 매번 저렇게 빠르냐. 서러워서 길드 들어야 하나…….”
“우리도 길드 있잖아. 종현이 너도 빨리 길갑하라니까.”
“아니, ‘킹갓제너럴 카이저 펀치’는 오바잖아. 무슨 길드명을 그따구로 만들었냐 너는.”
히어로 길드의 뒤로 한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두 일행이었다.
“응? 뭐야, 오빠들도 필보 잡으러 왔어요?”
“뭐야, 현아냐? 여기서 다 마주치네. 잡으러 오긴 했는데 선수 뺏겼어.”
“……누구셔?”
“아, 뭐……. 아는 오빠들.”
“아하. 안녕하세요!”
익숙한 무리의 뒤로,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의 무리가 끼어든 것이다.
그야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자신의 죽음을 기원하던 단톡방 멤버 넷과 눈에 보여도 패고 싶은 현아와 그 친구들이었으니까.
‘……씨X, 이게 무슨 조합이야.’
그 경이로운 대모임에 정신이 아찔해진 도현이 현실을 부정했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리는 녀석들에 도현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괜히 뎀로크 1위가 아니었는지 멸살도 울고 갈 0.0001초의 기가 막힌 반사신경이 발휘되었지만, 아무래도 한발 늦은 모양이었다.
“어?”
익숙한 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깜짝 놀란 듯 탄성에 가까웠던 목소리는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허, 헐. 저 사람 카이저 아니에요?”
“응? 뭔 소리야. 갑자기 무슨 카이저가…… 헉? 진짜네?”
“와씨, 대박. 카이저 실물 드디어 보는 거야?”
“야야, 비켜봐. 얼굴 좀 보게. 초상권이랑 저작권 보호가 겁나 세져서 통 얼굴을 못 봤네.”
“별수 있냐. 가상현실이라 커마에 한계가 있으니 보복 위험성 때문에 그런다는데.”
덩달아 두형, 종현 일행들까지 합세한 상황에 도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이대로 걸리는 건가.
주옥되었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 생각해보니 억울했다.
자기가 무슨 죄가 있다고 숨어야 한단 말인가.
카이저라는 걸 숨기려던 것도 아니고, 지들이 멋대로 찬양했던 건데!
‘그래, 나는 떳떳하…… 젠장. 모르겠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마음 반, 후폭풍이 두렵단 마음 반이 되었을 무렵.
“응?”
녀석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에 도현이 먼저 선수를 치기 위해 입을 열려 했으나 현아가 더 빨랐다.
“아, 뭐야. 얼굴 가렸네.”
“맞네. 까비……. 원래 가면 쓰고 다녔나?”
“저거 프라텔 상인이 파는 가면 같은데. 이번에 구한 듯?”
“하긴……. 너무 유명하긴 하지. 얼굴 가릴 만도 하다.”
그에 도현이 멈칫하더니 얼굴에 손을 얹었다.
조잡한 가면의 질감이 느껴졌다.
그제야 자신이 가면을 착용하고 있다는 걸 상기한 도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가면 구하길 잘했다.’
솔직히 가면을 구할 때 이런 상황도 생각하기는 했다.
프라텔에 친구놈들과 현아가 한데 모여있으니 언제 마주쳐도 이상할 건 없으니까.
오히려 지난 며칠간 마주치지 않은 게 용한 거였다.
그래서 가면을 착용할 수 있는 58레벨이 되자마자 산 건데, 만약 지금 가면을 사지 않았다면…….
‘어우, 소름 돋네.’
생각만 해도 오싹한 도현이 몸을 한 차례 떨었다.
그런 도현에게 공감이라도 해주는 걸까.
크아아아아!!!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이 ‘피어’를 내지릅니다.] [한 종족의 왕의 ‘피어’를 들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모든 속도가 10% 감소합니다.] [특성 ‘영웅’의 효과로 정신오염에 면역됩니다.] [피어가 무효됩니다.]숲의 트롤 왕이 우렁찬 소리로 피어를 내질렀고, 영웅 특성이 그를 봉쇄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카이저에서 시선을 떼고, 놈에게 집중했다.
“시작하려나 보다.”
필드 보스와의 전투가 시작됨을 직감한 것이다.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도현도 푸른 검으로 변한 천변을 쥐었다.
‘일단 이놈부터 잡고 생각하자.’
심히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 * *
전투는 어렵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이 ‘분노난격’을 사용합니다.] [패링을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분노난격을 온전히 흘려냅니다.]이곳의 필드 보스인 숲의 트롤 왕은 근거리 베이스의 보스.
그중에서도 이성을 잃고 날뛰는 광전사와, 도끼전사를 섞은 것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레이븐의 히든 필드 보스였던 카루크와 비슷한 느낌.
딱 녀석의 상위 호환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이런 녀석이야 쉽지.’
그리고 저런 놈을 가장 잘 상대하는 게 바로 카이저였다.
저런 무식한 놈의 생각이야 뻔하다.
부순다.
이 하나로 굴러가는 놈의 전투 패턴이야 뻔하다 못해 세 수 앞까지 예상이 가는 것이다.
[패링을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분노의 일격을 온전히 흘려냅니다.]덕분에 아주 밥 먹듯이 패링을 구사할 수 있었다.
뒤로 물러날 필요도 없다.
가볍게 몸만 숙여 피하거나, 앞이나 대각선으로 스텝을 밟으며 공격에 카운터.
그러다 일반 공격으론 흘릴 수 없는 강력한 패턴에는 어김없이 패링.
크아아아!!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의 생명력이 50% 이하입니다.]일방적인 구타에 가까운 전투에 숲의 트롤 왕이 좋아서 자지러졌다.
[2페이즈가 발동됩니다.] [워리어 특성이 발동됩니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의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전사 타입 필드 보스의 국밥 특성 워리어.
또리어라고 불릴 만큼 흔하면서 강력한 특성이 발동되는 2페이즈라고 다를 건 없었다.
놈이 얼마나 빨라지던 도현보다 느렸고, 얼마나 강력한 공격을 행하든 맞을 리가 없었으니까.
도현에겐 그저 조금 빨라진 샌드백에 불과했다.
이대로면 5분 안에 끝낼 수 있을 만큼 아주 수월하다 못해 간단한 전투였는데…….
“와아! 대박! 컨트롤 미쳤어!”
“완전 멋있어……. 오늘 카신교에 자랑해야지. 카이저 오빠 전투 직접 눈앞에서 봤다고.”
“나도나도!”
“현아는 왜 말이 없…… 풉, 얘들아, 현아 봐. 무슨 그런 카페까지 가입하냐더니 눈을 못 떼네.”
문제는 뒤에서 들려오는 호들갑이었다.
현아 녀석과 현아의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부터,
“키야……. 진짜 지린다. 저게 어떻게 사람 컨트롤이야? 공략법대로 진행하는 게 하나도 없네.”
“신이 인간의 공략법을 따르겠냐. 우매한 재열아.”
“오 종현이 짜식, 웬일로 옳은 소리래. 이제야 내 길드명의 진가를 좀 알겠냐? 어때, 너도 들어올래?”
“그, 그럴까?”
“와, 이걸 못 볼 도현이가 진짜 불쌍하다.”
친구놈들이 찬양하는 소리까지.
어느새 수많은 유저들이 둘러싸고 있는 와중에도 유독 아는 목소리들이 잘 들려왔다.
뭐만 하면 감탄하고 찬양하기 바빴는데 하필 그 당사자들이 저놈들이라 그런 건지, 왠지 헛구역질이 나올 듯한 거부감이 들었다.
‘……빨리 끝내고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