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68)
제168화
168화.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던가.
그 굳은 마음가짐의 효과는 엄청났다.
[뇌룡강림을 사용합니다.]—-!!
하늘이 찢어질 듯한 천둥이 치고, 번쩍이며 내리치는 용의 형상을 한 벼락.
말 그대로 뇌룡이 강림하며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파지직- 파직-
전기통구이처럼 서서 전기를 느끼며 움찔거리는 숲의 트롤 왕.
그리고 그 여파로 주변 일대에 흐르는 전류가 트롤 왕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고 있었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의 생명력이 30% 이하입니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이 전기 파장에 들어와 데미지를 입습니다.]하지만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도현이었다.
파직-
번개를 본뜬 듯 하얗게 물든 머리와 몸 주변으로 흐르며 스파크가 튀는 전기.
남자의 낭만을 자극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설 등급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외관이었으니까.
“와……!!”
“이게 그 전설급 스킬이구나. 대박.”
뇌룡강림까지 쓴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몸이 가벼워진 도현이 이를 악물며 스피드를 올렸고,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의 공격세례가 쏟아져나왔다.
크, 크어어!
서걱, 푸푸푹! 콰득!
발로 차고, 검으로 베었다가 단검으로 변한 천변으로 심장을 연달아 찌르고.
뒤잡기를 사용해서 뒤로 가서 급소를 찌르다가, 놈이 뒤를 돌면 뇌전이동을 사용해서 다시 앞으로 다가가 뒤를 잡는다.
퍼퍼퍼퍽!
그리고 다시 쏟아지는 공격세례.
“키야! 시원시원한 것 봐라.”
“크……. 카이저 직관 티켓이라니. 사르기스 얘들 겁나 부러웠는데 이제 안 부럽다!”
“전설급 스킬까지 쓰니까 진짜 가지고 노네. 몬스터가 불쌍해 보이는 건 처음이야.”
당연히 그 화려한 전투에 환호가 튀어나왔다.
“와아아아아!!!”
“멋있어요, 오빠!”
“꺄아악!
“묵색 빛깔 카이저!”
그중에는 현아와 친구들도 있었다.
더욱 현란해진 몸놀림에 아주 자지러지는 반응들.
“쯧…….”
“혼자 다 잡겠네. 에휴. 또 뭐라 보고하냐.”
“일단 보고해야지 뭐 어쩌겠어. 하필 카이저라니……. 길마님 난리나겠네.”
히어로 길드 놈들은 못마땅하다는 듯 보며 어딘가로 보고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이저가 도현인지도 모르고 찬양하는 저놈들을 보는 게 더 괴로웠으니까.
크어어! 크어!
아무리 날뛰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벽.
그것에 분노를 느낀 것일까. 괴롭다는 듯 처절하게 울부짖는 트롤 왕을 보며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괴롭냐. 나도 괴롭다.’
결국, 참지 못한 트롤 왕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팽이처럼 휘두른 순간.
[패링에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분노의 회전베기를 온전하게 흘려냅니다.] [상태 이상 ‘감전’을 입혔습니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이 1초간 경직됩니다.]도현이 기다렸다는 듯 패링으로 패턴을 끊어내며 카운터를 먹이자 떠오르는 문구.
‘이게 터지네.’
극히 낮은 확률이라면 보통 소수점 단위.
보통 50대는 때려야 하고, 운이 나쁘면 백 대를 때려도 발동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
[뒤잡기를 재사용합니다.] [표식이 사라집니다.] [표식에 비례하여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감전 상태의 적입니다. 뇌룡강림의 효과로 공격 시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그에 도현이 망설임 없이 뒤잡기로 표식을 터트리며 심장에 일격을 꽂아 넣었고.
크어어어어!!
확정 크리티컬이 터지며, 사방으로 튀는 전기와 함께 놈이 비명을 내질렀다.
[필드 보스, ‘숲의 트롤 왕’을 처치하였습니다.] [숲의 트롤 왕의 정수 구슬을 수확하시겠습니까?]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검술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검술 숙련도가 Lv18이 되었습니다.]단말마였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심정으로 관중들 사이에서 괴로웠던 두 남자의 전투가 비로소 끝이 난 것이다.
‘어? 주인, 수확한 거 확인 안 해?’
‘좀 있다 확인하고 빨리 뜨자.’
평소라면 온갖 호들갑을 치며 보상을 확인할 도현이, 곧장 자리를 뜨려 하자 지하드가 의아해했지만 별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카이저 님!”
“저 악수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평생의 소원입니다!”
“전투 너무 잘 봤습니다. 부디 싸인 한 번만 좀……. 아니, 사진이라도 한 번만 같이 찍어주십시오.”
“야야, 너 그러다 썰리는 거 아니냐? 무례하게 달려들면 반으로 접힌다던데…….”
“저 전투를 보고 카신교 회원으로서 어떻게 싸인 요청을 안 할 수가 있겠어! 난 카이저 님한테 죽어도 좋아! 그것 또한 영광이니까!”
수많은 인파가 도현을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더 문제인 건 저 무수한 인파의 환호 속에 두형이, 재열이 놈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마 저놈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던 도현이, 뒤잡기라도 써서 빠져나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타다닥.
인파를 뚫고 상당히 익숙한 실루엣이 다가왔다.
마법사 특유의 고깔모자, 화려한 로브, 귀염상의 중단발 머리.
토끼가 떠오르는 외모로 마귀 같은 속내를 감추는 여자.
“저……. 카이저 님.”
강현아였다.
앞으로 다가온 현아가, 도현으로선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줍은 얼굴로 조심스레 무언가를 내밀었다.
“싸인…… 좀 해주세요.”
그에 한 단어가 뇌를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런 씨X…….”
“……네?”
수줍은 여동생의 싸인 요청을 참아내기엔 남매의 DNA가 너무 강했다.
* * *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싸인 요청하는 여자에게 냅다 욕을 박아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졌지만, 천만 다행히도 잘 수습될 수 있었다.
“……네? 못 들었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로그아웃 시간이 다가와서 이만.”
워낙 시끄러운 상황에서 중얼거리듯 욕해서 현아가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다른 유저들이 들을 리 만무. 덕분에 접속 시간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종현이, 두형이 놈이 그렇게 끈질길 줄이야…….’
문제는 친구들이었다.
다른 놈들은 금방 포기했는데 저 둘이 유독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애원한 것이다.
결국, 둘 중 한 녀석한테 대충 싸인을 휘갈기고 나와야만 했다.
-와아!! 진짜 감사합니다. 가보로 간직할게요!
-와, 개부럽다…….
싸인을 받고 기뻐하는 놈과 부러워하는 녀석들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한 거 알게 되면 뒤집어질 텐데.’
과연 무슨 반응을 할까?
아마 반으로 접으려고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던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모르는 게 약이라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철저하게 비밀로 해야 할 듯했다.
어쨌거나 이 웃픈 해프닝은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
[숲의 트롤 왕의 발톱 x2] [숲의 트롤 왕의 농축된 피 x1] [숲의 트롤 왕의 가죽 x1]‘역시 잡템뿐이네.’
좀 전에 수확했던 보상을 확인한 도현이 쯧 혀를 찼다.
최초 혜택이 없으니, 아주 개판이었다.
생각해보니 최초 혜택 보장 없을 때 제대로 된 장비가 뜬 적이 없던 거 같은데.
그리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아졌지만 상관없었다.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원하던 건 얻었으니까.
‘레벨도 올랐고.’
기대하지 않았던 레벨도 올라 벌써 59레벨이고 말이다.
이제 남은 재료는 고동 나무 뿌리잎 3개와 푸른 잎사귀 5개뿐이었다.
[남은 플레이 타임 : 01 : 05 : 17]남은 시간은 1시간 5분.
거의 1시간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재료를 모아야 했다. 혼자 필드 전체를 찾아다니기엔 다소 버거운 시간.
하지만 괜찮다, 좋은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지하드. 언데드들 소환해봐.”
-응. 사냥하게?
“아니, 다른 곳에 좀 쓰려고.”
-다른 거?
궁금했는지 귀를 바짝 붙이는 지하드에게 도현이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눈을 번뜩이는 지하드.
-오, 그거 좋은데? 생각해보니 나도 전에 그런 식으로도 썼던 거 같아.
-좋은 생각입니다, 주군. 역시 주군의 혜안은 언제 봐도 감탄이 나오는군요.
-리자리자! 리자!
-맞지, 엘리자. 너도 그렇게 발견한 거잖아.
-리자!
찰리와 엘리자까지 적극 찬성하자 지하드는 더 망설이지 않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렇게 소환된 열두 개체의 언데드.
딱딱…… 딱…….
그중 선봉에 선 고통이가 오랜만에 인사를 올렸다.
한데 나오자마자 소란스러워졌다.
-아니, 인마. 내가 네 군주라니까? 왜 자꾸 주인한테 인사하는 거야?
딱…… 따닥…….
-어쭈? 무시하네? 주인, 나 쟤 지금 교육해도 돼?
따닥.
-캬아악!
고통이와 지하드가 어김없이 티격태격하는 것이다.
결국, 폭발한 지하드가 방방 뛰며 부탁해보지만, 고통이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우리 주군이 그런 부탁을 받아줄 것 같으냐.
뭐 그런 뉘앙스가 표정에서 훤히 드러났다.
해골인데 어떻게 표정을 지을 수 있나 순간 신기했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한 번 교육을 할 필요가 있긴 해.’
솔직히 도현이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하지만 주종관계는 중요했다.
지금 같은 때야 웃어넘기지만, 전시상황에 군기가 빠진 부하는 그 어떤 것보다 치명적이니까.
지휘관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그건 더 이상 소속 부하가 아닌 것이다.
도현이 괜히 지하드를 처음 신수로 받을 때 죽어라 팬 게 아니었다.
‘내가 있는 한 그럴 확률은 낮겠지만……. 지하드가 직속 상사인데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게 낫겠지.’
판단을 마친 도현이 툭 내뱉었다.
“……마음대로 해.”
-어? 진짜?
……따닥?
상당히 의외였던 걸까.
정작 부탁했던 지하드가 진짜냐며 되물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자 눈에 띄게 밝아진 지하드.
그리고 충격이었는지 고장 난 로봇처럼 경직된 고통.
-넌 이제 뒤졌다. 내가 교육이 뭔지 보여줄게.
딱…… 따닥…….
순식간에 희비가 엇갈린 두 녀석을 보며 피식 웃은 도현이 말했다.
“그럼 시작하자.”
-라저!
지하드의 손짓에 언데드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도현이 떠올린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지하드의 언데드들을 수색작업에 이용하는 것.
자고로 수색만큼 인구빨이 중요한 작업은 없는 법이지 않겠는가.
당연히 모든 네크로맨서가 가능한 방법은 아니었다.
이게 되면 전투도 되고, 수색도 되는 네크로맨서야말로 탐험가의 워너비 직업일 테니까.
하지만 지하드의 언데드라면?
[고동 나무 뿌리잎을 획득합니다.] [푸른 잎사귀를 획득합니다.]‘인공지능이 유독 높아서 혹시나 했는데 진짜 되네.’
괴상한 전투방식을 구사하고, 알아서 척척 잘하는 지난 모습으로 유추했던 건데.
과연 예상대로 훌륭하게 수색을 해주었다.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진리의 눈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미친 수색력이 탄생했다.
위치를 알려주면 언데드들이 척하면 척으로 구해오는 것이다.
덕분에 30분 만에 작업을 끝마쳐갈 수 있었고.
그동안 도현의 옆에서는…….
딱! 딱! 따닥! 딱!
-어허! 소리가 작다! 더 크게!
따닥! 따다닥!!
-자세가 흐트러졌어! 제대로 안 해!?
오리걸음을 한 채 기합을 받는 고통이와, 세상 누구보다 엄격해진 조교 지하드의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 지하드의 기분을 대변하듯 떠오르는 경쾌한 알림.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가디언 특성에 맞는 행위를 원활하게 누려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충성도 : 75 / 100]‘이야…….’
차마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던 도현은 그냥 감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