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0)
제170화
170화.
눈 부신 빛 사이로 떠오른 열 장의 카드.
“아…….”
그것을 확인한 도현이 탄식을 흘렸다.
기대했던 찬란한 황금색이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자리한 건 세 장의 똥색과 네 장의 은색, 그리고 세 장의 노란색이었다.
이전이었다면 노란색이 세 장이나 된다며 기뻐했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그렇다.
한 번 전설을 뽑고 나니 노란색으론 영 성에 안 차는 것이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확률도 올라간다더니.’
랜덤 스킬 뽑기권이라고 다 같은 랜뽑권이 아니었다.
10레벨 때 주어지는 랜뽑권과 50레벨에 주어지는 랜뽑권은 등급 확률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고레벨로 갈수록 높은 등급의 스킬이 나오게끔 설계되어있는 것.
그게 저레벨 유저 중에 전설 등급 스킬을 가진 유저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이유였다.
‘히든 피스나 퀘스트를 달성해서 얻는 랜뽑권이 진짜배기인데……. 그런 게 저레벨에 있을 리도 없고.’
그래서 더 아쉬웠다.
50레벨 때보다 확률도 더 올랐겠다.
진리의 눈도 있으니 근거 있는 기대를 품어볼 만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눈치 없이 잠잠한 전설 카드가 밉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영웅급이라도 두 개가 떠줬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번에는 무슨 카드를 고를지 고민할 게 적었다.
왼쪽에 두 장이 나란히 붙어있던 것이다.
그 중 좀 더 왼쪽에 있는 카드를 고르자 이내 노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띠링-
[영웅 스킬 ‘맹격참(猛擊斬)’을 획득하셨습니다.]‘어? 검사 스킬이잖아?’
한데 이게 웬걸.
노란색이라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검사 스킬이 떠주었다.
소드 오러가 도현의 밥줄 스킬이긴 했지만, 맹격참(猛擊斬)도 애용하던 스킬 중 하나였다.
오히려 사용 빈도로만 치면 맹격참(猛擊斬)이 더 높을 정도.
그야 당연했다.
[맹격참(猛擊斬)]-등급 : 영웅
-제한 : 검사 계열
-설명 : 피 튀는 전장 속, 아군을 구하기 위해 수천 대군을 뚫고 나아가던 검사의 기술이다.
지독한 투지를 발휘한 검사의 맹격은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효과 : 참격을 가하며 앞으로 미끄러지듯 전진한다.
참격을 이어갈수록 그 위력이 강해지고 이동 거리가 늘어나며, 공격이 끊기거나 마나를 모두 소진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이어진다.
-쿨타임 : 40초
맹격참.
단어 그대로 맹렬히 나아가며 적을 베는 스킬.
파괴 전차와도 같은 이 스킬은 이동기로나 공격기로나 활용할 구석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유용했는데, 현질로 스펙을 높일 만큼 높인 검사가 맹격참을 켜고 달리면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괜히 공성전의 파괴 전차라고 불린 게 아니지.’
아예 이쪽으로 스킬 트리를 맞춘 탱크 같은 검사들도 있었을 정도.
도현과 검제 같은 경우에는 활용도에 좀 더 초점을 맞췄는데, 그럴 때면 늘 보라아재가 입맛을 다시곤 했다.
-내가 검사면 그렇게 안 썼을 거 같은데……. 그 아까운 스킬이 왜 검사에게 갔을꼬.
-아재가 들면 너무 밸런스 파괴 아냐? 컨트롤이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내 말이. 날먹도 적당히 해야지.
-날먹은 새꺄, 니들 재능이 더 날먹이고. 나 같은 소시민은 깡스펙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니까? 아, 저게 딱인데…….
보라아재가 눈독 들였을 정도로 성능은 확실한 스킬.
그게 떠주었으니 달가운 일이었다.
하나 세상만사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터지기 마련.
[스킬칸이 부족하여 장착할 수 없습니다.] [스킬을 해제하여 주십시오.]‘아, 벌써 다 찼나?’
RPG가 다 그렇듯 스킬칸이라는 게 있고, 갓오세의 스킬칸은 13개로 정해져 있다.
보통 프라텔 정돈 졸업하고 나서야 겨우 다 채울까 말까 한데……. 도현은 이제 겨우 60레벨인데 벌써 스킬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기야 도현이 스킬 카드를 오죽 얻었나.
히든 피스를 독점하며 얻은 스킬 카드만 수두룩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별수 없지. 그래도 나중에 가면 좀 여유가 생기니까…….’
쯧 혀를 찬 도현이 스킬 하나를 해제했다.
마침 적당한 스킬이 있었다.
[일반 스킬 ‘돌진베기’를 해제합니다.] [맹격참(猛擊斬)]을 스킬칸에 장착합니다.]맹격참(猛擊斬)의 완벽한 하위호환 돌진베기가 있었으니까.
뎀로크 시절에서도 돌진베기는 맹격참을 얻기 전까지 잠깐 쓰다 버리는 스킬이었다.
사실 일반 스킬 대부분이 그랬다.
나중에 가서는 최소 희귀 등급에서 영웅, 전설로 도배하는 게 보편적이었으니까.
일반 스킬은 초보자들이 잠깐 쓰다 버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등급인 것이다.
‘어디 그럼…….’
퀘스트도 받고, 스킬칸도 해결했겠다.
‘오랜만에 맹격참 맛 좀 봐볼까?’
응당 스킬을 얻었으면 써먹어야 하는 법.
때마침 끝나가는 등불 축제를 한 번 올려다본 도현이, 더 사람이 빠지기 전에 후다닥 필드로 달렸다.
* * *
한편 그 시각, 히어로 길드 집무실.
콰앙!
오늘도 어김없이 베르제가 책상을 내려치자,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
업무를 보고 있던 실장도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다 떠났다.
어느덧 혼자 남게 된 베르제.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였다.
그런 베르제를 창문 너머로 힐끔 살펴본 길드원들이 속닥거렸다.
“……요즘 길드장님 좀 화가 많아진 거 같지 않아?”
“그러게……. 되게 깔끔하셨었는데 원래.”
“브리온 1위 뺏기고 나서 좀 예민하시잖아. 카이저 얘기만 나와도 거품을 무시던데.”
“하긴, 커뮤 보면 매번 비교하더라. 미연시니 뭐니……. 크흡.”
“야야, 웃지 마. 조심해, 들리면 너 잘려.”
황급히 주변을 살피곤 조심스레 떠나는 길드원들.
그들의 말대로였다. 지금 히어로 길드의 위상은 전 같지 않았다.
100대 길드 중 최상위권 랭킹을 넘어 1위를 달성했던 유일한 길드.
빌런들에게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해주는 영웅.
갓오세 유저 5대 꽃미남.
10대 길드에게 도전할 아성을 지진 몇 안 되는 길드.
“……젠장할.”
그 화려한 수식어들이 카이저 하나 때문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새 밈이 되어버린 미연시남으로 불리는 날이 더 많아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영웅이라는 이미지로 먹고살았던 히어로 길드의 마스터가, 미연시남으로 불려서야 어찌 사람들의 환심을 사겠는가.
“또 카이저, 네놈인 거냐.”
빠득.
그렇기에 이미지 회복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해왔건만.
베르제가 무슨 짓을 해도, ‘카이저는 하던데?’ ‘베르제 그래 봐야 카이저 밑 아님?’ ‘베르제? 미연시남?’ 이런 꼬리표를 뗄 수가 없었다.
이미지를 회복하는 속도보다 밈이 되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굳건한 성을 쌓아 올리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는데, 무너지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후우……. 빌어먹을 커뮤니티.”
베르제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자신은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왜 느닷없이 조롱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게 다 빌어먹을 SNS의 발달 때문이었다.
하나 사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 영웅 길드 솔직히 그간 꼴값 떠는 거 꼴 보기 싫었는데 쌤통이다.
-ㄹㅇㅋㅋㅋ 매번 보스 통제하고 죄다 척살하면서 여론 통제 잘해서 사람들이 빨아줄 때마다 어이가 없었는데.
└진심 당해본 얘들만 안다. 히어로 길드가 얼마나 개X양아치인지. ㅈㄴ 저급한 놈들임.
-그래도 빌런 퇴치해주는 건 속 시원하던데. 무엇보다 잘생겼잖아.
-응, 그래 봐야 미연시 게이남~
-아니 ㅋㅋㅋㅋ 미연시 밈은 진짜 끊이질 않네. 커뮤에 베르제 미연시 만화도 있더라.
└그거 봄 ㅋㅋㅋ 진자 개또X이던데 고소미 먹는 거 아니냐?
└ㄹㅇ 베르제가 신고해도 할 말 없긴 해.
평소 히어로 길드를 아니꼽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서 득달같이 달려든 것이다.
그간 위상 때문에 감히 개인으로는 건들지 못했을 뿐.
대중적으로 까이는 지금은 용기를 넘어 재미로 승화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지금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베르제의 업보라고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건가? 대체 어떻게 더 먼저 발견할 수가 있는 거지?”
그런 상황에 또 카이저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베르제로서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슬레이어 특성을 지닌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필보를 차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번 필보 통제는 베르제로서도 많은 걸 감수한 통제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 함부로 통제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걸 알면서도, 필드 보스인 트롤 왕 200번을 꼭 잡아야만 했던 것이다.
‘하루가 더 늦춰지겠어.’
앞으로 대략 일주일 정도만 더 통제하면 끝났을 일이 더 늦춰지게 생겼다.
베르제가 이토록 매달리고 있는 이유.
그건 오직 하나였다.
“……접니다. 루이드라 공략대 퀘스트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예, 길드장님. 말씀대로 산하 길드들은 물론 길드원들 도움 없이, 정예들로만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끝마치고, 공략대 인원 모집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이드라 공략대 퀘스트.
기연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우연히 얻어낸 히든 피스.
그것을 토대로 베르제가 6개월이란 시간을 투자하여 기어코 얻어낸 최초의 히든 퀘스트.
그것을 진행하는 수많은 조건 중 하나가 같은 필드 보스를 200번 죽여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 ‘왕의 원한을 산 자’였으니까.
이걸 얻기 위해 그토록 욕을 먹어가며 보스와 정보를 통제해왔었다.
그리고 이젠 그 결실을 맺을 때였다.
“좋아요. 실수 없게 하세요. 이번 공략에 걸린 게 많습니다.”
-예. 그런데…… 정말 인원 모집 대상을 ‘아무나’로 해도 되는 건가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루이드라 레이드는 저희 히어로 길드 공략조만 입장할 거니까요. 그들은 그저 공략대 필수 인원수를 채우는 용도일 뿐입니다.”
-아…….
그뿐인가.
그들은 전달책 역할도 해줄 것이다.
히어로 길드가 루이드라를 공략했다는 소식을 전파해줄 역할 말이다.
‘논란은 논란으로 덮고. 자극적인 기사는 더 자극적인 기사로 덮는다.’
그게 여론을 다룰 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지금 베르제에게 저런 밈이 돌고 있는 건, 시선을 돌릴 자극적인 소스가 없어서 그런 것뿐.
루이드라 공략대는 그 소스로서 제격이었다.
그뿐이랴.
선뜻 이런 중요한 퀘스트를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하며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사람은 나쁜 짓을 백 번 한 사람이, 좋은 짓 한두 번만 해도 ‘사실 그리 나쁜 놈은 아니더라’라고 생각하는 법이니까.
‘프라텔의 루이드라 공략대, 그리고 제국에서 진행 중인 ’그거‘까지 이어서 터트리면…….’
그때가 되면 더는 100대 길드에 머무르지 않을 거다.
그 이상으로 날아갈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의 치욕은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그래. 마음껏 떠들어라. 곧 그따위 망발을 내뱉을 수 없게 될 테니까.”
완벽하다. 계획에 차질은 없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공략을 진행하는 그 순간을 고대하며 베르제가 오랜만에 미소를 머금었다.